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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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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패스트푸드점의 셋트메뉴처럼 순식간에 뚝딱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립식 건물부터 시작하여 철제구조물 등 예전에 비해 쉽고 간단하고 매끈하게 집을 만드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죠.  대단지 아파트가 기획되는가보다 알아채기가 무섭게 한 층 한 층 높이를 더해가고, 곧 있어 분양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지요. 잠깐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어느덧 각 창문마다 노란 불빛이 들어와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집니다. 바야흐로 '패스트건축아레나'가 시작된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기사는 신문의 주요자리를 당최 내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계발/재태크 분야에서 부동산 관련 서적이 베스트 순위를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집은 사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광고 카피는 역으로 우리가 집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집은 이제 정말 잘 사고 잘 팔아야 할 '투자품목'이 되었습니다.  

빈 땅만 보이면 아파트, 빌딩 등 돈이 되는 건물을 지으려고 애를 쓰고, 말짱한 강 마저 뒤엎어버리고 그 옆에 건물을 지으려고 혈안이 된 시대에 '한국 건축'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으며, 또 어떻게 비춰질까요?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은 군더더기 없이 한옥 한 재를 지어가기 위한 세밀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단을 놓기 위해 돌을 고르고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마감하고 바닥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잘 갖출 수 있게끔 안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양을 꼼꼼하게 소개하게 있는데, 줄글 뿐만 아니라 사진자료와 그림, 도식까지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이해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한국 건축에 대해 공부하려는 학생에게는 모든 것이 외우고 익혀야 할 '지식'들일 것 같아 압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그러나 좋은 교과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세밀한 부분을 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은 꼼꼼한 설명들을 따라가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내고 지켜행한 그 시절의 건축가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저 가져다놓고 조립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지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단단한 구조물이니 특히 신경을 써야했겠지요.  게다가 평행을 맞춰야 한다고 그저 건설기계로 밀어버리거나, 마르면 단단히 굳어버리는 반죽으로 발라버리고 마는 성질 급한 사람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인내력마저 발휘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것을 있는 그대로 쓰려고 하고, 재사용가능하도록 험하게 다루지 않는 그 마음씨까지 더하여 생각해보니, 이게 바로 요즘의 트렌드 '슬로우', '착한', '공정'이 갖는 목표에 닿지 않나 싶습니다.  

지어질 집에서 살게 된 가족을 생각하며 척도를 맞추고, 생활패턴에 맞춰 지반의 높이를 정하는 등의 아주 느리고, 세밀한 집짓기. 이것이 바로 슬로우하우스의 매력이겠지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느리게 걷고 사는' 맛을 즐길 수 있는 한옥으로 평생은 아니더라도 며칠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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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속의 영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유 속의 영화 - 영화 이론 선집 현대의 지성 136
이윤영 엮음.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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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관련학과 학생들은 긴장 좀 해야겠습니다. 읽든 안 읽든 상관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냥' 교과서가 될 지도 모르지만, 어쩌거나 책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할 그런 책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상당히 '계획적인' 영화 관련 글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글을 묶고 번역하여 내신 이윤영님께서 교수님이시라는 것도 상당히 예민한 이유입니다만, 하필이면 묶인 글이 15개라는 것은 16주과정의 학기를 경험한 저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불길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한 주에 하나씩을 목표로 글을 읽어나간다면 한 학기에 한 권을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축제도 중간기말고사도 여기저기 포진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읽고 넘어가는 글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요. 아마도 그렇게 될 거에요. 하하, 나 너무 불길한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전에 그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 시간 하나의 논문을 읽고 수업에 참여합니다. 그 날의 발표를 맡은 학생이 그 시간에 다룰 논문을 미리 열심히 공부해와서 중요 내용과 이론 등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그 후에는 교수님께서 나오셔서 학생의 발표를 기본으로 하여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주시고, 그 시간의 논문이 다루고 있는 해당학문의 주요 논점과 흐름, 전문용어 등을 알려주십시다. 학생들은 질문을 해대고 교수님께서 아주 친절하게 꼼꼼하게 설명해주십니다. 그러고나면 끝입니다.  

네, 이 책은 위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우 유혹적인 책입니다. 저만해도 저 책이면 한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겠구나 (학생들을 고문하며 즐거운 한 학기를 보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교수님도 강사도 아니지만요.  

이 중에는 제가 처음 대학에 입학하여 예술을 할 거라면 이건 읽고 시작하라는 발터벤야민의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작품'도 있고, 건성건성 듣고 넘긴 영화이론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아이젠슈타인, 앙드레 바쟁 등의 유명인물의 글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매력적이지요. 이제는 굳이 교과서가 아니어도 이 책 한 권을 사놓고 읽기만 하면 나는 영화교양은 충분해질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결론으로 점프해보자면, 맞습니다.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영화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다루는 세밀한 이론적인 부분까지 어느 정도 섭렵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왜 영화가 지극히 상업적인 면을 자랑하면서도 예술이란 장르에 포함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과 설명들도 가득합니다. 심지어 영화가 관계하는 학문, 기술분야가 워낙 넓고 광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양지식을 늘리는 것도, 인문학에서 영화라는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여러모로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게을러서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변명거리를 없애버릴 해결책이기도 할 겁니다. 

그 학생 중에 제가 포함될 수 있는지, 더 이상 학생은 아니라고 껴주지 않을런지는 단박에 알 수 없지만 결국 저도 차일피일 미루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읽었네요. 하핫, 며칠 뿌듯할 것만 같습니다. 아 씐나.

다만 아쉬운 것은, 번역의 문제입니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워낙 글을 어렵게 쓰는 걸 즐겼는지, 번역과정에 있어서 한국어의 마땅한 호응이 없었는지, 이유야 저는 잘 모르지만, 글들이 참 어렵습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은 문장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번 읽어서 이해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문장 자체가 어색한 경우도 꽤 있었기 때문에, 석사과정의 학생들과 여러번 독회를 가지셨다는 서문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이 든 정도 있었지요. 아무래도 배움이 부족한 제게 더 많은 책임이 있겠으나, 좀 더 쉽게 풀어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덧붙여, 영화라는 것이 현재를 반영하기 때문에, 철학과 심리학과 생득적으로 조우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며, 하나의 장르를 대하는 태도마저 변화시킨다는 것은 미디어생태학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미디어생태학이 태동하기 전에 영화라는 매체가 '극'이라는 장르를 접하는 방법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직지심체요절을 140년이나 앞서는 금속활자를 발견한 것 만큼이나 신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오면, 따뜻하고 사약같은 진한 커피를 옆에 두고 밑줄을 그어 가며 차근차근 한 글씩 읽어나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정작 가을이 오면 깜빡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신간평가 때문에 허덕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 책은 가을에 더 잘 어울릴 느낌이 드는 거있죠. 표지 때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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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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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백과사전과 '메타'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둘 다 모릅니다만, 깊이있는 이해보다는 서로가 가진 '인상'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백과사전이라는 것은, 가나다순으로 표제어를 나열하게 되고 각 표제어 별로 간략, 혹은 방대한 정보를 담아두어서 알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가나다순으로 쉽게 찾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죠. 어린이용 백과사전부터 시작해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많은 백과사전들까지 백과사전은 분명히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학술적인 글, 특히 논문을 쓸 때에는 백과사전을 참고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데요.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백과사전이 담고 있는 '에센스'지식이라는 것이 누구의 기준에 의한 것인지와 각 표제어를 바라보는 시각(혹은 컨텍스트)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왜 자꾸 백과사전 얘기냐구요?  오늘 만나게 되는 이 101명의 화가는 이 책의 저자인 '하야사카 유코'의 지극히 개인적인 백과사전이기 때문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전미술사를 아우르는 화가는 100명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런데도 101명만이 선택된 것이죠, 어떤 기준으로? '하야사카 유코'의 취향대로입니다.  

여기에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제 취향에만 맞춰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기만 한다면, 좀 더 다양한 시각을 갖기 어렵지요. '타인의 취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이 주는 최대의 장점입니다. 

물론, 각 화가의 일대기를 단 두 면에 걸쳐 알 수 있다는 건 큰 욕심임에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까라바지오'의 팬이라 책을 받자마자 바로 찾아본 것이 '까라바지오'였었지요. 내용이요, 엄청나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작가의 설명 중에 까라바지오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지만, 생략된 것들 때문에 까라바지오는 저평가되고 말았으니까요(적어도 이 책에서는요)  

그러니, 어떻게 할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검색입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가 있다면, 또 땡긴다면 가차없이 '클릭'하셔야겠죠? 

그래서 '메타'가 등장합니다. '메타'소설, '메타'연극 등 각종 '메타'가 달린 단어들을 접해보셨나요? 저도 아직 '메타'의 개념이 명확히 잡히진 않았지만, '메타'텍스트에 대해 듣게 된 것은 바로 '클릭'에 있었습니다. 웹상에서 뉴스를 볼 때, 뉴스 중간에 링크가 걸려있는 단어를 클릭하면 바로 연결된 창으로 넘어가게 되죠, 우리는 연예뉴스를 읽다가도 생활문화에 관한 팁을 배우게 되고, 정치사회 기사를 읽던 중에도 스포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1명의 화가'가 선택한 방식은 만화이고 삽화중심인데요, 썸네일크기의 그림을 보고 내가 루브르에 와 있다, 라든지, 난 그림 봤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이 e-book으로 나오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대표작으로 나온 그림도 실리지 않은 페이지가 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그 그림을 클릭하면 혹은 동시대 작가들의 이름을 클릭하기만 해도 바로바로 점프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네,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책이었지만, 이 책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끝까지 읽고있는 저를 발견했을 뿐더러, 무지몽매하여 아는 것만 찾아보고 좋아하던 제게 들어본 적도 없던 화가를 소개해주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까라바지오에 이어 유럽에 찾아가서 실제로 보고 싶은 그림을 만났습니다. 뭘까요? 일단 여권부터 만들고 출발하게 하면 말씀드릴게요 

낚이셨나요? 이 책의 낚시에 비하면 저는 새발의 피라는 거 명심하세요
썸네일 크기의 그림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그림을 보고 싶게 만듭니다.
이건 그림을 본 것도 안 본 것도 아닌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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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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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신굽신'이란 단어는 이미 인터넷 상에서 한 세대가 지난 의성,의태 복합어지만, 그 뜻을 알고 싶건 모르고 쓰건 상관없이 보는 순간에 그 뜻과 용태가 '탁' 하고 떠오를 정도의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것이다. 

태어나고 모든 것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그 시점부터 우리는, 친구와 부모, 형제자매와 심지어는 애완동물에게까지 '굽신'거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동시에 그 '굽신'을 '예의' 혹은 '헌신', '섬김' 등등의 포장까지 할 줄 아니, 우리는 정말이지 '굽신'하러 이 세상에 태어난 것과 다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굽신'-ist'로 정한 이가 있었으니, 서론이 너무 길어 까먹을 뻔 하였으나, 결국엔 오늘 이 리뷰의 레이다망에 삐용삐용 걸린 '본격시사인만화'의 글/그림을 맡은 굽시니스트가 되겠다. 

굽시니스트의 정확한 이력은 내 비록 알고 싶지도, 알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었지만, 어느날엔가 술자리에서 굽시니스트의 시사인 초기 카툰 - 건너듣기로는, '기업' 탄생 비화(?)' 쯤 되는 이야기 - 이야기를 듣고 '아니 뭐 그런 '대단한 사람(혹은 비상한 사람 또는... 비방용 찬탄어)'이 다 있어?'라고 반응한 기억이 있어 그 이름 다섯글자는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나 그 이후로 굽시니스트의 카툰을 찾아볼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는데, 때마침 단행본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는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책에 관한 간략한 소개 및 광고카피에서 알 수 있든, 이 책은 굽시니스트가 시사주간지 시사IN에 기고한 2면짜리 카툰을 기반으로 한다. 게재된 것도, 불발된 것도 있는 이 단행본은 역시나 '굽시니스트'에 의한, '굽시니스트'를 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배우는 연기로, 만화가는 그림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은유와 상징이 곳곳에 알알이 박혀있는 그의 만화를 단순히 아는 만큼 보고 즐겨 넘기기엔 놓치고 지나간 게 있을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니, 카툰 뒷편에 놓인 굽시니스트의 친절한 설명이 두 면 빽빽히 읽느라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벌써부터 닥찬의 기세를 깔아둔다) 

또한 '굽시니스트'의 은유과 상징은 상당히, 꽤 매니악한데 - 쉽게 풀어쓰자면, 아주많이 오덕(오타쿠) 스럽다는 것이다. 모든 장르를 떡 주무르듯이 가지고 노는 그의 컷 전개를 살펴보고 있자면, '아 뭔지 모르지만 멋있어!'정도의 감탄사가 손바닥으로 장단을 맞추듯 끊임없이 새어나오게 된다.  

덧붙여 본격, 시사인의 글이 그러하듯, '굽시니스트'도 자신의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는 것에 민망함이 없다. 이것은 정치적인 싸움을 일으키거나 소리소문없이 (아, 요즘은 아니구... 아.... ) 혹은 세무조사로 이어지긴 하지만, 다시 말해서, 확실한 정치적 입장은 분명한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요즘은 정치인들마저 자신의 색을 흐려 민심을 얻는데 주력하는 것에 반해 '굽시니스트'는 상당히 자아배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굽신계의 마스터'급도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취하는 데 나라고 못할쏜가,로 이어지는 내 마음을 돌아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명함이 정치적 노선이나 색이 달라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쓰는 사람이나 보는 내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소신을 팔아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 정말일까? 써놓고 보니 불안하지만, 어쩌거나 명백하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끼리 만나면 해서는 안 되는 대화소재가 있는데, 바로 '종교'와 '정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와 '종교' 얘기의 서두만 꺼냈다가도 대화에서 저멀리 강등당한 경험이 수차례 있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인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대화의 소재는 각종 스토리텔링의 소재 또한 될 수 없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굽시니스트'의 카툰은 또 한 번 분명히 말해주었다. 왜, 안 돼? 써버려! 아, 네 그렇습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이 책을 읽었노라 자랑하고 전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정치의 소재가 재미없을 거라는 단 하나의 편견을 없애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땅에 숨어있는 오덕들의 어깨를 펴주기 위해서다.  매일매일 클릭에 클릭을 더하며 보고또보던 웹툰도 책이 나오면 사서 보고 빌려보던 그대들이여, 이 책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소이다!  

아, 어서 전국의 대여점에 이 책이 깔리길 바라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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