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서재에 들어올 때 마다 다른분의 서재처럼 꾸미지 못함이 못마땅 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서재라면 그냥 대나무라도 이엉처럼 엮는다면 어떻겠냐마는 그래도 이곳을 찾아주시는 님들께 뭔가 조금은 멋있게 보이고,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이뻐 보일 수 있는 서재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알라딘의 이미지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어 그 이미지를 선택하면 이상하게 잘려 버리거나 길게 늘어져 버립니다. 그건 그렇다치고라도 서재 이름이라도 목각 형태로 넣고 싶지만(제 명함의 이름과 숫자가 목각 형태인데 그런대로 제법 고풍스럽게 잘 어울리는것 같았습니다) 알라딘 어디를 둘러 보아도 다른 님들 처럼 마술을 부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지 않았더군요.

어느 님은 삐뚤 빼뚤~ ...원래 심성이 그러신지는 몰라도 그런 모습도 나름대로 강한 개성이 있어 그 님의 서재만 생각해도 문패가 기억이 나고 또, 배혜경님 처럼 좌우를 누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거야 시뻘건 문패에 멋 대가리는 커녕, 멋 꼬리 조차 없는 문패를 달고 있자니 우체부가 제대로 찾을 수 있을런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이미지에는 제법 많은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걸로 했다가 또 저걸로 하고.....그렇게 수 없이 해 보았지만, 그나마 지금 것과 이 바로 전의 책꽂이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문패가 밋밋하기만 한 저와 어찌 그리 꼭 빼 닮았는지.... 도무지 변통이라고는 모르는 고지식함이 문패에서 뭍어나는것 같기만 합니다. 저야 뭐...  이 속이 저만의 공간이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들 부족함이 있으랴마는 찾아오시는 님들께 조금 더 이쁘고 아름다움을 선사해 드리지 못함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이게 컴을 다루는 제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20년 가까이 해 온 독수리 타법이라 타이핑 속도는 느릴것 같지만 그래도 오래 갈고 닦아서인지 분당 300자 까지도 가능하여 글을 올리는데 있어 별로 어려운점은 모르겠지만 각종 요술로 치장을 하는 부분에는 완전히 무지를 들어내고 말아야 하는 처지가 자못 한심스럽기까지 하답니다.

그런데 어때요....문패가 낡아 주인장 이름이 안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집안에 들어서면 별천지이고 많은 보화가 있다면야 괜찮지 않을까요?  흥보전에 보면 금은 보화도 번듯한 궤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물이나 퍼야하는 박 속에서 나오잖아요?  그래서 비록 문패는 허름해도 이곳에 각종 금은 보화 못지 않는 보배를 담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오시는 님들께 한잔의 차를 대접해 드리지는 못할 망정 이곳에서 많은 것을 가슴속에 담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지붕 올리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나중에 제가 지붕올리는 기술을 알게 되어 초가 이엉이라도 성실하게 엮어 올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 단계에서는 그저 이렇게 움집에서 살려고 합니다. 저 하나 다리 뻗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까 말입니다.(그런데요.....사실은 컴에 무지인 저 자신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살짝~ 말씀 드립니다)

                                                                                       <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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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저도 대단한 컴맹입니다. 님의 서재지붕, 문양이 참 맘에 드는데요. 그리고 님의 말씀처럼 담긴 내용이 더 중요하죠^^

비로그인 2004-05-1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패가 마음에 드신다니 고맙습니다. 하긴 스스로에게 주는 위안입니다만 무척 소박하죠? 막사발 같다고 여기고 그냥 놔 두렵니다. 님의 말씀처럼 담긴 내용이 더 소중한데 제대로 담긴것이 없어 소리만 요란한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책방님께서도 이곳에 많이 퍼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산 2004-05-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어떤지요? 

 

 

저도 잘 못하지만, 맘에 드는 사진을 포토샵으로 가로 29cm, 세로 2cm 크기로 잘라서

서재 주소 적고 하면 지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습삼아 하나 만들어보았습니다.


비로그인 2004-05-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아~~ 정말 지붕이고 좋군요...아....포토샵에서 작업을 한것을 가져 오는 방법이 있었군요. 그런데....지금 만들어 주신것은 제가 구태어 포토샵에 가지 않아도 되게끔 해 주셨답니다...문제는 이걸 어떻게 제 앙상한 솟을 대문의 틀 위에 올리느냐는 것인데요...연습이 아니시라 제게 선물을 주시는것 같아 감사말씀 드립니다.

비로그인 2004-05-1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나름대로 가을산님이 주신 그림을 오려서 제 지붕에 붙여보았습니다. 깜쪽같죠? 고맙습니다. 말 그대로 대궐을 하나 이게 된것 같고 훨씬 고즈녁하여 운치가 담겨 보입니다. 가을산님께 다시 한번 머리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04-05-1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이 님께 주신 기와지붕이 멋집니다. 님의 서재 성격과도 잘 어울리네요. ^^

ceylontea 2004-05-1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 분위기 너무 좋아요.. ^^

비로그인 2004-05-1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덕에 정말 분위기 있는 지붕을 머리에 이게 되었습니다. 밑에 있는 난초가 마치도 지붕의 기와밑에 담겨 있어 더욱 청초해 보이는것 같고 기와지붕의 합각도 너무 멋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starrysky 2004-05-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이 너무너무 아름답습니다. 수수께끼님 서재 분위기와 잘 어울리네요. (사실 수수께끼님 서재에 이제 막 발걸음을 들여놓은 참이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종종 들러서 조심조심 보다 가겠습니다. ^^
 

1. 공직자는 매년 신체검사를 합니다. 부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멀쩡한 신체가 부려먹기 좋을 것이고 그래서 매년 신체검사를 하는데 좋은 의미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조직원의 건강 상태를 매년 점검하는것이겠지요. 작년 9월에 정밀 신검을 했는데 금년에는 신검이 5월에 시작되었습니다. X-Ray를 찍고, 피를 뽑고, 팔에는 디스토마 검사를 한다고 두 방의 주사를 놓고....사실 저는 주사 맞는것도 못 볼 정도인데 신체검사 때 마다 몇 방의 주사기가 제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것이 매우 두렵게 여기는 일이라 신체검사가 싫습니다.

2. 1차 검사를 하는 중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담당 의사가 간장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비장도 검사를 하고....비교적 간장에 대한 검사를 오래 했습니다. '간덩이가 부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간이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비장이 비대하지 않은것으로 보아 간이 그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유지하는것은 아니라고 하며, 간의 표면이 조금 거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 간 경변이나 간암 정도 되나요?" 라는 되물음에 의사는 자칫 간경변으로 진행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 대충 간이 안 좋으리라는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워낙 잠이 없어 늦게 자는데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하니 늘 피곤이 쌓이고 비록 낮잠 한번 안잔다해도 피로를 풀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만성 피로증후군 환자가 틀림 없을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일찍 자려고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는 결국 2~3시경에나 잠을 이룰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에 생긴 버릇도 아니고 중학교때 부터이니 이 습관도 제법 나이를 먹은것 같습니다.

4. 1차 검사의 결과는 재검.....당뇨증세와 간에 대한 재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침을 굶고 와서 채혈을 하고, 또 열심히 줏어먹고는 2시간 반 후에 다시 채혈을 했는데 혈당치가 180이라고 나왔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서 아마 다음 주 초 쯤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이제는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5. 그런데 "아는것이 힘이다',"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속담중에서 어떤것을 택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제 몸속에 병이 있는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떠나는것과 몸 속에 병이 있다고 안달복달을 하다 떠나는것....결과야 어찌 나오든 저는 담담할것 같고, 늘상 해왔고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지만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훨씬 편한것이 바로 병에 관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당뇨가 간질환이나 모두 좋지 않은 것이지만 알게 모르게 간질환도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것을 생각한다면 모르고 넘기는게 상수가 아닐까 합니다.

6. 만약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것이 발견된다면 그 다음의 생은 무척 복잡해 질 것 같습니다. 치료를 한다고 법석일것이 뻔 한데 그게 오히려 사람의 진을 빼고, 병으로 인해 그 사람의 삶 마저도 제 간이 쪼그라든것 처럼 쪼그라들 수 밖에 없을것 아니겠어요?  1차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날 모 중앙지에는 당뇨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으로 특집을 꾸렸더군요. 당이나 간질환의 모든 원인의 90%가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저 자신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최근의 상황이 제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왔던 모양입니다. 간이 쪼그라들 정도라면 실은 정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7. 이제는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살아왔던 제 라이프스타일에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조금씩(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많이) 당겨서 일을 처리해야하고 최소한 지금 계획된 제 삶에서 10년은 잘라내고 새롭게 계획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것은 없겠지만 멈출 수 없는 일들은 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으니 말입니다. 2차 신체검사의 결과가 어떠하든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신체검사 결과는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려 봅니다.

 어렸을 때 부터 지나가는 관상좀 볼 줄 안다는 분들이 관상을 봐 주십사는 부탁도 없었는데 "어허~ 그놈 참 오래 살겠다"라는 말씀들을 하시는 것을 많이 들어왔고, 또 절간에 가면 노스님들께서도 오래 살겠다고 말씀을 해 주실 때.....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당연히 오래 살것이라고 속으로 생각을 해왔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관상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셨기에 그런 말씀들을 하신것이겠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제 몸의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닌것 같습니다. 제게 오래 살겠다고 말씀해 주셨던 분들은 단순히 그 길이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벼랑벽에 똥칠을 하며" 오래 살것인지는 말씀해 주지 않으셨지요. 즉 빌빌 거리며 억지로 목숨만 붙어서 오래 살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의 신체검사 결과를 보며 오래 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고가 확고해 진것 같습니다.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를 수용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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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5-1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 생활을 하면서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속담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건강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2004-05-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5-1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립간님. 공복에 180이니 더 높은 수치겠지요? 최종 결론이 나오면 자세한 처방도 필요할것 같습니다만, 무엇보다 <가장의 건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그런데..마립간님도 의사님이라서인지 최선을 다한 건강관리를 강조하시네요...하하하^^~

프레이야 2004-05-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결과에 수용하려는 마음 먹었으니, 걱정 안 할게요.
그래도 아무래도 걱정은 좀 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가 나올거라 믿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전에 시아버님이 위암으로 검사결과가 나와 온 가족이 며칠을 공포?에 떤 적이 있어요. 근데 다른 병원에서 재검결과 우습게도 단순 위염이더라구요. 다행이지만 오진하고 겁 준 그 의사가 어찌나 괘씸하던지요. ^^

비로그인 2004-05-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가 어떠하든 겸허하게 수용을 하고 설사 몹쓸 병이 온몸에 살아 꿈틀거린다 해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병에 걸려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거든요.....^^~~

2004-05-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제 사무실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전번 보다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직책이라 눈이 피곤할즈음이면 창가로 가서 바깥 풍경을 내다봅니다. 보이는 풍경이야 늘 변함없는 서울외곽 고속도로의 씽씽거리며 달리는 차들과 송파 I/C로 내려오는 차들이지만 그 풍경도 기후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이면 달리는 차들도 왠지 무겁게만 느껴지며 비오는 날에는 차들 조차도 추적추적 거리를 밟고 달리는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에는 도로에서도 빛이 나며 모든 차들도 살아있는듯 움직이고 있습니다.

2. 제가 사무실을 옮긴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말 그대로 제가 <상무의 조계사>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담장 속의 바쁘게 돌아가는 부대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랍니다. 지금 상무가 위치한 이곳은 예전에 이름만 들어도 군인들이 설설 떨던 "남한산성"이라 불리었던 육군 교도소 자리입니다. 혹여 제가 지금 있는 곳이 중죄를 지은 병사들이 갇혀있던 독방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로 조용한 곳이랍니다. 사람들도 특별히 용무가 있어서 찾아 오시는 분이 아니라면 제가 사무실 사람들을 찾지 않는 한 사무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연구실에 콕~ 쳐박혀 있는 실정이니 말입니다.

3.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지난번 처럼 계분 냄새가 심하게 나지는 않아 걱정은 괜히 했던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곳의 책상에 앉아 있다보니 무심결에 흘려보냈던 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자연히 고개를 돌리는 버릇 마져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란 다름이 아니라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였습니다. 워낙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또 자주는 아니지만 급브레이크 소리 이후에 쿵~ 하는 추돌이나 충돌음이 들리기도 하며 곧이어 앵앵거리는 구급차와 구난차의 비상경광등 소리를 듣게 됩니다.

4. 오늘은 정말 출근부터 엉뚱한 기록을 측정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구급차 소리가 하루 근무하는 동안 과연 몇 차례나 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한심한 작태일지도 모르지만 그리 신경을 쓴다거나 힘이 드는일이 아니기에 사이렌 소리가 날때마다 바를 정(正)자를 만들어 가기로 한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지도 궁금해서 말입니다.

5. 점심 시간에 30분을 빼고는 밖에서 소리가 날 때 마다 바를 正을 그려 나갔습니다. 어떤 때는 5분도 안지난 상태에서 삐양~삐양~거리고 또 어느 경우는 한꺼번에 여러 대의 구급, 구난차가 한꺼번에 삥삥~거리며 달려가고, 또 어느 경우에는 2시간도 넘었는데도 삐앙~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하고....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2분 이내에 나는 소리는 모두 한 건으로 취급을 하며 작대기를 긋듯 무심하게 바를 正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퇴근을 했는데 퇴근을 하며 작대기를 보니 9개 하고도 나머지 하나는 완전하게 바를 正자를 그리지 못한 작대기 3개의 모음....정확히 48번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6. 서울 도심의 큰 교차로에는 '어제의 교통사고 ㅇ 건, 중상 ㅇ 명, 사망 ㅇ 명' 이라는 통계치를 알리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제가 들었던 사이렌 소리는 구난차뿐만 아니라 중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량, 그리고 소방차나 119 구급차 또는 교통 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싣기 위한 차량,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찰차, 도난 방지를 위한 무인 경보기의 경보를 듣고 급하게 달려가는 경비업체 차량 등등 무척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그것도 근무 시간중인 대낮에 48번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무척 많은 사고, 사건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기록한 시간은 그나마 대낮이라 사고의 위험이 야간보다는 훨씬 낮으리라고 생각되며 한 밤중에는 낮 시간보다 훨씬 많은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삐잉삐잉~, 왱왱~, 뾰삐뾰삐~ 등등의 소리를 내며 달려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7. 48번의 소리가 모두 사고와 관련이 된 소리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 수치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수치였기에 결과를 대하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냥 재미로..단순하게 생각했던 처음의 의도는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속에서 빚어지는 차량사고의 수치로 계산되기에 그만큼 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에게 일어난 불행의 수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물론 두 번 다시 이런 숫자놀음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퇴근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며 힐끗 처다본 도로에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마다 갈길 바쁜 발걸음을 기계의 힘을 빌어 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도로를 바라보는 제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도로의 느낌도 변하는것 같습니다. 차라리 365일 늘 도로를 보더라도 항상 기분 좋은 나들이를 출발하는 차량의 모습처럼 밝은 느낌이 가슴 가득한 질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가라앉지 않는 밝은 마음으로 도로를 바라보는 혜안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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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5-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직책이 맘에 드시는지요?
저도 가끔은 직장이나 하는 일을 확 바꾸어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지만, 소망과는 달리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갑갑합니다.
들려오는 구급차 소리 중 상당부분은 사고가 아닌 환자의 이송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희망사항?)
옛날에 응급실 당직 설 때 생각나네요. 구급차소리가 가까와오면 긴장했다가, 그 소리가 병원 앞을 지나쳐서 작아지면 한숨 놓곤 했던... ^^

비로그인 2004-05-1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새로운 직책을 맡으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저의 이중성이랍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한가지는 무척 빨빨거리며 활동적인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앉아 책 속에 몰두하는 것인데 지금의 직책은 제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직책이라 너무도 좋습니다. 그동안 읽지 못해 쌓여있는 책들도 한권 한권 읽어가고 있습니다. 제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가 연구원들인데 원래 연구라는것이 콩볶듯 금방 만들어 내는것이 아니고 다소 고무줄 같이 질찔 끌어서는 안되지만 여유가 있는 일이기에 조금은 앞만보고 달려온 제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추적거리는 바퀴소리를 내고 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한번의 사이렌 소리도 듣지를 못했습니다. 어제 제가 글을 올린것을 알기라도 하는듯(아마 제 창문 주변을 지나가면서 사이렌을 끄는 모양입니다) 조용하군요. 그런데 창밖을 보며 느끼는 기분은 오히려 맑은 날 보다는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의 풍경이 훨씬 운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을산님....모든것을 팽겨치고 한번 일탈을 꿈꿔보세요......용기를 가지시고요...그러면 적어도 한번쯤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달리 보이실 것입니다 ^^~
 

1. 어제는 모임이 조금 늦은 시간에 끝이 났습니다. 오랜동안 모임을 이끌어 오시던 회장님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기에 환송연을 겸하다보니 석별의 아쉬움이 제법 길었던것 같습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끝이 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밖으로는 밤공기가 싱그럽기까지 했습니다. 서울의 교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혼잡하고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모임 장소에 가려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을 했지만 거의 2시간이나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도착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자정 무렵에는 차들도 제각기 잘 곳으로 들어가서인지 싱싱 달릴 수 있었습니다.

2. 예술의 전당 앞쪽에서 신호 대기중 언뜻 플랭카드가 눈에 들어오길래 읽어보았습니다. "내일은 어버이날...부모님께 전화를 겁시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내일이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어버이날은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잠시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양재동을 들리기로 하였습니다. 청계산 입구에 즐비한 꽃집이 생각나서였지요

3.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몇몇 꽃집은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어버이날이라서인지 호텔 등지에서 주문받은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는데 제가 카네이션을 사겠다고 했는데도 팔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주문 받은 꽃다발을 만들 수량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이 켜져있는 이곳 저곳의 화원을 들려도 모두가 같은 대답이었기에 마지막 집에 들어가서는 통사정을 해서 코싸지 2개를 겨우 구할 수 있었습니다.

4. 본가가 제가 사는곳과는 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근무를 하면서 본가에서 다니고자 했지만 부모님께서는 두분이 일흔을 넘긴 상태에서 아들 수발을 할 수 있느냐면서 제게 원룸을 추천해서 그 말씀에 동의를 하고 원룸에서 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본가에 들려야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1주일에 한번 찾아뵙기도 힘이 들더군요. 사실 아침 출근을 위해 아침밥을 지어줘야 하고 또 밤에 늦게라도 다니게 되면 걱정하시는게 부모님의 심정인지라 저도 부모님의 뜻에 따르기로 한것이지만 지금도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수시로 전화로 확인을 하시는 편입니다.

5. 오늘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서 본가로 갔습니다. 노친네들이시지만 이른 새벽이라서인지 두 분께서는 아직 잠자리에 계셨습니다. 주방에서 두 분이 깨실라 살그머니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미역을 넣어 국을 끓였습니다. 나머지 반찬이야 있는 반찬을 그대로 꺼내 식탁위에 상을 차렸습니다. 그 때서야 어머니가 먼저 일어나시고는 깜짝 놀라시길래 카네이션 코싸지를 가슴에 달아들이며 "감사합니다...그리고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 녀석아 속이나 썪이지 말아라.." 하시면서 그래도 흐믓해 하셨습니다. 출근시간이 다가와 저는 식사만 차려 드리고는 바로 본가를 나왔습니다.

6.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은 제게 더 없이 커다란 의지처이자 장애물이었습니다. 항상 제 눈에는 거대한 산 처럼 여겨졌고 그 거대한 산은 영원히 그렇게 존재할 줄 알았었습니다. 몇 년전부터 가끔 식사를 하면서 부모님의 옆 얼굴이나 마주 보는 얼굴을 대하면서 두 분에게서 이제는 세월의 골이 상당히 깊게 패여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몸의 살도 많이 빠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쪼그라드는 얼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길어야 15년이 이 두 분의 수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큰 아들로서 두 분께 너무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음이 정말로 죄송함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7. 한 5~6년전만 하더라도 TV뉴스나 언론 보도를 보며 아버님과 의견이 다르면 기를 쓰고 아버님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전형적인 보수적 사고를 가지신 부모님과 조금은 개혁적 사고를 가진 아들이 사사건건 부닥치는 일은 흔한 일로 그럴때마다 아버님은 저를 나무라고는 하셨지만 고집 쎈 아들녀석은 한번도 아버님에게 지려고 하지 않았었습니다. 제가 두 분이 이제는 늙었음을 가슴속에 받아들이고 나서는 아무리 아버님이 소위 <말 같지 않은 말씀>을 하시더라도 모두 수용을 하고 있습니다. 설령 제가 속이 뒤집힐 정도로 틀린 말씀을 하시더라도 이제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답니다. 제가 철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부모님을 대하다보니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말씀을 안하고 계실지는 몰라도 이제 두 분께서는 저를 든든한 산으로 여기고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두 분이 정정하게 살아계심 조차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제가 누리는 큰 행복임이 틀림 없고 두 분이 큰 산에서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 힘을 예전 처럼 발휘하시지는 않더라도 제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렇게 큰 산으로 자리하고 계실 겁니다.

 단지 어버이날이고 제가 밥 한끼를 차려드려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뵙고 출근을 하니 그렇게 마음이 가볍고 기쁠수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다는것이 그나마 효도가 아닐까를 생각하면서 이제 조금 더 부모님을 많이가슴에 담아 둘 공간을 만드는데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두 번 다시 뵙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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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6-3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분이군요 ^^
 

1. 그란 다름이 아니라 복싱을 하던 '심성영'이라는 친구를 말함입니다. 통합병원에서 전역 결정이 내려지고 육군 본부에서 최종적으로 전역 결정이 내려져서 그는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어머니와 함께 전역 인사(통합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소속이 변경이 되어 전역 신고는 통합병원에서 하게 됩니다)차 부대를 방문 하였고 우리는 그 동안 그를 위해 모금해 두었던 500여만원을 전달하였습니다.

2. 그는 무척 살이 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복싱은 계체량 종목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운동 중에는 미처 살이 찔 틈이 없습니다만 잠시라도 운동을 멈추면 급격하게 살이 오르는데 이 친구도 시력악화로 운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눈에 띄일 정도로 몸이 불어 있었습니다. 시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어 한쪽눈은 0.01로 나오고(0.01이라는 시력이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좀 나았던 눈은 0,1이 채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 친구가 물음에 답변하는것은 시력이 보여서가 아니라 목소리로 판단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말씀드렸었지만, 이 친구는 '눈의 유전적 요인 + 복싱선수로서 시합및 훈련간 머리의 충격'이 시력 약화의 직접 원인이 된것으로 판명이 났고 최종적으로는 국가보훈처에서 시행하는 중앙보훈심의 위원회의 결정에 의하여 장애등급이 판정이 날것입니다. 물론, 복무중 장애로 인한 전역이기에 원호대상이 되고 얼마간의 연금이 주어지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만 23세의 그가 앞으로 두 눈을 버리고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천만금이 나온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500여만원은 모금액으로는 체육부대에서 가장 많이 모아진 금액이라고 하는데 이 금액은 단지 그의 일생중에 찰나에 일순간 동안의 평안만 가져다 주는 미약한 정도일 뿐일것입니다. 식당에서 어렵게 일하시는 그의 홀어머니의 가슴에는 얼마나 커다란 상처가 남겠습니까?

4. 그는 그래도 웃으면서 저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를 대하며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부대 관계자의 공통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뭐라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던 자리였던것 같았습니다. 저 자신도 지금은 그로 인해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언젠가는 그도 제 마음을 떠나게 될것입니다. 아니...그를 떠나보내게 될 제 마음의 간사함이 더욱 두려운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다른 어던 불행보다도 크게 여기는게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두 눈의 시력이 감퇴되는 것은 그의 불행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일지라도 그와 함께 했고, 시합후 땀 범벅이 된 그를 껴안아 주었던 저이기에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가 웃으면서 제 곁을 떠나듯이 늘 그 웃음으로 세상을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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