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유영규 지음 / 알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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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한 분들이 쓴 법의학이나 과학수사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었었다.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할 것 같아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 준 계기가 되었었다.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웠고 웬만한 스릴러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혀서 자주 찾아봤었다. 이번에 알마에서 나온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은 기자가 쓴 책이다. 워낙 기자가 쓴 글들을 좋아하고 관심 있게 지켜봤던 과학수사에 대한 책이라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알마에서 이런 범죄 수사에 대한 책을 많이 출간해주는데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만나봤으면 좋겠다.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여 범죄를 해결하던 옛날 수사 방식과 달리 요즘에는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를 통해 보다 완벽한 수사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수사가 많이 발전했다. 과학수사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범인을 찾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조각을 맞춰야 완성되는 하나의 퍼즐처럼 다양한 학문을 만날 수 있는 분야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된 우리나라의 과학수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낯선 분야다. 사회적으로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해도 아직은 불편한 현실. 열악한 국내 환경은 많이 씁쓸하다. 저자의 직업이 기자이니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국내 환경에 대한 절절한 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챕터의 짧은 글로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엔 부족하기만 하다. 누가 하나라도 더 얘기하고 상기시켜야 한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 주지 않을까.

 

국적을 불문하고 수사물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데 읽다 보니 국내 수사물 드라마에서 다룬 사건들도 여럿 보인다. 각색을 많이 해서 원래의 사건과는 많이 틀리지만 화성 우음도 살인사건이라던가, 어디선가 분명 본 기억이 있는 바다에서 건져낸 잘린 사람의 손이 나오는 사건 등. 숨겨진 뒷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새로웠다여러 책에서 많이 보았던 사례들도 있었고 당연히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은 없어서 조금 의외였다. 그 사건에 대해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 본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무엇보다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2000년대 이후의 사례들이 많아서 좋았다. 최근의 일들이라 방송매체에서 다뤄진 사건들은 기억하기도 쉬웠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누군가의 죽음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 일어난 범죄 현장이나 과학수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재미로 읽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다 발전된 수사 기법을 개발해내고, 범인들을 꼭 잡아 억울한 죽음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과오를 들춰내고, 깨달아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처럼 과학수사에도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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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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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SF 소설이라는 말에 책을 읽기 전에 준비가 필요 했었다. 그냥 SF도 아니고 하드’ SF 소설이란다. 그닥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SF 영화는 거부감 없이 봐왔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틀릴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몸값 비싼 절판본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히 컸고... 최근에 소량 풀리긴 했지만 그것도 금세 품절. 그러니 못 본 사람은 안달날 수밖에. 그래서 읽었다.

 

달에서 분홍색의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된다. 연대측정 결과 사망한지 오만 년이 지난 유해였다. ‘찰리라는 이름이 붙은 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조사단이 꾸려진다.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우주복과 가지고 있던 물건들과 장비들을 실마리 삼아 연구는 착착 진행되지만 수수께끼 해결이 쉽지는 않다. 각 분야의 권위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조사단의 총괄을 맡은 헌터 박사는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솔직히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화끈한 액션도 없고, 그렇다고 로맨스는 감히 상상도 못할 장르이고... 집중을 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그런데 끝까지 읽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하니까. 각 분야에 대한 머리 아픈 이야기들도 많고 논제와 논제를 오고 가는 토론들은 가끔씩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결론은 없고 계속 의문점에 대한 것들의 나열이다 보니 맥이 탁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단한 반전 하나는 끝내준다. 과연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종착점이기도 한 결말엔 감탄이 절로. 결말 하나를 위해 끈질기게 붙들고 있던 지난한 시간은 한 방에 해결될 정도다. 뒤통수를 후려칠 만큼의 결말까지는 아니지만 보상받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하드 SF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있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보다 쉽게 읽혔던 것 같다. 각 전문 분야의 이야기들은 이걸 왜 읽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지만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읽으니 그나마 수월한 편. 소설 속의 주인공은 무의미해 보인다.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퍼즐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책상머리 주인공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강력한 한 방이 없이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기도 한다.

 

너무 멀게 만 느껴지는 SF 장르. 달에서 발견된 오만 년 전의 시체라는 광고 문구에서 풍겨져 나오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때문에 읽은 책이다. 요즘 제법 읽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들에 지쳐가고 있던 중 만났던 소설이라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부분들은 좀 어려워도 결말의 반전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최근 읽다 만 일본 본격 추리물보다 훨씬 낫다.  -.-; 일본에서 상당히 많은 인기를 받았던 작품이라는데 일본의 본격 추리물보다 더 재미있게 읽힌 건 아니러니. 그게 맞는 건가? 알쏭달쏭. 장르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만 한 가득이라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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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케이스북 셜록 시리즈
가이 애덤스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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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더빙판을 한 번씩 본 것도 모자라 보고 또 보고를 수없이 반복했던 영드 셜록’. 한 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매력에 홀랑 넘어간 것도 한몫했지만 치밀한 구성과 정교함도 나를 영드 셜록팬으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시즌3을 기다리다 지쳐갈 때쯤 한줄기 구원의 빛처럼 번쩍하고 나타난 국내판 셜록 케이스북! .. 멋지다!

 

솔직히 셜록 홈즈의 원작을 읽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내용은 몰라도 제목만 들어도 아서 코일 도난이 쓴 셜록 홈즈라는 건 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수많은 컨텐츠에 등장한건 인정하지만 언제 한 번 제대로 접해본 기억이 없다. 이런 무지한 상태로 영드 셜록을 보기 시작했으니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원작과 얼마나 틀린지 알 수 없어 조금 답답했었다. 꼭 알아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원작이 있으니 궁금한 건 당연한 얘기. 그 궁금증을 해결해준 게 이번에 나온 <셜록 케이스북>이다. 챕터마다 원작과 무엇이 틀린지, 무엇이 각색되었는지 친절한 설명들이 첨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었던 바티칸 카메오의 뜻도 이번에 알았다. -.-;;

 

 

깨알같은 포스트잇 대화들. 존의 스크랩북 곳곳에 셜록의 참견들이 보인다. 그 참견들에 대답하는 짜증 섞인 존의 말투는 귀에 들리듯 생생했다. 아쉬운 건 포스트잇에 쓰여진 폰트가 너무 흔하다는 것? 원서를 따라할 순 없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니 차치하더라도 조금 더 손글씨처럼 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도 많은 고심을 했다고는 하는데 글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영드 셜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코 짐 모리아티를 연기한 앤드류 스캇이 아닐까 싶다. 셜록에게 최악의 상대였던 짐 모리아티를 연기하기 위해 그가 했던 피나는 노력들로 악당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했다. 그리고 셜록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었던 그 여자 아이린 애들러’.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에피이기도 한 <벨그레비이어 스캔들>에 등장한 그녀는 상남자 셜록을 단숨에 굴복시킨 인물이다. 둘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는 여심을 흔들었고, 21세기형 마지막 반전은 감탄이 절로

 

 

원작을 떠나 이 책은 영국 드라마 셜록에 대한 책이다. 원작은 알더라도 드라마를 못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디테일한 면들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책인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의 숨겨진 이야기와 드라마 셜록의 탄생 비화 등. 오직 영국 드라마 셜록의 덕후들만 알 수 있는 책. 시즌2에서의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시즌3이 너무 궁금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지만 아쉬운 마음은 드라마를 본 후 구입했던 셜록 홈즈 전집으로 달래봐야겠다. 드라마 리뷰인지, 책에 대한 서평인지 모를 알 수 없는 이 글은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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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 - 오직 싱글만을 위한 마을
최윤교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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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싱글빌에 입주하게 된 성윤. 조용하게 살기를 바란 성윤 에게 이만한 입주 조건의 보금자리는 없었다. 옆집에 입주한 소영이란 여자와 매번 부딪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임소영이 아님을 안다. 싱글빌과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아저씨 타입의 중년 남자 성민과 세련된 외모에서 물씬 풍기는 매력으로 무장한 정혁까지... 그리고 싱글빌의 주인인 장미인과 젊은 피 건우까지 합세한 이곳에서의 생활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싱글빌에 입주하기 위해선 입주민들이 지켜야 할 조항이 있다. 바로 연애 금지조항. 그 조항을 어길시 무조건 퇴거해야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비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비밀을 가지고 들어온 현아나 점점 밝혀지는 입주민들의 비밀들은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숨기기에 바빴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천천히 다가가기로 한 그들. 싱글빌에 입주한 여섯 남녀에게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랑의 색깔들은 화려하고 찬란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전개도 빠르고 풍부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들어 있다. 무엇 하나 빼놓기 싫을 정도로 알찬 재미를 주던 이야기들. 뒤를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되어 첫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점점 깊어가는 감정들은 다룬 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누가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사랑을 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금 다르게 읽힌다. 깃털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중하니 무게감 있게 그려내서 알싸한 감정도 선사한다.

 

세상 모두가 사랑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랑에 실패해서, 사랑 때문에 아파서 스스로 혼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혼자 지내는 것도 편하고 좋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을 외면하기엔 우리는 늘 아프다. 모두가 완벽한 사랑일 수는 없다. 처참히 깨지고 아파보고 피가 나봐야 비로소 서로에게 딱 맞는 조각이 되지 않을까. 사랑으로 상처 받은 마음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깨지고 상처 받았지만 결국엔 사랑 때문이라는 이유가 생기니까 말이다.

 

퍼플로맨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낱 가벼운 장르 소설이라고 치부되어 왔던 로맨스 소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공감이 되는 이유도 남녀가 만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끌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들에게 토닥거려주고 싶은 마음도 불끈 생기는걸 보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마음이 되었나 보다. 키득거렸고, 격하게 공감했으며, 그들의 사랑에 브라보를 외쳐댔으니 이만하면 즐기기엔 더 없이 훌륭한 소설이었다.

 

 

p.176

"그래도, 나랑 같이 실패하면 안 돼? 실패하면 다시 사랑하고, 또 실패했다가 또 다시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좀 더 낫게 실패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

 

p.239

한 사람을 이루는 것들은 장점이든 단점이든 서로 어지럽게 얽혀 있다. 모든 것이 그이다. 그를 바꿀 생각에 골몰하기보다, 그를 사랑할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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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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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작가가 1990년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 왔다. 많은 공감을 하게 만들던 전작들이라서 정이현 작가의 신작을 선택하는 것엔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다. 소설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100% 발휘된 선택이었으니까. 작가만의 방식대로 그 때의 현실에 마주하는 방법은 어떨지 기대 되었다.

 

부모의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할머니의 집에 맡겨진 세미,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욕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준모,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지혜. 이 세 친구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십대를 보내는 이야기이다. 세 친구들에겐 서로 공유할 수 없는 비밀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각별한 사이가 되고 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각자 드리워진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일탈도 아닌, 방황도 아닌 그저 그런 날들을 흘려보내고 있는 그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인데 참 덤덤하게만 느껴진다. 그 시절 누구나 앓는 성장통일 수 있지만 그 친구들에게 특별해지는 이유는 간직하고 있는 상처들이 남들과 조금 달라서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세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곁다리처럼 뻗어 있는 준모와 지혜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격동의 70~80년대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90년대도 꽤나 시끄러웠다. 소설의 처음도 김정일이 죽은 걸로 시작된다. 김정일은 2011년도에 죽었지만 30대의 세미가 10대의 기억들을 회상 해보니 1994년도엔 김일성의 죽음이 있었다. 1990년대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사건들이 소설 속을 관통한다. 그래서 세미와 비슷한 또래인 나도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10대의 그 시절. 그 시절의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일탈을 꿈꿨다. 그것을 실천에 옮겼든 옮기지 못했든 지금은 그런 것들도 소소한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 그 때의 우리만이 가질 수 있었던 감성이 어땠는지 더듬더듬 기억이 났다. 그 모든 걸 다 기억해낼 순 없어도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하나씩 되새겨 보니 어느덧 그 감성들로 인해 촉촉해졌다.

 

그 시절에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하고 싶은 모든 걸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거였다. 그 바램속에 숨겨진 두려움은 모른 척 했던 것 같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그 자체였으니까. 어른이 되어 보니 마냥 철없게만 느껴지는 그 시절이지만 그 때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건 그 시간 나와 함께 했던 꿈 때문이지 않을까. 잠시였지만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으로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안녕, 내 모든 것>. 처음과 끝을 같이 의미하고 있는 안녕처럼 그 때의 내 모든 것에 안녕이란 인사를 해본다.

 

 

p.220

언젠가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 왔다 갔다. 똑같은 박자, 똑같은 템포, 똑같은 리듬, 똑같은 비트, 똑같은 친구들, 똑같은 웃음. 그러나 똑같은 시간은 아니었다. 지나간 시간들은 가늠할 수 없는 공간으로 소멸되었으며, 새로운 시간들이 천연덕스러운 눈빛으로 출몰할 것이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순간 우리는 각자 한없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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