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n’t the same person i was before i read this book”

영어로 하면 좀 더 깔끔한데, 우리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닌 책,

'읽고 나서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 내가 원하는 뉘앙스는 딱 이 정도다.


책계에서는 누군가가 리스트를 만들어내고, 그 리스트에 동참하는 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와중에 내 장바구니는 간만에 '1000개'가 넘어서 더 이상 담을 수 없습니다. 메세지를 띄우기도 했다. 중고책 보이면 지점마다 다 담아둬서 그럼


근래 책계에 올라오는 프롬프트 중에 가장 내 장바구니를 터지게 만든 리스트라 나도 내 리스트를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책은 평소에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몇 권 더 있어서 이런 리스트가 나왔다.















1. 레이첼 카슨 <바다 삼부작>


사이언스 라이팅은 한 장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다. (이과 문과 다 아우르다니 존경스럽다!) 나는 대중을 상대로 잘 쓴 과학책들을 꾸준히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 과학은 늘 수학이랑 제일 싫은 과목이었고, 지금도 읽고 싶다!는 마음 보다는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고르는 일이 많지만, 정말 잘 쓴 과학책들은 사람을 바꿔.


레이첼 카슨은 과학 글쓰기로도, 글의 문학적 탁월함으로도 각각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 로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분야를 수상했다. 과학 글쓰기(nature writing) 존 버로우즈 메달을 수상했다.


그녀가 투병중에도 기어코 완성하고 발표한 <침묵의 봄>은 거대 농업 회사들과 로비스트, 정부를 상대로 한 책이었고, 세상을 바꿨다.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꿨다. 그리고 그 시작에 <바다 삼부작>이 있고, 레이첼 카슨의 시선으로 보는 바다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뜨인 느낌이었다. 




 지금처럼 원서 많이 읽기 전에 이 책을 사뒀는데, 

 레이첼 카슨의 글을 원서로 읽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말 나온김에 이번 연휴에 .. (시작할 책이 산더미다. 오랜만에 열흘 휴가라 보통 산이

 아니다. 거의 에베레스트급이다) 


 이럴 때는 한 페이지라도 시작하는게 최고다. 책 꺼내두러 간다. 

 

 책 꺼내서 책 무더기 위에 쌓다보니, 이번 주 읽기로 한 후 워즈 마리 퀴리가 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마리 퀴리 바이오그래피 엄청 멋진거 나왔는데 










찾으니 두 권 같이 나오네 




















2.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이 책도 번역본으로만 읽었다. 원서는 어디있는지 생각 안 나니깐 일단 두고. 피뎁으로도 많음. 난 종이책으로 읽을거지만.

이 책은 북피티 하면서 같이 읽었던 책이다. 글이 정말 시적이고, 거대하다. 지구의 역사와 우주에 대한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운 글이고, 사소한 인간의 일은 사소하게, 혹은 사소한 인간의 일이 모두 그 하나의 우주,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읽었고, 역시 원서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된다. 혹자는 1년에 한 번씩 읽어줘야 하는 책이라고도 했고, 공감한다. 

















3. 마리아 포포바<진리의 발견> 


이 책은 번역본으로도 읽고, 원서로도 좀 읽다 말긴 했는데, 마리아 포포바의 마지널리언에 올라오는 글들 아주 즐겁게 읽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들. 포포바 덕분에 레이첼 카슨 읽게 되었고, 과학과 문학의 접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과학자들에 대한 눈이 조금이나마 뜨이게 되었다. 


4. 필리프 데트머 <면역>  















아, 이 책은 원서로도 읽고, 우리말 책으로도 읽고, 오디오도 여러 번 듣고, 무려 챕터별로 요약까지 마무리했다. 

정말 이게 이렇게 재미있다고? 읽고 나서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이라는 주제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기도 했다. 

이건 정말, 글도 너무 재미있지만 (내가 Dendritic cell 가지세포의 팬이 될 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인간 몸 안에 있는 세포 이야기라서 이건 그냥 누가 읽어도 자기 얘기일 수밖에 없고, 내 몸에 상처가 나거나 아프거나 할 때마다 내 몸 안에서 일하는 면역 세포들을 생각하면서 혼자 웃는 미친 모먼트를 가지게 되는건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나뿐만이 아닐거야!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Kurtgesagt 유튜브 중 면역 관련 동영상도 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왜냐하면, 4학년 아이들이랑 같이 읽었는데, 한 챕터 읽으면 영상 하나 보여달라고 해서..) 


5. 그레타 툰베리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를 어릴적부터 봤고, 셀럽이라고 책이 별로일거라고 생각하면 진짜 큰 오산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글들을 망라한 책이고, 기후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우리는 망했지만, 그레타 툰베리는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No one is too small to make a difference>는 후 워즈보다 작은 책인데, 커다란 기후책보다 더 이미지가 크게 나왔네. 툰베리의 연설들 모아놓은 책인데, 이 책 읽고 더 존경하게 되었다. 

기후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하자가 지난해의 목표였는데, 부족한게 많지만, 올해도 이어가겠다.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여성주의 서적들 한참 읽을 때, 이 책만큼 아, 가부장제는 없어지지 않겠구나 깨닫게 해 준 책이 없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이십년도 더 전에 읽은 책이고, 게리 비숍 <시작의 기술>은 5-6년 전쯤 읽은 책인데, 둘 다 좀 비슷한 의미에서 나를 변하게 만들어줬다. 두 권 모두 스토아 철학이랑 닿아 있는데, <시작의 기술> 읽고 여기 나온 목차를 '확언'으로 2년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페이지에 썼던 적이 있다. 그게 많은 걸 바꾸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토아 철학은 <시작의 기술> 외에 라이언 홀리데이의 책 읽으면서도 알게 되어 찾아보게 되었고, 마인드셋이 많이 바뀌었다. 



유일한 소설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소설들이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밀한 결정> 에서의 '소멸'들은 충격적이어서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한번씩 계속 생각나는데, <은밀한 결정> 의 결정이 decision 이 아니라 crystal 이라는걸 올해 1월 5일에 알게 됨. 그 동안 제목이 왜 은밀한 결정인지 별로 생각 안 하다가 영역본 찾아보면서 memory police 직관적이고 좋네, 하다가 드디어 생각하게 되고, 찾아보게 되고 알게 됨.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책도 한 권도 없네.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소설과 우리나라 작가 책도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빨간 날은 일하고, 설연휴와 추석연휴는 길게 쉬기로 했고, 그렇게 쉬는 첫10일 연휴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일 안 하는 것도 좋군. 지난 주 목요일에 병원 다녀오고, 말로는 호스피스 모드로 들어간다. 재택이니 원래도 하루 종일 같이 있지만, 말로에 집중하는 긴 시간 가지게 되어서 감사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eshire Crossing: [a Graphic Novel] (Paperback) - 『체셔 크로싱』원서
앤디 위어 / Ten Speed Pr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흥미로운 그래픽 노블. 도로시, 앨리스, 웬디가 모험을 끝내고 돌아간 세상은 그들을 미친 여자 취급한다. 세상과 불화하며 성장한 그들은 더 이상 순진한 여자 아이가 아니다. 그들 셋은 체셔 크로싱이라는 정신병원에 모이고, 가장 까칠해진 앨리스가 도로시의 은색 구두로 오즈로 탈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에는 아직 책을 한 권도 사지 않았다. 책고민 중에 책선물 해주시겠다고 해서 냉큼 골랐던 책들이 도착했다.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호시탐탐>과 <빈곤 과정> 조문영 교수의 신간 <연루됨>을 골랐다. 

사진 찍을때도 몰랐는데, 찍고 보니, 표지의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연결된다. 

















에코백이 화면보다 예뻤고, 선량한 차별주의자 마스킹 테이프도 보내주셨는데, 사진 찍는동안 고양이녀석이 공놀이 하는 바람에 찾아야 한다. 



펭귄 리틀 블랙 클래식 세트를 읽기 시작했다. 



2025년 첫 책으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 네 편이 수록된 Mrs. Rosie and the Priest 를 읽었다. 

네 이야기 모두 막장드라마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마지막 단편은 씩씩거리며 화내며 '영주를 죽여라!' 속으로 소리치며 읽었다. 데카메론 영역본 사보려고. 언젠가 이탈리어로 데카메론을 읽는 날도 오면 좋겠다. 



두 번째로 읽고 있는 책은 홉킨스 시집이다. 미들 그레이드 시들과 벌스 노블들 읽으면서 시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전 자연시를 읽는 건 낯설어서 어렵다. 아는만큼 볼텐데, 다 찾아보면서 읽지는 않고, 그냥 소리 내서 읽고 있다. 

오딧세이 번역으로 트위터에서 크게 플로우 도는걸 너무 재미있게 관전했고, 올해 오딧세이와 일리아드 윌슨 버전으로도, 페이글스 버전으로도 읽고, 그래픽 노블도 보고, 그리스어도 궁금하고... 뭐, 이렇게 되었다. 안그래도 영시 읽고 외우는거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쏟아져들어오는 시 컨텐츠들, 알고리즘의 축복. 


1월 TBR 은 다음과 같다. 

원서 150권 읽기 목표로 했으니, 한 달에 열 권에서 열 다섯권은 읽어야 한다. 첫 달부터 뒤쳐질 수는 없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챙겨두었다. (펭귄 리틀 블랙 클래식 시리즈 있어서 자신감 올라감 ㅎ) 





그래픽 노블은 따로 카운트하기로 했다. 





리딩골은 스토리그라프랑 굿리즈 이용하는데, 페이블에 그래픽노블만 기록하려고, 100권 목표 따로 세웠다. 

그래픽 노블 100권 챌린지, 정말 기대된다. 페이블 앱도 너무 예쁨. 영화나 쇼도 기록할 수 있어서, 한 달에 하나라도 영상 볼까 생각중이다. 


12월 3일부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1월도 어느새 일주일이 흘러갔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잘 읽고, 정리정돈 잘하고, 고양이들 잘 돌보고, 감사하고. 

이런 것들을 잘 챙기고 싶은데, 잘 안된다. 1월 부스트 받아서 힘 나야 하는데, 12월부터 정신이 뉴스에 팔려서 부글부글 거리고 있어서, 2025 목표인 The year of gratitude and clarity 가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거 써서 보이는데 다 붙여놔야지. 

말로 체중 자꾸 줄고 있어서 너무 마음이 위축되고. 


잔뜩 엉킨 실타래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clarity 를 찾기 위해 조금씩 힘내보고 있다. 

1월의 목표는 이거여도 좋겠네. 


이번 주까지 오전-오후 스케줄이고, 다시 다음 주 부터는 오후- 저녁 스케줄로 돌아간다. 

오후 스케줄(3-7)만 하고 싶다. 오전도 내꺼, 저녁도 내꺼. 오전과 저녁이 있는 삶, 희망사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건, 왜 도스토예프스키의 White Nights 가 영미권 SNS에서 핫한가 궁금해지면서부터이다. 

왜 도스토예프스키? 왜 White Nights? 그렇게 작년 내내 바이럴에 올라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white nights 표지를 보다가, 올해는 읽어볼까 싶어서 찾아보는데, 바이럴된 책은 펭귄의 리틀 블랙 클래식이었다. 


그러다가 이게 나왔고, 연말까지 남은 적립금들을 깨끗이 털어 80권의 책을 샀다. 

알라딘에서 책 사면 주는 코멘터리북보다 작은 책들이 흑백 표지의 위용을 떨치며 어디에 두어도 배부른 풍경이었다. 

80일간의 펭귄 리틀 블랙 클래식~ 도전을 해보고자 잠깐 생각했지만, 어제 1권 보카치오부터 시작해보니, 다른 책들은 못 읽겠다 싶어서 천천히 다른 책들과 함께 읽어보려 한다. 


영어책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평소 책을 읽는지이고, 그 다음은 최대한 많은 시간의 인풋이다. 이게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다양하게 읽을 것. 후 워즈 시리즈 30권만 읽어보시라 노래 불렀는데, 지난 반년간 매 주 같이 읽는 분과 12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회고했는데, 출퇴근 시간에 가지고 다니면서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고. 나는 출퇴근 안 하니깐 몰랐는데, 그렇지, 주머니에 쏙 들어갈 크기이고, 매일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 무게 반의 반도 안 될 것이다. 


펭귄 리틀 클래식은 더 작고 가볍다. 들은 것 같지도 않음. 마이쭈 한 알 정도의 무게밖에 안 느껴진다. 

후 워즈보다 페이지 수는 적어도, 내용은 훨씬 많다. 그림도 없고, 글자와 자간도 일반 원서 수준이라서. 


근데, 이 작고 귀엽고, 재미있고, 알찬, 책이 한 권에 780원 정도밖에 안 하고 마일리지 받을 것까지 생각하면, 더 싸고, 삼각김밥보다 더 싸다고! 62,500원! 










 외서 쿠폰 2,000원

 추가 마일리지 2,000원

 멤버십 마일리지 2,505원 


마일리지랑 쿠폰만 챙겨도 한 권 703원, 그리고, 아직 2일이니깐 이달의 적립금 1,000원 안 썼죠?

690원으로 내려간다. 700원도 안 해! 한 권에, 진짜 책 짱이다. 책이 짱이야. 


궁금할만한것 몇 가지 

1. 80권 세트에 추가로 더 나와서 지금 127권까지 나와 있음.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도 추가분에 있음 

2. 단편도 있고, 축약본도 있음. 

3.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시대의 고전들이라서 영어 번역본이 많음

4. 읽고 관심 가는 것 펭귄 클래식에서 사 볼 수 있음. 

1권 보카치오의 Mrs Rosie and the Priest 에는 단편 4개 나오는데, 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라서 재미있으면 데카메론 사서 더 볼 수 있는 식. 이거 읽고 너무 황당하고 재미있어서 데카메론 볼까 싶어서 목차 보는데, 세상에, 목차만 읽어도 너무 재미있어 보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주말에는 도서관에 갔고, 동생을 만나 트렉이 있는 운동장에 나가 달리기 자세와 달리기하는 법을 배웠다. 

지난 한 달간 내가 한 건 뭐였나 싶을만큼 좋은 배움이었다. 올해 들어 첫 눈이 진눈깨비로, 비로 번갈아 내리는 날이었다. 

이런 날 누가 달리기하러 나오나 싶었는데, 우리 뛰는 동안도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들고났다. 그동안 통화로, 톡으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었건만, 직접 달려보니, 이거구나! 바로 알겠더라고. 그 전에 10 이었으면, 이번에는 80 정도의 깨달음. 

실행과 코칭의 힘을 느끼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첫 근육통을 느낄 수 있었다. 


동생이 계속 강조한건, 케이던스의 중요성이다. 내가 걷뛰한다고 하니, 걷는 것과 뛰는 것은 다르고, 밸런스만 무너지니, 아주 천천히라도 뛰는 것을 계속 강조했는데, 내가 걷기만 해도 힘들다고, 안된다고, 징징 거리면서, 아니, 나는 걷는 것만으로도 내가 움직인다! 뿌듯하던 사람이었고. 걷는데, 뛰기까지! 였었다. 


심박수는 150에서 160을 넘어가지 않게, 힘들면 아주 천천히 뛰라고 하는 말이 잘 안 들어왔는데, 아주 천천히 뛰니깐 심박수가 내려가더라. 대신에 케이던스, 발이 탁탁탁탁, 뛰는 속도로 계속 움직여줘야 함. 힘들어서 아주 천천히 뛰니깐 정말 걷는 속도보다 느리고, 어제 처음으로 혼자 30분 뛰었는데, 보통 걷뛰에서 9분대 페이스 나왔던거에 비해 10분30초 페이스 나왔다. 


슬로우조깅으로 다리 근육을 기르는 것이 먼저. 힘들긴 하지만, 1-2분 뛰고 걷다가 갑자기 30분 안 쉬고 뛰어지긴 하더라고. 이건 동생이 옆에서 페이스메이커 해줬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기도 하고. 


그동안 걷뛰할 때에는 심박수가 160-180을 왔다갔다 했다. 그러니깐, 나는 늘 오버페이스로 달리고, 힘들어서 걷고를 반복했던 것. 근데, 내가 그렇게 달려도 여전히 느려서 오버페이스인지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지금도 해보니깐 이제 머리로는 알겠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왜그러냐면, 내가 달리기뿐 아니라, 전반적 삶의 모든 분야에서 오버페이스로 달리고, 걷고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뭔가 하려고 했어서 앞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마치 작심삼일을 계속 반복해서 어떻게든 습관 만들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그렇게 어거지로 습관도 만들고, 꾸준히 하는 것도 생기긴 했지만, 오버 페이스로 무리와 소진을 반복하고 있었던거다. 그래서 저녁이면 소진되어서 폭식하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되기도 했고, 쉬는 날이면, 뭘 적당히 못하고, 와악- 하거나, 침대에 고양이들과 같이 늘어져 있거나 그러다 이게 아닌데, 싶으면 일어나서 또 파팍 파팍 불꽃 튀기다가 바로 또 소진되고. 


시간이 많았어서 그나마 가능했던거긴 하다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오버페이스 없이 에너지 분배를 잘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늘 뭐든 오버페이스였어서 어떻게 오버페이스 안할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속마음은 이렇게 설렁설렁 사는데, 이게 오버페이스라니 믿을 수 없다. 속닥이고 있지만, 아마, 오버페이스가 맞을 것이고, 슬로우조깅 모드로 해보면 알겠지. 라고 정리했는데, 오늘 읽어봐야지 책 16권 꺼내놓고.. 이것도 오버페이스겠지? 


2025는 어떤 목표를 세울까 이것저것 해보다가, 2025의 테마는 '감사와 정리의 한 해' 로 정했다. 


A Year of Gratitude and Clarity


정리는 늘 나의 가장 큰 약점이자 목표였다. 오버페이스든 아니든 지난 몇 년 꾸준히 뭔가 하려고 했고, 잘하게 된 것도 있고, 여전히 못하는 것들도 많다. '정리'는 후자이다. 그래도 할 수 있게 된 것들이 있으니, 그걸 기반 삼아 나와 주변, 시간과 공간등을, 그리고, 말로와의 마지막 시간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2007년 4월부터 열여덟 해를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열여덟 살 고양이 말로가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말로 동생 셋이 있지만, 첫 고양이로 나의 미숙함을 함께 해준 말로는 마지막 시간들마저 순하다. 자다가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말로 잘 있는지 확인한다. 매일의 큰 시간들에 감사하려 한다. 말로가 먹고, 걷고, 화장실 가고, 잘 자고, 나를 쓰다듬어라 냥냥 거리는 모든 시간들. 나는 과거를 흘려보내는 편이고, 고양이들과의 과거 또한 예외가 아니었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말로와의 시간들을 각인하듯 잘 담아두고 싶다. 현재를 잡아,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부둥켜 안고 있는거, 이것도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해봐야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5-01-01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6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1-02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제 능력치보다 더 달리고 폭식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아--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