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지네가 많다. 

아니, 제주에만 많나요? 다른 지방에는 많이 없나? 처음 밭일을 하고, 엄마에게 오늘도 안방에서 지네를 잡았다며 소름끼치는 사진을 받을 때는 그냥 주택 살면 많은줄 알았는데, 제주와서 지네 이야기를  유독 많이 들은 것 같다. 


지네는 여름에 주로 나오는데, 봄에는 검붉은 새끼 지네들이 뽈뽈 거리고(빠르다) 이 지네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여름이 되면 시꺼멓고 큰 어른 지네가 된다. 날이 추워지면 약간 더 커지며 느려지며 잡기 쉬워진다. 


집에 다른 생명체가 들어오면, 맹수(고양이)에게 사냥당하기 전에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지만, 지네가 눈에 띄면 즉각 잡아야 한다. 말벌과 비슷. 지네에게 물리면 죽지는 않지만 죽을만큼 아프다. (의사피셜) 진짜 악소리 난다고 한다. 응급실 가기도 하는데, 어쨌든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집에 지켜야 할 존재가 있으면, 내가 악소리 나서 물리면, 다행이다 싶을거다. 고양이들 안 물리고 내가 물려서 다행. 유리를 밟아서 피가 찍 날 때도 비슷한 기분이다. 내 고통이 사랑하는 존재의 안위를 생각하며 안도로 느껴진다니 대단..이고 뭐고, 지네가 나타났어?! 죽여! 


지네가 나타나면 더 경보가 울리는 것이 지네는 아주 빠르고,(특히 여름지네) 잘 안 죽는다. 끊어지면 두 개체가 다 꿈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인다. 나와 삼냥이와 지네를 위해서 최대집중력으로 가까운 곳의 신발짝을 들어서 보내줘야 한다. 


지금 사는 곳은 아파트인데 지네 나옴.. 동생집에서 한 번 나와서 전화받고 고무장갑 끼고 가서 처리해줬고, 화장실에 있는데, 코비가 뭔가 열렬히 쳐다보고 있길래 보니 지네라 기겁하고 잡았다. 음.. 계절에 한 번씩만 나와줘. 


지네는 닭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네를 잡을 때는 닭뼈 모아두면 모인다고. 그러니, 치킨 먹고 바로 버리지 않으면, 지네가 나올것이야 (찡긋) 집에 지네 나와서 골치라고 했더니 제주 토박이 언니는 그거 잡아오면 자기네 닭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닭은 지네를 좋아해. 지네는 닭을 좋아하고, 닭은 지네를 좋아하다니. 이 무슨 기이한 뫼비우스의 띠.. 오일장에서는 아직도 파는 곳 있다고 들었는데, 국산 지네 비싸대. 잡아서 팔고 싶은 마음은 제로. 


엄마가 잡고, 내가 잡은 지네 사진들은 많지만, 극혐이니 말고, 어제 퇴근후 따라 들어온 여치인지 뭔지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친구가 보고 애기여치인줄 알았다고 하는데, 몸통 길이만 내 가운데 손가락만했음. 천장까지 펄떡펄떡 뛰는 그런 여치. 다음날 아침 분해된 모습으로 보고 싶지 않았기에. 여치야, 이 집에는 세 마리의 맹수가 살어. 알라딘에서 받은 초록 우산으로 십여분간 실랑이 끝에 겨우 밖으로 내보내는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몸통 크기만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거미가 잠복해 있다가 따라들어왔는데, 어휴, 호랑이굴로 자꾸 들어올거야? 




그리고, 맹수들 말로, 리처, 코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미 2021-08-31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다 멍을 때리고 있네요ㅋ 사진찍는거 의식 안하는 듯한 셀럽 맹수들?ㅋㅋㅋㅋ
지네 너무 무섭어요. 저희집에도 작년에 난리난리 났었음..닭뼈도 썼는데 많이 잡혔을까봐 더 걱정했던..하

하이드 2021-08-31 16:01   좋아요 2 | URL
코비가 제일 의식 안 하고, 그 다음이 말로, 리처는 얼굴 돌리는 편이에요. ㅎㅎ
지네 ㅜㅜ 진짜 너무 무섭죠. 닭뼈 써서 잡더라구요.

ladygrey 2021-08-3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항상 저보다 고양이들이 빠릅니다 ㅠㅠ
언제나 뒷북으로 지네를 발견해서 주로 사체나 잔해를 치울 때가 많아요 ㅠㅠ
올해는 좀 적고, 장마가 정말 길었던 작년에는 지네가 정말 많이 들어왔었는데
고양이들이 언제나 사냥을 잘 했습니다 ㅠㅠ 인간은 무쓸... 지켜주기는 커녕 지킴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이드 2021-08-31 16:01   좋아요 2 | URL
저도 예전에 말벌 들어왔을 때 고양이들이 잡았어요. 지네도 잡는다고는 하던데, 저 물리는건 괜찮지만, 고양이들이 사냥하다 혹시 물릴까봐 진짜 무서워서 정신 놓고 제가 막 잡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