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지만 맛있게 - 자취남의 인생을 바꾼 요리
사토우 고우시 지음, 김보성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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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설프지만 재미있고 기분 좋은 책

<작가의 말> 중에서...
저는 지금까지 여덟 권의 책을 썼습니다만 소설, 픽션을 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실은 소설을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재능, 내게는 없다고 말이죠. (중략) 다 읽은 뒤 제가 소설을 씀에서의 규칙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1. 전문적 내용이 포함될 것
2. 저자의 철학이 들어가 있을 것
3. 읽고 있으면 즐겁고, 읽은 뒤에 산뜻한 기분이 되는 소설을 쓰자.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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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부서진
조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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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이 느껴지는, 능숙하고 읽기 편한 문장을 쓴다.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끌려 하고, 특별히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유리. 나는 속으로 너의 이름을 발음에 해보았다. 그러니까 너는, 현주나 지혜, 은영 같은 흔한 이름도 아니었고 지숙이나 미화, 명선 같은 촌스러운 이름도 아니었다. 유리. 그 영롱한 빛깔의 단어는 너를 통해 현현되고 있었다.
- P14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나이였다.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지만 사실 뭐든 하려면 돈이 필요한 법이었다. 좀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에 가려고 해도 돈이 필요했고,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돈이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서빙 아르바이트나 배달 아르바이트 같은 것. 빡구는 서빙과 배달이 필요한 거의 모든 업종을 거치며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돌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돌김은 얼마 전 배달 일을 하던 피자 가게에서 잘렸는데 아직도 백수 상태였다. 맛세이는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문래동에 있는 부친의 철공소에서 일했다. 그런 맛세이를 돌김은 늘 부러워했다.
"역시 사람은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 P101

그도 그럴 것이 맛세이는 지갑을 열면서 우쭐대거나 불만을 드러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엷은 미소를 띤 채 영수증을 가볍게 훑어보는 맛세이를 볼 때면 빡구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랑 어울리니까 맛세이도 괜찮은 자식이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서울대에 합격해서 지금은 증권 회사에 다니고 있는 우진이나 의대에 진학해서 군의관을 하고 있다는 선홍이한테도 맛세이는 괜찮은 자식일 수 있을까. 물론 우진이나 선홍이 같은 애들은 저희들끼리 따로 동창 모임을 해서 맛세이가 괜찮은 자식이 될 기회조차 없겠지만.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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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원정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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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의 최초의 역사서라고 할 만한 위대한 저술. 


갈리아 땅에서 로마 군이 겪었던 온갖 고생들을 읽으니, 옛 사람들이 정복 전쟁을 영웅적인 업적으로 본 이유를 알겠다. 1년에 한 권씩 지난해의 전투 경과가 출판될 때마다 기뻐하며 신간 <갈리아 전기>를 열독했을 로마 독자들을 떠올리면 카이사르의 인기가 이해된다.


외교와 정치 상황의 변화, 전투의 진행, 갈리아와 게르마니아의 풍습, 여러 부족들과 접하는 로마인들의 태도가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카이사르의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와 냉철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죽기 전에 일부만이라도 원어로 읽어보고 싶다.  


역자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중 '도륙하다'와 '팔팔한'의 적절성에 의문이 든다. 더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한국어 단어는 없을까.

갈리아는 전체가 세 지역으로 나뉜다. 그중 한 지역에는 벨가이족이, 다른 지역에는 아퀴타니족이, 세 번째 지역에는 그들 자신의 말로는 켈타이족이라 부리지만 우리 말로는 갈리족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말과 관습과 법이 모두 다르다. 갈리족은 가룸나 강을 경계로 아퀴타니족과, 나트로나 강과 세콰나 강을 경계로 벨가이족과 떨어져 있다. 이 세 부족 가운데 벨가이족이 가장 용감하다. 그들은 로마 屬州의 문명과 문화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의 마음을 유약하게 만드는 사치품을 수입하는 상인들이 그들을 찾아가는 경우가 극히 드문 데다, 레누스 강 건너편에 사는 게르마니족과 가장 가까이 접해 있어 이들과 늘 교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갈리족 중에는 헬베티이족이 가장 용감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게르마니족을 물리치거나 또는 적의 영토로 쳐들어가 거의 날마다 게르마니족과 교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1-1) - P22

적군은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소리 지르며 사비누스의 진지로 진격해야 한다고 했다. 갈리족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으니, 최근에 사비누스가 싸우기를 망설였다는 점, 탈영병이 그들의 짐작을 확인해주는 말을 했다는 점, 베네티족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사람은 대개 자기가 바라는 것을 믿는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3-18) - P104

그리하여 사비누스가 해전에서 카이사르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그 시각에 카이사르도 사비누스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반기를 들었던 모든 부족이 즉시 티투리우스 사비누스에게 항복했다. 갈리족은 성질이 급해서 덜렁 전쟁부터 일으키고 보지만 성품이 유약해서 패배를 꿋꿋하게 참고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3-19)
- P105

이 사건을 보고받은 카이사르는 갈리족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염려스러웠다. 그들은 서둘러 결정을 내리고 언제나 정치적 변혁을 열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믿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갈리족은 나그네를 보면 싫다고 해도 붙들고는 각각의 나그네가 이런저런 일에 관해 들었거나 알고 있는 것을 물어보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군중이 상인들을 에워싸고는 그들이 어디를 거쳐왔으며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도록 강요하곤 한다. 그들은 종종 그런 이야기와 풍문을 믿고 중대 사안을 결정했다가 금세 후회하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맹신하는 데다 대부분의 정보 제공자가 그들의 구미에 맞는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4-5)
- P117

브리탄니아인들이 전차를 타고 싸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먼저 전차를 타고 사방을 쏘다니며 날아다니는 무기를 투척했는데, 대개 말들의 위협적인 모습과 요란한 바퀴 소리만으로도 적군의 대열을 능히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 다음 기병 부대들 사이로 들어가서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보병으로 싸운다. 그 사이 마부들은 싸움터에서 조금 물러나 주인들이 적군에게 고전할 경우 자기들 곁으로 재빨리 물러날 수 있도록 전차들을 세워둔다. 그렇게 그들은 전투에서 기병대의 기동성과 보병 부대의 안정성을 결합시킨다. 날마다 반복되는 훈련과 습관 덕분에 그들은 경사진 가파른 지형에서도 전속력으로 말을 달릴 수 있고, 번개같이 말을 세우고는 방향을 틀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차의 채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고, 멍에 위에 서 있다가 거기서 재빨리 도로 전차 안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5-33)
- P135

모든 함대가 정오경 브리탄니아에 도착했으나 그 지역에 적군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나중에 포로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다수의 적군이 그곳에 집결해 있었으나 로마군 함선이 많은 것을 보고 겁에 질려 해안을 떠나 고지에 숨었다고 했다. 지난번에 건조된 함선들과 일부 개인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건조하게 한 개인 소유 함선들을 포함하여 8백 척 이상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5-8)
- P146

그쪽에 히베르니아가 있는데 어림잡아 브리탄니아 크기의 절반쯤 되며, 브리탄니아가 갈리아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브리탄니아에서 떨어져 있다. 그 중간에 모나라는 섬이 있다. 그 근처에는 더 작은 섬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데, 몇몇 작가들에 따르면 그 섬들에서는 동지 때 밤이 한 달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우리가 탐문해봐도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물시계로 정확히 계측해본 결과 그곳은 밤이 대륙보다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13)
- P149

이 군단에는 티투스 풀로와 루키우스 보레누스라는 용맹무쌍한 백인대장 두 명이 있었는데, 둘 다 수석 백인대장이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수석 백인대장으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누가 더 훌륭한 전사인가를 놓고 늘 다투었고, 주요 보직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중략) 두 사람은 적군을 여러 명 죽이고 무사히 보루 안으로 돌아와 크게 갈채를 받았다. 이렇듯 두 사람의 경쟁과 싸움에는 행운이 따라 두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돕고 서로 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둘 중 누가 더 용감한지는 결판날 수 없었다. (5-44)
- P168

누군가 먼저 적대행위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야만족은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태도가 일변하자 카이사르는 거의 모든 부족의 충성심을 의심했다. 아이두이족과 레미족만은 예외였다. (중략) 하지만 갈리족의 그런 태도 변화는 그다지 놀랄 일이 못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전장에서 어느 종족 못지않게 용맹을 떨치던 갈리족이 이제는 거런 명성을 잃고 로마 국민의 통치에 복종하게 된 것에 몹시 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54)
- P176

드루이데스들의 교리는 브리탄니아에서 생겨나 그곳에서 갈리아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그들의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자들은 그것을 배우려고 대개 브리탄니아로 건너가곤 한다. (6-13)
- P192

갈리족은 모두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중병에 걸렸거나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은 인신을 제물로 바치거나 바치겠다고 서약하고는 드루이데스들이 그 제사를 주관하게 한다. 그들은 한 사람의 목숨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불사신들의 노여움을 달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부족의 이름으로도 그런 제사를 지낸다. 그들 중 더러는 거대한 신상을 이용하여 그 신상의 버들가지로 엮은 사지를 산 사람들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나서 아래쪽에 불을 지르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화염에 휩싸여 죽는다. 그들은 현장에서 잡힌 절도나 강도나 그 밖의 다른 범죄자를 제물로 바치면 불사신들이 더 좋아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범죄자들이 없으면 그들은 죄가 없는 사람들조차 서슴지 않고 제물로 바친다. (6-16)
- P194

게르마니족의 관습은 갈리족과는 아주 다르다. 그들은 종교적 업무를 주관할 드루이데스들도 없고 제사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신으로 여기는 것은 태양신, 불의 신, 달의 여신처럼 뭄으로 볼 수 있고 확실히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들뿐이다. 다른 신들에 관해서 그들은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 그들은 사냥과 전쟁으로 평생을 보내며, 어려서부터 힘든 일과 지구력을 몸에 익힌다. 그들 사이에서는 동정을 가장 오래 지킨 자가 칭찬받는다. 그렇게 하면 더러는 키가 더 큰다고 믿기도 하고, 더러는 체력과 근육이 더 강해진다고 믿기도 한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여자와 교합하는 것을 그들은 큰 수치로 여긴다. 하지만 그들은 성의 문제를 숨기려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남자와 여자는 강에서 함께 목욕하고, 짐승 가죽이나 짧은 모피 옷만 입고 다녀 신체가 대부분 노출되기 때문이다. (6-21)
- P196

세상만사에는, 그 중에서도 특히 전쟁에는 運이 중요하다. 바실루스가 방심하고 아무 준비도 않고 있던 암비오릭스를 마주친 것도, 사람들이 그가 도착했다는 소문이나 보고를 듣기도 전에 그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도 순전히 운이었다. 마찬가지로 암비오릭스가 무구를 모두 빼앗기고 전차와 군마도 노획당했지만 그 자신은 죽음에서 벗어난 것도 운이었다. 갈리족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개 숲가나 강가에 집을 짓는데, 마찬가지로 그자의 집도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그자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자의 친구와 동료들이 좁은 숲길에서 로마군 기병대의 공격을 잠시 막아내자, 그들이 싸우는 사이 그자의 부하 가운데 한 명이 그자를 말에 태웠고, 도망치는 그자를 숲이 가려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암비오릭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도, 암비오릭스가 도주하게 해준 것도 운이었다. (6-30)
- P202

이 연설은 갈리족에게 듣기 싫지 않았으니, 무엇보다도 베르킹게토릭스가 그런 패배를 당하고도 낙담하여 숨거나 군중의 눈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보기에 그는 선견지명과 예지가 있는 듯했다. 아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그가 처음에는 아바리쿰을 불태우자고 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장군들은 이번 패배로 위신이 떨어진 데 반해, 그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날로 영향력이 커졌다. (7-30)

- P234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카이사르가 전장에서 늘 입고 다니던 진홍색 외투를 보자 적군은 그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적군은 자신들이 서 있던 고지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사면을 따라 기병대와 대대들이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자 공격을 개시했다. 양쪽에서 함성이 일자, 그에 화답하듯 방책과 방어시설들에서도 함성이 일었다. 아군 병사들은 창을 던져버리고 검으로 싸웠다. 갑자기 배후에 아군 기병대가 나타나고 더 많은 대대가 앞에서 다가오자 적군은 등을 돌려 도주했다. 그러자 아군 기병대가 추격하여 도주한ㄴ 적군을 도륙했다. 레모비케스족의 지도자이자 지휘관인 세둘리우스는 살해되고, 아르베르니족인 베르캇시벨라우누스는 도주하다가 생포되었으며, 74개의 군기가 카이사르 앞으로 보내졌다. 그 많던 군사들 가운데 무사히 진지로 돌아간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7-88)
- P275

이튿날 베르킹게토릭스는 회의를 소집해놓고 자기는 이번에 사리사욕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유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운명에는 누구나 굴복해야 하는 만큼 로마군에게 보상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든 아니면 산 채로 넘겨주든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그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카이사르에게 사절단을 파견하자, 그는 무기를 넘기고 주동자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진지 앞 보루 안에 자리 잡고 앉자, 그곳으로 주동자들이 인도되었다. 베르킹게토릭스가 인계되고, 무기들이 땅에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아이두이족과 아르베니족의 충성심을 되찾는 데 이용하려고 이들 부족의 포로들은 따로 제쳐두고, 나머지 포로는 모든 병사에게 각각 한 명씩 전리품으로 나눠주었다. (7-89)
- P276

(인용자 주: 8권을 덧붙여 쓴 히르티우스가 발부스에게 보낸 머리말)
다른 작가들이 아무리 공들여 문장을 다듬어도 카이사르 수기들의 우아한 문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오. 그의 수기들은 그런 중대 사건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저술되었지만, 만인에게 칭찬받음으로써 미래의 역사가들은 그의 업적에 관해 기술할 기회를 얻었다기보다 오히려 잃은 것 같소. 그렇지만 우리가 그의 글재주에 남들보다 더 찬탄해 마지않는 이유는, 남들은 그가 얼마나 실수 없이 잘 저술했는지는 알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쉽게 빨리 수기들을 완성했는지 알기 때문이오. 카이사르는 유창하고 세련되게 글을 쓸 줄 알뿐더러 자신의 의도를 더없이 정확하게 표현하는 남다른 재능이 있소. (8-1)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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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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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소유와 관련된 법학적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 다양한 사례들을 예로 들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었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인 것은 확실하다. 지적 소유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과 많이 달라서, 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법조인과 비법조인 모두 법적 소유권이 중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보통은 그렇지 않다. 창잒자는 적어도 네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법적 보호 없이도 자기 노동으로 먹고 산다. - P156

이른바 ‘선도자 이익 first mover advantage’은 창의적 노동에 대한 강력한 보상으로, 공식적 소유권이 갖는 여러 부작용이 없다. 예를 들어, 운동 코치는 매 시즌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략) ‘망신 주기’도 혁신적 노동을 보상할 수 있다. (중략) 코미디언들은 아이디어를 훔치기 전에 자신의 자신의 명성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고민한다. 요즘 패션업계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창작자에게 완벽하지는 않아도 강력한 세 번째 보상 기제 역할을 해 준다. (중략) 마지막으로 지식을 공짜로 나눠주고 파이를 키우는 방법이 있다. 이는 상업적으로도 타당한 전략이다. (중략) 선도자 이익, 망신 주기, 소셜 미디어, 파이 키우기 이렇게 네 가지 전략을 통해 소유권이 없는 세상에서도 업계는 전반적으로 번성하고 있다. - P156

소유권을 전혀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창의적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방법을 찾아냈다. 베끼고 공유하고 절도를 눈감아주는 것은 성장의 핵심이다. (중략) 우리는 지식노동의 법적 소유권을 없애도 되는 분야가 또 어디인지 살펴야 한다. - P161

남중국해는 어종이 풍부할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되어 있다. 무엇보다 남중국해는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물자가 통과하는 세계적으로 활발한 교역 항로다. 미국은 중국에 인공 섬 건설을 중단하라고 경고하면서 남중국해에 수차례 군함을 보냈다. 총성은 울리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설전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제독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제공권을 장악하려 할 경우 (수직적 귀속성),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 렉스 틸스턴은 인공 섬에 대한 해상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전쟁 행위로 간주할 만한 조치다. 뒤이어 미 국무장관으로 재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는 "전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해양 제곡을 건설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략) 인공 섬, 그리고 귀속 원칙에 대한 광범위한 주장이 전 세계의 세력 균형을 바꾸고 있다. - P213

소유하는 삶에서 체험하는 삶으로 바뀌면 예기치 못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우선 공유경제는 불교의 소박함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과시적 소비를 더 부추긴다. (중략) 명품 드레스나 핸드백을 체험하며 살다 보면 만족감보다는 사치에 길들여질 뿐, 결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또 다른 훨씬 더 비싼 서비스를 체험하려고 하게 된다.
공유경제는 부를 쌓지 않는다. 대개는 부를 소비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주택 구입은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재산 축적 수단이었다. (중략)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고 나면 퇴직자들은 안전한 주거 공간을 얻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 현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공유경제에 길들여져 빌려 쓰느라 다달이 돈을 내고 소비 체험을 하느라 매일 돈을 쓰는 사람은 아무것도 쌓을 수 없다. - P386

우리는 앞에서 소유권을 얻으려고 경합하는 여섯 가지 논리를 알아보았다. 바로 선착순, 점유, 노동, 귀속, 자기 소유권, 상속이다. 여기에 몇 가지 설계 도구도 살펴보았다. 바로 사전적 관점과 사후적 관점, 명백한 기준과 표준적 잣대, 배제와 통제, 기본 원칙 설정, 자유주의적 공유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모든 사안은 이 동일한 도구 세트로 통제할 수 있다.
미래를 전망해보자면 소유권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 난해한 딜레마를 풀어야 할 때 우리의 과제는 한정된 소유권 논리와 설계 도구를 짜 맞추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소유권 획득 과정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 배출이든 클릭스트림 데이터든,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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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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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케빈은 우리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그 때 나는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
"저는 언제든 뭐든 원하는 대로 해요. 침대에 계속 있고 싶으면 침대에 계속 있고요.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으면 하고요. 코카인 좀 들이키고 싶으면 딜러한테 문자를 해서 그걸 들이키죠. 섹스를 하고 싶으면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찾아내서 만난 다음 섹스를 해요."
"그게 너한테 어땠어, 케빈?" 내가 물었다.
"별로였어요." 그는 바로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 P53

소피라는 내 환자는 한국에서 온 스탠퍼드대학교 학부생이었다.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도움을 받으러 나를 찾아왔었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팟캐스트와 플레이리스트 등 기기에 의존한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받으러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듣지 말고 생각이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제가 왜요?" 입이 떡 벌어진 채 그녀가 물었다.
"음." 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거든요.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펼치는 거죠. 전자 기기만 붙잡고 지내는 게 소피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거예요. (중략)"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중략)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 P57

상자 속 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55퍼센트 늘리고, 섹스는 100퍼센트, 니코틴은 150퍼센트, 코카인은 225퍼센트 늘린다. 암페타민은 주의력결핍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애더럴 같은 법적으로 허용된 약품뿐 아니라 스피드, 아이스, 샤부 같은 길거리 약물에도 들어 있는 성분인데, 도파민 분비량을 1,000퍼센트까지 늘린다. - P68

과학은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 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우리는 순간적이고 영원한 기억을 뇌리에 새기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의 교훈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러한 기억이 우리의 해마hippocampus에 남아서 평생 가는 것이다. - P87

젊은 사람들은 심각한 중독자라 해도 의존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로부터 영향을 덜 받는다. 어느 고등학교 선생이 내게 얘기한 것처럼 "정말 뛰어난 학생이라도 매일 대마를 피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만성적 의존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는 늘어난다.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년이다.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의존의 결과로 나타나는 단점이 장점보다 강해져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프고 지치는 데 아프고 지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10대 환자들은 아프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 P96

Data 데이터, Objectives 목적, Problems 문제, Abstinence 절제, Mindfulness 마음챙김, Insight 통찰, Next steps 다음 단계, Experiment 실험 - P111

신경과학자 새뮤얼 매클루어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즉시 보상과 지연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관여하는지를 연구했다. 관찰 결과, 참가자들이 즉시 보상을 선택했을 때는 뇌에서 감정 처리와 보상 처리를 하는 부위가 활성화 되었고, 보상을 미뤘을 때는 계획과 추상적 사고와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 연구가 암시하는 바는, 현대에는 감정적 보상 경로가 삶에 지배적인 동력이 되면서 우리 모두가 전두엽 피질 위축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 P131

운동은 세포에 유독한 영향을 미쳐서 체온 상승, 유해 산화제 생성, 산소 및 포도당 부족을 일으킨다. 하지만 운동이 건강을 좋게 만든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운동 부족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반박 불가하다. - P183

아이들은 두 살 때부터 거짓말을 시작한다. 영리할수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고, 거짓말도 더 잘한다. 거짓말은 3-14세 사이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거짓말이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인이 되면 계획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어릴 때보다 더 정교하고 반사회적인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 - P209

자신이 주로 피해자이며 나쁜 결과는 남탓이라고 하는 환자들은 보통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계속 그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기 바빠서 자신의 회복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정확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면 호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자 서사’는 보통 우리가 자신을 특정한 상황에 대한 피해자로 보고 자신의 고통에 대한 보상이나 사례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광범위한 사회적 경향을 말한다. 정말로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그 서사가 피해자 의식을 넘어서지 못하면 치료가 진행되기 어렵다. - P226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의대생들과 레지던트들에게 환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이야기는 환자의 인간성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인간성까지 되찾아 준다. - P251

행동경제학자 로런스 야너코니Laurence Iannaccone는 신앙에 기반한 단체의 집단선과 관련하여 이렇게 썼다. "내가 주일 예배에서 얻는 즐거움은 내가 투입한 에너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그들이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맞이하는지 그들이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봉독하고 찬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집단선은 집단 활동과 모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집단 규칙 및 규범의 준수를 통해 강화된다. - P262

집단선은 그 동동체에 충분히 끼지 않으면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구어체로 표현하면 군식구나 떠돌이와 비슷한 무임 승차자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무임 승차자들이 집단의 규칙 및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할 때, 그리고/혹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집단선에 위협이 된다. (중략) 일반적으로 종교 단체나 사회적 집단이 여러모로 관대하고 규칙과 제한이 적을수록 더 많은 추종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더 엄격한 교회들’이 무임 승차를 걸러내고 더 탄탄한 집단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단체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릴 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안착할 확률도 더 높다. - P263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소셜미디어상의 비하, 그리고 이와 관련된 취소 문화cancel culture는 수치심의 새로운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수치심의 가장 파괴적인 측면을 반영한 디지털 변형인 셈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아무도 우리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부당한 구분짓기를 너무 많이 일으켜 우리의 자기 비하 경향을 부추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반 친구, 이웃, 직장 동료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세상 전체와 비교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해야 했다고, 더 얻어야 했다고, 그저 다르게 살아야 했다고 너무 쉽게 확신하게 됐다. - P272

(1) 끊임없는 쾌락 추구와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우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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