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조커 3 - 완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5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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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 전에 처음 읽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이게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가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라딘 들어와서 별점 보고 또 놀람. 한국의 미스테리 독자층의 취향이랑은 잘 안 맞나?;; 정식으로 리뷰 쓸까 귀찮은데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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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홍신사상신서 30
E. H. 카 지음 / 홍신문화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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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명한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외교관과 저널리스트로 일선에서 활약했던 저자의 경력이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말하는 방법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중반으로 가면서 1970년대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낡은 유럽  대신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다른 지역들에 대한 저자의 긍정적인 시각이 한국 독자들을 으쓱하게 해 줬겠지. 그러나, 이 책이 많이 읽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인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은 당시의 한국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듯하다. 학교에서 내가 배웠고 언론과 대중이 퍼뜨리는 역사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대답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칼 포퍼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 나타나서 재미있었다. 포퍼의 조심스러운 태도보다 카의 낙관론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포퍼를 처음 읽은 고등학교 때부터도 그랬고, 나이를 먹고 거짓말쟁이 선동가들에게 질린 후인 지금은 더욱 더 그렇다. 

이 자리에서 내가 목적하는 바는 두 가지 중요한 진리, 즉 첫째로, 역사가가 연구하는 입장을 먼저 파악하지 않으면 그 역사가의 연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것, 둘째로, 이러한 입장은 그 자체가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뿐이다.
- P52

누구든 역사를 쓰거나 읽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아닌 과거에 대해서도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역사"라는 말은 사회 속에 있는 인간의 과거에 대한 연구과정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P63

역사가가 참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 속에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 P84

역사가가 역사에 나타는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새삼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략) 개인적 도덕이 무의미하다든가, 도덕의 역사가 역사상의 합법적인 한 부분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가는 그의 책에 나타나는 여러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샛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역사가에게는 따로 할 일이 있는 것이다.
- P98

현대사에 있어서의 난점은, 사람들이 아직도 모든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던 시기를 기억하고, 그런 선택이 기정사실에 의해서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하는 역사가의 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깨닫기 때문이다. 이것은 순전히 감정적이고 비역사적인 반응이다.
- P129

역사적 사건의 절정이 아니라 골짜기를 지나가는 집단이나 국민 사이에서는 역사에 있어서의 기회나 우연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론이 우세하게 마련이다. 시험성적 따위는 제비뽑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열등생들 사이에 늘 인기가 있게 마련이다.
- P133

인간은 선배들의 경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반드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에 있어서의 진보는 자연에 있어서의 진화와 달리 획득된 자산의 전승을 기초로 한다는 것이 역사의 전제이다.
- P157

오늘날에는 ‘완전한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액튼의 자신감에 동조하는 역사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역사가들에 비해서 보다 영속적이고, 또 완전성과 객관성이 더 많은 역사를 쓰는 역사가들은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라고 할 만한 것을 가진 역사가들이다. 과거를 다루는 역사가는 미래에 대한 이해를 향해서 접근함으로써 비로소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 P165

"영불해협에 폭풍우가 일면, 대륙은 고립된다."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섬나라 근성을 드러낸 김빠진 낡은 농담이 오늘날 기분 나쁠 만큼 절박한 여운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바깥 세계에서 폭풍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어 사용권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다른 나라나 대륙이 그 황당한 행동으로 인해 우리 문명의 은혜와 축복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느니 없느니 하고 평이한 일상 영어로 떠들어 대는 동안, 우리는 마치 이해할 능력도 성의도 없어서 세계의 현실적인 움직임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것 같다.
- P204

우리의 대정치가들과 대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교훈을 줄 때, 급진적이고 원대한 사상을 경계하고, 무엇이넉 혁명의 냄새가 나는 것은 멀리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는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면) 가능한 한 천천히, 신중하라는 경고 이외에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 4백 년 동안에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세계가 급속히, 또한 근본적으로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이것은 너무 심한 몰이해로 여겨진다. (중략) 나는 격동하는 세계, 전통 때문에 갈등하는 세계를 바라보며 어느 위대한 과학자의 오래 된 말을 빌려서 답할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움직인다."라고.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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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아이큐 - 성공을 위한 10가지 경로
티파니 보바 지음, 안기순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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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기업은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는 것이 재미있다.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것은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신규 직원의 채용도 안 되고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도 안 되며, 무엇보다도 주식 가격이 오르지 않으므로 주주들이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의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무한정한 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나? 결국은 성장의 가속화가 인류의 공멸을 앞당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쨌든,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1)고객 경험, (2)고객층 침투, (3)시장 가속화, (4)제품 확장, (5)고객, 제품 다각화, (6)판매 최적화, (7)고객 이탈 최소화, (8)제휴 관계, (9)협조적 경쟁, (10)비인습적 전략이라는 10가지 경로 중, 상황에 맞는 것들을 단독으로, 또는 조합해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제일 중요한 가치는 어쨌든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고, 돈을 쓰면서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떠나지 못하게 붙드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 기업가만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살아가는 개인의 경우에 적용시켜도, 고용주, 상사, 동료, 기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인간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 세상살이를 잘하는 비결일 것이다. 단순 무식한 표현이지만, 역시 손님은 왕이었다.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가 나와 있어서 재미있었다. 세상일에 어두운 나도 이름은 알고 있는 유명한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는지를 읽고 나니, 21세기의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포라는 포스 기계, 로열티 프로그램, 온라인 구매,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활용해 고객에게 있는 현재와 미래의 욕구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덕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상적인 고객 경험을 앞장서서 제공함으로써 충성스러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 P36

"고객 서비스 혁명 The Customer Service Revolution"을 저술한 존 디줄리어스John DiJulius는 "기업의 고객이 직원보다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라고 말했다. 경영 사고의 ‘레드불’이라 불리는 현대 경영의 창시자 톰 피터스는 디줄리어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말은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라고 언급했다.
- P41

규모가 더 큰 기존 기업의 핵심 사업에는 뛰어들지 마라. 좀 더 규모가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승리를 거두어라. 시장을 배워라. 교두보를 발달시켜라. 소비자를 자사 제품과 브랜드의 궤도로 끌어들이고 나서 시장과 제품 제공을 확장하라.
- P105

일부 잠재 수익을 놓치더라도 위험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제휴 관계를 맺어 다른 기업과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다. 자사에는 없는 특유한 기술이나 탄탄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제휴해야 한다.
- P163

고객, 제품 다각화 경로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거의 경험하지 못한 영역으로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어째서 모든 위험을 고려하고서도 다각화를 해야 할까?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각화를 실시해 미래에 발생할 전반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 제품군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성장 중단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으므로(예를 들어, 비약적인 기술 발전의 등장, 고객층의 변화, 공급 사슬의 붕괴, 전략적 협력사의 실패, 문화 변화), 격렬한 상황이 벌어지면 거의 예외 없이 운을 달한다. 하지만 고객층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다양한 기업은 끔찍한 충격으로 영향을 받더라도 필요할 때 사업의 ‘다른’ 부문으로 초점을 이동해 살아남을 수 있다.
- P196

영업 직원이 언제나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라.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 P231

협조적 경쟁Co-opetition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취약한 개념이다. 단어 자체는 경쟁competition과 협조 cooperation의 합성어다. 논리적으로는 상반된 뜻을 내포하지만 현실에서는 탁월한 효과를 내왔다. 소기업에서는 특히 성장 저하에 빠졌을 때 채택할 수 있는 훌륭한 생존 전략이고, 동시에 대기업에도 훌륭한 확장 전략이다.
- P311

2014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사를 통해 오픈소스 운동에 참여하고 특허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해서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중략) 전기자동차 시장은 한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시장이 침체되자 테슬라는 접근 방법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기업의 경쟁을 막으려고 애쓰는 전략에서 탈피해 시장을 부추겨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자사 기술을 기폭제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협조적 경쟁은 테슬라가 전진하는 경로였다. 테슬라는 지적 재산을 공개하는 방식을 사용해 자사가 개발해온 다른 제품인 배터리와 충전소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 생산이 늘어날수록 배터리가 더 많이 필요하고, 배터리가 많이 사용될수록 충전소가 더 많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경쟁사이든 테슬라 차량이든 전체 파이에서 더욱 큰 조각을 원했다.
- P313

모든 성장 경로 중에서 협조적 경쟁 경로는 가장 위험성이 크다. (중략) 기업이 조심하지 않으면 프레너미frenemy와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독점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맹렬한 적과 한 울타리에 있게 될 것이다.
- P335

깨어 있는 소비자들은 세상에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소비재를 기꺼이 구매하고 싶어 한다. 가치 제안을 통해 그렇게 포지셔닝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분 관련’ 마케팅은 좋은 기업 시민이라는 브랜드 명성을 구축하도록 기업을 돕는다. (중략) 제품에 이야기를 붙인다. 당신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고객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일대일 기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노력을 기울인다.
- P357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비인습적 전략 중에서 가장 강렬한 형태에 속하고, (긍정적인 운동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기존 고객을 결속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새 고객을 끌어들인다. 또한 기업을 특별한 방식으로 단련하고, 건전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아주 뛰어난 신입 직원을 끌어들이며, 단순히 단기 이익을 넘어서서 더욱 높은 장기 목표를 기업에 제시한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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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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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0년판의 페이지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일련의 상징들은 삶의 에피소드, 무대 장치, 오락 따위의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남은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 P25

空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한 발을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게로 뛰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동시에 도망쳐)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 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空의 매혹 L‘Attrait du Vide>
- P34

나는 그를 사랑한다. 물루는, 내가 잠깰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 다시 살아나는 저 거리감을 지워 준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40

사람을 싫어하는 이들과 이기주의자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행동인은 고양이를 좋아할 시간이 없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51

그토록 대단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아 동네에 원수를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한 이 짐승을 그냥 버리고 떠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략) 그 집 남자는 고양이라면 원수같이 여긴다고 했다. 그는 개들을 흥분시켜 가지고 고양이를 못살게 만들면서 잔인한 쾌감을 맛보는 것이었다. 안될 일이었다. 물루를 남에게 맡기고 간다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동네 안에 그를 미워하는 적이 있다면 결국 그가 끊임없이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그를 희생시키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저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고작인 형편이었다. 수의사인 쎄르벨 씨가 한 마리에 12프랑씩을 받고 개나 고양이를 죽여 준다는 소문이 있었다. 출발 전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마음을 정했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58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멈춰 버릴 것만 같다. 터무니 없는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는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 러시아 사람들이 笞刑과 시베리아 수용소에 의하여 얻어낸 안이한 효과를 구하지 않고 비밀과 가난 속에 은신할 때 우리는 모멸에 의하여 靈感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어떤 여행자가 쓴 케르겔렌 群島의 묘사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 이 묘사는 내가 다가가고 있는 명상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케르겔렌 군도는 선박이 다니는 일체의 항로 밖에 위치하고 있어서...... 약 삼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잇고 그 해안에는 흔히 안개가 끼어 있으며 그 주위에는 위험한 암초들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그곳에 접근하는 선박들은 극도로 경계한다....... 그 고장의 내부는 완전히 황폐하고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케르겔렌 群島 Les Iles Kerguelen>
- P75

나는 획득했다고 그날 나는 몇 번이나 되뇌었다. (1924년 성탄절이었다.) 나는 획득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잃고, 또 헛되이 다시 만회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그시간에, 내가 꼬집어 말할 수 있는 그 장소에서, 획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단숨에 획득했다. (중략) 바다 위에 떠가는 꽃들아,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보이는 꽃들아, 海草들아, 시체들아, 잠든 갈매기들아, 배의 이물에 갈라지는 그대들아, 아, 내 행운의 섬들아! 아침의 예기치 않은 놀라움들아, 저녁의 희망들아. 나는 그대들을 이따금씩 다시 보게 되려는가? 오직 그대들만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그대들 속에서만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다. 티없는 거울아, 빛없는 하늘아, 대상 없는 사랑아. <행운의 섬들 Les Iles Fortunees>
- P85

"당신도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남들과 교제하고 싶고 재미있게 놀고 싶어해요. 다만 당신은 신경이 예민한 분이라 다른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아서 속으로 웅크리기만 하는 거예요. 나도 당신 같았어요. 그 때문에 나는 죽게 된 거예요. 나는 나만을 위해 사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남들을 위해서 살고 있었던 거예요." <復活의 섬 L‘ile de Paques>
- P93

나는 파크 섬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대목을 열었다. 그 섬은 해골과 뼈들이 널려 있는 거대한 棺과 다를 바 없다. 그 섬이 기막힌 것은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백 개나 되는 거대한 彫像들 때문이다. 그 어느 사멸한 종족이 무엇을 위하여 그것들을 만들어 세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엄청난 우상들이 섬 가장자리에 가물가물한 높이로 세워져서 여행자들을 그토록이나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정은 돌연 정신나간 듯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눈에 보여요, 그것들이 눈에 보여요." 하고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고 그의 얼굴은 겁에 질려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가 어떤 우물의 번들거리는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그 우물 위로는 오직 그 야만의 우상들만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復活의 섬 L‘ile de Paques>
- P100

어떤 문명에 의해 형성된 어떤 정신의 소유자는 우리들의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기가 몸담고 사는 사회가 그의 명상을 방해하지 않아 주는 일뿐이다. <상상의 印度 L‘Inde Imaginaire>
- P107

마죄르 호반의 자갈밭과 난간을 따라가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저 그것의 영광스러운 대용품들이나 찾을 밖에! 그럼 무엇을?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가냘프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보호해주는 마른 돌담 하나만으로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씨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 주기에 족할 것이니...... 한 번의 악수, 어떤 총명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나의 보로메 섬들일 터이다. <보로메의 섬들 Les Iles Borromees>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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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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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별로고, 뒤표지에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쓰고 싶은데.....” 하는 소개 문구에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무슨 당연한 얘기야? 쓰고 싶으면 쓰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좋았다. 도움이 될 것 같은 말들이 많았다. 퇴고할 때는 첫 단락을 없애보고 마지막 몇 문장을 지워보라는 얘기는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에서 나온 귀한 충고였다.

  


  읽는 사람은 없는데 쓰고 싶은 사람만 많은 현실에 대한 저자의 불안 섞인 의문에 공감했다. TMI 수필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는 친구 사귀는 걸 귀찮아 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진짜 친구를 사귀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감정도 소모되니까, 친구인 척 하는 책을 읽으면서 만족하는 거겠지. 그런데, 그런 식으로 편하게만 살다가 안 그래도 낮은 관계 능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지?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쓰기’,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는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이유, 불편한 이유, 싫어하는 이유다.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에서는 특히 이 세 가지가 중요한데,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길게 쓸수록 좋다. 그 표면적인 ‘이유’가 거짓말일 때가 많아서다.
- P27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반드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 리뷰는 반드시 읽힌다고 해도 좋다. 폭넓은 소비층이 아니어도 소수의 확실한 팬덤이 있다면, 열성적인 검색을 통해 당신의 글은 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어쩌면 당신 자신이 그런 소수의 충실한 팬덤에 속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2차 창작, 팬아트는 특정 작품을 완전히 숙지한 사람들이 즐기는 고도의 리뷰 행위이기도 하다. 당신의 글에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질 독자를 얻기에 좋은 소재 선정일 수 있다.
- P72

조지 손더스는 시러큐스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졸업 연설에서,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에 대해 말했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 가난? 남에게 보일 만하지 못한 일을 해야 했던 것? 망신당한 일? 노년에 이른 작가가 후회하는 일은, 친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 P132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 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 P133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웠다고만 했기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달라.) 너무 어려워서 ‘말하자면 이런 건가요?’ 하고 자꾸 이상한 비유를 가져다 대는 학생에게 물리학과 교수가 말했다. "세상에는 한 번 정도 어렵게 어렵게 고민해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있다. 모든 걸 다쉽게 설명할 순 없다. 복잡해서 복잡한데 어떻게 쉽게 풀어주느냐." 필자가 이해를 못해서 어렵게 보이게 쓰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쓰느라 어려워진 글도 있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지를 다 쳐내고 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 대표적인 경우고, 역사 또한 그렇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해설서(심지어 비전공자의)만 읽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
- P170

데즈카 오사무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만화를 그릴 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하라고 썼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꽤 명쾌하지 않은가. 이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야 할지 의문이다.
- P196

퇴고하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중략) (5)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인용은 정확한가 (6)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9)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후략)
- P197

소설의 인기는 전 같지 않고, 자기계발서도 전만큼 읽히지 않는다. 인기 에세이의 주인공 중에는 ‘보노보노’ ‘곰돌이 푸’가 있다. 귀염성 없는 인간과 싸워도 승산이 없는데 보노보노와 싸워 이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P212

이런 책들의 내용을 TMI에 비유한 것은, 우울증에 대한 책이라고 우울증 얘기만 있는 게 아니고, 떡볶이 얘기도 등장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게 특정된 사연은 특정된 독자를 불러 모은다. 공감, 혹은 창작자가 읽는 나를 ‘알아(봐)준다’는 느낌이 중요해졌다. 책을 한 권 읽으면 같은 고민을 가진 한 사람의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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