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온 게스트와 주말에 방어코스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방어가 안 잡혀서 취소되었고, 

내 기준 이십 배 좋았던 도서관 책읽기와 해변 산책 노을보기를 했다.


김이듬 시인의 책을 읽고,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이 있다고 들어서 가보고 싶었고, 정말 와아 - 감탄하게 되는 책이 있는 공간이었다. 서가에서 책들을 골라 앞으로 걸어나가면, 운동장의 트랙과 바다와 하늘이 성큼 다가왔다. 





코너스위트 입니까? 


바다가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가 어깨가 뻐근해지면, 기지개를 켜며 바다와 하늘을 봤다. 

그렇게 서너시간 책을 두어권 읽고, 잔뜩 빌려 일어났다. 



긴가민가 해서 구매목록까지 찾아봤을 때 없었는데, 이거 읽어야지 빌려온 '망명과 자긍심'은 책장에 떡하니 있었지만. 




강화길 '대불호텔의 유령' 읽었지요. 


강화길 여자 싫어, 남자 좋아고 글 잘 써서 짜증나고 싫다고 늘 얘기하면서 ( 다 읽은 거 같아..) 

또 이렇게 강화길의 책을 읽었다. 고딕장르 시도했다고 하고, 근래 한국 여자 나오는 소설이 고딕 요소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서 기대감 가지고 읽었다. 


대불호텔의 투숙객 셜리 잭슨과 애밀리 브론테 유령이라니. 인천 특유의 분위기와 독특하게 잘 어울러져 재미있었다. 

'원한' 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착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막판에 무슨 등장인물 다 이어지는 한드도 아니고, 로맨스로 끝나버려서 그 부분이 아쉽다. 고딕로맨스도 좋고, 고딕호러도 좋은데, 고딕호러, 한국 정서의 원한을 주제로 장화홍련전까지 끌어 온 것 좋았는데, 갑자기 사랑이라니. 쳇.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정세랑은 사람 싫어, 남자 좋아. 김초엽은 사람 좋아, 하지만 남자는 사람 아니야, 천선란은 사람 싫어.라는 글을 보고, 좀 웃었다. 세 작가들의 책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정세랑 책은 꽤 많이 읽었고, 저 '남자 좋아' 뭔지 알 것 같아서. 저 세 작가 평에 강화길 추가해야 한다. 여자 싫어, 남자 좋아로. 그러니, 내가 강화길 책 계속 읽지만, 강화길을 좋아할 수가 없어. 



 


봄알람의 두 번째 출구, 결혼 탈출을 읽었다. 


저자도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읽으면서 독자도 저자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짧고, 굵은 막장드라마인데, 저자는 외로움 많이 타는 드라마퀸이고. '탈출'에 방점을 찍고, 최대한 긍정회로 돌리며 읽었다. 


8년 사귄 남자가 그럴 줄 몰랐고, 아들 친구 아니라 내 친구 하라던 시어머니가 그럴 줄 몰랐고, 독립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한 내가 그럴 줄 몰랐다는 그럴줄 몰랐다의 대환장 파티가 '결혼'인가요. 


'그럴줄 몰랐다' 혹은 내 팔자 내가 꼬는 일은 '결혼' 이 아니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내가 꼰 팔자, 내가 풀면 된다. 여자가 실수도 하고 그럴 수 있는거지. 다음에 똑같이 꼬지만 않으면 된다. 뭐가 문제였는지 알면 되는데,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이 원인으로 보이는 저자가 또 외로움 때문에 팔자 꼬지 않기를 바라고요. 


남자를 만나건, 여자를 만나건, 혼자 못 있고,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만나면, 망할 수 밖에 없는거 같다고. 


너무 외로워서 카페에 앉아 아무라도 처음 말 걸어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다는 말, 그런건 생각하지도 말고, 글로 쓰지도 말기. 취약한 모습 기가막히게 알아보고 꼬이는 벌레들 많고, 나는 정말이지 그렇게 사람 만나서 잘 될 것 같지가 않다. 경제력 중요. 일도 없고, 집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범죄자놈 옆에서 우울증 걸린거잖아. 


저자는 따뜻한 바닥과 고양이와 친구와 직장으로 꼬인 팔자를 풀었다. 그런, 정말 소중한 무언가. 내가 내 팔자를 꼬더라도 풀고 나올 수 있는 소중한 것을 평소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이연 작가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도 읽었다. 베스트셀러의 기를 받아보기 위해. 


그림 그리는 것을 이것저것 실생활의 익숙한 것들에 비유를 잘 하더라. 영어 공부하는 것이라던가, 말하기에 비유해서 쏙쏙 들어왔다. 그림 그리기 위한 팁과 조언들이 있지만, '그림'에 한정되지 않아서 그림 에세이이지만, 인생 에세이 같았다. 



유미리,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나의 일요일을 망친 책. 개 두마리 죽음. 


노동으로 점철된 삶의 묘사를 읽는 것만으로 지친다. 열두살때부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평생 떠돌며 일을 하고, 그렇게 키운 외동아들이 다 키워놨는데, 죽고, 아내도 먼저 죽고, 노숙자가 되어 살다 자살한다. 스토너 부모도 생각 났어. 인간은 왜 사나?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뭔가 다 허무해지는 삶의 크고 작은 즐거움들과 행복, 희망 같은 좋은 것들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은 책이다. 


뒤에 나온 저자의 말과 옮긴이의 말은 생각할거리 있었다. 

재해, 재난시에 공권력에 의한 약자 배제. 일본은 이미 겪고 있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훌쩍 다가오는 각종 재난 구호에 약자들이 배제되고, 기후위기로 지구가 망하든 안 망하든,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어 나갈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을 나와 제주의 흔한 김밥집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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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11-15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
바다가 보이는 김밥집~~
책도 좋지만 어딜가도 볼 수 있는 바다가 너무 멋집니다.

하이드 2021-11-15 16:21   좋아요 2 | URL
네, 정말 그렇습니다. 어딜가도 보이는 바다와 산. 이전에 다니던 도서관에서는 한라산이 보였어요.

라파엘 2021-11-15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과 바다가 보이는 김밥집이라니... 제주는 바다가 보이는 곳이 많아서 정말 좋네요 ^^

하이드 2021-11-15 16:21   좋아요 2 | URL
바다 보고 싶을 때는 훌쩍 나가면 질리도록 (안 질리지만) 볼 수 있어요.

미미 2021-11-15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다 뷰에서 책 읽으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 자리에선 김에 밥만 싸먹어도 맛있을것 같아요ㅎㅎ

하이드 2021-11-15 16:22   좋아요 2 | URL
끝내줘요. 끝내줘요. 먹고 마시는 곳은 바다뷰 많지만, 도서관에서 보이는 바다라니, 정말 너무 멋졌어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3 21:48   좋아요 1 | URL
저는 책제목은 하나도 안 들어오고 네모난 김밥에만 눈독 들이다가, 미미님 댓글이 반가워서 ^^

미미 2021-12-03 22:13   좋아요 0 | URL
♡.♡ 저도 반갑습니당ㅋㅋㅋ

hnine 2021-11-15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연은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더라고요.

하이드 2021-11-15 16:22   좋아요 1 | URL
유튜브도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난티나무 2021-11-15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도서관과 바다라니 느무 훌륭하네요. 꼭 가보고 싶당…^^;;;

하이드 2021-11-16 16:12   좋아요 2 | URL
멋졌어요. 제주의 작은 도서관들이 참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