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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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이다. 상도 많이 받았고, 지금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머무르며 아직도 많이 팔리고 있는 책. 국내에 출간되기 전부터 입소문이 바다 건너 이 곳까지 전해져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워낙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보니 언제 나오나 내심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한국판 제목<나를 찾아줘>보다 영미권 제목 <Gone Girl>이 더 익숙한 아이러니.

 

결혼 기념일에 남편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보물찾기를 하던 그녀가 결혼 5년째 되던 날 선물을 숨긴 단서만 남겨놓은 채 사라졌다. 아내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보물찾기를 위한 단서들은 전부 남편인 닉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납치인지, 살인인지 아내의 행방을 알 수 없는 마당에 집요한 경찰까지 들러붙게 되고 닉은 아내가 남긴 선물에 대한 단서를 참고로 아내를 찾아 나선다. 어린 시절 그녀를 모델로 한 동화책 시리즈를 쓴 부모는 부를 쌓았고 그녀는 그런 부모 덕에 넉넉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다 뉴욕에서 만난 신문기자 닉과 열렬한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골인한 에이미. 사랑하는 남편 곁에서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그녀가 사라진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속이며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도 주위의 바램과 기대로 단 한 번도 자신의 본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에이미. 그런 에이미에게 닉의 존재는 커다란 안식처였다. 그래서 남편이 실직을 해 무능력해져도,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변했다는걸 느꼈을때도 에이미는 한결같을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희생을 강요받았을 에이미가 안쓰러워지면서도 그녀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계획한 과정들을 볼 때는 그녀의 또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차라리 드러내놓고 닉을 미워하고 싸웠으면 덜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사라지거나 살해 되고 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용의자가 남편으로 지목되는 줄거리는 많다. 흔하디 흔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밋밋한 전개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 조금 빤해 보였던 줄거리를 이만큼 풀어낸 작가의 실력은 놀라웠다. 흔한 줄거리에 대해 실망했던 마음은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드는 몰입감에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초반 세밀한 심리 표현은 집중하기엔 살짝 지루했지만 고비를 넘기니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갔다. 게다가 곳곳에 숨어있는 깜짝 반전들도 이 소설을 빛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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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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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남겨지는 여운이 너무 커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있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져 정리도 안되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한계가 느껴져 무슨 말을 해야할지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책. <컨설턴트>로 만났었던 임성순 작가의 책이라는 것보다 순전히 뒷표지에 있던 정유정 작가의 추천사 때문에 보게 된 책이었다. 추천사로만 선택한게 미안해질 정도로 대단한 여운을 남겨준 이상한 제목의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라는 이 책.

 

주인공 두 명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이다. 병원에서 자신의 실수로 한 생명을 잃어버린 후 죄책감에 사로 잡혀 모든걸 잊고자 아프리카의 제3세계로 의료봉사 활동을 떠난 의사 범준. 신에 대한 믿음보다 앞날에 대한 욕심과 위선으로 선교활동을 떠난 박신부. 같은 곳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활동했지만 15년 후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도 폐쇄된 낡은 병원의 한 곳에서... 15년 사이 너무나 변해버린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실을 끊임없이 묻고 있는 이 책에 대한 정답을 찾기는 힘들다. 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을 양쪽 어깨에 짊어진 채 중심 잡지 못하고 처절하게 흔들리는 인간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사건 앞에서 여태 믿어왔던 신념들이 한 순간 무너져내릴 때 밀려오는 절망감과 무기력함은 대단하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서로 다른 의지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지만 철저하게 유린당하기만 하고 그들이 맞서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랜 시간 그들을 지탱하던 믿음의 추악한 얼굴이 드러나고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을 보여준 제3세계에서의 참혹한 내전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단히 거칠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은 아니었지만 무언의 힘으로 한 눈에 사로잡힌 채 끝까지 빨려 들어간다. 똑같은 작가가 쓴 글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작 <컨설턴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힘이 이 책에선 유감없이 발휘된다. 불법 장기 밀매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의사와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신부의 처절한 고뇌에 대한 이야기였다. 엄청난 힘에 사로 잡혀 한 눈 팔 새도 없이 읽어 내려간 책이어서 차기작도 무척 기대된다. 하지만 회사 삼부작 시리즈의 첫번째와 마지막을 만났으니 남은 두번째 시리즈 <문근영은 위험해>를 우선 만나봐야겠다.

 

p.307

"제가 신 때문에, 교리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합니까? 빌어먹을 신 타령을 하려고 당신에게 이러는 게 아닙니다. 당신 말대로 인간이란 고작 짐승의 위에 금박을 발라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얇은 금박이 우릴 인간으로 만든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 금박이 바로 우리를 사람일 수 있게 하는 전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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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어, 곁이니까 -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김경주 지음 / 난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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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현상 중에 하나는 한 생명이 생겨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일 것이다. 성인 여자가 아닌 사람들과는 절대 공유할 수 없는 경험인 임신. 남녀노소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성인 여자가 직접 체감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경험이다. 그래서 남편이 느끼는 감정은 한계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인이 써서 그런걸까. 읽는 내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남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같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글 속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는건 단어 하나 하나에 고심한 티가 많이 난다. 남다른 감성을 지닌 시인이기에 그런건 아닌 것 같고, 표현하기 서투른 대한민국 남자라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을 글로 표현하는게 더 쉽고, 익숙한 남자. '같은 숨냄새를 가진 사이'라니... 얼마나 감동스러운 문장인가. 곧 태어날 아기와 아기를 품 속에 지니고 있는 아내와 그들의 곁에서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남자, 세 사람의 사이를 그렇게 표현했다. 문장 하나에 울컥해지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임신한 아내의 신체 변화를 너무 잘 감지한다. 보고 들은 것만으로 느낄 수 없는 세심한 부분까지 아내를 살뜰히 보살펴야만 보이는 작은 것까지 꼼꼼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단어 하나에 고심한 흔적이나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세심함까지 임신 40주동안 초보 아빠가 누리는 모든 것은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절절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남자가 쓴 육아일기라는 소리에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육아일기라기보단 40주간 경이로운 경험의 기록이자 남자가 아버지로 변하는 과정을 고백한 책이다. 게다가 시인 김경주가 썼다. 시인이자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기 탄생기가 너무 궁금했다. 임신 계획을 앞두고 있다 보니 이런 책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사실이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결혼한지도 좀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100% 공감하기엔 내가 아직 어른이 덜 된 것 같다. 내 아이를 가져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기엔 내가 아직 많이 서투르다. 아직은 계획일 뿐이지만 내 곁에 아이가 생길 그 순간을 위해 남편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다. 그이와 같은 숨냄새를 가진 사이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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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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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영상으로 굵은 메세지를 전달해주던 역사e가 책으로 나왔다. 방송 시간을 챙겨보던건 아니었지만 채널 돌리다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나를 사로잡던 5분짜리 영상들. 그 영상들에 살을 더 해 엮은 책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세가지 테마로 방송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내용들이 추가되었다.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며 각 테마에서 보여주던 인물이나 사건들을 통해 많은 사례들은 아니었지만 깊은 울림을 주기엔 충분했다. 

 

우리네 역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나라 일본. 조선시대에는 총칼을 앞세워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백년전엔 근대화라는 보기 좋은 이름을 내걸고 경술국치를 통해 식민지로 삼았던 치욕적인 과거를 안겨준 나라. 그런 이유로 워낙 적대심이 강할 수 밖에 나라라 <역사e>에서도 일본에 대한 사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뿌리 깊이 박힌 그 나라에 대한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단편적인 사건들을 통해 전해져오는 비통함은 평소 느끼는 감정보다 더 무거워졌다. 아직도 제국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극우 단체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극악무도한 행태들이 다시금 생각나 화를 참기 어려웠다. 역사를 바로 알고 인식하는 것이 다가올 미래의 단단한 초석임을 그들도 분명히 알텐데 말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고유의 민족성으로 오랜 시간 이어온 역사 중엔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을텐데 그런 역사보다 비통한 역사들이 더 많이 들어 있어 조금 아쉬웠다. 물론 비극적인 역사를 잊기 보단 자꾸 기억하고 깨우쳐서 다시 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걸 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선조들의 훌륭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역사도 더 많이 실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라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은 좋고 나쁨을 떠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결코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역사인데 너무 잊고 살았나보다. 분명히 배웠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역사였는데 처음 접한 것처럼 낯선 것 투성이었다.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더러 있었지만 그저 학교 시절 배웠던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제는 그 기억마저 희미해진 내 나라의 역사를 마주하는게 많이 미안해기도 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곁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탓해보지만 결국엔 내가 외면한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 이런 현실에 역사e라는 프로그램과 책을 통해 잊고 지낸 역사에 대해 다시 깨우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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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가 불야성 시리즈 2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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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의 2년 후, 신주쿠 가부키초. 중국계 마피아들이 아슬아슬 위태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양웨이민이 몰래 키운 킬러 궈추성에게 추이후의 심복 장다오밍을 살해할 것을 지시하고, 추이후는 장다오밍의 살해 사건을 전직 경찰이었던 타키자와에게 범인을 잡아올 것을 명령한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 했지만 양웨이민은 궈추성에게 추훙의 여자인 러지아리의 보디가드 일을 맡긴다. 타키자와는 같이 살던 쭝잉의 부탁으로 인민해방전선의 셰위안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불야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젠이는 <진혼가>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잠깐씩 등장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전편보다 더 쎄진 모습으로 돌아와 궈추성과 타키자와를 쥐락펴락한다. 지옥보다 더 한 가부키초의 뒷골목에서 살아 남기 위해 또는 돈을 갖기 위해 또는 사랑을 위해 악을 쓰며 열심히 버텨보지만 그 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보여줄 뿐이다.  

 

이보다 더 비열하고 잔혹할 수 있을까 했던 <불야성>이 우스워질 정도로 더 쎄져서 돌아왔다. 류젠이보다 매력이 덜한 두 주인공의 헛질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불야성 삼부작의 마지막 <장한가>를 위한 서막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진혼가>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인물은 류젠이니까 말이다. 전편보다 더욱 더 비겁하고 악랄해진 류젠이가 왜 그렇게 반갑던지... 아무래도 불야성 시리즈에 제대로 빠진 듯 싶다. 한 층 더 높아진 수위와 훨씬 늘어난 죽음의 숫자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이것은 하드보일드 느와르니까!!! 그것만의 매력으로 푹 빠져 읽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복수심에 불타 오르는 류젠이가 다음편에선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오랜 시간 비밀리에 진행해온 계획들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지, 류젠이의 완벽한 복수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세상에 더 없을 나쁜놈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자꾸 류젠이 편을 들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걸까. 류젠이보다 더 독하고 나쁜 놈들은 불야성 시리즈에 널리고 널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마지막 한 편을 남겨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겠지만 긴 시간 잘 견뎌내고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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