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사님 설교 같은 느낌도 좀 들지만, 절대 뻔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도발적이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고 희망적이다.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점이 많았다.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느껴서 별을 하나 뺐다.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알라딘의 다른 리뷰를 보니, 재창작 수준의 오역도 않은 모양이다. 원서로 보고 싶은 책이다. )

미래를 상상하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 자신을 제대로 보살핀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떤 일을 해야 과감하게 도전하고, 신나게 일하며, 세상에 도움을 주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시간을 어떻게 써야 더 건강해지고 많이 배울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중략) 또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삶에서 혼돈을 줄이고, 질서를 재정립하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또 당신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 자신을 다스릴 수 있고 결국에는 원망과 앙심과 잔혹성을 떨쳐 낼 수 있다. 당신만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당신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당신을 지킬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하며 삶을 즐길 수 있다. (중략)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좋겠지만, 천국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중략)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당신 자신부터 시작하라. 당신을 보살펴라. (중략) 19세기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P103

현재는 언제나 결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아가려는 방향이다. 행복은 산 정상에서 느끼는 잠깐의 만족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길에서 느끼는 희망이다. 행복은 희망에서 나온다. 지금 걷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희망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 - P146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떤 목표도 세울 수 없다! 순종하며 배우지 않으면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고, 어찌어찌 훌륭한 목표를 세웠더라도 목표를 이루는 법을 모른다. 그리고 목표로 정할 것이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목표가 없으니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P159

아이들의 무한한 창의력이 어른들의 교육과 참견 때문에 제약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아이들의 창의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그리고 엄격한 제약이 창의적인 성취를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촉진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법칙과 체계가 아이들을 파괴한다는 믿음에는, 충분히 기회를 주면 아이들 스스로 언제 밥을 먹고 무엇을 먹을지 훌륭히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짝으로 붙어 다닌다. 이런 생각은 근거 없는 추정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면 햄버거와 프라이드치킨, 과자만 먹을 것이다. 피곤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밤새 부모와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어린 침팬지가 성인 침팬지를 괴롭히는 것처럼 아이들도 집 안을 어슬렁대며 의도적으로 어른을 자극하여 짜증나게 할 수 있다. 침팬지와 아이는 어른들 반응을 보고 자유의 한계와 범위를 인식한다. 그 한계를 확인하는 시점에는 일시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가 바로 아이들의 안전망이다. - P187

습관적으로 엄마 얼굴을 때리는 아기가 있다고 해 보자. 왜 그런 짓을 할까? 답은 분명하다. 엄마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나쁜 짓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이가 폭력적인 게 걱정되는가? 폭력은 당연한 것이다. 폭력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평화다. 평화는 배우고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188

자기방어가 아닌 경우에는 물어뜯거나 때리거나 발로 차지 마라.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고 위협하지 마라. 그래야 감옥에 가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절 바르게 먹어라. 그래야 즐거운 마음으로 너를 식사에 초대할 것이다. 친구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법을 배워라. 그래야 다른 아이들이 너와 함께 놀려고 할 것이다. 어른이 말할 때는 귀담아들어라. 그래야 어른이 너를 싫어하지 않고, 너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 할 것이다. 잘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잠자리에 들어라. 그래야 부모가 너를 귀찮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친척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따.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워해라. 그래야 지미있는 일에 초대받을 수 있다. 너와 함께하면 누구나 즐거워하도록 행동해라. 그래야 모두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 이런 규칙들을 알고 실천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것이다.- P205

높은 수준의 사회성이 갖춰진 후에야 개인의 정체성도 의미를 갖는다.- P213

당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100퍼센트 활용해 왔는가? 직장에서 전력을 다해 일하고 있는가? 혹시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 맥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형제와는 잘 지내고 있는가? 배우자를 존중하는가? 자식들을 애정으로 대하고 있는가? 건강과 행복을 파괴하는 나쁜 습관은 없는가? 당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친구와 가족에게 꼭 해야 할 말을 하는가? 주변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 있는가?
당신 삶을 깨끗이 정리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해 보자. 당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것들을 중단하라! 오늘 당장 중단하라! - P232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당신의 판단이 행동의 기준이다. 세상이 정한 행동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당신이 속한 문화의 전통을 무시하지는 말라. 인생은 짧다. 전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견한 것들을 혼자서 알아낼 만한 시간은 없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지혜는 어렵게 얻은 것이다. 전통과 문화 속에는 분명히 삶에 유익한 지혜가 있다.- P233

거짓 행동으로 삶을 왜곡하는 것을 중단하면 훨씬 더 나은 삶을 경험할 것이다. 그때쯤에는 조금 더 미묘하고 새로운 당신의 잘못이 드러난다. 그런 것이 있다면 역시 중단하라.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꾸준하게 하면 당신의 삶은 점점 단순해질 것이다. 판단력이 향상되면서 꼬이고 뒤틀린 과거 문제들도 정리된다. (중략) 그래도 인생의 비극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냉소와 기만으로 그 비극이 더 악화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타락의 길에서 빠져나온 당신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비극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만 머물도록, 그 비극이 불지옥으로 변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법도 알게 될 것이다. (중략) 당신은 여전히 나약한 존재지만, 맑아진 정신은 삶의 좋은 면을 발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당신은 누구보다 평화와 세상의 모든 선함을 지키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 P234

신분이 상승할수록 내면의 어둠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커진다. 피와 약탈, 파괴에 대한 욕망은 권력욕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인간이 단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권력을 탐하는 것은 아니다. 궁핍과 죽음, 질병을 극복하려고 권력을 탐하는 것도 아니다. 권력은 복수를 가능하게 하고, 복종을 강요하고, 적을 부숴 버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카인에게 권력이 있었다면 아벨을 그렇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이기 전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방법으로 아벨을 천천히 괴롭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다른 대상을 찾아냈을 것이다.- P268

진화론의 핵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에 배운 기독교 교리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그 후로 나는 기독교 신앙의 기본적인 교리와 소망적 사고를 구분할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의 대안으로 사회주의에 잠깐 관심을 두었지만, 사회주의도 실체가 없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위대한 작가 조지 오웰을 통해, 사회주의적 사고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에 대한 증오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 P283

내가 무엇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실 세계는 고통에 짓눌려 있다. 이 명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중략) 고통은 실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 내 믿음의 밑바탕이 되었다. 내 의식의 밑바닥과 내 모든 생각과 행위를 낱낱이 뜯어봤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치의 수용소 교도관이나 수용소 군도의 인민 위원 혹은 지하 교도소에서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당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비로소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 최악의 죄가 순전히 고통을 주려는 목적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선은 그 와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이다. 그런 잘못된 행위를 멈추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선이다.- P286

이런 추론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도덕률을 정리할 수 있었다. 높은 목표를 지향하라. 주의하고 집중하라. 고칠 수 있는 것이면 고쳐라. 현재의 지식에 교만하지 말라. 겸손한 마음을 가져라. 전체주의적 자만심은 무자비와 억압, 고문과 살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을 정확하게 인지하라.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과 악의, 원한과 증오를 인정하라. 남을 비판하기 전에,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서기 전에 나의 잔혹한 심성을 살펴라. 어쩌면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무엇보다, 거짓말하지 말라.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하지 말라. 거짓말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나치와 공산주의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P286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삶은 아무리 원망해 봤자 바뀌지 않는다.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삶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수고로움을 덜고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오늘은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라. 귀찮아서 오랫동안 미뤄 둔 서류 작업도 좋다. 어질러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이 모두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다.- P288

쉬운 길을 선택해서 원하는 것을 갖는 것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의미 있는 것을 갖는 편이 훨씬 낫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미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면 의미는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 P290

전체주의자는 개개인이 삶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부정한다. 전체주의는 ‘발견되어야 할 것은 이미 발견되었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정확하게 전개될 것이다. 완전한 시스템이 체택되면 모든 문제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중략) 특히 공산주의는 억압받는 노동자에게보다는 지적인 오만함으로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지식인들에게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약속한 유토피아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탈린의 러시아, 마오쩌둥의 중국, 폴 포트의 캄보디아가 지옥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곳 국민은 동포를 배신하고, 직접 보고 겪은 일을 외면했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 P315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내는 로고스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재물로 바친다.’ 이 하나의 문장이 기독교 교리를 압축해 보여 준다.- P321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라.
진실은 구호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의견이라고 해서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진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당신의 진실은 당신이 처한 독특한 환경에 근거하고 있다. 오로지 당신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개인적인 진실을 파악한 뒤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신중히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해 보라. 그러면 현재의 믿음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확실한 안전과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P330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혼돈이 얼굴을 드러낼 때 우리는 말을 통해 혼돈을 바로잡고 질서를 찾을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것이든 분류하고 정돈해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389

서구 사회에서 성공 가능성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지능과 성실성이다. 지능은 인지 능력이나 지능 검사로 측정되는 것이고, 성실성은 근면함과 유순함으로 대표되는 성격 특성이다.
- P435

개는 사람의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다. 길들어지고 사회적이며 위계질서를 따른다. 개는 가족 서열 밑바닥에서도 즐거워한다. 관심을 받는 만큼 충성과 존경과 사랑으로 보답한다. 한 마디로 개는 위대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동물이다. 사회적이지도 않고,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위계질서를 따르지도 않는다. 완전히 길들어지지도 않는다. 재롱을 부리지도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개는 주인 말을 잘 따르지만, 고양이는 스스로 결정한다. 고양이는 자기만의 이유로 인간과 자발적으로 교감하는 듯하다. 내가 보기에 고양이는 자연 그 자체이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존재다. 인간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느낌마저 든다.- P486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존재의 경이로움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보상해 준다는 것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 P488

세상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자신이 존재하는 게 존재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 (중략)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들과 공유하라. - P4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하기 쉽고 요점이 분명하다.

이 병은 1494년부터 그 이듬해에 걸쳐 프랑스 샤를8세가 나폴리를 포위했을 당시 유행했다는 최초의 기록이 남아 있다. (중략) 프랑ㅅ군 진영에 있떤 용병들은 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위스, 폴란드, 헝가리 등 각자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그들은 이 무시무시한 병을 유럽 전역에 골고루 퍼뜨렸다. 매독은 러시아에서는 ‘폴란드 병‘, 폴란드에서는 ‘독일 병‘, 네덜란드에서는 ‘스페인 병‘, 영국과 이탈리에서는 ‘프랑스 병‘으로 불렸다. 정체불명의 꺼림찍한 질병을 남의 나라 탓으로 돌리고 싶어 했떤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던 모양이다.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랑이가 아직 흡연의 해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가 갓 서른을 넘겼을 무렵, 도서관에 있는 진중권의 책을 하나씩 하나씩 전부 빌려 읽었던 적이 있다. 경쾌하게 움직이는 두뇌와 폭넓은 독서 경험에, 자유에 대한 열망과 어리석고 거짓된 것들에 대한 증오가 더해진 그의 글은, 읽는 것만으로 해방감이 느껴졌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이제는 10년도 더 전이 된 그 때의 일이 기억났다. 다른 네 명의 저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진중권이라면 믿고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다 읽고 난 감상은, 다섯 명의 공동저자 중에 진중권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의 진중권의 역할은 요즘 세상에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공동저자들의 말을 분위기를 맞춰가며 잘 들어주는 것이다. 머리가 좋고 아는 것이 많은 아재라 찰떡같이 알아듣고 필요할 때 정리도 잘 해 주고 궁금한 대목에서 질문도 잘 해 주고 보충 설명도 적절하게 잘 해 주어서 아주 도움이 된다. (서민 역시 비슷하게 청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쪽은 진중권보다 더 아는 것이 없는 만큼 아는 것 없는 독자와의 거리가 더 가까운데, 그래도 서울의대를 나온 머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어서 같이 얘기하고 있으면 든든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새로운 정보는 주로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로부터 들은 것들이었다. 조국 사건에 대한 뉴스 보도가 그렇게 오래 지속되었음에도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 자체를 그들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르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솔직히 충격이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거 알았느냐고 물어보며 그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상태라는 것을 알고, 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대중 조작이 이 정도까지 왔다는 사실이 무서워졌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자기가 속는 줄도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답답한 세상에, 그래도 이렇게 친절하게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똑똑한 선배님들이 열을 올려 하는 이야기 자리에 끼어 앉아, 말은 못 해도 가슴을 두근거리며 행여나 놓칠 세라 한 대목 한 대목을 열심히 듣고 있는 어리버리한 후배가 된 것 같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 지금은 이런 정보를 얻어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진중권) 뉴스의 비판적 수용자는 사라졌고 오늘날 대중은 자신을 콘텐츠 소비자로 이해합니다. 진위보다는 핵잼, 노잼으로 평가의 기준이 바뀌죠. 이제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기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말, 재미있는 말을 해주는 기사를 요구해요. 굉장히 감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죠. 설사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아요. 왜냐면 그것은 문화 콘텐츠잖아요. 예컨대 사극을 보면서 "기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비판하지 않잖아요. 극의 내용이 역사책과 다르다면서 화내지 않습니다. 이런 것처럼 거짓말해도 용서가 되는 거죠. (중략) 이른바 포스트 트루스, 탈진실 현상들이죠. 요즘 대중은 ‘독자’로서 신문기사에 진실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소비자’로서 자기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를 원합니다. 거짓말이라도 듣기 좋으면 되는 거죠. 이른바 ‘소비자 민주주의’ 현상인데, 이는 사실 민주주의라고 하기 힘든 거죠.
- P26

(강양구)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지 않습니까. 비판하고 따질 준비를 해야 하고, 과정 과정마다 토론이 필요하니까요. 게다가 ‘옳다 그르다’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맥락에 따라 옳은 것이 그를 수도 있고, 그른 것이 옳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섬세한 독해가 요구됩니다. 그런데 ‘옳다 그러다’를 ‘좋다 싫다’로 바꿔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게 편하고 선명해집니다.
- P28

(진중권) 옹이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에서 구술문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상태를 조사한 것이 있는데, 거기에 따르면 구술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어조는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호전적이고 격정적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개인주의’도 실은 문자문화의 산물입니다. 구술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을 독립적인 개인이라기보다는 촌락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깁니다. 마셜 매클루언이 ‘지구촌’이라고 했지요. 이 촌락문화가 전자매체의 영향으로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됐다고 할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친구가 뚝뚝 떨어져나가면 굉장한 상실감을 느끼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고, 마치 공동체로부터 처벌을 받은 느낌 혹은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한 느낌을 받게 되죠.
- P47

(진중권) "언어가 말을 한다" 하이데거의 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프레임을 받아들이면 계속 그 프레임이 허용하는 말만 하게 된다는 거죠. 사람이 말하는 게 아니라, 뇌에 입력된 프레임이 그의 입을 움직이는 거죠. 또 하이데거는 "민중은 항상 창작을 한다"는 말도 했어요. 민중은 늘 이야기를 창작하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과학의 시대에도 민중은 모든 것을 스토리텔링으로 번안해, 그것을 현실로 여기고 싶어 합니다. 과학적 설명은 너무 복잡하고 짜증나잖아요. 게다가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거든요.
- P83

(강양구) 사실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주화 운동가 출신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여권의 정치 원로의 고백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람이 없어." 그가 이렇게 말한 맥락이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만 해도 앞에서 여러분이 언급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내가 건의했다", "나랑 토론했다" 이런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거든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독대해서, 토론하고, 건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다는 거예요.
- P259

(강양구) 어딘가 하소연하고 싶을 때, 딱 자기 마음을 알고 대신 말해주는 정당. 그런 정당이 있으면 거기가 내 편이 되는 거잖습니까?
(진중권) 그런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진보주의자들은 항상 너희들은 무식해서 그러는 거야. 뭘 몰라서 그러는 거야. 비꼬고, 비웃고, 조롱하고 이런 코드였잖아요.
(강양구) 그런 말을 진중권 선생님이 하는 것은 좀 거시기하네요. 그랬던 당사자 아닙니까.
(진중권) 그러다가 이 꼴이 됐잖아. 내가 산 증인이에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데 난 이 버릇 못 고칠 것 같으니까 여러분이라도 그러지 마세요.
- P279

(진중권) 정치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고,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에요. 저들은 권력을 잡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잖아요. 자신이 가진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은 권력을 잡지 못한다 해도 다른 수단으로, 즉 정치를 견인하는 것으로도 사회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저 작은 의석수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지지해 봐야 사표 되는 거 아닌지 걱정합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어야 해요. 우리가 국회 10석 가지고 이런 일들을 했는데, 20석이면 오죽하겠냐고 설득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배패감에서 벗어나야 해요. 패배의 기억은 저번처럼 자연스레 민주당과의 연대에 골몰하게 만듭니다.
- P3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대한 작가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출발점을 잘 보여주는, 짤막하지만 의미심장한 소설. 유머러스한 점이 특히 좋다. 자기 자신이 젊은 시절부터 저질러 온 어리석은 짓에 대한 40대 작가의 이불킥이 들어있는 듯해서 호감이 간다.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가 누구든 간에 절대 이성과 이익의 명령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길 좋아했던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할 수 있고 이따금씩은 꼭 그래야만 한다.
- P43

나는 녹초가 될 정도로 흥분에 시달렸다. 내 손으로 구두도 한 번 더 닦았다. 아폴론은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구두를 하루에 두 번씩 닦지는 않을 위인, 그런 건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위인이었다. 해서, 내가 직접 구두를 닦은 것이었는데, 어쩌다 저놈한테 들켜서 나중에 멸시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구두솔은 현관에서 몰래 가져왔다.
- P109

"안 돼!" 나는 다시 썰매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이렇게 예정된 일이다, 이건 숙명이다! 달려, 더 빨리 달려라, 거기로!" 이렇게 조바심을 내며 나는 주먹으로 마부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아니, 나리, 왜 사람을 치고 그러쇼?" 이렇게 소리를 치면서도 무지렁이 마부는 여윈 말을 채찍질했고, 때문에 말은 뒷발을 힘껏 구르기 시작했다.
- P134

가령 이놈의 월급만 하더라도 이삼 일도 미룰 수 없었다. 그랬다간 엄청난 소동을 일으켰을 것이고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으려고 절절 맸을 것이다. (중략) 그러니까 이놈은 일단 굉장히 엄한 눈초리를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몇 분 동안 계속 나한테서 눈을 떼지 않는데, 나를 맞이하거나 외출하는 나를 배웅할 때는 특히 더 그랬다. 내가 가령 이 시선을 알아채지 못하는 척하며 견뎌 내면 이놈은 예전처럼 말없이 다음 단계의 고문에 착수했다. 즉, 내가 방을 거닐거나 책을 읽고 있을 때 갑자기 밑도 끝도 엇ㅂ이 어슬렁거리며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와 문 옆에 멈춰 서선 한쪽 손은 등 뒤로 돌리고 한쪽 발은 뒤로 뺀 채 이미 엄격하다기보다는 완전히 경멸에 찬 시선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래에 계속)- P175

(위에서 계속)
내가 갑자기 이놈한테 무슨 용건이냐고 물으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몇 초간 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 다음에, 왠지 유별나게 입술을 앙다물고 사뭇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자리에서 느릿느릿 몸을 돌려 또 그렇게 느릿느릿 자기 방으로 물러난다. 그러다 두 시간쯤 지나면 갑자기 또 자기 방을 나와 또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중략) 이러고도 내가 정신을 못 차려 계속 반항하면 이놈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이런 한숨만으로 나의 정신적 타락의 심연을 몽땅 재려는 듯 길고 깊은 한숨이었다. 물론 결국에는 이놈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나는 미친 듯 날뛰며 고함을 질러 대지만 어쨌든 문제가 됐던 그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됐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개정판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적 사실들에 대한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 몸을 아끼지 않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체험한 모험들의 생생한 기록 , 여러 인물들에 대한 매력적인 묘사, 세련되고 지적인 유머가 있는 책이다. 

양도 아주 넉넉해서 오랫동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포식자란 외부로부터 먹잇감을 찾아 잡아먹는 비교적 큰 맹수들이다. 반면 병원체(바이러스 등 질병을 일으키는 매개체)는 내부로부터 먹잇감을 찾아 잡아먹는 비교적 작은 맹수들이다.
- P26

실험실에서 일하는 바이러스학자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다니는 타입이 아니다. 술집에서 과장된 손짓을 해가며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는지 자랑삼아 떠벌이는 바이러스학자는 없다. 이들은 대개 핵엔지니어처럼 집중력이 뛰어나고 말쑥하며 조용하다. 하지만 야생에서 바이러스가 어디 사는지 찾아내는 일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예를 들어 그리즐리 곰을 잡아 서식지를 옮겨놓는 일처럼 위험수준을 통제하기 어려운 현장업무다. 물론 야생에서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사람들 또한 실험실의 전문가들처럼 소란스럽고 부주의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럴 여유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일은 훨씬 시끄럽고 어수선하며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 P33

내게 수학이란 직접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번역된 문학작품을 통해 존경심을 갖고 있는 언어와 비슷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러시아 문학이나 카프카, 무질, 토마스 만 등의 독일 문학과 같달까. 학창시절에는 라틴어만큼이나 대수학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타고난 재주가 신통치 않았던지 아이네이스의 비밀스런 음율만큼이나 미분방정식의 오묘한 음악도 도통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20세기 초에 말라리아와 다른 감염병의 유행을 둘러싼 연구에서 비롯된 다른 두 가지 수학적 질병이론이 중요할 뿐 아니라 흥미롭다고 말한다면 독자들은 믿어도 좋을 것이다. 나같은 사람조차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면 틀림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P178

"현장에서 일하시나요?"
"아니요. 저는 분자생물학자입니다."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에게 주택 페인트 작업도 하느냐고 질문한 격이었을지 모르지만 레오 푼Leo Poon은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칭찬할 사람을 칭찬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제 동료 중에 고양이과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구안 이Guan Yi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학자의 감각을 지니고 있는 데다 황동으로 만든 마카크원숭이만큼이나 배짱이 좋지요. 이 친구가 중국에 가서 지방 관리들을 구워삶았답니다. 선전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취급하는 시장 중에 제일 큰 곳을 찾아가 동물들의 인후와 항문, 그리고 배설강에서 면봉으로 검체들을 채취해왔다지 뭡니까.
- P230

그러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인은 SARS-CoV가 인체를 침범하는 방식 자체일 것이다. 우선 증상이 감염력이 매우 높아지기 전에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아마 기침까지도 본격적으로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전에 시작된다. (중략) 독감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서는 이 순서가 반대다. 증상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감염을 퍼뜨리고 다닌다. 위험이 닥친 후에야 경고가 따라오는 셈이다. 사스라는 질병이 이랬다먼 2003년 유행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고 훨씬 암울하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 P258

11월의 코네티컷 숲 속에 사는 흰꼬리사슴은 금요일 밤 맨해튼 남부의 독신자 전용 술집만큼이나 짝을 찾는 음란한 동물들로 바글거린다. 불쌍하게도 암사슴 한 마리의 몸 위에 검은다리진드기 성체가 1천 마리 정도 붙어 있을 수도 있다. 사슴의 피부를 기어다니던 진드기 수컷이 이미 자리를 잡고 사슴의 피를 빠느라 꼼짝할 수 없는 암컷과 마주치는 순간 짝짓기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절지동물의 섹스에 로맨스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배를 채운 암컷과 욕정을 채운 수컷은 사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파트너를 찾는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므로 4주에 걸친 진드기 생식 기간 동안 한 마리의 흰꼬리사슴이 200만 개의 진드기 수정란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혈액을 공급한다. 반만 부화해도 사슴 한 마리당 백만 마리의 유충이 기생하게 된다.
- P314

오스트펠트Richard Ostfeld는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생태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다. 그건 모호하고 뻔한 소리일 뿐이다. 과학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동물종이 다른 동물종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떻게 변화나 교란이 일어나고, 그 결과는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일이다.
- P324

광견병의 숙주는 대개 개나 여우, 스컹크, 또는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동물을 무는 육식동물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이들의 뇌로 들어가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숙주는 미쳐 날뛰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그 사이에 바이러스는 뇌뿐만 아니라 침샘으로도 이동한다. 침을 통해 새로운 희생자의 몸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결국 숙주가 광견병으로 죽거나, 애티커스 핀치Atticus Finch의 총에 맞아 죽더라도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전염시키는 데 성공한다.
- P372

마지막 박쥐를 놓아주기 전에 앱스타인Jon Epstein은 아리프의 통역으로 주민들에게 짧게 연설을 했다. 우선 과일나무와 다른 식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박쥐들이 그토록 많다는 데 대해 마을 사람들의 큰 행운을 축하하며, 자신과 팀원들은 박쥐의 건강을 연구하면서 동물들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주지시켰다. (중략) 나중에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 여섯 마리 중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니파 바이러스에:인용자)감염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어려운 점이에요. 완벽하게 건강해 보이죠? 겉으로는 구별해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조심을 하는 거지요."
- P427

사람들은 걱정한다. 심각하다는 정도는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들을 자세히 알아볼 시간이 없고, 관심도 없다. 경험상 그런 주제, 즉 무시무시한 신종 질병이나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 세계적인 유행병에 관해 책을 슨다고 하면 자세한 내용을 궁금해하기보다 결론만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질문한다. "우린 다 죽는 건가요?" 언제부턴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기로 했다. 물론, 우리는 모두 죽는다.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두 세금을 내야 하고,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오리나 침팬지나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된 신종 바이러스보다는 훨씬 평범한 원인들로 죽을 것이다.
- P6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