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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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의 흔적>을 읽고 난 뒤 법의학쪽의 책을 찾아보다가 두 달 전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의 인터뷰집인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를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법의학자이고 그 연세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더랬다. 책에도 소개되었던 사례집 <지상아와 새튼이>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1985년과 198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책들의 내용 중 몇 몇 이야기들만 뽑아 다시 나온 책이 이 책이다. 

 

1950년대에 법의관이 된 문국진 박사. 오랜동안 법의학계에 종사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인터뷰집에서도 보았던 낯익은 사건들도 더러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놀라운 사건들도 있었다.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부별로 소개된 살인사건들은 단순하지 않고 자칫하면 미제로 풀릴 수 있는 사건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모든 살인사건을 평범하다 할 순 없지만 그 중에서도 유별나고 독특한 살인사건들 위주로 쓰여진 책이라 흔하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에 좀 더 몰입하고 읽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집에선 척박한 국내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얘기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은 여실히 드러난다. 죽은 뒤에 부검을 하면 두번 죽는다는 한국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때문에 시체에서 범인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한채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한 이야기는 아찔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부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은 의식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살인사건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증거에 대한 자세한 사례들을 볼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살인사건 사례집만으로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긴 하지만 살인사건을 다룬 사례집이 무조건 재미로만 읽혀진다는 것에 대해 반성도 조금 해본다. 하지만 관심을 계속 갖게 만들고 책을 자꾸 찾아 보게 만드는건 사실이니 재미로만 읽는건 슬쩍 모른 척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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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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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만 돌아다니며 다큐를 찍는 김영미 피디.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의 몸으로 홀로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촬영하느라 취재하느라 정신 없어 위험에 빠진 것도 부지기수.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해낼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나온줄 모르고 있었는데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된걸 보고 읽어 보았다.  

 

저자가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나라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취재하며 쓴 에세이집이다.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라크에서는 전쟁 중의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에서 기르는 개만도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에 울컥 화도 났고 갑작스런 폭격으로 가족들을 잃고 미쳐버린 이라크에서의 어떤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고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누가 누구를 공격해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사망했고 자살테러, 미사일 폭격 등 그런 뉴스나 신문으로 접했던 분쟁 지역의 이야기들은 솔직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정치적인 이슈를 쫓기 보단 절망적인 그들의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 내 옆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은 후 뉴스에서 시리아 소식을 전하던 짧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엄마의 죽음에 울부짖던 소년이 너무 안타까워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초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이 이 책을 읽은 후라 그런지 참혹한 전쟁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뜨거운게 솟아올라 울컥했던 것 같다.

 

사람은 아프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아프다는 말로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더 아픈 사람들도 있다. 저자가 목숨 걸고 취재 다니는 분쟁 지역의 사람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고 가족과 재산 모든걸 잃었지만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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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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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유리고코로>를 읽고 괜찮네 하던 마음이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을 읽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정서로는 절대 이해되지도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특이한 작가의 이력도 눈길을 끌었지만 섬세하고 탁월한 심리묘사와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무언가가 있는 작가의 필력에 반해버렸다. 그 와중에 출간된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라는 제목의 책. 아련한 느낌의 예쁜 표지와 뜻을 알 수 없는 제목과 순애미스터리 장르라는 처음 들어보는 광고 문구까지... 이러한 이유로 혹하지 않을 독자가 어디 있을까마는 사랑 이야기라는 말에 제일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 토와코는 8년전 쿠로사키와 이별 후 진지를 만나 6년째 동거중이다. 토와코보다 열다섯살 연상에 어눌하고 더럽고 추접스러운 진지. 토와코는 진지를 혐오스러워하고 무시하기 일쑤지만 진지는 그런 토와코에게 이유 모를 집착을 한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미즈시마와 불륜에 빠지게 되고 8년전 헤어졌던 쿠로사키가 5년전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5년전의 기억을 더듬던 토와코는 평소와 달랐던 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하게 변해버린다.

 

옛 애인의 실종과 미스터리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정작 이 소설의 묘미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표면적으로 연인이라 할 수 있는 토와코와 진지의 관계는 속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많다. 늘 진지를 혐오스러워하는 토와코나 그런 토와코에게 끝없는 사랑을 내주기만 하는 진지나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어려운 그들의 관계. 의뭉스러운 그들의 관계와 쿠로사키 실종 사건이 뒤섞이며 이야기의 끝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든다. 호흡이 빠른 소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느리거나 긴장감이 없는 소설도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강약조절을 유지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건 작가의 능력이다. 반전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은 면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던건 사실이다. 애초에 반전을 기대하며 읽은 소설은 아니니까.

 

누마타를 이 소설로 처음 만나게 된다면 몇 페이지 읽다 말고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누마타를 한 번 만나봤던 독자라면 이 사랑이야기에 닥치고 누마타를 외칠지도 모른다. 국내에 출간된 누마타의 소설들은 모두 읽어 봤다. 그래봐야 <그녀가...>외 고작 두 편이 전부이지만... 문단에 데뷔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출간된 책이 많지도 않다. 국내에서 이 정도의 흐름이라면 짧은 시간에 비해 나오는 속도는 정말 빠른 것 같다. 일본에서 누마타붐이라 할 정도로 대단했었고 이 정도로 독자를 사로잡은 능력이라면 마성의 매력을 지닌 작가임은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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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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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특급 호텔의 옥상. 수도권 영공방어를 위한 대공포진지가 설치되어 있고 주인공인 제훈이 이 곳에서 군복무중이다. 전 세계에 퍼져버린 바이러스 차이나플루때문에 자대 배치 후 첫 휴가가 자꾸 미뤄지게 된다. 제훈의 여자친구 영주는 처음의 마음과 달리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일이 슬슬 짜증나고 지쳐간다. 제훈은 기름을 사러 잠깐 밖으로 외출이 가능해 진 틈을 타 영주를 만나 달래주려 하지만 호텔 1층 로비에 다다른 순간 생경한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피바다로 변해 버린 호텔 로비에서 시체를 뜯어 먹던 좀비를 발견 하게 되고 아연실색하여 부대로 다시 돌아간다.

 

좀비가 소재인 소설이나 영화에선 세상의 종말이 다가와 있음을 알려준다. 당연한 공식처럼 좀비와 세상의 종말은 늘 붙어다니곤 한다. 좀비가 소재인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세상의 종말이 다가와 있다. 하지만 그 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외국 좀비 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나 눈 앞에 그려진다. 서울은 서울인데 피바다로 변하고 시체 더미가 산을 이루는 익숙한 지명들과 거리 풍경들이 낯설기만 하다.

 

B급 정서가 물씬 풍긴다. 무언가 어설프고 질적으로 살짝 모자라 보이지만 B급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인플루엔자도> 나름의 매력으로 무장해서 그런지 제법 술술 읽힌다. 좀비가 나오는 소설이라 잔혹한 장면을 기대했지만 피바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홍익 인간의 이념을 기반으로 둔 국산 좀비라 수입산 좀비보다 덜 잔혹했는지도 모르겠다. ^.^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국판 좀비소설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었다. 영상이든 텍스트든 좀비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한국판 좀비는 볼 수 없는게 현실이라 <인플루엔자>가 너무 반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정도의 퀄리티와 전반적인 소설의 내용을 봤을때 2탄도 기대해보지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장르소설의 볼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좀비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되는건지. <인플루엔자>에서의 착한 좀비보다 좀 더 잔인한 한국판 좀비를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page. 227

"각자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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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 -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의
김진만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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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았던 방송국 pd가 된 후 여러차례 부서를 옮겨다니다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다큐를 찍게 되었다는 김진만 피디. 책에서는 김진만 피디가 다큐를 찍었던 아마존과 남극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하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라 해야하는 일이기에 아마존으로 가게 되었다는 그. <아마존의 눈물>에서 소개되었던 원시 부족 조에족 외 여러 원시 부족들과 만나 같이 지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말로 다 설명 못할 고생을 하며 촬영했던 <남극의 눈물> 후기까지 예사롭지 않은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존에는 조에족처럼 아직까지 원시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부족이 있는 반면 문명세계와 만나면서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들이 많이 사라진 부족들도 있다. 문명세계와 만난 원시 부족들과의 에피소드들은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이었지만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무분별한 아마존 숲의 개발때문에 원시 부족들도 오토바이를 끌고 보트를 원하게 되었다는 얘기에 씁쓸해졌다.  

 

어쩌다 보니 남극에 대한 이야기들을 꽤 여러편 읽어본 것 같다. 남극 대륙 횡단기, 남극 기지 연구원의 글, 김진만 피디의 남극에서의 촬영 후일담까지...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던걸까. 남극은 신만이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온통 새하얀 눈 천지인데다 영하 40~50도의 추위와 시속 100키로 이상의 블리자드때문에 사람이 살기엔 절대 적합하지 않은 곳인 남극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김진만 피디와 송인혁 촬영감독 이 커플 정말 사랑스럽다. 군데 군데 깨알같은 그들의 활약때문에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방송되고 다큐를 연출했던 pd들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김진만피디와 송인혁 촬영감독의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기억이 났다. 송인혁 촬영감독의 책도 있던데 한 번 챙겨봐야겠다.

 

 

p. 250

남극을 오가는 것은 신이 도와줘야 한다. 결국 남극은 인간의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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