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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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2021년 산재로 죽은 노동자의 숫자. 매일의 산재 기사로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추락하고 기계에 끼어 죽고, 으깨져 죽고, 갈려 죽고, 치어 죽고, 유독가스 마시고 죽고, 익사하고, 불타 죽고. 평소 상상도 하기 힘든 끔찍한 죽음들이 일터에서. 주말과 휴일에도 한밤중에도 일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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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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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3천 엔 정도의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지." 


첫 페이지부터 재미있을 것 같았고, 3천 엔, 그러니깐, 내가 3만 원을 어떻게 쓰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 소설, 다양한 세대와 형편의 여자들의 돈 이야기로 초반부터, 이것은 금융계몽소설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소설에 주인공이 화장실 한 번 안 가듯, 이런 현실적인 돈 얘기는 늘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키우는 식물에 물 주듯, 돈 이야기 심상스레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 또한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미호는 티포트가 진열된 잡화점 선반 앞에서 예전에 할머니와 3천 엔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혼자 살기 시작하며 티포트가 없어서 티백 홍차를 마시거나 편의점에 들러 차를 사는 미호가 사려던 유리로 된 심플한 티포트는 딱 3천엔이었다. 다섯 살 위인 주부인 언니 마호는 법랑으로 된 커피용 주전자를 쓴다. 엄마는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북유럽 브랜드의 티포트를 쓰고, 할머니는 청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로열코펜하겐의 도자기 포트와 여행지에서 사 온 예술가의 수제 다관을 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하지. 


회사에 만족하며, 비싼 월세를 내고 좋은 동네에서 살던 미호는 자신의 인생에 만족했지만, 사수였던 유능하고 상냥한 마치에 선배가 정리해고 되는 것을 보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언니 마호는 동갑과 결혼하여 아이 하나 있다. 소방관 남편의 박봉으로 아이를 키우며 짠테크하며 살아간다. 미호에게 고정비를 줄이고, 이사로 집세를 아끼는 등의 팁을 준다. 앱테크 하는 모습도 나온다. 


미호는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다 유기견 입양 행사 하는 것을 보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동물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은 미호의 월급으로 힘들고, 미래가 불안정한데, 개를 데리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호는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 적힌 조건들은 유기견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육할 수 있는 '집', 건강한 '신체', 거기에 물론 '돈'까지. 이 전부는 유기견을 기르든 말든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게, 미호는 각성!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목표를 세운다. 


식물을 키울 때도 환기 잘 되고, 햇빛 잘 드는 곳에서 물 잘 주면서 키우면 되는데, 환기 잘 되고, 햇빛 잘 드는 곳은 식물 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언니는 미호에게 하루에 100엔씩만 모아보라고 하고, 미호는 바보 취급 당한 기분이었지만, 일단 따르기로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저금통 사야겠다' 하고, 언니한테 '멍청아, 그걸로 또 돈을 쓰면 어떡해' 잔소리를 듣는다. 


아.. 너무나 낯익은 풍경, 다음 날 미호는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100엔은 모을 수 있지! 생각하고, 보통은 커피 마시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가지만, 휴대용 보온컵에 차를 담아왔으니 150엔 세이브. 하고, 150엔을 아낀다. 그리고 나서 새삼 프라푸치노, 단 한 번도 끝까지 마시지 못했던 프라푸치노의 가격을 확인한다. 420엔.. 하루에 100엔씩 모을거라면, 이 돈도 크다. 끊지는 못해도 두 번에 한 번은 아이스커피 280엔 마셔봐야지 생각한다. 


돈 멘토인 구로후네 스코 선생도 한 번씩 나온다. 

'8x12는 마법의 숫자'라는 책을 쓰고 절약 강연을 한다. 미호는 3천 엔을 내고 강연을 듣는데, 매 달 8만 엔씩, 보너스 때는 2만 엔씩 더 저축하면 일 년에 100만 엔! 와아아아 일 년에 100만 엔씩 모을 수 있으면 삼십대는 예순 살 정년까지 3천만 엔, 이십대는 4천만 엔을 모으게 됩니다. 그걸 3% 복리로 운영하면 세후 약 4900만 엔과 7760만 엔, 노후 걱정 노노. 


"여러분은 지금 제 주문, 아니 마법에 걸렸습니다. 한번 이 숫자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어떻게든 8만 엔을 기억하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한 달에 8만 엔을 저축하려고 마음먹게 되죠. 지금은 무리더라도 가능한 그 액수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게 된답니다!" 


지난 몇 년, 트위터에서 내내 봤던 이야기들이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나오니 재미있었다. 

작가의 캐릭터 설정이겠지만, 뒤로갈수록 의식 못하고 읽었다. 미호와 마호의 엄마인 도모코는 친구인 지사토가 이혼하게 되며 이혼한 후의 연금과 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황혼이혼의 경제학) 일흔 세살인 할머니 고토코는 저축액 천 만엔을 간병비로 생각하지만, 연금으로만은 생활이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일을 하게 된다. 아들이 싫어한다거나, 가족들에게 연금이 모자란다고 얘기하기 꺼려하는 부분,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되서 즐거워하는 것, 가족들은 할머니의 간병비를 걱정하는 것 등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하나 아쉬운 것은 70대, 50대, 20대 세대의 이야기, 다 기혼이거나 결혼을 계획하고, 비혼으로 사는 딸은 간병을 준비한다. 그냥 여자 혼자 사는 이야기도 읽고 싶지만, 금융 계몽 소설이라도 가족 소설이어서 그후로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까지는 아니고, 불행하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살아나갈 수 있다.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서 잘 풀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해주는 것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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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대서양 파도에 대해 살펴본 내용은 대체로 전 세계 풍랑에 모두 적용된다. 파도는 한평생 숱한 사건을 겪는다. 파도의 수명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먼 곳을 여행할지,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는 모두 바다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상황에 좌우된다. 파도의 중요한 속성을 하나 꼽으라면 움직인다‘는 것이다. 파도는 움직임을 지연시키거나 가로막는 것들 때문에 해체 또는 죽음을 맞이한다.
파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다 자체에 내재하는 힘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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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2 (리커버 특별판 + 박스 세트)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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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 분리. 6개월만에 새 책 펼쳤는데, 6개월만에 확인되어 교환도 환불도 안 됨. 이 책 구매자분들 중에 책등 분리 겪으신 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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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24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속상하시겠어요 ㅜㅜ

하이드 2021-09-24 20:25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지지난 주 주문한 책도 다음주에 받을거 같다고 연락 받은 터라 부글부글한데, 이런 일도 겹치네요.

붕붕툐툐 2021-09-2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하이드님, 책도 아직 안 왔는데 이런 일까지! 교환, 환불이 안된다니...!!ㅠㅠ

Admin 2022-02-2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속상하셨겠어요ㅠ
 
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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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동도서 같지만, 리처가 등장하자마자 훈장을 받더니 학교로 보내졌다고. 


팽당한 것 같은 분위기로 소문이 퍼지지만, '학교' 라고 불리우는 곳에 가니 CIA에서, FBI에서 각각 최근에 큰 공훈을 세운 요원들이 한 명씩 와 있고, 사상 초유의 CIA,FBI, 미육군 합동 작전을 예감한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나와 비밀리에 그들이 해결해야 할 임무를 주고, 모든 지원을 해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1억달러' 라는 판돈이 그들의 레이더에 떴기 때문이다. 


리처는 상사 니글리를 호출..하기도 전에 니글리가 먼저 알고 리처가 어느 식당 갈 것까지 예측해서 식당에서 마주친다. 

리처가 나오니 리처가 주인공이지만, CIA와 FBI 합동 작전, 그것도 큰 공을 세운 조직내 명석한 이들이 너무 시시하게 나오고 분량도 없어서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대신 의외로 일 잘하는 함부르크 경찰이 나온다. 리처 시리즈에 리처나 리처와 일하는 파트너 외에는 다 일 못하거나 망치는데 함부르크 경찰 나올때마다 리처도 읽는 나도 일 잘하잖아. 계속 생각했다. 리처와 긴밀히 연락하게 되는 함부르크 경찰 그리즈만은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망과 무사안일주의가 함께 해서 사소한 일도 부서 찾아 미루는 신공을 발휘하지만, 그 마저 사건에 도움이 된다. 그러고보니, 독일인들의 꼼꼼함을 강조한듯하다. 이 책에도 잭 리처의 적은 둘이다. 1억달러를 거래하는 테러범과 함부르크에 자리잡은 네오나치 조직이다. 조직원이 독일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정이다. 


같은 도시에 탈영병이 있고, 헌병인 리처가 있다면, 그 탈영병을 잡는 것은 은행에 맡겨둔 돈 찾는 것과 같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리처.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의 리처는 조직에서 나와 자유인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돌아다니는 리처와 많이 다르다. 둘 다 재미있지만, 나는 후자가 좀 더 재미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기의 마음으로 함부르크를 훑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뭔가 하고 있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법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리처니깐, 계획하고, 계속 머리를 굴려서 가장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계속 갈 뿐이다. 


리처가 산 바지. 단돈 5달러인데, 앞으로 30년도 끄떡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처처럼 험하게 쓰는데, 30년 입는 바지 그거 뭐야. 나도. 


리처가 국가안보위 상사와 자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그런줄 알고 있었고, 이 책도 두 번째 읽는거지만, 새삼 놀랐다. 

햄버거 패티 묘사를 해도 이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뚝딱거리는 묘사다. 리처가 코어로 하는건 다 잘하니깐, 잘했을거라는 건 의심하지 않지만, 리처의 전투신처럼 여자가 움직이는걸 묘사하는데, 아니..그게.. 되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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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07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없네요? 아직 사두고 안읽은 잭 리처 몇 권 있지만 이 책 삽니다. 코어로 하는 건 다 잘하는 리처라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

하이드 2021-09-07 09:57   좋아요 2 | URL
그죠? 의심하지 않죠? 못할리가. ㅎㅎ 안 읽은 잭 리처 책 있다니 부럽습니다. 근데, 두 번 읽어도 재미있네요.

독서괭 2021-09-07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어로 하는 건 다 잘한다니 웃다가 쿨럭 ㅋㅋㅋ 리처가 산 바지 저도 궁금하구요. 저도 혼자 돌아댕기는 리처 쪽이 좀더 재미난 것 같습니다.

하이드 2021-09-07 17:10   좋아요 1 | URL
뭘 해도 코어가 중요. 저는 잠을 잘 못 잤는지, 허리가 아픕니다. ㅎㅎ 잭 리처의 피지컬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