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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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중요한데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들이 적혀 있는 책이다. 흥미진진했다.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은 번역이 아쉽다. 한국어 문장이 이렇게 서툴러서야 좋은 원서가 아깝다. 시간을 가지고 문장을 다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기에 질소가 아무리 많아도 식물이나 동물이 성장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활성적이고 무효한 무기물이다.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에 필요한 질소는 형태가 다르다. 학자들은 이를 고정 질소라고 부른다. 고정 질소를 얻을 수 있는지(보통은 얼마나 부족한지가 되겠지만) 여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생물에게 제약으로 작용하며 식물계의 ‘제한 요소limiting factor‘가 된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초식동물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략) 자연계에서 고정 질소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배나 콩 같은 식물의 뿌리에 사는 특정한 박테리아나 번개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고정 질소를 얻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고정 질소의 양은 적다. 그 결과 바다 한가운데서 갈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처럼, 인간이 사용할 수 잇는 질소는 늘 부족했다.
- P3

중세 후반, 화약 제조법은 중동과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중동과 유럽에서도 똑같은 소금(차이나스노라고 부르던 질산칼륨이었다)이 있었는데 담벼락, 특히 지하실 벽에서 볼 수 있었다. 로마인들이 살 페트라이(sal petrae, 돌소금)라고 부르던 것이었다. 후에 중요한 소금을 통칭하는 이름, 초석(礎石)이 되었다. (중략) 1500년대 유럽에는 무기 경쟁의 바람이 불었다. 모든 나라가 화약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화약 한 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석 4분의 3통이 필요했다. 초석을 얼마나 구할 수 있느냐가 국가의 생존을 결정했다. 문제는 초석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돌과 땅에서 한 번 긁어내더라도 다시 생겨났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다시 채취할 정도가 되려면 몇 년이 걸렸다.
- P32

18세기에 이르러 ‘초석 농장’에서 초석을 재배하는 기술을 완성하게 되었다. 초석이 빠르게 형성되는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초석을 채취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얕게 판 여러 개의 도랑에 점토와 함께 흙과 거름, 음식물 찌꺼기, 재 등이 혼합물을 채운 다음, 긴 봉분 모양으로 쌓아 하수와 소변으로 수분을 공급했다. 몇 달 동안 햇빛으로 숙성시키면 딱딱한 초석 껍데기가 자라면서 작고 흰 꽃 모양의 미세한 결정체가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농장을 제대로 운영하면 2년에 한 번씩 1세제곱미터의 흙에서 초석 2-4kg을 생산할 수 잇었다. 수고스럽고, 지저분하고 노동집약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생존에 필수적인 일이었다.
- P33

하지만 초석은 여전히 부족했다. 몇몇 동굴에서 천연 초석이 대량으로 발견되자, 전 세계를 찾아디니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이집트, 이란의 암석 지대에서 상당량의 초석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나라에서 필요한 화학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초석이 엄청나게 많이 저장된 곳은 인도 갠지스 강의 진흙 밭이 유일했다. (갠지스 강의 강물과 높은 기온, 소의 배설물이 결합하여 엄청난 천연 초석 농장을 형성한 듯하다.) 영국 동인도 회사는 17세기 중반 화물선을 이용해 초석을 몇 톤씩 영국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초석은 동인도 회사의 가장 중요한 화물이었다. 인도는 초석이라는 피수적인 천연자원 때문에 유럽인들의 식민지 확장에 매우 중요한 표적이 되었다. 또한 초석은 영국이 인도를 침략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요인이었다.
- P34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구아노는 다연 친차 섬에서 채취한 것이었다. 당시 페루 정부는 매우 불안정했지만 (1824-1841년 동안 스무 번이 넘게 정권이 바뀌었다.), 구아노가 황금만큼 귀중한 것이라는 수세기 전 잉카인들의 지혜를 깨닫기 시작했다. 누가 정권을 쥐고 있든 해외 시장에 구아노를 수출하면 정권을 지원해줄 돈을 벌 수 있었다. (중략) 1859년 구아노 판매 수입은 페루 예산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
- P50

구아노 수요가 워낙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1856년 미국 의회는 구아노 제도 법Guano Islands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 시민권자는 누구나 구아노 채취를 위해 전 세계 어느 무인도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그곳을 미국 영토로 할 수 있다는 법안이었다. (중략) 수십 년 만에 미국은 이 법으로 하와이와 사모아 사이의 드넓은 태평양 여기저기에 흩어진 94군데의 섬, 암초, 산호초 등의 영토권을 차지했고, 나중에 이 지역은 아메리칸 폴리네시아로 알려진다. 카리브해에도 이런 지역이 있었다.
- P53

칠레의 완벽한 승리였다. 페루는 리마와 약간의 자존심을 얻는 대신, 승자에게 타라파카 등 질산염이 풍부한 사막 모두를 전리품으로 양도했다. 이 말은 1881년부터 칠레가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유일한 곳을 독점했다는의미다. 요즘으로 생각하면 단일 국가가 전 세계 유전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칠레는 이제 막 부국이 되려 하고 있었다. (중략) 질산염은 칠레가 현대적인 국가로 진입하는 비용을 마련해 주었다.
- P75

19세기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들은 운이 좋았다. 다른 나라와는 다릴 유대인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려 있었다. 훌륭한 독일 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었고, 교편을 잡는 것도 가능했다. 하버의 아버지처럼 사업을 해서 성공할 수도 있었다. 변호사나 기자, 의사, 과학자가 되는 길도 열려 있었다. 유대인들은 독일의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독일 과학자 중 20퍼센트가 유대인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 장교나 고위 공무원 등 일부 직업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했다. 숨어 있던 반유대주의 정서가 가끔 수면 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야만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독일에는 집단 학살이 없었다.) 가난한 독일인들이 유대인의 성공을 시기하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또한 군을 장악하고 잇던 프로이센 귀족을 비롯한 독일의 오랜 귀족사회에서는 반유대주의 정서가 유독 깊어 보였다.
- P96

하버에게 신은 모세가 섬겼던 신도 아니었고, 베드로가 섬겼던 신도 아니었다. 과학이라는 신이었다. 합리성이야말로 오랜 편견에서 벗어나고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으로 가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독일은 최상의 조건을 갖춘 나라였다. 전 세계에서 과학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독일의 대학에는 최고이 교수진이 있었고, 독일의 산업은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중요한 과학적 발견과 이론을 성취했고 노벨상 수상자도 가장 많았다. 따라서 하버에게 과학은 국민적 자부심만큼 중요했다. 이 둘이 더해져 하나의 삶의 방식을 이루었다.
- P100

그들은 다양한 촉매와 여러 조건을 바꾸어가며 실험했다. 세 가지 요인인 압력, 온도, 촉매를 바꿔가며 최적의 균형값을 찾았다. (중략) 1908년 초 하버와 르 로시뇰이 공기에서 추출한 암모니아의 양은 이전보다 몇 배 이상 많았다. 아직 업계에서 이용하기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고, 하버는 앵글러와 상업적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략) 앵글러는 하버에게 바스프로 가는 입장권을 주었다. 바스프의 수장 하인리히 폰 브룬크가 기꺼이 하버에게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09

하버는 달렘이라는 과학의 에덴동산에 자리를 자보, 그곳에서 독일 황제의 이름을 걸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위대한 개발에 매진하고 싶었다. 카이저빌헬름연구소(KWI)는 과학계에서 상당히 새로운 시도였다. 정부가 제공한(비록 대부분 개인들이 자금을 대긴 했지만) 땅에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아 집을 제공하고 학계와 기업의 구속에서 벗어나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의도였다. 미국의 카네기 연구소를 부분적으로 본보기 삼아 설립되었다. (중략) 하버 같은 유대인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장교로 군복무하는 것(유대인은 자요로 군복무를 할 수 없었다)의 대안이자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일 기회였다. (중략) 이곳 달렘의 과학계에서는 유대인이 독일의 문화와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가 많았다. (중략) 하버의 가장 친한 친구에 따르면 그곳에서 "프리츠 하버는 위대한 과학자에서 위대한 독일인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 P162

1911년 5월 7일, 보슈가 공장 건축의 책임을 맡은 오파우 공장 건설이 시작되었다. 보슈는 설계와 건축을 전부 감독했다. 복잡한 프로젝트의 여러 부분을 처음부터 끝가지 꿰어 맞추는 종합 계획 시스템total planning을 도입했다. (중략) 완공된 건물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었다. 1911년에 나온 디자인이라기보다는 1950년대 산업디자인에 가까웠다. 단순하고 깔끔한 선과 넓고 개방적인 공간에, 자연 조명과 환기를 위해 커다란 창문을 냈다. 오파우에서 공사가 시작한 지 16개월 만인 1913년 9월, 공장이 완공되었다. 시운전 기간 동안 고장과 지연을 테스트했지만, 숙련된 보슈의 팀원들이 처리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들이 발견한 개선점이 모두 적용된 대형 오븐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1년 후, 오파우에서는 암모니아로 만든 비료가 매 시간마다 수 톤씩 생산되었고, 칠레산 비료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되었다. 생산이 최고조에 이르자, 수익은 엄청났다.
- P166

1925년 가을, 공식적인 이름은 Interessen-Gemeinsxhaft Farbenindustrie AG (염료 산업 이익 공동체 주식회사)로 했고, 간단히 줄여 이게파르벤(IG Farben) 혹은 파르벤으로 정했다. 파르벤은 창립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기업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기업이었으며, 모든 회사를 통틀어 직원 수로는 (US스틸과 제너럴모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기업에 포함되었다. 보슈는 회장에 임명되었다.
- P262

보슈는 화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었다.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고, 일을 바로잡을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을 찾는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은 것이 있다면, 거대한 도전을 앞두고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그에게 걸린 기대감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반대로 공산주의자가 개인을 국가의 복지 다음으로 대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저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공익보다 덜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그렇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그러한 욕망이 인간의 본성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P286

(1933년-인용자) 9월이 지나 10월이 되었고, 달렘에서 공식적으로 떠나기로 한 날짜가 지나갔다. 게시판에 붙은 하버의 쪽지만이 그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 "이 쪽지를 남기며, 저는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를 떠납니다. ......제가 이끌었던 지난 22년 동안 평화시에는 인류를 위해, 전시에는 조국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저 스스로 평가해도 된다면, 저는 과학계와 국방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 P305

플랑크는 개인적으로 초대장을 보냈고, 행사는 1935년 1월 29일 하버가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 달렘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중략) 행사일이 되자 플랑크는 행사장에 서서 누가 나타나는지 보며 기다렸다. 나치당원들은 문 옆에서 서서 참석자들의 이름을 적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나치당원들은 문 옆에 서서 참석자들의 이름을 적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여성으로, 정부의 금지 조치로 직접 참가하지 못하는 남자의 아내들이었다. 남편의 마음을 대변하려고 참석한 것이었다. 일부 군인들이 줄을 지어 입장했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하버의 동료들로 몇몇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행사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카를 보슈를 필두로 이게파르벤의 대규모 대표단이 도착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중략) 하버 추모 기념식은 혁명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단지 하나의 제스처에 불과했다. 하지만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독일 과학자와 그들의 대표가 나치의 비위를 거스르면서도 공개적으로 모였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 P314

독일 군수 장관 알베르트 슈페어가 말했듯이 콘크리트와 폭탄의 대결이었다. 로이나 전투로 불리게 된 이 전투는 거의 1년 동안 계속되었다. 날씨가 허락하는 한 폭격기들은 계속해서 이 지역을 폭격했다. (중략) 전쟁이 끝난 후 슈페어는 연합군이 로이나를 비롯한 합성연료 공장들만 밤낮으로 폭격했다면 전쟁은 8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전쟁이 끝나기 전, 연합군은 로이나에 22번의 대규모 공습을 가했고, 그 공습에서 폭격기 6000여 대가 1만 8000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 P325

보슈가 만든 꿈의 기계는 마침내 세 번째 독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박살이 났다. 하지만 그 기계는 다시 살아나 전 세계로 퍼져나가, 로이나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보슈가 상상했던 것보다 효율적인 공장이 되었다. 보슈의 고압 기술은 군사용 목적이 아닌 보슈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데 이용되었다.
- P327

1961년까지 중국인 3천만 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약진 운동 대신, 마오는 역사상 최악의 대규모 아사 사건인 중국의 대기근을 촉발했다. (중략) 1970년대 초까지 중국의 평균적인 식단은 한 세대 전보다 나빠졌다. 그 사이에 있었던 사건은 큰 홍수 한 번, 긴 가뭄 한 번이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를 대규모 기근에 빠트렸다. 바로 35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오늘날 중국은 심각한 비만 증가와 싸우고 있다. 그때와의 차이점은 하버-보슈 공법이다. 중국 정부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베이징 방문 이후 체결한 첫 번째 중대한 상업적인 거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최신의 현대적인 하버-보슈 고정 질소 공장 13곳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 P330

더 직접적으로 하버-보슈 공정의 영향을 가늠하고 싶다면 자기 몸을 보면 된다. 내 몸 안의 질소 중 절반가량이 하버-보슈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질소는 질소일 뿐이다. 하버-보슈 암모니아에 존재하는 원자들은 최상의 천연비료에 존재하는 원자들과 정확히 똑같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어떻게든 내가 숨쉬는 공기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내 피와 피부, 머리칼, 단백질, DNA에 존재하는 질소의 절반은 인간이 합성한 것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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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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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의 특징은 과학적인 사고에 기반해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그 세계관을 바탕으로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직조해 나가는 것이다. 유명한 책이라기에 읽게 되었는데, 과연 하이엔드 급 SF 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었다. 발상도 구성도 표현도 흠 잡을 데가 없다. 놀랍고 매력적이다.


힐라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밤의 정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밤이란 하늘을 향해 드리우는 대지의 그림자였다. - P27

언제나처럼, 한 인간이 수행하는 역할은 그보다 훨씬 더 성숙한 인간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내 눈에 이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애들처럼 보인다. 나는 그들의 진지함을 재미있어하고, 과거에는 나도 이들과 똑같이 행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창피해한다. 이들의 행동은 이들 입장에서 볼 때는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도저히 그런 일에는 참여할 수 없다. 성인이 되면서 유치한 일들과는 인연을 끊은 것과 같은 문제이다. 이제 보통 인간달의 세계와의 접촉은 오로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에만 한정시킬 작정이다. - P81

닐 자신도 휴머니스트 운동의 팸플릿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의 기억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타락 천사들에 관한 언급이었다. 타락 천사들의 강림은 드물었고 행운도 악운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들은 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 불가능한 자신들만의 일을 수행하면서 인간계를 잠깐 지나갈 뿐이었다. 그들이 나타날 때면 사람들은 질문을 하곤 했다. 당신들은 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당신들은 왜 반란을 일으켰는가? 타락 천사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너희의 일은 너희가 결정하라. 그게 바로 우리가 한 일이다. 너희도 우리처럼 하면 될 것이다. - P340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사춘기를 거치는 일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래끼리의 압력만으로도 종이컵처럼 우그러질 수 있는 겁니다.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런 압력 중 하나이고, 그런 압력을 완화할 수만 있다면 그게 뭐든 무조건 좋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외모 문제에 관해서도 좀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좀더 자신을 가지고 안정된 상태에서 자신의 겉모습에 안주할 수 있게 되지요. 잘생겼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나이에 이렇게 성숙한 수준에 도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어섯 살에 그렇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른 살 혹은 그 이상이 되어서야 겨우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여덟 살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이고, 이때가 되면 모든 사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믿고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 P375

코카인을 예로 들어 봅시다. 천연 형태의 코카 잎은 쾌감을 줍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요. 그러나 정제하고 순환하면, 그것은 여러분의 쾌락 수용기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강렬하게 자극하는 약물로 변신합니다. 그러면 중독성이 생기는 거지요. 아름다움 또한 광고주들 덕택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중략) 백만 명에 한 명밖에 없는 피부와 골상을 가진 사람에게 전문적인 메이크업과 수정을 가한다면, 여러분이 보게 되는 것은 더 이상 천연 형태의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제된 약제급의 아름다움이고, 미모의 코카인입니다. (중략)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은 슈퍼모델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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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분지 강원도달비장수 감비 천불붙이 첫눈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22
천승세.방영웅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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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현의 "분지(糞地)"는 미군에게 강간당하고 자살한 어머니와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여동생을 둔 남자가 미군 상사의 아내를 강간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여성 성기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그로테스크했다. 발표 후 북한 신문에도 실리고, 남북이 함께 좋아했던 모양이다. '굉장한 의식 변화이자 진보'라는 평론가의 말은 이 사람만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문단 대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인 듯하다. 민족주의의 광기다. 

"원더풀"
얼마 만에야 무슨 위대한 결론이라도 내리듯 이마의 땀을 씻으며 겨우 한마디 하고 여사의 몸에서 내려온 저는 세상이 온통 제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치부의 면적이 좁았는지 넓었는지에 관해서는 별반 기억에 없었지만 좌우간 이제 분이를 향하여 자신하고 한 마디 뭔가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감격으로 사뭇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지요. 비취 여사는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헬프 미! 헬프 미!"
위태로운 비명과 함께 정신없이 산을 뛰어내려가더군요. 왜 저럴까. 형클어진 머리며 찢어진 옷. 달아나는 여사의 뒷모습은 분명히 언젠가 당신이 발광하여 돌아오시던 날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 P143

이제 곧 저는 태극의 무늬로 아롱진 이 러닝셔츠를 찢어 한 폭의 찬란한 새 깃발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구름을 잡아타고 바다를 건너야지요. 그리하여 제가 맛본 그 위대한 대륙에 누워 있는 우윳빛 피부의 그 윤이 자르르 흐르는 여인들의 배꼽 위에 제가 만든 이 한 폭의 황홀한 깃발을 성심껏 꽂아놓을 결심인 것입니다. - P146

이 작품은 "현대문학" 1965년 3월호에 발표됩니다. 작품 발표 당시에도 그 독특한 문체와 현실풍자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정작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몇 달 뒤의 일입니다. 즉 이 작품이 북한의 신문 "조국통일"에 실리자 중앙정보부가 수사에 착수했고, 7월 7일 작가 남정현이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름가량 후에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됩니다. 그러나 그가 석방 1년 뒤인 1966년 7월 불구속으로 기소되어, 이듬해 5월 7년 구형을 받는 결심공판까지 10개월을 거치는 동안 세간에선 논란과 논쟁이 계속됩니다. 결국 1967년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루어진 항소심에서 (중략) 선고유예 판결을 받습니다. - P299

미군과 미국에 대해 이 정도의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된 건 굉장한 의식변화이자 진보라 할 만합니다. (평론가 정홍섭)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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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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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의 노후 행복의 비결로 다음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1)서로를 이해한다. (2)가사 분담을 확실히 한다. (3)가치관이 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4)눈앞의 불만은 사소한 거라 생각한다. (5)둘이 있을 때부터 미리 혼자가 되었을 때를 준비한다. (6)시간적, 공간적으로 거리를 둔다. (7)자신의 세계에 파고든다. 아무래도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공존의 비결 같다. - P25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다. 사실 고령자의 자살률은 예상과 달리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 쪽이 더 높다. - P31

쓰지가와 씨의 조사는 아주 면밀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까이에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으로 나눠 만족도와 고민, 외로움, 불안을 비교했다. 그 내용이 그림8-그림11이다. 그런데 세상에! 자녀가 없는 싱글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데다가 고민은 적고 외로움과 불안도 더 낮았다. 자녀가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멀리 사는 사람보다 고민이 더 많았는데, 역시 눈앞에 안 보이면 일단 잊고 살 수 있는 게 맞는 말 같다. 한편, 자녀가 멀리 사는 사람이 가까이에 사는 사람보다 불안이 높은 것은 그럴 만하다. - P32

자택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데 의료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의료는 병을 고치는 게 목적이지 죽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의 역할은 개입을 삼가고 사후에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것이다. - P50

시설은 생활을 24시간 관리한다. 이런 곳을 전제적 기관(total Institution)이라고 한다. 그 전형이 교도소다. 따라서 시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교도소와 같다. 게다가 교도소라면 무기징역이 아닌 한 언젠가는 나갈 수 있지만 고령자 시설은 시신이 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다. 외출은 가능하지만 직원의 관리를 받아야 하고 가족이 사는 집에서 외박하고 싶어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 P62

그렇다면 ‘입회인 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일까, 남겨지는 사람일까?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를 ‘임종 입회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오랫동안 간병해온 지인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엄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마지막 잠깐을 놓쳐도 괜찮지 않나 싶었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동안 작별인사와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꼭 죽어가는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초고령 사회의 죽음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미리 하는 게 좋다. - P99

그래서 치매 환자가 혼자서 살 수 있냐고? 생활 습관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도 방문 간병인이 있다면 식사와 입욕이 모두 가능하다. 친근한 간병인이 있다면 시설처럼 저항할 일도 없다. 스스로 식사 준비를 할 수 없게 되면 배식 서비스를 부탁하면 된다. 치매 환자도 음식만 제공해주면 혼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따. 식욕은 삶의 욕구 중 가장 기본이다. 먹을 수 있는 동안은 잘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먹는 게 어려워지거나 누워 지내게 되면 그때는 치매가 있든 없든 팔요한 간병은 똑같다. 실제로 혼자 사는 치매 고령자가 집에서 임종을 맞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P118

이런 사례도 들었다. 치매인 아버지는 혼자 살고 아들과 며느리는 근처의 신축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방이나 복도에서 볼일을 볼 때가 많아 집에 들어가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방문 요양보호사가 묵묵히 그 뒤처리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아버지를 왜 집으로 모시지 않느냐는 듯한 눈길로 아들 부부를 쳐다보지만, 아들은 케어 매니저와 상담 후 아버지 집은 아버지의 것이니 배설물투성이든 뭐든 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된다고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아들은 그런 방식으로 아내를, 아니 자신과 아내의 부부 관계를 지켜냈다.
이 이야기를 해준 케어 매니저는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의 각오만 있다면 치매여도 혼자 살 수 있어요." - P12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두가 중도 장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중도 장애 안에 불편한 몸뿐만 아니라 불편한 머리와 마음,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존재한다면 치매 케어가 가야 할 방향은 장애인 케어와 똑같다. 사회의 배리어프리와 마음의 배리어프리를 지향해야 한다. 가능하면 나 자신이 치매에 걸리기 전에 말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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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에세이 - 고전세계로 향하는 첫걸음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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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도 로마인답게, 남자답게 꾸밈없는 위엄과 자연스러운 호의와 독립심과 정의감을 갖고 의연하게 생하고, 다른 생각은 모두 버려라. 모든 행동을 네 인생의 마지막 행동으로 여긴다면, 온갖 무목적성과 격정에 이끌려 이성적 판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위선과 이기심과 주어진 운명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에서 벗어난다면, 너는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31

그분(인용자 주: 안토니누스 피우스)은 붙임성이 좋았고, 당신과 함께하는 식사나 여행에 동행하도록 친구들에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급한 용무로 동참하지 못한 자들을 늘 한결같이 대하셨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23

네가 또 다른 삶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곳이라고 하여 신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감각한 상태에 들어서게 된다면, 네 고통과 쾌락은 그칠 것이고, 그것을 섬기는 자보다 훨씬 열등한 그릇을 위하여 머슴살이 하는 일도 그치게 될 것이다. 전자는 이성과 신성이고, 후자는 흙과 오물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40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동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도 불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57

자신의 악에서 벗어나는 일은 가능한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남의 악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데도 그 악에서 벗어나려 하니 가소로운 일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22

원로원에서 말할 때나 개인에게 말할 때 적절하고 명료하게 말하라. 건전한 표현을 사용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31

누군가의 몰염치한 행동에 기분이 상할 때마다 "세상에 몰염치한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하고 너 자신에게 즉시 물어보라.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략) 악당이나 신의 없는 자나 잘못을 저지르는 다른 모든 자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떠올려라. 너는 이런 부류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마자 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하여 더 관대해질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56

둘러서서 임종을 지키고 있는 무리 가운데 그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할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유복한 자는 아무도 없다. (중략) 내가 그토록 애써주고 기도해주고 배려했던 동료들조차 내가 죽으면 자신이 좀 더 편안해질까 하고 내가 떠나기를 바라는 그런 세상을 나는 떠나고 있다. 그러니 누구든 더 오래 이곳에 머무르려고 아득바득 용을 쓸 까닭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P173

절약 없이는 어떤 재물로도 충분하지 않고, 절약하면 어떤 재물로도 충분하다. -세네카- - P236

그대는 백발과 주름살만 보고 어떤 사람이 오래 살았다고 믿어서는 안 되오. 그는 오래 산 것이 아니라 오래 생존한 것뿐이니까요. 출항하자마자 사나운 폭풍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다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친 듯 불어오는 바람 탓에 같은 수면 위를 빙빙 돌던 사람을 긴 항해를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까요? -세네카- - P305

지혜가 축성한 것들은 세월도 해할 수 없다. -세네카- - P324

(인용자주: 미덕을 추구하면) 그대는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을 것이오. 그대는 어떤 것도 헛되이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어디서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오. - P359

너무 가난하다 보면 현인에게도 노년은 견디기 쉬운 것이 아니겠지만, 엄청난 재물을 가졌다 해도 어리석은 자에게 노년은 짐스러울 수밖에 없다네. -키케로- - P399

사람은 역시 적절한 때에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네. 자연은 다른 모든 것에도 그렇지만 삶에도 한계를 정해 놓았기 때문일세. 그리고 노년은 인생이라는 연극의 마지막 장인 만큼 거기에서 기진맥진해지는 것은 피해야 하네. -키케로- - P456

우리의 우정에 관한 추억이 무척이나 행복한 것이어서 내 삶도 행복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나는 (인용자 주: 라일리우스) 스키피오와 함께 살았으니까 말일세. 우리는 공적인 생활에서나 사생활에서나 관심사가 같았고, 같은 집에서 살았으며, 전장에서 군복무도 함께했다네. 우리는 취향과 목표와 의견도 완전히 일치했는데, 바로 이것이 우정의 요체라네. -키케로- - P471

우정을 맺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의 미덕에 대한 신뢰인 셈이라네. 따라서 미덕을 저버리면 우정은 존속하기 어려울 걸세. -키케로- - P487

확실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아 이득이 된 경우는 많아도, 말을 해서 이득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든 말할 수 있어도, 일단 말한 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건 인간이지만, 침묵하는 법은 신들이 가르치는 것 같다. -플루타르코스- - P542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대체 무슨 권리로 남을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알려져서는 안 될 일이라면 남에게 이야기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대가 비밀을 그대에게서 꺼내어 다른 사람 속에 감추려고 한다면, 그대 자신보다 남을 더 신뢰하는 셈이다. -플루타르코스- - P546

노년의 가장 나쁜 점은 저승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서 혼이 이승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 혼이 뒤틀리고 억압되어 몸과의 결합에 의해 주어진 형태를 견지한다는 것이오. -플루타르코스- - P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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