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을 필사해볼까 하다가 

내일 반납할 <연대하는 페미니즘>을 꺼냈다. <조선의 페미니스트>랑 <여성항일운동과 페미니즘> 

이렇게 세 권 같이 읽으려고 빌렸는데, 다 읽을 수 있으려나! (못 읽음) 
















정현백 교수님의 <연대하는 페미니즘>은 정말 좋은 책이다. 

앞의 들어가는 말만 읽어도 너무 좋다.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도 이야기해주면서, 숲을 보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귀하다. 학자로서, 정책결정자로서, 여성운동가로서 그가 이 사회에서 몸으로 부딪혀온 30여년간의 여성사를 갈무리해주고,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아니, 근데 왜 전자책 없어?! 




"한 개인, 한 집단, 한 세대가 겪는 고통은 서로 비교될 수 없다. 각 개인에게 그것은 그 자체로 쓰라린 아픔이다. 그래서 내 고통이 더 크다고 단정 짓기보다 서로의 고통을 말하고, 공감하며, 함께 싸워가야 한다. 개인의 현실, 관심, 문제에 따라 젠더 의제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각자의 자리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함께 만들어내는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나는 소망한다. 이러한 집합적 개인주의 (collective individualism) 의 구현에 이 책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는 미래를 만든다. 그래서 "역사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성평등한 미래를 소망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에게도 역사가 필요하다. 페미니스트의 역사 속에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여성들이 살아온 질곡과 고통의 과거가 들어있다. 또한 이를 뚫고 투쟁해온 여성 주체들의 능동적인 행동도 드러난다. 역사 속 여성의 경험은 시대를 가로질러 전유되기도 하고, 과거의 고통은 여전히 우리 속에 남아있기도 하다. 그래서 공유하는 역사는 바로 '연대하는 페미니즘'의 기초가 된다. 가까운 과거의 역사는 더욱 그러하다. 


(..) 

이 책은 페미니즘 안에서 격렬한 논쟁이 이루어졌거나,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는 이슈에 대해 말하려 한다. 페미니스트는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페미니스트는 현실 정치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페미니즘은 계급 격차와 불평등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모두에게 평등한 노동의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돌봄노동은 누구의 몫인가? 여성을 옭아매는 외모지상주의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페미니스트는 남성과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 이 난해한 큰 문제들에는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적지 않다. 또 예민한 문제일수록 입장은 섬세하게 갈라지기 마련이다. 

(..)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과거의 페미니스트와 지금의 신세대 페미니스트는 운명적으로 다른가? 1931년 고무공장 여성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대동강 을밀대에 올랐던 강즈룡과 80년 후 2011년 한진중공겁 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을 버틴 김진숙, 그리고 100년 전 주체적인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나혜석과 육아와 경력 단절로 지쳐가는 '1982년생 김지영'. 이들 사이에 있는 '닮지 않았으면서도 닮은 이야기'를 이제 풀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말하기이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9-03 13: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ㅡ 저도 지금 연대하는 페미니즘 읽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무와 숲 비유도 정말 적절하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을 이제 좀 알아보고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도 좋고 많이 읽어본 사람들이 정리하기에도 아주 좋은 책이에요.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저는 슈퍼바이백이라 팔려고 읽기 시작한건데 팔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하이드 2021-09-03 14:15   좋아요 4 | URL
도서관에서 빌린거라 전자책 사려고 했더니 없어서 좀 더 기다려보려구요.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됩니다!

2021-09-0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3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