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선물 받은 미미여사의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요즘 소설 시들해졌다고 했던가? 훌쩍훌쩍 

 


  첫번째 이야기 '열어서는 안 되는 방' 을 읽고나서는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에 이렇게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 있었었나 싶게, 찜찜한 이야기였는데, 두번째 단편, '벙어리 아씨' 이야기 읽고, 이 새벽에 훌쩍거리고 있다. 


보통은 읽고, 좋다. 하고 잊는데, 이 이야기는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몬모 목소리를 가진 노인의 이야기이다. 몬모 목소리는 요괴 목소리로 요괴를 부르는 목소리라고 한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어릴적 바다의 망자들을 부른 것을 계기로 몬모목소리를 가진 것을 알게 되어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단편 3개 더 남았다. 


그런 생각도 드네.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을 좋아했고, 에도물도 좋아했지만, 주로 분량이 아주 긴 장편들을 좋아했었고, 단편, 중편들은 연작이라도 좋다. 정도였는데, 소설 취향이 바뀌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게 된걸까. 읽는 분야가 바뀌면서, 소설 취향도 바뀌게 된걸까? 


이런 것들, 역시 많이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책을 부지런히 읽고 있는데, 이렇게 책만 계속 읽고 있어도 되나 싶은 생각도 계속 하고 있다. 핑계댈 것은 많다. 알바는 끌고 끌어 이번주에야 마무리 되고, 지금도 거의 깍두기처럼 나가고 있다. 


그리고, 12월 말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고, 

가을은 눈깜짝하면 지나갈테고, 겨울 지나면, 봄부터는 이제 3년차, 수국에 올인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좀 쉬어도 되는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하던 관성이 있어서인지, 책 읽고, 글 쓰고, 집안일 하고, 고양이들 돌보는 이런 날들, 괜찮은가 싶은거지. 매일 생산적인 일 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내 머릿속 생산적인 일은 아직까지는 돈 버는 일이라서 말이다. 알바로 버는 돈은 적지만 확실했고, 이 겨울은 들어올 돈 없이 나갈 돈만 있다고 생각하면 헉


 이 책을 읽고, 그래, 이거야.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에서 경제활주로 이야기. 

 

 내 병원비, 코비 병원비, 연세, 이 정도도 되게 수고했다 싶긴 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날들이 길었어서. 처음으로, 네, 내가 과거 회사를 십년 다녔건, 가게를 했건, 처음으로 저축, 적금을 시작했는데, 좀 모이면 나가고, 좀 모이면 나가고 하면서 어쨌든 1년 반을 그럭저럭 보냈다. 약간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계산해봤다. 2018년 3월에 여기 왔지. 그리고, 1년 7개월이 지났지. 


왜 이렇게 시간 많이 지난거 같을까. 한 십년차 이주민 같은 기분이다. 제주의 변화무쌍 날씨에는 매일 놀라지만. 




이 책에 나오는 '경제활주로'는 지금의 최저수입으로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종잣돈을 만들고, 투자해서, 여기서 투자는 나에게의 투자다. 더 좋은 일, 더 돈 많이 버는 일을 하고, 돈 모아서 결국에는 돈이 돈을 벌게 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하는 것. 


얼마전 읽은 포브스 기사에서 FIRE 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책도 나왔다. 


  경제활주로란 월급이 나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더 나은 경제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주로인거지. 꾸역꾸역 1년 보내고, 이런저런 큰 돈 써버리고, 겨울 보낼 정도의 경제활주로를 만들었다. 지출을 빡 줄이는 그런 소비습관을 만든 덕분이기도 하다. 


 더 못 벌면, 더 안 쓰면 됨. 안 사도 되는 것은 사지 않는다. 는 마음 플러스, 시골 생활하면서, 딱히 뭐 살게 없다. 책 사는 것 많이 줄였고, 식비도 장 봐서 요리해서 먹으니 월 십만원대다. 나 막 만원짜리지만 와인도 자주 마시고, 좋은거도 많이 사다 먹는데. 제철 과일도 채소도 팍팍 사먹는데. 


집에서 요리하는게 밖에서 먹는것보다 훨씬 비싸. 라는 이야기, 뭔지 알았는데, 지금은 절대 아니다. 요리해서 먹는게 훨씬 싸지! 내가 막 품들여서 만들어 먹는거도 아니고, 예전에 사 먹을때보다 진짜 이십배는 잘 먹는데도 말이다. 



내가 얼마나 생활 바보였는지, 며칠 전에 오이를 샀는데, 태어나서 처음 사 봄.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이를 잘라서 큐피참깨드레싱 버무려 먹음. '큐피참깨드레싱'을 사세요. 진짜 맛있고, 소면에 오이랑 비벼 먹어도 맛있고, 닭가슴살이랑 오이랑 비벼서 샐러드해 먹어도 맛있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전을 해 먹었다. 파전, 김치전. 그리고 어제는 부추전, 바지락살 넣고, 나중에는 맛타리버섯도 넣고. 약간 봉인풀린 기분이라 어어.. 싶긴하다. 내가 식탐은 많아도 양은 적은데, 무한으로 먹는게 바로 '전'이다. 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이걸 왜 그동안 해 먹을 생각 안 하고, 나는 못한다고만 생각했을까. 한 번쯤 시도해보긴 했는데, 대차게 실패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라면도 가끔 실패하고, 맛없게 끓이는 요리바보였다고 생각했다. 


어제 장 본거, 미니 새송이 1,195원, 부추 549원, 다루마낫또 2,850원, 더킹 오리지날 70g 990원, 콩이가득두부(부침) 790원 총 6,370원 


뭔가 식재료를 사고, 안 버리고 다 먹는것도 근래의 일이다. 두 번, 세 번 해 먹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 바보가 이렇게 사람꼴 하기 까지는 알바의 도움이 컸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제철의 과일, 채소 매일 보고, 그 때 그 때의 저렴한 것들 장 보고, 모르는 것 야채 언니, 과일 언니 물어보고, 요리 바보가 궁금한거 물어보면 얘기해줄 사람들 널렸고, 음식점 사장님들 포함한 단골들 사가는거 보면서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고, 진짜 랩업하기 최고의 직장이었다!


1년 반 산 나는 동네 돌아다니면, 아는 사람들 두셋은 꼭 보고 인사한다. 이런 감각 의외로 좋아하고 있다. 이웃과의 느슨한 끈 같은 거. 마트에서 일하지 않았다면면, 내가 이렇게 제주 토박이들과 제주 정착 외지인들 잘 알 수 있었을까. 내가 이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맛집들 가면, 단골 사장님들 보고 인사한다. 


알바 마무리 하면서도 많이 아쉽다. 

서재에 부지런히 글 썼으면 좋았을 걸. 좋았던 거, 싫었던 거, 힘들었던 거. 그런거 다 남겼으면 좋았을 것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의 기상 시간은 2-4시이다. 잠은 10-11시쯤 자는 것 같다. 어제는 아주 잘 잤고, 눈 떠서 시간 보니 3시였다. 알람은 새벽 시간 가는거 보는 용도로만 사용. 그냥 3시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눈 떠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너무 좋지. 오늘은 뭐 할까! 하는 그런 기분으로 맨날 아침에 일어난다. 그 와중에도 미루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분명 이유 있는 미룸이다. 하루 반나절 이상 책 읽으면 되게 많이 읽을 것 같은데, 하루 서너권은 읽어줘야 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고, 두 세권 정도 읽는 것 같다. 지금은. 며칠 전에 책정리 하려고 있는 책 다 꺼내 놨는데, (있던 책 대부분 다 버리고 와서 할만함) 이거도 더 정리하고, 전자책, 뭐 있는지 몰라서 곤란! 리스트 정리하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훌쩍거리다 바로 노트북 열고, 이야기가 길어졌다. 책 마저 읽어야지. 

서재에 좀 더 글 자주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인데, 글 쓸 때는 늘 그런 기분이지. 두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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