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기로 한 이것저것 책 계획들 중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해볼까요? 가 있었다. 

왜인지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계의 클리쉐 오브 클리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하기. 

책에 한해, 나는 귀도 아기코끼리 덤보 수준으로 팔랑거리고, 엉덩이도 참새엉덩이만큼이나 가볍고, 올해의 책계획 목표는 '책근육 기르기' 라서, 책근육 기르기에 좋은 목표들 중 하나이지 않은가 말이다. 예전에 읽는다고 했던 책동무 옆구리도 막 찔러서 

시작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과거 어느 시간들에 분명 1,2권 정도는 읽었을텐데, 새로 읽는 것 같다. 

  카테고리도 만들었으니, 기록해본다. 















문장이 안 그래도 길고, 꿈이냐 생시냐 하는 글들인데, 챕터도 없다시피해서, 어디서 끊어야할지 괴롭다. 

초반부터 밉상스러운 캐릭터들만 눈에 뜨인다. 고모할머니라던가, 어머니 키스에 집착하는 남자 어린이 묘사가 화자랑 작가가 어린 변태, 큰 변태 같고, 징그러워서, 젠장,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분명 예전엔 이렇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소설 읽던 가락이 있으니, 좋은 이야기들 건져 본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매년 읽는 사람의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 이제 1권 시작하면서, 완독하고, 다시 읽을 때는 어떤 심상일까 미리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좋은 이야기들을 건지다보면, 나쁜 이야기들과 합쳐져서 좋은 이야기들만 있는거보다 더 단단한 이야기가 맘에 남는다. 


바쁘게 작가와 머릿속 수다 떨며 앞부분 시작.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4p-


"온통 나 자신으로 가득 채워 더 이상 방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방에서, 이런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의 개입은 뭔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어떤 거북함을 야기했다. 습간이라는 마취제의 영향이 사라지면서, 나는 서글픈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 -28p- 



겨울방, 여름방 묘사가 죽죽 늘어지는데, 게절방이라니, 해볼만 한데. 인테리어 책인가. (요즘 레모니 스니켓에서 고아들이 계속 보호자 옮겨가는거 보면서 미니멀리즘 책이군! 했다) 활용 못하고 있는 방들을 계절방으로 나누어 볼까. 잠깐 고심. 화장실은 나눌 수 있겠다. 여름 화장실, 겨울 화장실. 겨울 화장실은 따뜻한 비데 있는 화장실로다가. (아님)


고모할머니는 진짜 싫고, 할머니는 좋다. 


"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시골에서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만은 예외였다. 할머니께서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 방에서 책이나 읽으라고 날 몰아내는 아버지와 노상 말다툼을 하셨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애가 튼튼하고 활발해지는 건 아니라네' 하고 할머니는 침통하게 말씀하셨다. '특히 이 아이에게는 힘과 의지가 필요하다네.' " -29p- 


세찬 폭우가 쏟아지는 텅 빈 정원에 나가 건강에 좋은 비와 바람을 이마에 조금이라도 더 적시려고 헝클어진 회색 머리를 쓸어올리던 할머니.  


화자의 엄마에 대한 집착 인용 모음 


" 잠을 자러 올라갈 때 내 유일한 위안은 내가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와서 키스해 주리라는 것이었다. (..)

난 저녁 인사가 되도록 늦게 오기를, 엄마가 아직 오지 않은 이 유예 기간이 더 연장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때로는 키스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엄마를 불러 세워서는 '다시 한 번만 키스해 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금방 엄마가 화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슬픔으로 상기된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양보해서 화해의 키스를 해 준다면, 이런 의식을 엉뚱하고 상식 밖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신경에 거슬릴 것이고, 엄마 역시 할 수만 있다면 키스에 대한 내 욕망이나 습관을 없애 주려고 애쓰셨기 때문에, 이미 방문까지 다 간 상태에서 한 번 더 키스해 달라는 내 요청을 받아 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조금 전에 엄마가 평화의 영성체에서 주는 밀떡처럼 내 침대 쪽으로 애정 어린 얼굴을 내밀고 기울인 순간, 내 입술이 엄마의 실제 존재와 잠들 수 있는 힘을 길어 올리려고 한 바로 그 순간" -32p- 


"나는 8시가 되면 올라가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 소중하고도 깨지기 쉬운 키스를, 보통때 같으면 내가 침대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할 때 엄마가 와서 해 주나, 그런 저녁에는 그 키스를 식당에서 받고 내 방으로 운반해 와서는 옷을 벗는 동안 줄곧 그 감미로움이 부서지지 않도록, 그 휘발성 짙은 효능이 퍼지면서 증발하지 않도록 더욱 더 조심스럽게 엄마의 키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건만, 이렇게 갑자기 공개적으로 훔치듯 받아야만 했으니, 그때 내겐 마치 병적인 불안감이 되살아나면서, 문을 닫았던 순간의 기억을 의기양양하게 떠올리기 위해 문을 닫는 동안은 일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런 편짖ㅂ증 환자 같은 주의력을 내가 하는 일에 쏟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정신적인 자유가 없었다." -50p- 


"나는 어머니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이제 모두들 식탁에 가 앉으면, 엄마는 내가 저녁 식사가 끄탈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또 아버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는 내 방에서 하는 것처럼 여러 번 키스를 해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 식당에서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도 짧고 덧없는 키스에 대비하여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 두자고 다짐했다. 내 시선으로는 키스할 뺨의 위치를 선택하고, 내 생각으로는 상상의 키스를 시작해 봄으로써, 엄마가 내게 할애할 그 시간을 오로지 내 입술로 엄마의 뺨을 느끼는 데 바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말이다." -57p - 


"난 성체도 받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어머니가 키스를 해 주면 내 마음도 나를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키스를 해 주지 않아 어머니 곁으로 되돌아가기만을 바라는 내 마음에 맞서, 또는 흔한 표현으로 말하면 '마지못해' 나는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야 했다. " -58p


"계단참에서 엄마가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엄마가 보였다. 나는 달려들었다. 처음에 엄마는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셨다. 그러다 엄마의 얼굴에 노여움이 나타났고, 엄마는 내게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으셨다. (..) '도망쳐, 도망치라니깐. 적어도 미치광이처럼 기다리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지는 말아야지'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되풀이했다. '저녁 키스를 하러 와주세요' 아버지가 든 촛불 그림자가 이미 벽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렸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가까이 오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삼아, 엄마가 계속해서 거절했다간 내가 거기 서 있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킬 테고, 그러면 엄마가 그걸 피하기 위해 '어서 빨리 네 방으로 가거라. 곧 엄마가 갈 테니' 라고 말할 것을 기대했다." -70p - 


" 나는 어머니가 내 곁에 있어주는 이 밤의 감미로움에 몸을 내맡겼다. 나는 이런 밤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대해 품고 있는 가장 큰 욕망, 이처럼 슬픈 저녁 시간에 어머니를 언제까지나 내 방에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이 욕망은 생활의 필요나 다른 사람들의 소망과는 너무나 상반되어서, 오늘 밤처럼 그 욕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뭔가 어색하고 예외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 -82p- 

 


1부 콩브레의 챕터 1은 스완씨와 스완씨가 대단하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가족들과는 평범하게 어울리며, 고모할머니라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까내리는데, 스완씨가 사실은 대단한 귀족들이나 정치가들과 어울리는 도시의 인기인이란 얘기를 들으면, 스완씨가 대단하구나 하지 않고,  스완씨 같은 평범하고 격 떨어지는 사람과 어울리다니, 그 귀족의 가치가 떨어졌구나 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랑 엄마키스집착남의 이야기가 길고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마들렌 이야기. 


할머니가 르 피가로에 스완씨가 소유한 작품 사진이 나왔다고 하자, 고모할머니는 할머니 의견이 통째로 틀렸다는 비난을 읶끌어 내서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고,  


"고모할머니는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이라고 확신하고는 부러워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도리어 동정했다." -49p 


되게 여기저기 밉상인 사람이야.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살마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43p- 


"내게 새로운 책이란 그 책과 유사한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 같았다. " -81p- 


그리고, 여기, 그 유명한, 마들렌 이야기 나오지.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두 번째 모금을 마셨다. 첫 번째 모금이 가져다준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멈춰야 할 때다. 차의 효력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 -86p- 


 

1.23.토 ~ 91p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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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23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니 은근 맘에 들었는데 고모할머니 비호감이죠;;;

하이드 2021-01-23 14:31   좋아요 2 | URL
진짜 현실에 있을거 같은 비호감이에요.

2021-01-23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가 아쓰코 <소금 1톤의 독서> 읽는 중 


나탈리아 긴츠부르크의 <만초니가의 사람들> 이라는 책 이야기가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친구들과 잘 살던 주세페가 친구도 옛애인도 이탈리아도 버리고 형이 있는 미국의 프린스턴에 가는 이야기. 서로 간의 편지글들이 많이 나온다.주세페가 미국으로 간 이듬해 1월 같이 살던 형이 뇌출혈로 강연 중에 급사하고, 주세페는 형의 부인과 형 부인의 전남편과의 딸을 건사하기 위해 미국에 남는다. 


'그런데서 이제 와 뭘 하고 있는 거니, 한시라도 빨리 돌아와. 당분간은 몬테 페르모에서 지내면 돼.' 옛애인인 루크레치아의 편지 


이탈리아의 친구들은 주세페가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지 이해 불가다. 주세페 자신도 왜 그런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선택하지 않는 듯하면서 주세페는 차근차근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독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종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시절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선택이 인생의 갈림길을 결정해나간다고 믿었다. 플라톤을 읽기도 했고 소설을 쓰려고 하는 주세페에게도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타인에게, 그 자신에게조차 설명하지 않게 된다. 설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불합리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진저리 날 정도로 깨닫기 때문이다. "  


작은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들이 좋은 선택들이라고 믿는 요즘이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고 있고, 지금까지 내가 확신해 왔던 것들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차근차근 선택하는 주세페가 갑자기 마음에 와닿아서 책 읽다 옮겨본다. 


루크레치아가 새로운 애인에게 차이고 쓴 편지에도 맘에 긁히는 말이 있다.


".. 내가 순식간에 못생기게 늙어버린 듯한 느낌이야. 머리카락은 부석부석 바지고 갑자기 주름은 늘고, 예전의 창백함은 사라지고 피부는 누레져버린 것 같아. 당신이 예전에 칭찬해준 그 '근사한 창백함'은 사라져버렸어... 이제 평생 당신을 못 만나는 건 아닐까, 때때로 그런 느낌이 들어. 그걸로 됐어. 이꼴이 된 나를 보지 않았으면 하니까. 그걸로 됐어. 이 세상에서 함께해서 지치지 않았던 이는 당신 하나뿐이었던 것 같아.." 



얼마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검사를 해봤는데 INTP가 나왔다. 그러고도 별 생각 없었는데, 어제 문득 생각이 나 검색해보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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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없지만, 책정리를 하지 않으면, 책에 묻혀 버리고 말 것이야.

사무실 정리하면서 있던 책들까지 잔뜩 다 받아버렸더니, 원래도 헌책방 인테리어였는데, 오다 가다 책 산에 발고락을 찧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게 아니야. 어제 작은 책장 하나 얻어와서 헌책방에서 알라딘 중고서점 인테리어로 업그레이드 되나.. 싶지만, 책장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 앞에 있다. 어제 올리자마자 팔린 책이 든 택배 박스가 그 위에 고이 놓여 있고.

 

돈도, 집도 더 이상 책을 사면 안된다 안된다 말하고 있는데,

사고 싶은 신간이 나왔다!

 

 

 

 

 

 

 

 

 

 

 

 

 

 

정희진 선생님 강의 들으면서 들었던 다른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실망만 더했지만,

정희진 선생님의 글을 읽는 것은 뭔가 글 읽는 희열을 느끼게 해 주는 경험이고, 지금도 그럴까? 라는 의문이 없지 않지만,

역시 사고 싶다. 읽고 싶다.

 

읽을 책이 원래도 많았지만, 정말 더 많아졌고, 나는 읽을 책들을 헐레벌떡 쫓아가는 꼴이다.

 

책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일상 전반을 쫓아가느라 헐떡거리고 있다.

 

하지만, 점점 적응하고, 대처해나가고 있지.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입술 염증이 생겨서, 터지고 난리 났었는데, 어제 또 올라오는 조짐이.

이번에는 조짐 느껴지자마자 비타민 C 먹고, 사 둔 2종 연고 가지고 다니면서 부지런히 바르고 있다.

초장에 잡을듯.

 

책도 잘 읽을 수 있을거다.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 계솔 밀리고 있는 와중에

 

<메이크 타임>을 꺼내서 짬짬이 읽고 있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시간 전략 북이고,

 하이라이트를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내 하루에 하이라이트 하고 싶은 건, '책'이다.

 

 책, 고양이, 영어공부, 정리정돈..

 

 주 7일 일하고 있는 와중에 농번기 다가오면서 어떻게 할지 조금씩 시간 만들어 가고 있다.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도 허덕거려서 생각도 하기 싫고, 닥치면 생각해야지 했는데,

풀뽑기 알바도 구했고, (계속 해주길!) 강기사 에너지 세이브 해서 기사 본연의 일에(.. 아님) 주3일은 왕복 3시간 거리 태워 달라고 했다. 강기사도 하루 종일 주7일 엄청 바쁘고, 진짜 몸 생각하고, 할 일 해내야지.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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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2-1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남의 일 같지 않네요.저도 책에 치어 살아요ㅜ.ㅜ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에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가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나는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라고 썼는데, 십년 전의 이 책 너무 좋아! 페이퍼 나오더라도 괜찮아. 다시 지금, 이 책 너무 좋으니깐! 


종이책도 사고, 원서도 샀는데, 둘 다 읽은 기억이 없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을 읽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고 싶지 않아. 


종이책 보고, 영화도 좋다기에 봤는데, 사랑스러운 줄리엣이 너무 구박덩어리로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이 다 너무 과장되고 극적으로 나오는는 바람에 보다 말았다.


원더도 보다가 궁금해서 드라마 봤는데, 이 쪽은 좀 더 낫긴 하지만, 책 속의 원더가 더 좋다. 

책만큼 영화가 좋았던 건 반지의 제왕 시리즈밖에 없었던 것 같고. 나는 대부분의 경우, 영상보다는 늘 글이 좋은 것이다. 


새로운 일 시작한 첫 날이다. 견습 1일인데,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내가 아주 빨리 적응하고, 누구보다 더 잘 해나갈 것임을 알고 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 장애물들도 있을 거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다만, 이 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서, 오래, 잘 했으면 좋겠다. 이게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일. 그러니, 잘 할 거고, 잘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할거다. 

내가 이렇게 매 년 낙관적이었던 사람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올해는 정말 느낌이 좋다. 라고 하기엔 가을, 겨울이 너무나 보릿고개 이지만, 나만 잘 하면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늘 그랬던건가. 지난 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좋은 기회 다 놓치고, 버리고, 뛰쳐 나오고 라는 생각이 들기 너무 쉬운 과거였어서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고. 


언제나 기준점은 '지금의' '나' 로 둘 것. 


건지 감자껍질파이 독서클럽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로 셰익스피어 전집 이야기 하는 거. 독일군이 섬에 상륙하던 날, 젠장, 젠장, 빌어먹을 놈, 빌어먹을 놈들! 하고 속으로 되뇌이는게 전부 였는데, 만약 그 때 셰익스피어를 알았다면, 


" '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라는 문장을 떠올리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장이 신발 아래로 가라앉듯 축 처져 있을 게 아니라요."  


지금의 내게 꼭 맞는 말을 들려주는 '책' 뒤의 당신, 어디 있나요.



" 사랑하는 이에게 책을 건넬 때마다, 책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저 책도 분명 좋아할걸" 하고 말할 때마다 우리의 문학회는 마법처럼 성장하고 풍성해진다. 독서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싹틀때마다 우리는 계속되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서간문으로 읽어진 책이었고, 인류애를 되찾는 그런 이야기. 이야기도, 글 한 줄, 한 줄도 너무 재미있어서 얼른 원서로도 읽고 싶다.  


알라딘 서재는 광의의 북클럽이라고 늘 생각했다. 책으로 이야기하는. 가는 연결들을 가지고 있다. 거기까지 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 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접점. '독서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싹트는' 일을 매일의 이벤트로 겪는다. 


오늘은 약간 혼이 나가서 책도 안 읽힐 것 같고, 내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되새김질해보기 위해 서재에 끄적끄적 



* 지금 생각하니, 약간 불안한 것이, 내가 찰스 램 책들을 샀던 것이 혹시 이 책을 보고 나서이지 않았었나.. 하는 거. 하지만, 십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깐, 새로 읽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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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1-1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제 네플리스 영화로 봤는데 재미나더라구요 ..섬 풍경도 아름답더라구요. 근데 책에 비해서 실망이라니 책을 읽어봐야겠네요.


하이드 2020-01-16 07:40   좋아요 0 | URL
영화부터 봤으면 재미있게 봤을것 같아요. 책은 더 잔잔하고 발랄합니다. 요즘은 픽션 속의 갈등도 피곤한데, 영화화되면 없던 갈등도 만들더라구요. 심리묘사도 책이 윈이고.

비연 2020-01-1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참... 좋죠. 그냥 별 애기 아닌 것 같은데 넘 좋은...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하이드 2020-01-19 15:03   좋아요 0 | URL
너무 좋습니다. 지금 읽어서 이렇게 좋으니, 정말 좋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slobe00 2020-01-1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채링크로스, 서재 결혼시키기는 책관련책 중 사랑스러움으로 top3인 듯요♡

하이드 2020-01-19 15:04   좋아요 0 | URL
제가 아직 채링크로스 안 읽은 뇌입니다! 음하하 집에 있는데, 기대 되는군요.
 

내가 요즘 트위터 책빙고 하느라 기록도 못하고 바쁜데, 빙고 하고 나면, 한꺼번에 리뷰도 다 쓰고 정리할 생각이다. 

나는 빙고할게. 알라딘 책빙고는 누가 만들래? 



정말 내가 딱 좋아하고, 환장하는 책읽기 놀이지 않은가. 작년에는 왜 안했지. 

올해는 1월 1일 되면서 이미지 뜨자마자 야호야호 하면서 책 고르기 시작 


한동안 관심 가는 책이 없었는데, 여기서 나의 한동안과 관심 가는 책이 왜 없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만, 하지 말자.


여튼, 꺄- 재미있겠다! 읽고 싶다! 하는 책들이 나왔다고. 



일단 이거. 


수전 팔루디 <다크룸> 


 2020을 여는 여성학 책으로 좋겠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70대에 트랜스여성이 된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10년에 걸쳐 취재해 쓴 회고록이다. 보편과는 거리가 있는 개인사를 주제로 한 글이지만 『다크룸』은 저널리스트다운 취재력과 확고한 객관성으로 홀로코스트와 트랜스섹슈얼리티의 역사, 그리고 헝가리와 미국을 포함한 국제적 정체성 정치의 오늘까지를 포착한다.

또한 노련한 작가로서 성취한 놀랍고 탄탄한 필치로 이처럼 특유한 아버지-딸 서사를 통해 보편적인 울림을 전하며 만연한 문화적 규범들을 해체해 낸다. 이로써 팔루디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명제를 본인의 삶과 작업에서 체현한다.


본인이 백래시 맞았다는 이야기 나오는 수전 팔루디에 트랜스젠더인 아버지 이야기인데, 평이 좋다.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출판사 바보!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어! 


 원제는 Daily rituals : Women at work 잖아! 


내가 가장 좋아하고, 환장하는 주제가 곱하기로 들어가 있어. 


소개된 여성 예술가들 좀 봐. 


루이자 메이 올콧 - 어느 집필광의 몰입

도리스 레싱 -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을 읽어내는 방법

유도라 웰티 - 글을 쓰기에 가장 완벽한 하루

옥타비아 버틀러 미란다 - 기분이 어떻든 매일 써라 

미란다 줄라이 - 산책이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

패티 스미스 - 침대에 앉아 시를 쓰는 로커 

릴리언 헬먼 - 담배 세 갑과 진한 커피 스무 잔 

존 디디온 - 두 시간 동안 한 문장을 쓰더라도 

엘리자베스 보언 -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일 

재닛 프레임 - 습관을 몸에 익히는 시간 

토니 카다 밤바라 - 단편과 장편을 쓰는 습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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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여명의 여성 예술가의 리추얼이다. 얼른 읽고 싶다고!



 어, 나 이 책 있는데, 같은 작가네. 

 리추얼 전문 작가인가 봄. 












 수전 와이즈 바우어 <독서의 즐거움> 


누구나 고전을 읽고 싶어 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TV나 휴대폰, 인터넷과 유튜브를 들여다보긴 쉬워도 30분간 책에 집중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를 에워싼 미디어가 문제인 걸까?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바우어는 미디어가 현대인의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독서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독서는 TV가 등장하기 전부터 집중을 요하는 활동이었고, 고전을 읽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학습보다 스스로의 훈련과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전을 엄선하여 소개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요즘 나의 최대관심사가 독서와 습관, 영어인데, 수전 와이즈 바우어의 세계 역사 이야기 영어리딩용 찜해두고 있던 차에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책이 나왔으니, 먼저 읽어보고 싶다.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이 3만원 미만이던가, 이하던가. 


원제는 The Well- Educated Mind : A guide to the classical education you never had

800쪽 가까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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