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 3년만의 장편 소설이라는 말에 너무 반가워 읽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악인>을 비롯해 총 4권의 책을 읽고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두꺼운 책 좋아하는 내가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은 너무 얇은 책들이라 외면 아닌 외면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또 반가웠던건 500페이지가 조금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라는게 이유라면 이유. 

 

조금 생경한 제목은 일본의 전래동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미 게를 죽인 교활한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앙갚음 하는 내용의 동화.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난 남편 도모카를 찾아온 미쓰키. 연락도 없이 다른 도시로 떠난 도모카를 기다리다 한때 도모카와 같이 일했던 준페이를 알게 된다. 한편 준페이가 목격한 뺑소니 사건의 자수한 범인이 진짜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진범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계획한다. 진짜 범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 미나토. 순진한 청년들인 도모카와 준페이의 어설픈 협박 시도에 미나토와 그의 비서 유코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만다.

 

처음에는 이 내용들이 정치판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들에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관계가 나중에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현재 사회의 축소판이라도 불러도 될만큼 그들의 삶은 묘하게 우리네와 닮아 있다. 사회에서 약자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의 승리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짜릿했다. 소설의 장르가 미스터리인지 청춘 소설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뺑소니 사건을 시작으로 미스터리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결국엔 청춘들의 멋진 이야기니까 말이다.

 

여태 읽어온 요시다 슈이치와는 다르다. 묘한 여운을 깊이 남겼던 그의 작품들에 비해 다르게 읽힌다.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낸 작가였기에 내심 기대도 했는데 이번에는 등장인물의 속엣말로 대신한 것처럼 보였다. 약자라고 불리우며 사회의 권력과 기득권 앞에 웅크리고 서있는 그들에게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용기와 패기가 있음을 그러므로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최악의 대지진을 겪고 시름에 빠져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page. 525

"남을 속이는 인간에게도 그 인간 나름의 논리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을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결국 남을 속이는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속아 넘어간 쪽은 자기가 정말로 옳은지 늘 의심해 볼 수 있는 인간인 거죠. 본래는 그쪽이 인간으로서 더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은 아주 쉽게 내동댕이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가깝지만 먼 나라. 친근하지만 아직은 많이 낯선 나라. 나에게 중국은 그렇게 다가온다. 차갑고 세련된 도시 뉴욕에서 자란 두 아가씨들의 중국 여행기라는 말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책 속에 내내 묻어있을 것 같아 고른 책이었다. 처음의 기대와 달리 사진 하나 없이 활자로만 가득한 책이라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유쾌한 입담에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1986년, 점성술을 좋아하고 페미니즘에 빠져 사는 수지와 부잣집 외동딸 클레어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일주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이 외국인들의 관광을 허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뉴욕에서 살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 수지와 클레어에게 중국은 냄새나고 더럽고 온갖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가는 곳마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일뿐. 앞으로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여자들이 꿈꾸는 로맨스는 다 똑같은가보다. 책 속의 수지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애틋한 로맨스를 즐겨보기로 하는데 클레어는 무슨 생각인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속을 알 길이 없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클레어는 처음의 긍정적인 태도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점점 패닉 상태로 빠져든다. 어쨌든 같이 여행을 왔고 남은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수지는 클레어를 보살피게 된다.

 

수지와 클레어가 중국을 가기 위해 잠시 경유지로 들렸던 홍콩의 청킹맨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에서 해리 홀레 형사가 스노우맨 사건을 해결하고 노르웨이를 떠나 잠수 타며 지냈던 곳이었다! 소설 속에 필요한 장치로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인줄 알았는데 사실 존재하는 건물이었다니. 글로 전해져오는 청킹맨션의 독특한 아우라(?)로 인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금방 떠올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

 

뼛속까지 뉴요커 두 아가씨들이 100% 공산주의 국가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속에서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되는 일반적인 여행기인줄만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철없는 두 아가씨의 패닉 상태가 불러온 상황들로 인해 여행기를 통해 얻어지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기분을 얻기에는 부족했지만 수다스런 저자의 입담과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따뜻해지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범죄의 추억 -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진실과 오해
최상규 지음 / 청어람M&B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 DNA 유전자 감식법을 최초로 도입한 최성규 박사의 책이 새로 나왔다. 어느 책에선가 국내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이 세계 우수의 여러 나라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글을 봤었다.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과 땀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까지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범죄 현장의 사례들을 다룬 책들은 여러권 만나 보았지만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을 통한 사례들이 궁금해졌다.

 

언제부터인지 관심을 갖고 챙겨보는 책들 중에 하나가 법의학 관련된 책들이다. 누구의 말처럼 범죄 현장은 다양한 학문이 만나 새로운 이론이 생기는 통섭의 장으로서 많은 분야의 지식과 경험들이 필요하다. 범죄 현장을 얘기하는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유전자감식기법은 제일 중요하다. 아주 소량의 증거물로도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건 물론이고, 범인을 유추해내는데 유전자만한 증거물이 없기 때문이다. 정황증거만 가지고 범죄를 수사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유전자 감식 기법으로 범인 검거가 쉬워지는 한편, 유전자 자료 은행을 통해 범죄 해결의 가치 있는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1992년 5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어린이 강간 추행 사건을 해결한 것을 최초로 DNA 유전자 감식 기법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유전자 감식 기법이 도입되기 전에는 혈액형 감식 기법으로 범인을 찾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혈액형만으로 범죄 현장에서의 수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증거물을 감정해도 거의 대부분은 범인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게 비일비재 했다.

 

이 책에서도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이 나온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도 했었고, 국내 법의학 관련 책들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건들 중 하나인 것 같다. 공소시효도 이미 지났지만 그쪽 계통에 계신 분들은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수많은 인력 투입과 장기간 수사를 했지만 범인에 대한 그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한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사건. 저자는 9차, 10차 사건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국내에 아직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도입하지 못한 시기라 옆나라 일본으로 여러 차례 오가면서 범인 검거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후의 보루였던 DNA마저 일치하지 않아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유전자 자료가 남아 있으니 나중에라도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

 

다른 책들보다 얇은 종이로 페이지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페이지마다 꽉꽉 찬 편집때문에 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어렵게 다가오는 유전자 감식 기법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보다 접근하기 쉬웠다. 미드를 통해 익숙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국내에서의 활동이 많이 궁금하던 차에 알게된 책이라 그런지 빨리 읽혔다. 다만 많이 볼 수 없었던 2000년대 이후의 사례들과 곳곳에 눈에 띄던 오타들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대망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읽었다. 2012년 1월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시작으로 10월에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12월에 마지막편까지... 올해 처음과 끝을 함께 한 책이라 그런가. 다른 책들을 읽고 난 후의 기분과 사뭇 다르다. 다시는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만날 수 없다는게 제일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리스베트. 아버지 살라첸코와의 과거 청산과 리스베트 개인적인 복수, 더 나아가 살라첸코 클럽 혹은 섹션이라 불리우는 배후의 세력을 낱낱히 파헤치며 소설은 긴박하게 흘러간다. 밀레니엄에서 SMP로 이적하면서 생긴 스토커때문에 골치 아픈 에리카의 얘기까지 맞물리게 된다. 많은 등장인물들과 모종의 이해관계들이 얽히며 사건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소설 속 낯선 이름들에 조금은 적응했다 싶었는데 전편보다 많아진 등장인물들과 인력통제 기관인 세포에 대한 이야기가 중반까지 너무 늘어져 초반에는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긴박한 밀레니엄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고비를 넘기니 역시 밀레니엄이라며 추켜세우기 바빴다. 속도가 붙으니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쉬울 정도로 술술 재미있게, 무섭게 빠른 속도로 읽힌다. 3편의 마지막 부분인 법정씬.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법정에서의 갑론을박은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동안 찾아냈던 증거들을 토대로 반박하는 장면에선 통쾌하기까지 하다. 공권력을 무기로 온갖 범죄를 저질렀던 비밀 조직의 전말이 드러나며 단순히 리스베트의 개인적인 복수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800쪽의 레오파드를 일주일이나 붙들고 있었는데 400쪽이 넘는 책 두 권을 단 삼일만에 다 읽었다.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게 밀레니엄의 제일 좋은 장점이지만...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일찍 타계한 작가때문에 다음 시리즈를 볼 수 없다는 것. 그게 제일 아쉽고 또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완벽한 마무리를 해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리즈의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행보가 궁금해지긴 하지만 결말은 결말이니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다음 시리즈는 볼 수 없지만 어딘가에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살아 있을거라고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시각 장애를 가진 멜로디라는 여자 아이가 납치 된다. 멜로디의 몸값이 들었던 돈가방을 가지고 나갔지만 교통사고로 주검이 되어 돌아온 멜로디의 아버지, 그 돈가방을 들고 사라진 교통사고의 주범.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의 시작이자 악의 근원인 납치범이자 살인자인 끔찍한 괴물이 등장한다. 경찰서의 말단 직원인 뤼시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맡게되자 그동안 독학으로 공부했던 프로파일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개의 사건이 쉴새없이 몰아친다.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정통 추리 소설이 강세인 프랑스 출판계를 강타한 단 한 편의 스릴러라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드러나는 증거를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도 재미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대놓고 범인을 등장시켜 놓는다. 초반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내심 기대도 했다. 범인이 질펀한 악의 파티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을 쫓으며 단서들이 하나씩 등장할때마다 소설 속으로 더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미리 감지했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소름 돋고 무서운 이야기일줄은 몰랐는데 읽는 내내 작가가 괴물이라 지칭하는 범인의 악의 뿌리까지 보여주는 듯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냉정하고 잔인한 범인의 모습과 살인 방식도 섬짓했지만 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이 추악하게 변해가는 모습 또한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소설 속에서는 범인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 아니다. 사건을 맡게 되면서 순탄한 미래와 죄책감을 동시에 가졌던 뤼시. 엄청난 돈가방 앞에서 무너져내린 비고와 실랭. 평범했던 사람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도 모른채 지니고 있던 잔인한 일면을 드러내게 된다.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달라 누구는 그 일면을 드러내며 악한 존재로 변모하고 누구는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른채 살게 되는거다.

 

원작을 바탕으로 <멜로디의 미소>란 영화도 있던데 등급이 19금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에 대한 차이겠지만 소설은 19금이 아니니 영상이 궁금해진다. 소설 속 등장하는 박제술에 대해 얼마만큼의 디테일을 살렸는지도 궁금하고... 추운 겨울날 이불 뒤집어 쓰고 읽기에 딱 좋은 소설! 어깨까지 덮었던 이불을 오싹함에 머리 끝까지 덮어쓸지도 모르겠지만 재미면에서는 으뜸이니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