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1개월을 눈 앞에 둔 요즘,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일주일 동안 배변훈련을 열심히 시키고 있다. 

쉬 해서 젖은 바지를 대야에 담가 두었다가 쓱쓱 비벼 빨고 앉았는데 

문설주를 짚고 문턱에 서서 바라보고 있다가 한 마디 한다. 

" 화장실, 화장실!" 

처음 듣는 말이라 제대로 못 알아 듣고 착각하는 건가 하고 되물었다. 

"뭐? 화장실?" 

그랬더니 한 번 봐준다는 듯이 "찌!" 란다. 

그래서 쉬 하는 통을 대어주었더니 쬐금 누는 시늉만 했다. 

쉬 발음을 잘 못해서 늘 찌찌거려서 그러는건지 아뭏든 쉬 대신 화장실거리는 아이는 처음 본다. 

여러 날이 지난 오늘은 응아라길래 어른 변기에 데려다 앉히고 꼭 잡고 있었더니 

드디어 화장실에 응아를 했다. 

모레부터 다시 어린이 집에 갈텐데 쭉 이어서 잘 훈련을 하여  

이 더운 날 기저귀랑 바이바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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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2010-08-0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찌!!! ㅋㅋㅋㅋ아 너무 귀여워 기절할거같아 ^▽^ 이쁜 또미니 잘지내구 있나~~~ 너무너무 보고싶다 ㅜㅜㅜ 울 또민이 얼릉 훈련 잘 해서 기저귀랑 바이바이 했으면 좋겠네^▽^♡ 미오니님이랑 울 미니들도 잘 지내고 있겠지 더운데 더위조심하세요~♥♥♥

알맹이 2010-08-0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신기하다. 진짜

순오기 2010-08-0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21개월이 됐네요~~ 남의 일이라 눈깜짝할새 같아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군요.^^

가시장미 2010-12-0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올리신 글이군요. ^^
울현호가 딱!! 배변훈련을 해야하는 시기라... ㅋㅋ
똥 화장실 이라는 말은 잘 하는데..
현호는 쉬랑 똥이랑 구분이 잘 안 되나봐요. -_-;;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훈련할 기회도 많이 없다보니
(사실 제가 신경을 못 쓴 부분이 더 많겠지만)
기저귀랑 바이바이 하는 게 쉽지 않네요.
아흐.. 이 글 읽고,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는 이제 26개월 쯤 되었겠네요?
얼마나 의젓해졌을지 궁금하네요. :)
 

요 며칠 사이 아이들이 아프다. 

아마도 사나흘 창문을 열어 둔 채 거실에 나와 잤던 까닭이려나? 

열이 오르고, 기운이 없어 늘어지고, 잠에 빠지고, 짜증과 어리광이 작렬한다. 

둘째는 눈이 충혈되고 코도 막히는지 말은 못하고 울음으로 하소연하고 

막내는 설사를 하느라 항문 주위가 발갛게 부어서 작은 몸을 움찔거린다. 

큰 딸은 기침도 콧물도 흘리지 않고 열도 오르지 않고  

자주 흘리는 코피만 가끔 흘리며 열심히 약도 먹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뭏든 그래서 막내를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고 둘이서 하루를 났다. 

막내를 들여다보고 앉아서 토닥이고 책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어야 마땅했건만 

평소에는 먼지랑 티끌이 뭉텅이로 몰려다녀도 모른 척 하고 돌아보지 않던 마루를 쓸었다.  

청소기만 대충 돌려주어도 황송해 마지 않을 마루를  

두 손바닥으로 다 가려지는 작은 솔이 달린 키 작은 빗자루로 쓸기 시작했다.  

위~ㅇ! 해버리면 그런대로 잠깐 사이에 끝낼 수 있는 일인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발라드 채널을 틀어놓고, 앉은 채 나아가며 쓸기 시작했다. 

윙거리지 않는 건 저 노래소리를 살리기 위해서야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 

자, 이제부터 도를 좀 닦아볼까?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면서.. 

 

마루는 30평쯤 되지만 사방이 1터 정도로 보이는 한지장판을 발라놓아서 

한 칸 한 칸 쓸어나가면 어디까지 쓸었는지 분간하기 쉬워 좋았다.

 

처음에는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쉬엄쉬엄 놀기 삼아 하려고 작정하고 시작했는데 

절반을 미처 다 못 쓸어낸 지점에서 이미 조바심을 내고 있는 나를 만났다. 

얼른 마저 쓸어내고 끝내버리고 싶어서 살려보겠다던 노래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 앞 뒤로 돌아다니며 낱말카드랑 장난감 따위를 흩뿌리는 아이도 보이지 않고  

양 손에 들린 한 뼘 반 남짓한 빗자루랑 꼭 그만한 크기인 쓰레받기만 온 눈에 가득했다.  

어찌 이리 일이 더딘게야?! 하여 짜증이 솟구쳤는데

그러다 한 순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도 넉넉하고 바쁜 일도 없고 꼭 그럴 필요가 없는 걸 왜 이리 서두르고 있나 싶었다.  

큰 숨을 한 번 쉬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쓸어나가니 

이번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넓은 마루 끝에 다다라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에 꿈 속에서 자주 만나던 내 생각이 났다. 

숲 속 작은 집에서 면접관이 되어 나를 면접하던 나, 

저물녘 버스정류장에 오두마니 웅크리고 앉아 버스에서 내릴 나를 기다리던 나, 

슈퍼맨처럼 망토를 차려입고 내 한 손을 꼭 잡고 황무지 위로 날아오르던 나. 

 

둘째가 다니기 시작한 언어치료센터에 내걸어 놓았던 문구도 떠올랐다. 

아이들은 손톱이 자라듯이 자란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혀 자라지 않는 것 같지만  

또 어느 새 깎아주어야 할 정도로 자라있곤 하는 손톱처럼  

느리게 그래서 단번에 알아채기는 어려울 정도로 그러나 꾸준히 조금씩 잊지 않고  

그렇게 자라고 또 변하고 있으니 참고 기다려주시라 어머니들이여 뭐 그런 내용이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비가 내린다. 

내일부터 며칠은 너덜이에서 아이들과 빈둥빈둥 뒹굴기로 했다. 

그 사이 열도 내리고 설사도 진정되고  

이제 남은 기침이랑 콧물이 멎고 기운을 차리도록 그렇게 놀기로 했다. 

큰 아이 혼자만 학교에 가라고 하면 조금 불평을 늘어놓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 방치해 둔 방과 욕실과 겨울 운동화 여러 켤레와 집 안 곳곳에 무성한 거미줄과

부정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얇게 곰팡이가 핀 듯 끈적거리는 작지만 긴 마루와   

새어든 빗물에 젖어 씻어 널어야 할 장난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또 다시 도를 닦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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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0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07-1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많이 아프면 엄마가 더 힘들어지지요?
둘째가 언어 치료 받으러 다니나 보네요. 조금씩 좋아질 거예요.
30평이나 되는 마루.. 라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그 넓은 마루를 어떻게 건사하면서 살아요 그래? 열평도 안 되는 마루에도 맨날 먼지 굴러다니는데...

miony 2010-07-15 22:01   좋아요 0 | URL
저희 집 마루는 아니구요, 남편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일종의 모임방이랍니다.
창피하지만 일 년에 하루도 제대로 닦지 않는답니다.
다녀가시는 분들이 쓸고 닦고 쓸고 닦고 그런 마루랍니다.^^

2010-08-0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월 초순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이 좀 넘은 지금은 이제 어린이집 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차에 태워 보낼 때 울지도 않는다.  

선생님 메모를 보니 혼자서 신발이랑 가방도 정리한다고 한다.

웬만하면 눈썹에 힘주는 걸로 모든 걸 표현하는 막내. 

9명의 친구들과 두 분 선생님과 9시부터 5시까지 하루를 보낸다. 

하루는 한 여자친구와 소꼽놀이를 하는데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시늉을 하니 

싱글벙글 웃으며 받아먹는 시늉을 하더란다. 

선생님 딸인 그 친구랑 위에 둘이 함께 사진을 찍은 이 친구랑 두 아이만 안아준다는데 

다섯 명의 여자친구들 중에서 가장 여리고 작은 친구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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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2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이네요.
막내가 어린이집에 갔다니, 님도 한 숨 돌리시겠어요.^^
알라딘 서재에서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이만큼 큰거예요.
어머나 신기하다.

2010-06-25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니가 학교에 들어갔다. 

첫 아이가 첫 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3년 동안 유치원을 다닌 곳이어서 그런지 엄마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가슴 벅차고 감회에 젖는 일은 유치원에 입학시킬 때 미리 다 치른 것 같다.

아빠는 지난 개학날이 입학식인 줄 알고 맛있는 것을 사들고 들어오시기도 했고 

미니는 1학년은 공부를 많이 잘 해야 한다는 선배들 ㅋ의 조언을 듣고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입학하기 전 보름 동안  

아빠가 아무리 읽어보라고 해도 거들떠보지 않던 천자문도 열심히 읽고 

날마다 받아쓰기에 열을 올렸으며 심지어 어렵다고 싫어하던 어린이 영어방송까지 챙겨보았다. 

놀러 온 언니들과 더하기 빼기도 세로셈까지 배웠을 정도다. 

그런 나날이 지나고 두둥~! 드디어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결론은 일요일이 싫어졌다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토요일까지 놀토라니 정말 벌써부터 한숨이 나는 일이란다. 

학교라는 장소나 급식시간 따위에는 이미 완전히 적응한 상태인데다 

유치원에서 같이 올라간 여자친구 삼총사도 있어서 낯설고 어려운 일은 거의 없는데다 

선생님도 작년에 4학년을 맡으셨던 낯익은 분이라

친구들과 뛰어 놀고 공부도 조금 하고 선생님 기타 반주에 맞추어 교가도 부르니  

날이면 날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단다. 

알고 보니 1학년엔 쉬는 시간도 있고,공부도 그리 어렵지 않으며 

첫 날엔 선생님 전화번호 끝자리 맞추는 퀴즈를 풀어서 막대사탕까지 상으로 받았다. 

게다가 늘 동갑친구에 목말랐는데 이번에 함께 입학한 친구들이 무려 12명이나 된다. 

남학생 7명과 여학생 5명이 함께 공부하는데 둘쨋날 또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했으니 

미니랑 실수로 부딪친 남학생이 글쎄 미안하다고 사과씩이나 했다는 것이다. 

남학생이 놀리고 때리고 장난치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부딪친 것까지 사과를 하다니 친구들 중에 가장 착하고 의젓한 것 같다고 한다. 

유치원생도 올해는 현재 9명이고 4월에 한 명이 더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작년보다 학생 수가 무려 15명이나 늘어나 학교에 활기가 돈다.  

선비님같이 의젓한 이 남학생처럼 대도시에서 살다가

(미니 표현에 의하면)  "시골에 한 번 살아보려고" 내려온 아이들이 제법 많아서  

엄마가 아는 집만 해도 너댓 집에 아이들이 여덟 명이다. 

게다가 화개장터 근처에 살면서 가까운 학교를 두고 쌍계에 입학한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큰 산의 품에 안겨 조용하고 아담한 학교 모습도 예쁘고

전교생을 오후 다섯시까지 돌봐주는 것도 일하는 부모들에겐 큰 도움이 되어서인가 보다. 

아뭏든 미니는 정말정말정말정말 재미있게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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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3-0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미니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군요.
엄마는 시큰둥한데 미니는 노토랑 일요일이 싫을 정도로 신난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완도 살 때 이렇게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울 아이들 다닌 학교는 읍내에서 가장 큰 학교(전교생 1200명 정도나 되는)였거든요.
시골 학교면서도 겉멋만 잔뜩 들어 있는 학교였어요.

2010-03-07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업힌 등 뒤에서 파드득거리며 이렇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몇 번 먹어 본 적도 없는데 빵을 알고 있을 줄 미처 몰랐다.

몇 가지 빵을 골라담고 계산을 끝내느라 제법 긴 시간이 걸렸지만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빠빠를 외쳤다. 

그리고 할아버지 차에 올라 타자마자 숨도 고르기 전에 빵봉지부터 뜯어야했다. 

이 때는 누나 입학 기념으로 막 짜장면을 먹고 나온 길이었다. 

군만두랑 짜장면,우동 면발과 새우 등을 가장 열심히 먹은 사람도 또민이였는데...  

할머니가 누나 입학선물로 사 주신 신발을 들고 길을 걷는데 또 외마디 소리를 치며  

포대기 밖으로 뛰쳐나갈 듯이 야단법석이다. 

돌아보니 과일 가게에 딸기와 귤이 막내를 불렀나보다. 

누나랑 형은 무사히 그 앞을 지나쳤건만 막내에게 딱 걸렸다. 

할 수 없이 또 사 들고 할아버지 차 세워 둔 곳으로 가다보니 트럭에서 바나나를 팔고 있다. 

이 또한 막내가 좋아하는 품목이라 염려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또!!! 

젖 떼느라 얼굴이 반쪽이 되다 못해 콩알만 하다고 온 식구들이 불쌍하게 생각하는 까닭에 

오늘 막내가 사달라고 애타게 부르짖은 것들은 결국 다 사주고 말았다. 

역시나 할아버지 차에 타자마자 바나나 하나 가뿐하게 먹어주시고 

곧이어 귤 두 개 야무지게 다 먹고 마지막 남은 귤 한 조각은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흘러나오는 흥겨운 트로트 전주에 온 몸을 흔들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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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3-0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래도 아이들이 잘 먹으면 그만큼 행복한 순간도 드물죠. 눈앞에 선히 그려지네요. 이뻐요.

무해한모리군 2010-03-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2010-03-0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