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의 법칙 -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유일한 차이
그랜트 카돈 지음, 최은아 옮김 / 부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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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랜트 카돈의 10배의 법칙, 아는 분이 오디오로 듣는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책은 절판이고, 중고가는 정가의 이십배였고, 도의 도서관들 통틀어 한 권 있는데, 반납일이 1년쯤 밀려 있었다. 원서로 들을까, 읽을까 하던 차에 신간이 나왔길래 읽어봤다. 


자기계발서 책들 중에는 그렇게까지 시류를 타지 않는 책들도 많아서 십년이 지나도, 이십년이 지나도, 그보다 더 오래 수십년이 지나도 그 역할을 충분히 다 하는 경우도 있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건 이제는 좀 아니지 싶은 책들도 있다. 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렇다. 예를 들면 좋은 습관에 대한 책이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더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책으로 여겨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8년에 나왔고, 지금 읽으니, 이건 좀 요즘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초반에는 했다. 열 배로 생각하고, 열 배로 꿈꾸고, 지킬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열 배로 행동하라는 저자의 외침이, 성공은 당신의 의무고, 성공하려고 행동하지 않는 당신은 당신의 의무를 방기하는 거야. 라는 저자의 외침이, 그건 아니지 않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금도 격무에 시달려 자신을 찾기 힘든데, 열 배로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 난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그런 거부감이 불쑥불쑥 들었다. 


이 책을 안 읽은, 안 읽을 사람을 위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열 배로 꿈꾸고, 열 배로 행동해라. " 


끝. 


읽기 전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았고, 읽으면서는 찜찜했지만, 책이라는 것은 저자와 독자가 같이 쓰는 것. 뭔가 좋은 것을 찾아 먹겠다는 레이더가 발동하기도 했고, 사실, 읽자마자 저자가 말하듯이 누구나 각각의 성공의 기준이 있고, 나는 나의 성공의을 생각하며 읽었더니 여러모로 유익해서 아주 오랜만에 아침 확언에 저자의 말 중 한 구절을 추가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신에게 의욕과다병을 셀프 진단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오, 그건 문제가 아니었어. 열 배로 행동해버리면 되는거였어. 나는 한 달에 책을 백 권 읽고 싶으니깐, 책을 천 권.. 아니다. 


이쯤에서 저자의 성공 집착과 강박의 문장들을 옮겨본다. 비호감이야. 


" 현실을 직시하라! 당신이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이든 성공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관심을 거두면 승리 역시 중단된다. 승리를 계속 포기해보라. 그러면 완전히 '포기'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그래, 성공은 과정이지. 왜냐하면, 성공하는 순간의 행복감은 짧고, 다시 또 그 다음을 바라게 되는 불만족의 쳇바퀴에 들어가게 되는거거든. 생각했는데, 저자가 딱 집어서, 성공은 과정이 아니다! 결과다! 라고 하는 바람에. 그래? 그렇구나. 성공에 대한 강박과 집착.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이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안티도 많고, 저자가 '집착' 이 필요하다고 한 챕터를 할애해 이야기하고 있기까지 하다. 


나는 여전히 성공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해두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내게는 그 목표까지 가는 과정을 내가 잘 해내는 것이 '성공' 이어서. 그것이 나의 성공이고, 나는 그것에 집착하니, 저자의 말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진짜 엄청 성공해서 어떤 변수도 다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거기에는 자연재해와 대공황 같은 것도 포함되고, 어떤 것도 탓하지 말고,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지닐 때만 비로소 유용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이 상황은 단지 전기가 나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내가 예비 발전기를 미리 갖춰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상황은 불행도 아니고 나쁜 사건도 아니다.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기에 생긴 결과다. 병신처럼 굴지 말고 예비 발전기를 구해라. " 


* 번역 불평. 자기계발서에서 jerk 를 병신으로 번역한 걸 그대로 낼 필요가 있나. 그냥 머저리 정도로 하지. * 


"엄청난 수준으로 행동한다 한들 당신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절대 없다. 오히려 언제나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돈과 권력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가장 많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관심을 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최상의 결과를 얻는다." (129)


"만약 당신이 보통 수준에 머문다면 장담하는데 당신은 어김없이 이룬 것을 잃게 되고 꿈꿔온 일들은 몽땅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는 건강, 결혼, 부, 영성 등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보통을 추구하면 당신은 그저 그런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된다." (139)


"뭔가를 보통 수준으로 하면 삶의 '어느' 영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 당신이 어떤 일에 단지 평범한 주의만 기울이면 그 일에서 더는 성과를 못 내고 결국에는 중단하게 될 것이다." (140)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동력이 부족한 건 맞다. 나는 많이 부족. 그러니, 열 배 행동 생각하고 뭔가 하면, 두 세배까지는 아니라도 할만큼은 하겠지. 아니, 이렇게 얘기하면 마법이 깨지는거고. 


또 하나, 계획을 세울 때, 그것에 필요한 행동을 과소평가 하는 경우가 많다. 10명에게 제품 프레젠테이션 하죠. 그럼 3명에게는 팔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10번의 프레젠테이션에 얼마나 많은 행동이 필요한지 계산하지 못한다. 10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전화를 100번쯤 해야 한다. 그런 것들 말이다. 의미 있는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이런 것들을 하자. 라고 계획하지만, 그런 것들을 하기 위해 이런거 저런거 그런거를 열 배쯤 해야 할 수 있다는 거. 이건 열 배의 법칙이 아니라도 납득 가능 이야기이고, 평소에 놓치기 쉬운 이야기이다. 


" 450킬로그램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시속 60킬로미터 강풍 속에서 경사 20도의 오르막길을 날마다 오르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라. 끈기 있게 이런 수준의 사고력과 행동력을 발휘하라. 그러면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이건 좀.. 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나도 그런데, 저자의 이런 과장된듯한 말들이 모두 납득이 되는 이유가 있다. 마지막에 덧붙이겠다. 그리고, 사실, 저 정도의 행동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나는 매일 본다. 세상에 어떻게 그걸 다 하고 사나 싶은 여자들 엄청 많은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그랜트 카돈처럼 '성공' 을 위해서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가사, 육아, 일의 2콤보나 3콤보를 해내는 여자들은 저 정도 행동력을 주장하는 그랜트 카돈의 행동력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걸 해내는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는데, 골병 들면 안 된다. 그랜트 카돈은 요즘 영상 봐도 엄청 건강하고 쎄 보인다. 이 책에서 오십둘이었으니, 지금 육십대인데 에너지가 네살 아이 정도 되는듯함. 아, 마지막에 말하려고 했는데, 그렇다. 그랜트 카돈의 에너지는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자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ADHD 라고도 하고, (였는지, 현재진행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상 한 번만 보면 이해가 되는) 행동 에너지가 엄청 많은 사람인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을 사람. 그런 자신의 특징을 강점으로 만들어 열배의 법칙을 만들어내고 적용하고 혹시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망한건 아닌가 찾아보니, 계속 그렇게 살아서 여전히 열배의 법칙을 전파하고 있고, 3억 달러 자산가이다. 2022년 기준. 


"나는 어떤 생각에 집착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광적인 모습을 보면 찬사를 보낸다. 진심으로 확신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누가 감동하지 않겠는가?" (196)


성공중독집착남. 가족에서의 성공과 자신의 사명, 사회에의 기여 성공 또한 저자의 중요한 목표라서, 저자가 보여주는 것 밖에 못 보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의 기질에 맞는다면, 방향은 올바르다고 본다. 


저자는 행동의 4가지 수준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라고 한다. 

1. 아무것도 하지 않기 

2. 뒷걸음치기 

3. 보통 수준으로 행동하기 

4. 엄청난 수준으로 행동하기 


이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할것인지 묻는다. 시간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열 배로 행동하니깐)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열 배로 뭔가를 하면, 걸리는 것도 많겠지! 


마지막으로 내가 아침 확언에 추가한 것을 옮겨본다. 


" 나는 내 모든 시간을 할애해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사명이며 책임임을 잘 알고 있다." 


대충 살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나의 성공이 하루에 이십시간쯤 고양이들과 같이 집에 있는 것이라한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대충 흐지부지 흐물텅 살지 말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것과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내 시간과 나의 우선순위에 마음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의 '성공' 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한다. '지금' 을 잘 보내는 것이 나의 성공이긴한데, 그 지금이 점점 커져서 미래로 확장되고, 과거를 포용하는 그런 것 말이다.  

 

엄청 광오한 글을 발견했는데, 그것 까지만 적어본다. 


" 내게 고객 만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일까? 나는 우리가 우리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고, '만족스러운'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고객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노'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우리 회사에서는 고객 만족이라는 말을 꺼내지조차 않는다. 그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다. 우리 프로그램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고객 만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72-273)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짜 더 더 더 잘해주고 싶다. 보람 있는 일이고, 사명감을 가질만한 일이다. 


의욕과다병을 셀프오진단하고, 행동력이 심하게 부족한 나에게 자극도 되고 배울 것들도 챙기고, 확언도 하나 건진 좋은 독서였다. 나에게 자기계발서는 연료이고 부스터와 같다. 이 책 읽고, 또 붕붕방방 앞으로 쑥쑥 나가야지. 



비판에 잘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비판을 성공 공식의 한 요소로 삼아 예상하는 것이다. - P264

엄청난 행동량은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역경의 시기에도 내 행동만은 내가 좌우할 수 있다. 당신의 행동력은 성공 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당신은 행동력을 연마하기 위해 날마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능력은 ‘운 좋게‘ 타고날 수 있는 재능이나 특성이 아니다. 이것은 길러야 하는 습관이다." - P330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를 후회하면서 보내고 미래는 일을 미룰 기회로만 여긴다. ‘지금‘은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가장 잘 활용하는 시간이다. - P335

지금은 1분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중요한 일들을 먼저 시작하라. 우선 목표 목록을 만든 다음, 목표를 이루는 쪽으로 나아가게 해줄 행동 목록을 만들어라. 그런 다음 너무 따지지 ‘말고‘ 행동을 시작하라.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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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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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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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침을 열며 기분좋게 시끄럽던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벚꽃이며 개나리며 봄꽃이 만발한데 꿀벌이 보이지 않는다. 수억마리의 꿀벌이 죽은 봄이다. 꽃이 사라지고 먹을 것이 사라지고 인간의 차례가 다가온다. 환경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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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4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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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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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단편들은 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씨앗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하며, 지금 이 곳과 책 속에 나오는 언젠가의 어딘가를 함께 상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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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찾아드립니다 -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
애슐리 윌런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세계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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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ime Smart : How to Reclaim your time and live a happier life 

'당신의 시간을 되찾고 행복한 삶을 살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번역 부제를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루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긴 하지만, 루틴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루틴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안 나오는데 말이다. 나만의 속도라는 것도 책 내용과는 관계 없는 좋은 아무말 같다.


번역본 부제는 긴가민가 하지만, 책의 내용만은 지금 필요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시간을 연구하는 자칭 "괴짜" 교수로 시간에 관한 각종 연구로 데이터들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냐, 돈이냐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이 책과 저자의 연구가 새로운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시간이냐, 돈이냐' 의 문제에서 늘 돈의 손을 들어줬는데, '시간'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피력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냐 돈이냐에서 사회의 답이 '돈'이기도 하고,  나는 시간을 선택했다고 하는 사람들 마저도 사회적 공감대가 '돈'이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늘 '시간'을 선택해왔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전략들이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사회의 발전은 '시간'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이것만은 그렇게 역류하듯이 온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자칫하면 거꾸로 가서, 주 120시간 일하기 같은 쌉소리가 나오게 된다. 


워라밸을 중요시하자는 것은 일과 삶의 밸런스 정도가 아니라 제발 죽지 않고, 사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살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고, 미라클모닝 같은 것은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는 이들에게 사치와도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이 책 6장 제목처럼 '시간 빈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이 있긴 하다. 시간 빈곤은 우리가 가진 시간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간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 빈곤은 시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온다. 


돈 중심에서 시간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이해해야 한다. 

시간과 돈에 관해 연구하면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시간이 가장 귀중하고 유한한 자원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더 친사회적 prosocial 이라고 한다. 친사회적이라는 것은 남들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더 이타적이 되고, 여유가 생긴다. 돈도 마찬가지지 않느냐고 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유한하고, 돈에 대한 욕심은 무한해서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더 벌려고 한다. 시간에 우선순위를 두지 못하고, 직업적 성공에 집중하며, 재산을 불리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한다. 가장 귀중한 시간을. 


'시간이 돈이다' 라고들 말하는데,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이 고정관념을 뒤집어 '돈이 시간이다' 는 진리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시간 풍요는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시간 풍요는 다양한 경제적 계층의 사람들에게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시간 빈곤을 겪는 사람들은 덜 행복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운동을 적게 하고, 살이 찌는 음식을 먹고, 심혈관계 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 시간 빈곤은 타협을 강요한다. 우리는 영양가 풍부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대신 길모퉁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하나를 사온다. 그러고는 TV를 바라보며 별생각 없이 음식을 먹는다.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고 애쓰다 보면 가만히 앉아서 소금, 지방, 설탕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개념은 '시간 부스러기 time confetti' 라는 용어였다. 타임 푸어가 되는 여섯 가지 이유 중에 타임트랩, 스마트 기기의 역설에 나오는 개념이다. "시간 부스러기란 비생산적인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잃어버리는 몇 초와 몇 분을 가리킨다. "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심각한 문제로 보이지 않지만, 작은 부스러기들은 모으면 커질 뿐더러, 작은 부스러기 주변의 시간을 오염시킨다. 주로 스마트폰 알람이지만, 이 외에도 회사에서, 집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이 시간 부스러기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부스러기로 변할 때, 우리는 시간 빈곤을 실제보다 크게 느낀다. 


타임푸어가 되는 또 다른 이유들 중 하나로 '돈에 대한 집착'이 있다. 


" 돈을 더 버는 것에 집착하는 사회는 시간 풍요에 도달하려면 부유해져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돈을 모으면 미래에 행복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중에 여가시간을 더 가지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더 벌어야해.' 이것은 잘못된 해결책이다.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만 올바른 해결책과는 정반대로 접근한 것이다. 돈벌이에 집중하는 것은 덫에 걸려드는 것과 같다. 돈벌이에 집중하면 돈에 대한 집착만 강해질 뿐이다." 


점점 확대되는 경제적 불안정 역시 일 지상주의의 원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이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급격히 커졌고, 사회가 불평등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지위와 무관하게 미래의 경제적 상황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더 오래 일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한다. 어린 시절에 경제적 불확실성을 경험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항상 돈에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하다. 


"우리의 자아정체성이 일과 생산성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바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때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느낀다. 바쁘면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고용주들은 '바쁨'에 보상해준다. 


좋아하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는 일에 매여 있는 것이 시간 빈곤의 주된 원인이고, 시간 풍요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기쁨을 주는 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불행한 활동에 시간을 덜 쓰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여기에 대한 제안도 함께 한다. 


부정적인 시간을 전환한다. 나쁜 시간을 행복한 시간과 결합한다. 긍정적 시간을 늘린다. 노동 시간을 줄인다. 여가시간을 최적화한다. 등등 


시간 조달에 대한 예로 자전거가 두 번이나 나온다. 저자의 강의를 들은 캐머런은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었고, 전략을 세운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는 토요일마다 아침 6시부터 시작하고, 첫 월급으로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자전거를 구입했더니 통근시간이 확 줄었다. 그전에는 걸어갔는데, 이제 6분이면 일터에 도착. 그리고, 예약기능이 있는 커피머신을 사서 커피 머신이 토요일 새벽 4시 57분에 저절로 작동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몇 분 더 누워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는 빗물보존기가 생겨서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되고, 자전거가 생겨 멀리 있는 학교에 갈 수 있었던 인도의 소녀. 


잠든 휴면시간을 깨우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중에 '최대주의자'와 '만족주의자'가 나온다. 


'최대주의자 maximizer '는 최대의 성과와 감정을 얻기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고, '만족주의자 Satisficers'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정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가성비' 와도 닿아 있는 것 같다. 


시간은 공짜고, 돈은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디폴트인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 실망스러울 때, '이게 돈이 얼만데' 와 같은 생각이 든다거나, 좀 더 기름을 싸게 넣기 위해 좀 더 먼 주유소에 가는 경우, 이 외에도 돈과 시간이 선택지에 오를 때, 이미 그 저울은 돈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돈을 선택하는 것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인정받고, 반대의 선택은 어려워진다. 

여가시간의 금전적 가치를 생각할수록 그 여가의 즐거움은 감소하고, 청소 서비스에 돈을  투자할 때 돈의 가치는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돈으로 '시간'을 샀고, 그렇게 산 시간이 얼마나 좋은가에 집중하라는 것.  


인생의 시기마다 우선순위는 달라지고, 시간풍요도 시기별로 달라진다. 시간을 희생하고, 행복을 희생하더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시간 빈곤 결정을 내리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10대에는 20대를 위해 시간과 행복을 희생하고, 미루고, 20대에는 3-40대를 위해, 3-40대는 은퇴후를 위해 계속 유예하고, 버틴다. 시간이 무한하기라도 한 것 처럼 말이다.  


"뭔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목표의식을 준다면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를 그것과 멀어지게 하는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존재로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 시대에 시간을 초 단위로 신중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시간은 쉽게 흘러가고 불행하게 흘러갈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시간 빈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 조직, 정부는 모든 사람이 시간을 똑똑하게 사용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데, 이게 지금 시간 빈곤자들의 조직, 기업, 정부에 통하는 이야기인가 모르겠다.  


지금 나의 고민은 시간이 많고, 시간을 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쏟고 있는데, 시간이 있는만큼 일을 못하고 있어서 초조한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시간과 돈 사이에서 시간에 중점을 두는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이야기이다. 나는 늘 시간이 중요했고, 시간이 없는 것이 돈 없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하게 느껴진 시간 중심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돈을 중시하는 사회에 서서 시간을 중시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 시간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시간의 중요성이 잘 안 와닿는데, 돈이라고 생각하면 팍팍 와닿았다. 시간이 돈이 아니라 돈이 시간이다. 자잘한 돈 안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아는데, 시간 부스러기 안 만드는 것의 중요성은 몰랐다. 나의 가장 큰 시간부스러기 제조기는 역시 스마트폰 제조기이고, 여러번 지웠던 핸드폰 시간 확인 앱을 다시 깔았다. 돈도 시간도 하루 아침에 그에 대한 가치관과 쓰임새가 바뀔 수 없다. 계속 노력하고, 시행착오 겪으며 나에게 맞는 최적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그게 뭐든 '시간' 중심으로 생각할 것. 


시간이 지금 내게 더 중요한, 지금 시간을 더 잘 보내야 할 이유들이 많다. 열 다섯살의 신부전 3기 내 고양이도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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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허리 1 : 진단편 - 내 허리 통증 해석하기, 개정증보판 백년 허리 1
정선근 지음 / 언탱글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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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소수의 디스크수저를 제외하고는허리 아픈, 허리 아플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책. 전문지식을 전문용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허리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뀜다. 허리 통증은 병이 아니라 생활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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