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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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은 학생들이 묻는 '공부는 왜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공부로부터의 도피'가 '노동으로부터의 도피'로 이어짐을 이야기하면서 일본 사회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와도 많이 겹친다.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이걸 배우면 뭐가 좋아요?" " 이걸 배우면 뭐에 도움이 되나요?" 

아이들은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왜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거꾸로 묻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성과 합리성으로 동기부여해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면 이런저런 좋은 점이 있다' 고 실용적으로 아이들을 유도한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고, 예쁜 여자, 돈 잘 버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일부 제대로 된 부모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어처구니 없어 말문이 막힌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걸 배우면 뭐가 좋아요?'나 '이걸 배우면 뭐에 도움이 되나요?'는 딱히 요즘의 경향도 아니고, 이상한 질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용적인, 아니, 탐욕에 가득차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쁘다. 글자를 왜 배우나요? 라는 질문에 글자를 왜 배우는지, 글자를 배우면 뭐가 좋은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어렵나? 실용적이고, 경제적 합리를 찾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면서, 그 눈으로만 보기 때문에 대답 못하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아이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면서 소비자 마인드로 모든 것을 등가교환 하려 하고, 계산적이 된다고 비판하고 싶은 것 같다. 아이들이 "나는 이만큼 지불하는데 선생님은 무엇을 줄 건가요?" 라고 묻고 있다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눈으로 짐작하며, 


"그런 질문이 아이들한테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교육 제도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라고 전제부터 틀려있다. 


" "왜 공부를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초등학생은 '자신이 배움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특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만이 의외의 질문을 할 수 있다. "


라고도 말하는데, 요즘 아프간- 탈레반 사태에 이어 '나는 말랄라다'를 읽고 있어서 처음 읽을 때는 여기에 좀 혹했다. 말랄라는 학교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총을 맞았다고. 공부하지 못하게 하려고 학교를 폭파시켰다고. 하면서. 근데, 다시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것은 답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말라라 같은 사람도 있는데, 니들은? 응? 말이야. 이런 마음의 답변이여서는 곤란하다.  


"이런 질문에 대해 지금의 어른들은 그런 질문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한다. 말문이 막혀서 허둥대거나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실용적인 이유를 들어서라도 아이들을 공부시키려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한 질문이 어른들을 아연실색케 하거나 또는 유아적인 지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무의미한 답변을 끌어내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을 일찍부터 배우게 된다. 이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이 아이들에게 일종의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등가교환 하는 아이들'이 탄생한다. 이 것이 이 책의 화두이자 주제이다. 


아니야, 누가 봐도 어른들이 잘못했잖아. 아이들이 "소비자 마인드"라는 프레임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이들의 질문에 실용적인 이유를 대는 어른들이 잘못했고. 사실, 이걸 아이들이 묻기도 전에 어른들이 하는거 아닌가. '너 공부 열심히 해야 예쁜 여자 만난다' '공부 잘해야 좋은 남자 만난다' '공부 잘해야 돈 많이 번다' 라고, 어쩔수 없이 실용적인 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이들이 겪어보지 못해 알지 못하는 '미래들'로 협박하잖아. 


아이들은 아무 질문이나 해도 된다. '등가교환 하는 아이들'이 탄생했다면, 그건 질문에 답한 어른들의 거울일 뿐이다. 


왜 공부해야 하나요? 는 평생 공부 하는 인간의 평생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추구해야 할 질문이고, 그것이 아이때 시작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비판으로 시작했지만, 이 책에서 좋은 부분 많았다. 


저자는 요즘 아이들과 삼십 년 전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처음 사회관계에 들어설 때 노동을 통해 들어나는가, 소비를 통해 들어가는가의 차이라고 한다. 어릴 때 가사노동에 참여하면서 밥 먹고 그릇 치우거나, 화초에 물 주거나 하는 소소한 가사노동으로 부모의 칭찬을 받으며 처음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인지되며 인정을 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져가며 사회화 과정을 밟아갔다고 한다. 


"아이들은 좀더 자라면 가사노동에 머물지 않고 바깥 사회활동에도 참가하는데, 타인에게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그에 대한 감사와 사회적 승인이라는 대가를 받는 교환 행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의 기초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는 가사노동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노동의 작은 분담자로서 사회관계 속에 자기를 등록하면서 아이들은 먼저 노동 주체로 자기를 세운다." 


이런 기조의 이야기들에 공감한다. 뒤에 나오는 '노동으로부터의 도피' 에도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고, 아이때부터 필요한 사회화를 배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공부' 와 '내가 이 돈 받고 일하느니 일 안 하고, 돈 안 쓰고 만다' 라는 니트족의 합리성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회 관계 속의 나를 설정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쳇바퀴가 감당할 수 없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극도로 높아져서 벗어나는 사람들, 튕겨나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불쾌함' , 즉 "기분"이라는 화폐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불쾌함은 화폐로 유통되는데, 아이들은 이 등가교환을 어릴 때부터 부모를 보며 배운다.


"아이들은 '타인이 초래하는 불쾌함을 견디는 것'이 가정 내에서 화폐로 기능한다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습득한다. 현대 일본의 가정에서 화폐 대신에 유통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화폐'로 인지하는 것은 타인이 존재한다는 불쾌감을 견디는 것이다." 


일하고 돌아온 아버지가 밤늦게 돌아와 온몸으로 표현하는 '피로감' 으로,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아버지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언짢은 얼굴을 함으로써 자신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보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학교와 학원을 가고, 공부를 하면서 '온몸으로 피로와 불쾌함을 표현'해서 자신도 집안에 보탬이 되고 있음을 과시한다. 


"가족 중에서 '누가 가장 집안에 보탬이 되는가'를 '누가 가장 기분이 나쁜가'로 측정한다. 이것이 현대 일본 가정의 기본 규칙이다. '불쾌함'이라는 카드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자원 배분과 결정의 순간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힘들고 불쾌해. 피해자 경쟁을 하게 되는 것. 좀 웃긴 얘기였지만,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불쾌함' , '기분' 이라는 화폐가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어떻게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흐리는지를 생각해보면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해야할지 답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배움에 대한 이야기들도 좋았다. 


"배움이란 자기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모르고, 그것이 어떤 가치와 의미와 유용성을 갖는지도 말할 수 없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오히려 자기가 무엇을 배우는지 몰라서, 그 가치와 의미와 유용성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배움이 일어나는 동기가 된다. (..) 배움이란, 배우기 전에는 몰랐던 잣대로,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나 의의를 측정할 수 있는 역동적인과정이다." 


'공부로부터의 도피'와 '노동으로부터의 도피' 사이에 '리스크 사회의 약자들' 이 있다. 

이 챕터가 이 책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준다. '학력은 더 이상 취직의 보증수표'가 아니고, '노력과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사회' 라서 '공부와 노동으로부터의 도피' 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부유층 가정의 아이들이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보다 학력이 높게 나온다. 그 이유에 대해 보통 부유한 가정이 자녀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 더 내밀한 이유가 있다. 바로 부유층 자녀들은 높은 학력을 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이익을 회수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지만, 빈곤층 자녀들은 학력의 효용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학력의 차이'가 아니라 '학력에 대한 신뢰의 차이'가 있다.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노력에 대한 동기부여의 차이' 이다. '학력의 차이'는 간단하며 계량이 가능하지만 '학력에 대한 신뢰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취급하기 곤란하다. '목표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 는 것을 온 가족이 믿고 있고, 실제로 그 노력의 성과를 향유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공부해도 소용없다'고 공언하고 지금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있는 원인이 자신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을 비교하면 '노력에 대한 동기 부여'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덧붙이면, 노력에 보상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는 경험을 가진 것과 이 노력이 만약 실패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망하는 것이라는 것을 체득한 것의 차이도 있겟다. 


후자가 저자가 말하는 '리스크 사회' 이고, 현대 사회는 '리스크 있는 삶을 선택한 개인'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한다. 리스크 사회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상부상조 집단' '친밀권' 등을 제안한다. 


재미있는 것이 옛날 책이고, 일본 사회의 기득권 남자가 꼰대말 하는 것 같다는 평이 있는 것도 이해되는데, 이런 지점들에서 공감하게 되는 바로 지금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 저자의 위치에서 페미니즘 어쩌고, 요즘의 페미니스트들이 어쩌고 하는 건 좀 콧방귀 끼게 되지만, '고립'과 '자립'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할 중요한 이야기이다. 저자의 통찰력이든, 시대가 돌고도는 것이든, 둘 다이든 말이다. 


'고립된 인간'을 '자립한 인간'으로 내세우는 것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사회에서 합의를 넓혀갔다고 한다. 

고립된 사람에게 타인은 그의 자유와 자기실현을 방해하는 자이고 타인의 존재 자체가 주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 된다. 고립된 주체는 타인의 공간을 자신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할 수 없다. 고립된 주체에게는 그 외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적이라면, 자신의 주체를 방해하는 사람이고, 친구라면 지원과 연대의 의무가 발생하고, 노예라도 부양과 관리 따위의 번잡한 일을 동반한다. 반면 자립한 사람은 다르다. "나는 자립했어" 라고 얘기하는 것은 소용없다. "그 사람의 판단과 언행이 적절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증되어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조언과 지원과 연대를 부탁해올 경우 비로소 그 사람을 자립한 사람이라고 불러줄 수 있" 다. 자립하는 것이 자신의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립해서 주변을 침범하고, 침벙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변과 사회가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침범'이라는 말이 좀 싫을 수도 있겠지만,  타인과 내 쪽에서 먼저, 그리고, 타인으로부터의 연결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전제는 절대적이고, '자립'을 바라는 사람은 '고립'과 '자립'을 구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친밀권' 중 자신이 구상하는 '도장 공동체'도 친밀권을 만드는 시도라고 했다. 자신의 신체와 돈을 써서 친밀권 모델을 만들겠다고.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충 다 했으니, 여생은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도장에서 보내며 무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예를 가르치고, 집에서 지내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으면 청소와 가사일을 시키고 도장에서 숙식 해결하며 자립할 수 있게 돕고, 학문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으면 원서강독을 하고, 철학과 문학도 가르치며,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열고 마작을 하는 열린 학교 같은 서당이나 도장 같은 커뮤니티의 거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동안 사회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얻은 것을 사회로 돌려서 연결시키는 멋진 미래라고 생각한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 더 찾아봐야겠다. 재미있었다. 이 책 읽으면서 '노동' 에 대해 생각하고, 요즘 뜨는 '파이어족'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린다 그래튼의 '100세 인생'을 읽고 있는데,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장수 사회가 오고 있어서 '노동' 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 책 읽으니, 미하엘 엔데의 '엔데의 유언' 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교육의 효과는 졸업 시점에서 취득하는 단위 수와 성적, 자격, 전문지식, 기능 따위만 잇는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에서 배운 좀더 중요한 기법이라고 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종합적으로 수치화하기가 불가능하다. 식견, 판단력, 감수성, 취미 같은 것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자신의 몸에 배게 됐는지 본인도 잘 알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학교에서 익힌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는 능력‘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인 메타능력이다. - P160

우리가 화폐와 상품을 교환하는 데 열중하는 이유는 교환이 안정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교환의 장을 밑에서 받쳐주는 여러 제도들과 인간적 자질을 개발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환 자체보다 오히려 교환의 장을 두텁게 하는 것. 바로 여기에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교환의 목적은 등가의 물품을 교환하거나 싼값으로 고가의 물품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환을 계기로 그것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인간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 P167

경제 관계의 배후에는 교환을 성사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 노력들이 경제활동의 본래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경제적 합리성은 경제 활동에 부가적으로 따르는 많은 인간적 가치를 배제합니다. 따라서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합니다. 하지만 시야에서 배제된 탓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 많습니다. 교육도 타격을 입었고 노동, 육아도 그렇습니다. - P169

소음을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은 일단 보류하고, 아직은 이해가 안 되지만 주의 깊게 듣고 있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경의와 인내심을 갖고 메시지를 맞이해야 합니다. 이러한 개방적인 태도로 귀 기울이지 않으면 소음은 결코 신호로 바뀌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소음은 소음이고 신호는 신호라는 식으로 구분하는 살마에게는 소음이 신호로 변하는 순간이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 P172

오늘 리스크 헤지에 대해 많은 말을 했지만, 친밀권은 리스크 헤지를 위한 공동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날 미혼과 비혼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고학력에 고수입인 사람들의 결혼율은 더 높습니다. (..) 사회적인 약자들일수록 조력자가 없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가족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입게 되거나 노인이 되었을 때 곁에서 지원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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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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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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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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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7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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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10-1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thkang1001 2021-10-1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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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베리수상작들을 읽고 있다. 2021년 수상작은 할머니가 한국인인 태 켈러의 전래동화 이야기이다. 

전래동화인 해님달님 모티브가 작품 내내 반복되고, 단군신화까지 연결되는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다. 


원서에는 grandma 가 아닌 Halmoni로 나오는 등 한국적인, 근데, 뭐랄까, 미국인이 본 '한국적'인 면이 없지 않은, 혹은 수십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멈춘 그 당시의 문화라서 지금 여기서 보기에 낯설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용감한 자매와 엄마, 할머니가 작품의 중심 인물들이다. 


할머니가 아파서 마지막을 함께 보내기 위해 엄마와 자매는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화자이자 동생인 나는 호랑이를 보게 되고,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기 위한 덫을 만든다. 


할머니는 미신을 많이 믿는 사람으로 나온다. 나쁜 것들을 몰아내기 위한 쑥과 같은 약초, 쌀을 뿌린다던가, 부적이 되어 지켜주는 목걸이 등을 애용한다. 


언니와 나는 할머니의 해님달님에 나오는 자매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결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변주된다. 


내 눈에만 보이는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갔던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치료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가 담긴 유리병을 하나씩 열면서 호랑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가 감추어왔던, 억눌러왔던 이야기, 숨겼던 이야기를 놔주는 과정은 끝까지 읽고 나면 먹먹하다.


"그래도요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숨기는 건 안 좋은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는건 아니니까요. 숨긴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갇혀 있는 것뿐이지." 


저자는 처음 할머니에게 듣던 해님달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나씩 조각들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한국의 건국 신화를 좀 더 파고들다가 문승숙이라는 저자가 쓴 '민족 공동체 만들기'라는 논문을 만난다. 


 "곰이 인간 여자로 변하는 내용에는 깊은 사회적 의미가 깔려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난과 시련을 인내함'으로 요약되는 여성다움이다."


이 논문을 보고, 마지막 조각을 찾아 저자는 이야기의 온전한 모습을 그리게 된다. 


"곰이 한국 여성, 또는 고생과 말없는 인내가 핵심인 어떤 여성다움을 상징한다면 호랑이는? 

고생을 거부한 대가로 추방을 당한 여자는?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할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 전래동화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성 저자에 의해 새로 쓰인 호랑이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변색머그 이벤트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책과는 정말 잘 어울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호랑이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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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4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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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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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은유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한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으로 묶어냈다. 


책을 읽기 전 나의 짧은 지식은 '불법체류자' 각 분야에서 필수노동력이 된지 오래이고, 불법을 빌미로 열악한 환경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 이들의 위치가 올라가야 한국 노동자들의 위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화재나 사고로, 폭염이나 아주 추운 날 동사로 그들의 열악한 거주지를 보여주는 뉴스에서나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이 데리고 온, 혹은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아동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기 전 생각해보지 못했고, 책을 읽으면서 이게 말이 되는지, 황당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썩은 고리들 중 하나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신분증 없이 사는 삶

얼마 번 동생이 공항에 가는데 신분증이 없어서 마침 가지고 있던 주민증을 찾아 준 적이 있다. 그 신분증마저 잃어버렸지만, 생각해보니, 이전에 등록해둔게 있어 손바닥 찍고 공항에 잘 들어갔다고 한다. 내가 근래 신분증을 내밀어야 했을 때는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 때와  공항, 도민 무료 관광지에 들어갈 때였다. 


이 신분증은 그 신분증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핸드폰도 통장도 만들 수 없다. 코로나 시대에 QR 체크도 할 수 없다. 청와대에 견학을 가서도 들어가지 못하고, 봉사 사이트 봉사 포털에 가입하지 못하고, 역사 골든벨에서 우승할 정도로 역사를 잘 알아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예매를 못해 가지 못하고, 아이들끼리 떡볶이를 먹고 계좌이체를 할 때 현금을 꺼내야 한다. 


졸업을 하면 현행 법체계 안에서 언제든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없다. 한국말밖에 모르는데 가본 적도 없는 부모의 국적국으로 쫓겨갈 수도 있다. 단속을 피해 저임금으로 그림자 노동을 하면서 있어도 없는듯 살아간다. 


히잡을 쓴 달리아는 백석 시인을 좋아하고, 한국어로 시를 쓰는 아이다. 대학에 진학할 수 없어 오빠 카림이 그랫듯이 대학을 포기한다. 고3때 아이들이 모이면 대학 이야기하는데 낄 수 없어 고3 생활이 너무 길었다고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 일원으로 살아왔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근처에 살 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간병인들을 거의 대체했다고 들었다. 이들 없이 간병돌봄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농사도, 공장도. 이미 이들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한국 사회의 필수 존재가 된 그들을 미비한 사회제도를 빌미로 인권을 무시한채, 법 테두리 안에서, 법 테두리 밖에서 이용하고, 학대하고 , 모르는 체 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는 더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혹은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국땅에서 살아온 이들을 성인이 되어 말도 환경도 모르는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인도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비합리적이다. 


되지도 않는 저출산 정책들로 세금낭비 그만하고,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려면, 이미 존재하는 아이들을 잘 돌보는 사회가 선행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이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한참 열심히 하다보니 ‘도대체 교육이라는 게 효과가 있나? 인간이 교육으로 변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한편으로는 교육, 한편으로는 규제, 이렇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고, ‘감수성‘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 감수성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제 스스로의 생각이나 의식이 바뀌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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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아시아 설화 SF
켄 리우 외 지음, 박산호 외 옮김 / 알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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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설황, 제주설화와 SF의 만남으로 기대 이상이었던 작품집이다.

견우 직녀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켄 리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침 7월 7일에 이 책을 읽고 있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10대 레즈비언 커플들 중 한 명이 미국으로 유학가게 되어서 칠월칠석에 긴 헤어짐을 앞두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제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한 명은 긴 거리 연애도 가능하다, 어떻게 헤어지냐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각자 마음 아파하는 두 커플은 오작교를 만들려고 올라가는 까치들에 휩쓸려 하늘로 올라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보게 된다. 그렇게 롱디의 아이콘인 견우직녀에게 연애 조언을 받게 되고.. 


두번째 단편인 왕관유의 '새해 이야기'는 새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해라는 전설의 동물은 빨간 것과 불을 무서워하고, 인간의 공포를 먹고 산다. 인간들이 새해를 쫓아내고, 망한 현실을 버리고, 모두 가상 세계에만 빠져 있던 미래의 어느 시점에 새해를 무서워하지 않는 존재가 새해를 깨워내서 부탁한다. 


홍지운의 '아흔 아홉의 야수가 죽으면'은 아흔아홉 골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다. 박력 있고, 아련하며, 위트 있다. 옛 설화의 야수와 미래의 헌터, SF 적인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 있고, 여운도 길다. 


요즘 좋아하는 작가인 남유하의 작품을 보게 되어 기뻤다. 설문대할망 설화를 모티브로 한 '거인 소녀' 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야기이다. 남유하 작가 다이웰 주식회사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 '거인 소녀'에서도 엄마와 딸 이야기가 묘하게 까슬하게 나오는데,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의 발문에서 강지희 평론가가 이야기했던 한국 소설의 모녀 관계에 대한 글 읽고 나니, 계속 사례로 모으게 된다. 


이 작품집 읽고, 제주설화 관심가게 되서 제주설화 책도 주문했는데, 남유하 작가의 후기가 흥미롭다. 


"제주도 설화에는 거인이 많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 거인들이 할머니, 할망이라는 것입니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할망, 바다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할망. 저는 두 할망이 몹시 마음에 들었고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설화에서 나타난 두 할망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인이라는 점, 인간을 사랑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보답을 받지 못했다는 점. (..) 거인 할망. 힘을 가진 여성이 왜 이토록 외면받거나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이 이야기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에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소녀들.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고립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부디 소녀들이 그들만의 섬, 이어도를 찾을 수 있기를." 


진짜 너무 좋다!! 


다음 작품은 남세오의 서복 설화에서 모티브를 딴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

불안정한 탐라라는 행성에 살면서 우주로 잠수하는 이야기.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 대신 우주에 뛰어드는 잠수의 이야기를 썼는데, 멋지다. 작가들 대단해. 


그 다음은 후지이 다이요의 아마미섬 설화 


곽재식의 한라산 우인은 곽재식이 곽재식했네의 느낌. 


이영인의 용두암 설화에서 온 '불모의 고향'은 이 작품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단편이다. 제주의 기류, 해류, 용류와 인류의 탄생에 대해 하필이면 탐라섬에 정착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초기 인류에 대해 그리고, 섬을 만들어 별을 관찰하고, 용류와 해류와 기류를 타고 노는 신과 같은 존재의 가문에 대해 나오는데, 여전히 미친 바람과 자연에 둘러쌓인 제주섬에 살다보니, 이 이야기가 정말 벅차게 와닿았다. 


윤여경의 원천강 오늘이 설화를 소재로 한 소셜무당지수도 좋았다. 오늘이 매일이 장상이, 고양이 로투스 (연꽃) 무당, SNS, 유튜브에서 성공해서 부자되기, 등등 블랙코미디 같으면서도 설화 모티브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된다. 


이 단편집의 단편들은 너무 좋거나 좋거나였는데, 마지막 단편에서 한숨난다. 


이경희의 산신과 마마신 


산신, 마고신, 마마신이 나오는데, 설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저급하다. 

나쁜 왕이 있어서 산신과 마고신이 나쁜 왕에 맞설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가 마마신이다. 


나는 요즘 픽션의 윤리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는데, 이 작품 보고도 또 생각했다. 

재미도 없고, 설화 모티브 작품인데 설화가 후져졌고, 이야기도 결말까지 별로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이 별 생각 없이 안 지나가진다. 


산신과 마고신이 별상을 강하게 만들어 성주에게 대적하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은 괴롭힘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시켜 왕따 시키고, 옥상으로 불러 폭력을 가하게 한다. 배 걷어 차고, 연초빵 하고 막 그런 장면 나와. 

별상은 자기를 낳아준 마고에게 사랑을 느끼고, 발기하고, 그걸 알게 된 마고에게 따귀 맞고 쫓겨남. 이 때 별상은 열다섯살의 몸을 가진 다섯살 아이였다. 마고의 반응으로 장면을 더럽게 만듬. 산신과 마고가 질척하게 자기 위해 울고불고 난리 난 별상을 매몰차게 내침. 별상이 성주를 만나게 되었을 때 성주는 여자들 잔뜩 끼고 있고, 가슴을 주무르고, 별상에게 여자를 대주고 이런 장면들이 이야기에 필요한가? 


나는 장르 소설을 많이 읽었고, 예전 소설들도 많이 읽어, 예전보다는 많이 가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혐이군 생각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예전 소설도 아니고, 이제 쓰인 소설에 별 상관도 없어 보이게 저런 장면들이 들어가면 더이상 술술 읽히지 않는다. 


작가 후기 보면, 이야기에는 망할, 드러운, 죽어 마땅한 성주 얘기만 써 놓고, 성주가 별의 주인이라 멋있대.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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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집 정리 -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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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책들 많이 읽었는데, 그 어떤 정리책보다 더 버리기와 정리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부모님의 집 정리,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한데, 비혼1인가구로서 나의 집정리는 어떻게 하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같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 집을 정리하기 전 기억해야 할 8가지 

1. 부모님의 집 정리, 이제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2. 물건을 귀하게 여기던 부모님 세대

3. 쉽게 버리지 못하니 짐이 많을 수박에 없다

4. 부모님의 집 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하라. 

5. 정리 계획을 세우고 '정리 노트'를 작성한다.

6. 혼자서는 어렵다.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한다. 

7. 처분할 물건은 지역의 규정을 미리 확인한다. 

8. 누구든 한번은 도중에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의 집정리를 한 15인의 사례를 보여준다. 

첫번째 사례부터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확 와닿는다. 


부부가 30여년동안 살던 방 다섯개 주택에서 남편이 죽고, 혼자 지내다가 본인도 몸이 안 좋아져서 딸네 가까운 10평 짜리 집으로 두 달 안에 이사하면서 집정리를 해야 했던 케이스다. 노년이 되어, 나이가 들수록 몸은 점점 안 좋아지고, 그러다 '갑자기' 이전처럼 살기가 어려워진다. '갑자기' 라고는 했지만,  분명히 닥칠 '갑자기' 인데, 그 대비를 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집 정리는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몇 년에 이르기까지 해야 하고, 기력 없고, 아픈 본인 보다는 가족, 자녀 세대에서 하게 된다. 단순히 이사로 집을 비우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짐을 처분하는 일이다. 그 힘든 짐 정리를 하고 나서는 원망과 망가진 몸만 남는다. 


"부모님은 평생 사실 생각으로 후쿠오카 집을 장만했어요. 나이드신 두 분의 살림이고 단독주택이라 수납 장소가 많았죠. 창고방과 벽장, 헛간 등에 물건이 가득 차 있었어요." 어머니의 새로운 생활을 위해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놓고 갈지 선택해야만 했다. 남은 시간은 2개월, 거의 초읽기였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혼자서 물건을 처분하고 이사하기는 어려웠어요. 저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나 유급 휴가를 이용해 도쿄와 후쿠오카를 오가며 정리를 도울 수밖에 없었죠." 


노년이 되어, 움직이는게 힘들어지면, 짐을 한 군데 쌓아두게 되고 (현관에서 거실), 짐이 많으면,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 저하되어 넘어지는 사고가 쉽게 일어나고, 넘어져 골절되면 죽을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집안 정리나 요리는 서툴렀다고 한다. 예전부터 물건을 줄이는게 좋겠다고 말해왔지만, 어머니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현실을 회피하려고만 했고, 그 정리를 나중에 떠맡아 하고나니, 정리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기 싫을 때가 있다고. 자랑스럽던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졌다고 한다. 


정리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아프게 되고, 머리가 하얗게 다 세어 버리는 등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되는데, 그걸 누구한테 떠민단 말인가. 


"저도 이제 노년이에요. 얼마 전, 50년동안 써 온 일기를 다시 읽어보고 마음과 머릿속에 추억으로 남긴 뒤 과감히 처분했어요. 앞으로 갑자기 입원하거나 시설에 들어가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언제 그런 때가 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주변을 홀가분하게 해두고 싶어요." 


정리를 하는 건 보통 집안의 여자..인데, 출판사에서 일부러 여자만 골라서 사례 수집을 하지는 않았을테고, 딸이나 며느리가 집안 정리를 한다. 


"남편은 높이 80cm가 넘는 목각 장식물도 부모님 집에서 가져왔어요. 깔끔하게 쓰던 방에 지금은 그 목각 장식물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시댁 정리 후 제 머리가 하얗게 셌어요. 정리도 힘들었지만, 남편과 제가 물건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 그것도 큰 스트레스가 된 것 같아요." 


집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보며, 하나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남는 건 대부분 여자다. 대체로 남자가 먼저 죽고, 그러니깐, 평균 수명도 남자가 짧은데, 결혼은 왜 남자 연상으로 하냐. 확률적으로 여자 혼자 남을 수 밖에 없고, 남자의 노년 뒷바라지에 자원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답답. 사례 중에 아들이 50대에 먼저 죽어서 어머니와 며느리만 남아, 며느리가 어머님 집 정리 하는 것도 있다. 


희망적이고, 롤모델이 되는 사례도 드물지만 있다. 


"서랍장 안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평상복 몇 벌과 속옷과 앞치마, 기모노 몇 벌이 들어있을 뿐 텅 비어 있었죠 .돌아가시기 십 수 년 전부터 '난 이제 물건을 필요 없어. 쓸 사람이 있으면 주고 싶어.'라며 시어머니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반지와 목걸이, 좋은 기모노는 친척이나 이웃에게 나누어주셨고, 저도 갈 때마다 반지와 오비 같은 걸 조금씩 받았어요. '이 접시는 너희가 써줬으면 좋겠어.'라며 오래된 접시와 어머니가 쓴 하이쿠도 주셨어요." 


이 어머님은 드문 사례인데, 자식들이 자신이 죽으면 집에서 살거나 내려 올 것인지 확인하고, 안 내려갈거라고 하자, 집을 팔고, 살 곳을 물색한다. 작은 아파트로 옮기면서 "10년은 여기서 살고 싶어. 그 다음엔 고령자 전용 주택으로 옮길 거야." 라고 말한다. 운전을 좋아했지만, 70세가 되자 고령자 사고가 많다는 이유로 차도 처분하고 운전도 그만둔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 십년에서 이십년을 자기 주도로 계획한다. 짐도 몸도 가볍게. 그러면서 일상을 이어간다. 


나이 들면 무조건 대형 병원 있는 아파트지. 그래도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아파트가 편하긴 하지. 

생각한다고 다 살 수 있는건 아니지만, 지향점을 어디에 두냐 따라서 어디 살지 정해질텐데, 

노년도 이렇게 나누어서 주거 목표를 세우는 것 좋아보였다. 


나는 내 부모의 집정리는 살아계신 동안은 포기했고, 내 집정리를 어떻게 할지. 끝을 생각하고, 거기까지 줄을 쫙 그어서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미니멀리즘, 정리정돈, 버리기 책보다 더 와닿았던 독서경험이었다. 


"내 물건의 쓰임을 판단하고 처분하기 위해서는 판단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몸이 말을 안 듣고 물건을 옮기는 게 귀찮아진다는 거예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안, 최대한 물건을 줄이고 손이 닿는 곳에 알기 쉽게 물건을 재배치하는 게 좋아요. 저도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요." 








무엇을 처분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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