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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오브 라이프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박복한 여자 사이토 시게루. 어딜 봐도 남자 같은 외모 탓에 학창 시절부터 소녀팬들만 줄줄 따라다녔던 여자, 여성스러운 말투와 여성스러운 몸짓과 빨간 원피스로 몸부림 쳐 봐도 여장한 게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덫에서 겨우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열여섯 살 짜리 사디스트 오타쿠의 독이빨에 덥썩 물려 버린, 참으로 박복하고 박복한 사이토 선생에게도 내가 정말 부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딱 하나 있으니, 바로 반장인 야마네이다. 머리도 좋고 인간성도 좋고, 속이 깊고 배려심 있고 의지가 되는 야마네는 모든 담임들이 꿈에 그리는 이상의 반장이 아닌가!! 별 말 없어도 묵직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야마네를 지각대장 사카이의 눈으로 담아낸 11화는 3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주인공의 비중이 높지 않은 대신 수많은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미쿠니와 하나조노의 알콩달콩 싸움이 귀여웠고, 왕따 타케다가 이소니시, 진나이와 함께 쇼핑을 하며 서로가 행복한 거리를 찾아 나가는 에피소드는 가볍지 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사카이와 남자친구와의 대화는 따뜻했고, 아이자와와 미쿠니의 지하철 장면도 잔잔하니 좋았고, 크리스마스 파티 후 츠지가 남은 케이크를 형에게 내미는 장면에선 동경하는 여자에게 어린애로 취급당한 낙담이 충분히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미쿠니의 아빠(이 분 직장 동료로 <서양골동양과자점>의 나카츠 하루카 아나운서도 나온다.), 이소니시의 엄마, 오자키의 부모님, 진나이의 할머니 같은 어른들 모습이 잠깐 잠깐 나오는 부분에서도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져 흐뭇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행복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진 3권이었으나, 작가는 마지막을 마지마의 대형 사고로 끝맺음으로써 다음 권에 대한 궁금증에 불을 질렀다. 요시나가 후미의 능력이란 정말 끝이 보이지 않고, 덕분에 오랜만에 원본 만화를 지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