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Edition) - 『아름다운 아이』원서
R. J. Palacio / Random House USA Inc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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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참 착한 책이고, 두 번째 읽어도 같은 부분에서 눈물 찔끔 난다. 

볼륨 있는 챕터북 중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어려운 책들 중에서는 내용도 영어도 가장 쉽다. 각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가 계속 재구성되며 이야기가 깊어진다. 


친구들간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 늘 서로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늘 완벽할 수 없는, 그러나 본심은 선한 사람들간에 쌓인 이야기의 타래가 화자가 바뀌면서 풀려나간다. 


오기, 비아, 미란다, 잭, 저스틴. 저스틴은 음악을 하는 비아의 남자친구인데, 저스틴의 음악같은 말?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문장이 소문자로만 나온다. 이 책은 오디오로도 들었는데, 오기역을 맡은 배우가 나레이션을 정말 잘한다. 영화에서도 배우들이 다 잘하는데, 오기 엄마역이 줄리아 로버츠다. 


얼굴에 큰 장애를 가진 오기와 생활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작게 움찔하고, 눈을 못 마주치는 사소한 바디 랭기지들을 어린 오기는 다 캐치한다. 마지막에 오기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그리고, 오기 자신도 오기의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고, 기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회에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책으로 읽어도, 영화로 봐도 오기라는 인물에 빠져들어 오기의 얼굴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고, 오기가 새로 사귄 친구들도 그렇게 된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신을 학교에 보낸 엄마와 아빠에게 화 내고, 겁나지만, 오기는 세상이 늘 그랬듯이 학교 또한 그에게 잔인한 것을 알게 되고, 때로는 겁나고, 때로는 상처받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좋은 것들을 알게 된다. 오기가 용기를 내고, 용기를 꾸준히 이어나가 1년을 보낸 것에 모두가 기립박수.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오기는 자신은 평범한 아이라고 말한다. ordinary kid 

모두가 특별하다는 점에서 그것이 노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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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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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문기자가 쓴 과학 에세이라고 알고 있고,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니, 물고기 관련 과학 에세이인가 싶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반전이 있다고 했다. 소설도 아니고, 왠 반전? 싶었지만,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읽고 나니 당연히 스포일러를 읽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다. 왜 스포일러가 없는 것이 당연하냐면, 반전이라기엔.. 끝의 반전이라기보다 책을 읽는 내내 반전이었고, 비판적 독서를 이끌어내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아, 그렇지. 하고 밑줄치다보면,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근데 그럴까? 아니다. 가 계속 반복됨. 허허- 


우울증과 자살 에피소드, 등등을 가진 저자와 인간은 의미없다. 인간이 개미보다 지구에 더 기여하는게 뭐야. 라는 아버지, 긍정방패를 '휘두르는' 데이빗 스타 조던 중에 나는 기질상 아버지와 데이빗 조던에 가까운 사람이다. 극과 극의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지. 저자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저자는 데이빗 조던을 알게 되고, 그가 겪어왔던 좌절들을 어떻게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집착한다.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이다. 


위인전인가 싶다가, 추리소설이고, 자기계발서이고,심리학책이다가  레즈비언 에세이이고, 미국의 추한 역사 이야기이네? 

위인전이라기에는 데이빗 조던이 중간중간 쎄하다. 감탄과 존경을 할 수가 없음. 데이빗이 열정의 선을 넘기 전에는 그가 어린 시절 구박 받다가 자신의 기질을 인정 받는 청년기의 시작점은 좀 감동적이었다. 그의 후반기 삶을 어떤식으로도 옹호할 수 없더라도, 한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공감하지 않고, 페이지 넘길 때마다 바로 전 페이지에 배신 당해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과 이야기였다. 그래서, 결국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뭐라고?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 


희망과 무지에의 인정, 그리고, 질문하고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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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자가 꿋꿋이 지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 데이빗 조던을 통해서 알려고 했던건, 곱슬머리 남자가 떠나서였거든. 몇 년이나 지치지 않고, 쫓아다니다가 연인이 되고,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지 모르겠는데, 소녀와 사랑을 하고 ( 불륜? 소아성애?까지는 아니라도 미성년과 관계? ) 그걸 남자에게 말하자 남자가 떠난다. 그 남자를 되찾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는지' 에 집착하고, 그 수단이 데이빗 조던의 전기였단 말야. 그러다가 이야기가 막장과 몰랐던 조국의 추함으로 끝맺음되려는데, 여자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희망을 찾는다. 그 여자가 더 이상 옆에 있지 않게 되었을 때, 여전히 희망찬 결말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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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우주점과 알라딘에서 온 책박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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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밝은밤 에서 좋은 부분은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새비가 삼천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가장 힘들고 혼자인 시기에 놓지 않고,
서로를 귀하게 여겨 준 삼천이와 새비. 삼천이의 딸인 영옥이 오래 간직하던 그 편지들을
절연한 딸 미선 때문에 보지 못했던 손녀 지연이 눈이 나빠 더 이상 편지를 읽을 수 없는 영옥에게 읽어준다. 증조할머니 삼천이에게서 할머니 영옥으로, 엄마 미선, 딸 지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
읽어준다.
  • 밝은 밤최은영 지음문학동네 2021-07-27장바구니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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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7-18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죠.눈물납니다.
저런 친구가 있다는거 서로에게 복이죠

하이드 2022-07-19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눈물나더라고요. 소리 내서 읽고 싶어서 소리 내서 읽으면서 울었는데, 다시 읽고 남기고 싶었어요. 따뜻한 편지에요.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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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지만, 밝은 밤. 

어두운 밤에도 밝은 밤에도. 

지지 않고. 함께. 


백정의 딸인 증조할머니는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따돌림을 당하고, 경멸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역사에 나가서 옥수수를 팔았다. 일본군이 여자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 아픈 어미를 두고, 개성에 가자는 증조부의 손을 잡는다. 어미를 돌봐주겠다는 새비 아저씨에게 평생 잘할 것을 다짐한다. 


지연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희령의 연구소로 전근한다. 어설픈 가족도 가족이라고, 혼자의 삶을 상상하지 못했던 그는 몸도 마음도 닳을대로 닳아 생각을 끄고 움직인다. 희령은 어릴적 자신을 좋아하는 할머니와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이후 엄마는 할머니와 절연해서 어릴적 기억이 할머니와의 유일한 기억이다. 바람난 주제에 뻔뻔한 남편을 엄마는 가여이 여긴다. 


너는 걱정 안되는데, 사위 불쌍해서 어쩌니. 자살이라도 하면 니가 책임질거야? 마음에 못을 박는다. 

사람들은 남자에 쉽게 공감한다. 딸의 부당함일지라도, 사위에게 이입한다.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지연에 이르기까지, 이기적이고, 아내를,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노비로 취급하는 남편과 아버지만 있다. 각기 다른 세대인데, 어찌나 비슷한지, 아버지에게 "그냥 가서 죽으세요" 라고 했던 여자가 누구였더라. 할머니였던가. 좋은 남자가 있는데, 새비 아재라고. 아내에게, 딸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 아비에게 도망쳐 아비 같은 남편에게 가서 자신을 죽인다. 마지막 순간에 짓밟히지 않고 뛰쳐 나간다. 엄마는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고, 지연은 이혼을 한다. 


갑갑한 엄마 이야기를 보면서 차단이다. 차단이야. 혀를 끌끌 차다가 할머니가 등장하며 마음이 녹는다. 서로가 어색하고, 서로에게 거리감을 느끼지만,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끈끈해진다. 새비 아주머니가 증조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증조할머니와 새비 아주머니가 서로를 살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 여자들이 함께 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에게 자신을 의탁하여, 자신을 죽이고, 죽도록 일하며, 대우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읽는 내내 화가 났다. 세대를 건너 계속 반복되는데, 그게 흐려지고 있긴 한건지, 모양만 바꾸는건지 모르겠다. 


밝은 밤이라는 거. 뭘까.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지만, 밝게 만들어주는 존재를 말하는 것일까? 

지연의 할머니가 잘 살고 있어서 좋았다. 희자가 박사가 되어 다큐멘타리에 나올 정도로 잘 살고 있는 것도 좋았지만, 영옥이 지금 잘 살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사찰에서 나던 향 냄새, 계곡의 이끼 냄새와 물 냄새, 숲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냄새와 시장 골목에서 나던 과일이 썩어가는 냄새, 소나기가 지나간 뒤 한의원에서 약을 달이던 냄새…. 내게 희령은 언제나 여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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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