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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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구는 지루한 스포츠라 생각을 했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의 길고 긴 경기 시간이 정말 지루했다. 하지만 얼마전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곤 야구라는 스포츠가 저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했다. 경쾌한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짚을 수 있는 짜릿한 스포츠라는걸 깨닫는데엔 영화 한 편으로도 충분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재익이라는 작가에 대한 편견을 깨보고 싶기도 했다. '미스터 문라이트'라는 소설로 처음 만났지만 크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그런 편견이 어느 정도 없어졌음은 인정해야겠다.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파트너가 사라졌다. 게다가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의 위기까지 닥친 지웅.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해보고 싶었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대 재학 시절 야구부 활동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옛 부원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시절 지웅에게 가장 힘이 되고 4번 타자이자 왼손잡이 포수였던 장태성을 찾지만 그의 소식은 오리무중이다. 장태성의 소식을 쫓으며 시나리오는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소설 속 1승 1무 265패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 야구부는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한다. 머리나 공부로는 일등이었지만 야구에서는 늘 꼴찌를 면치 못했었던 서울대 야구부. 야구부라는 사람들이 야구를 얼마나 못하는지 다른 팀에서 연습 상대로 껴주지도 않고 콜드게임으로 패하는게 예삿일이다. 그런 일등이자 꼴찌들에게 단 한 번의 1승은 오기와 열정의 승리였다. 하지만 단 한번의 1승을 이야기하는 야구 소설이라기보다 실패와 좌절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중에 제일 압권은 누가 뭐라해도 장태성이 아닐까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장태성은 보란듯이 이겨내니까 말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이 소설이 픽션이었든 실화였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야구 소설이라는건 사실이다. 지루하고 졸린 스포츠 야구가 아닌 감동과 재미를 주는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소설 속 우리나라 야구사(史)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 야구사와 야구 영웅들이 있기에 야구가 인기 있는 스포츠로 든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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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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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쓴 글을 좋아한다. 기자가 쓰는 기사가 아닌 기자가 쓰는 에세이나 여행기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기자였던 셰프가 쓰는 푸드 에세이. 그래서 읽었다. 작가의 이력이 전직 기자였으니까.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작가의 많은 추억들 중 맛으로 기억되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의 이야기, 2부에서는 작가가 요리를 배웠던 이탈리아와 여행중에 만났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 3부에서는 작가가 읽었던 책들 중 그 속에 담겨 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 가장 흔한 라면에서 귀하고 비싼 캐비어까지 두루두루 맛을 생각하며 적은 글귀들은 정말이지 입안에 침을 열 두번도 더 고이게 만든다. 그게 푸드에세이의 단점이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맛은 뜬금없기도 하다가 시처럼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솜사탕 맛 같다는 병어처럼 말이다. 회를 제외하곤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비릿한 생선 요리에서 솜사탕 맛이라니. 뜬금없기도 하다가 맛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 맛을 상상하게 되었다. 맛이란 직접 느껴보지 않고 상상만 하기란 힘들지만 솜사탕 맛이라고 하니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기 마련이고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 중의 많은 부분은 맛에 대한 추억들이 많다. 제목이 왜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다. 태어난 시기와 자란 시기가 틀리더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맛에 대한 기억, 음식에 대한 추억들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추억으로 기억되는 맛은 분명 있을테고, 그 추억을 가끔 떠올리며 그때 먹었던 먹을거리들을 찾게 되는 건 불변의 법칙일테니까 말이다.

 

 

page. 57

식구들은 닭을 뜯고, 뼈를 씹었다. 칼슘도 부족한 시절이었다. 닭뼈를 씹으면 고소한 선지 맛이 났다. 그러다가 젖니가 훌렁 빠져버리기도 했다. 그 가난한 카니발의 마지막은 국물이었다. 어머니는 닭껍질이 들어 있는 뜨거운 국물을 분배했다. 소금을 치고 한 그릇씩, 원하면 두 그릇씩이라도 훌훌 마셨다. 누이들이 양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는 건 국물뿐이었다. 입천장이 벗겨지도록 뜨거운, 누런 닭기름이 둥둥 뜬 비릿한 그 국물을 마셨다. 들이켰다. 닭 먹은 태가 났다. 백숙은 젠장, 서러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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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뱀파이어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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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블러드 오스'에서 좀비들과 피터지게 싸우던 뱀파이어 케이드와 한때 잘나가는 정치가였던 잭이 다시 돌아왔다. 생각보다 못한 전편의 인기에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마침 속편이 딱 하고 나와줬다. 거의 1년만인듯. 이럴땐 그저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전편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싸우며 뱀파이어 케이드는 잭을 파트너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뱀머리 괴물들의 출현에 케이드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 협력자로 나선 그레이브스 대령과 손을 잡게 된다. 케이드는 그레이브스 대령과 함께 뱀머리 괴물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가게 되고 잭은 대령의 부하들과 괴물들의 집단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게 된다. 급속하게 퍼져 나가는 감염 속도에 또 다른 음모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점점 드러나는 그림자 기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겉모습은 차갑고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뱀파이어지만 가슴 속은 어느 인간보다 따뜻한 케이드. 냉정하고 잔인한 케이드의 모습이 태반이지만 인간보다 높은 포식자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볼때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보여줬던 잭과의 썰렁한 농담따먹기도 재미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것들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타니아가 케이드와 잭의 조력자로 좀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케이드와 마주 칠 시간이 많아질수록 케이드와의 로맨스도 많이 나올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여자의 감성을 건드릴만한 요소들이 살짝 부족하니까 이런 것들로 채워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야기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진다. 숨 고를 시간도 없는 빠른 전개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별 필요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산만한 느낌도 들게 하지만 쉴 새 없이 그려지는 전투씬들때문에 산만한 느낌도 잠시뿐이다. 뱀파이어는 영화나 소설에서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나라를 수호하고 대통령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뱀파이어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케이드는 다른 뱀파이어보다 특별하고 인간적이다. 그런 케이드를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page. 88

"아직 인간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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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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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복수 이야기라는 광고에 혹했다. 딸들에 대한 아버지들의 사랑은 무심코 지나갈 수 없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유독 아버지들의 눈물에 약한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다행히(?) 가슴 무너지는 슬픔이 생각보다 없었다. 쌀쌀한 밤에 침대에 누워 이불 푹 뒤집어 쓰게 만든 소설!

 

사랑하는 외동딸이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는 아버지의 수기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적한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딸 요리코. 경찰에서는 근래 일어난 연쇄성폭행범의 범행이라며 결론을 내리지만 아버지 니시무라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언제나 단정하고 예의바르던 딸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직접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단편적인 정황 증거들 뿐이지만 결국엔 범인을 추적해내고, 범인에게 복수한 뒤 자살을 결심하는 니시무라. 사랑하는 딸 요리코를 위해 저지른 범행이지만 십사년전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홀로 두고 떠나야 함에 미안하고 가여운 마음뿐이다. 하지만 니시무라의 자살은 미수로 끝나고 혼수상태에서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재수사를 하게 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 하게 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던 한 가정이지만 그 속에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감정들과 관계들. 사랑하는 딸의 비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한 아버지의 이야기일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실 추구에 대한 의미가 조금 퇴색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추리 소설이니까 그 정도쯤은 가볍게 넘겨줄 수 있다.

 

요즘은 살인 사건의 수사 방법도 많이 바뀌어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조금 오래된 소설이라 아날로그적인 수사 방법들이 조금 낯설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 소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비극 시리즈라 하던데 다음 편도 기대해 본다.

 

 

page. 101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page. 252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그냥 놔두면 사라지기 마련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 소문을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물론 애초에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럴싸한 소문은 꼭 사실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문은 진실이 돼버리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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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꿀
렌조 미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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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회귀천 정사'로 만났었던 작가이다. 나와 코드가 맞질 않았던건지 그동안 활발하게 읽던 일본 소설을 작가의 소설때문에 한동안 멀리 했었다. 일본 소설을 멀리하게 된 이유가 꼭 작가나 소설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분명한건 '회귀천 정사' 이후 일본 소설을 뜸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많은 실망을 했지만 이번에는 유괴 소설이라는 말에 살짝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카나코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케이코가 있다. 남편과의 이혼 뒤 인쇄소를 운영하는 친정집에 같이 살게 되면서 인쇄소 직원인 카와타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카나코는 아들 케이코가 유치원에서 벌에 쏘였다는 전화를 받은 뒤 카와타와 함께 유치원으로 달려가지만 유치원 선생은 카나코가 케이코를 벌써 데리고 갔다는 엉뚱한 말만 한다. 아이가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유괴범은 전화 통화에서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지 않는다. 더불어 자신이 아이의 아빠라고 우기며 사람들을 큰 혼란에 빠트린다.

 

이상한 점 투성인 케이코의 유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거듭되는 사건과 반전 속에서 용의자를 추려내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추려낸 용의자가 내 예상을 빗나가는 것도 거듭된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책장도 쉽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중반 이후 늘어지는 속도감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인 재미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장르가 장르인만큼 늘어지는 속도감은 읽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쓸데없고 너무 작위적인 후반부 100페이지 정도의 이야기에서는 적지 않은 실망도 했었다. 팜므 파탈이라고 소개하는 등장 인물은 여왕벌이라는 상징 외엔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기까지는 캐릭터가 약해 보였다.  

 

결국에는 나에게 나쁜 점만 보이는 소설이였나보다. 딱 중반부까지만 좋았던 소설. 일본 소설을 또 멀리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요즘엔 워낙 좋은 일본 소설들도 많으니 많은 실망은 하지 말아야겠다.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작가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으로 작가와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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