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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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어마어마하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금지하면 금지할수록 그것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에 호기심은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이라면 어떨까. ‘금서라는 단어 하나에 눈이 번뜩 뜨이는걸 보니 책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좋아할만한 소재인 것 같다.

 

금서에 대한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금서의 기준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틀려지겠지만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된 기준들은 현재에 살고 있는 내가 납득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기준들이 있다는 얘기는 당연한 것이다. 차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금서로 정해지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했던 금서에 관한 역사와 문화, 시대상 등 금서를 통해 세계사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자살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던가, 음란한 장면 하나 없이 포르노그래피의 진수라는 말을 들은 로리타. 지금 시대에 고전이라 칭하며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 책들도 다수 보인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로리타는 현재 불쾌한 주제를 대단한 문학적 감성으로 다룬 예술작품이라 불리지만, ‘로리타의 수난은 그 시대를 대변할만한 금서의 기준이었다.

 

몇 년전, 우리나라에서도 국방부불온서적이라고 해서 리스트가 발표되자마자 책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다.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라는 이유로 대중서, 교양서, 베스트셀러를 가리지 않고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하여 군대에 반입을 금지했다. 하지마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인지라 호기심에 몇 권 읽어본 기억이 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말도 많았는데 이처럼 지금 이 시대에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도 금서란 분명 존재한다.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얘기이고 지금 현재는 담배나 술,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요소들 때문에 금서의 이유가 된다고 한다. 담배나 술이 등장하는 장면이 다른 걸로 대체가 되기도 하고 삭제가 되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한때는 금서라고 억압받고, 차별받던 책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너무 유명한 고전들을 빼고는 전부 생소한 책들이라 집중하기엔 조금 힘들었다. 전문서적을 보는 것 같은 딱딱한 문체도 수월하진 않았고. 처음 접하는 책들과 딱딱한 문체로 조금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금서를 당했던 이유 때문에 궁금해지는 책들도 많다. 그 시대에 어울릴만한 금서의 기준처럼 보여서 궁금하다. 많은 책들을 직접 읽을 수는 없어도 숨겨진 비밀들에 알 수 있어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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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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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표지와 제목, 책 소개까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엔 이만한 것도 없어 보인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명탐정이라니. 탐정이라 하면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인데 조선시대에도 그런 사람이 존재했다 하니 신기할 수밖에.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 주변엔 늘 범죄가 끊이지 않았나 보다. 그 시대에 실존하고 활약했던 탐정이라 불릴만한 인물들이 누가 있었을까.

 

13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마다 소설로 재구성한 사건 도입부와 사건을 해결했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탐정이나 경찰도 소개되어 알찬 구성이다. 이런 기획은 국내에서 참 보기 힘든데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들 중에 탐정이라 불릴만한 인물은 정약용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조선 말기의 실학자였던 정약용. 정약용하면 떠오르는 탐정이라는 이미지는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똑똑한 머리로 정조를 도와 많은 미제사건을 해결하긴 했다. 하지만 탐정이란 이미지가 많이 부각된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렇게 많이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강력범죄는 사회 정의 실현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대응한다. 범죄의 동기, 수법, 범인 찾기 등 사건 수사에 필요한 모든 책임은 국가에 있기 마련이다. 지금과 많이 달라 과학수사라는 말을 꿈에도 꿀 수 없었던 시대. 그래도 현명하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시체를 부검한다. 독살을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은비녀를 사용했다고 하니 나름 굉장히 과학적이다.

 

탐문수사도 했고, 범인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했고, 이미 부패한 시체를 꼼꼼하게 부검도 해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들은 놀랍다. 생각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범죄해결에 나섰던 조선의 명탐정들. 억울한 누명도 벗겨주고, 범인을 잡아 죗값을 묻는 이 과정들이 어느 것에 하나 치우치지 않고 생각보다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도 같다.

 

지금이야 법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사건 해결에 미흡한 점은 많이 없지만 그 시대에 완벽한 사건해결은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존했던 인물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았다. 이보다 훌륭한 업적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우리 조상들의 색다른 면모로 큰 재미를 주었던 <조선의 명탐정들>. 앞으로 이런 재미있는 기획들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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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1~2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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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맨스 소설에 판타지를 접목시킨 책들이 많이 보인다. 또 하나의 장르 개척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통로맨스를 좋아하는 입장에선 그다지 달가워할 일은 아니다. 정통로맨스장르도 발붙이기 힘든 이 땅에 어설픈 조합의 시도로 사장될까 조금 염려되기도 하고. 어쨌든 로맨스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시도인 건 분명하니 우선 만나보기로 했다. 책을 받아보고 5권이 완결이라는 걸 알았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완결되고 봤을 텐데 아무튼.

 

무슨 이유에서인지 황비이자 모니크 후작가의 영예로운 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아리스티아 라 모니크의 이야기는 이처럼 강렬한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순간 눈을 뜬 아리스티아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걸 깨닫는다. 예비황후로 미리 지목된 아리스티아의 어린 시절과 지옥 같았던 황비 시절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한다. 진저리 쳐지는 기억으로 황태자와의 약혼을 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아리스티아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시간을 건너왔는지, 차원을 건너왔는지, 이런 타임슬립물에선 거의 같은 개념일거다. 과거로 회귀한 아리스티아와 다른 나라, 다른 시간 어쩌면 차원을 건너 온 지은이 등장한다. 보통 주인공이 이런 희한한 일을 겪는데 반해 이 소설에선 주인공 아리스티아와 2권까지 별 다른 활약이 없는 지은까지 두 명의 캐릭터가 똑같은 일을 당한다(?). 차원을 건너왔고, 한 나라의 황후가 되는 지은은 주인공이어야 마땅할 캐릭터인데 이 소설에선 그저 조연에 불과하다.

 

뜻밖의 행동을 보이는 상대방에게서 생기는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을 풀어내는 방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처음부터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게 5권이 완결이란 점이다. 많은 권수의 내용은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증거니까.

 

강력한 한 방이 없어서 아쉽다. 열심히 공을 들이긴 했으나, 이야기의 완급조절도 아쉽고. 5권이 완결인 소설의 초반이라 그런 것 같긴 한데 전쟁이나 비리, 암투, 기타 등등 동원할 수 있는 소재들을 배제한 채 5권까지 이런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판타지라는 포지션이 애매한 게 로맨스를 빼고선 아무것도 볼 게 없어서다. 중세시대를 보는 것 같은 배경과 타임슬립만을 가지고 판타지라고 우기지는 않겠지.

 

솔직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어서 아쉬운 이야기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긴 하다. 지옥 같았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모니크 후계자가 되기로 결심한 아리스티아의 행보와 황태자와의 로맨스도 궁금하다.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 과거로 회귀했는지도 궁금하고. 오글거려도 이런 이야기가 좋은 이유는 언제나 애틋한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라서 그런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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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 서빙고, 화마에 휩싸이다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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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황제의 칙사단이 방문하기 5일전. 얼음이 가득한 서빙고에서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해괴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민심이 시끄러워지자 세종은 장영실과 박연에게 몰래 사건 수사를 지시한다. 세종은 의문의 사건을 풀기 위해 조직된 이들에게 조짐을 미리 보고 세속을 다스리는 관리라는 뜻의 시아이애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장영실과 박연은 궁궐 앞 육조거리와 운종가에서부터 탐문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중에 만나게 된 강호동과 자미관의 기녀 서윤과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사건의 단서를 찾게 될수록 비밀스러운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화마에 휩싸인 서빙고에서 발견된 시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역사 팩션 미스터리라고 할만하다. 현실이 아닌 과거, 내가 잘 모르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 거기에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생명력을 더한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과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장영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 음악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든 박연까지 역사상 훌륭했던 위인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마땅히 존경해야할 위인들에게 살인사건 수사라는 미션을 주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반전(?)은 최고. 뒤통수 때리는 결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깜짝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놀랄만한 결말이다. 집중하지 못했던 초반의 아쉬움은 짜릿한 결말로 말끔히 해결되더라.

 

사실 역사 팩션 소설과 친하지가 못하다.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마찬가지. 작정하고 어둡게 쓴 장르소설은 잘 읽히는데 팩션이 어두워지면 읽기가 힘들어진다. 그 재미있다던 <뿌리 깊은 나무>도 상권만 읽다 치운 경험이 있으니 말해 무엇 할까. 하지만 <시아이애이>는 틀리다. 시종일관 말장난을 일삼는 세종이나 거친 사투리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장영실과 넉넉한 인품으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박연 덕분에 내내 유쾌했다. 이런 유쾌한 팩션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여태 상상속의 근엄하고 진중한 이미지의 위인들이었는데 소설 속에서 보여주던 소소한 모습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세종이 꽤나 흡족했던 모양인데 한 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탐정놀이는 쉽게 볼 수 없고 매우 흥미로운 소재인건 분명하니까. 생각보다, 기대보다 짜릿한 재미를 느꼈으니 흥미진진한 이들의 활극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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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 로렌스 곽, 평화를 만드는 사람 행동하는 멘토 1
곽은경.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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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곽.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연대활동가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누군지 잘 모른다.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읽은 인터뷰 기사였다. ‘대단하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삶은 정말 치열하고 열렬했다. 오랜 시간 국제NGO활동의 경력이 말해주듯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4계급으로 나뉜 카스트에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달리트라 불리는 불가촉천민이다. 달리트의 비참한 현실은 소설과 다른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접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의 세기는 옅어지지가 않는다. 알면 알수록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다.

 

인도의 달리트만큼 충격으로 다가왔던 나라 마다가스카르. 그 곳에는 책이 없다.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프랑스에 대한 거부 정책의 일환으로 프랑스어로 된 책을 다 태워버렸다고 한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게 정말 가당키나 한 일일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문맹국가의 현실은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비극의 현장만큼이나 충격의 세기는 비슷했다.

 

뉴스로만 짧게 전해들을 수 있는 세계 곳곳 비극의 현장들. 그런 곳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세계 각국에 실상을 알리고, 이것을 논의하고 대책을 세우는 회의를 하게 만드는 게 그녀의 일이다. 단순히 로서 현장을 찾아다니는 일은 힘들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통제를 하루에 한통씩 비워가며 디스크가 파열된 아픈 허리와 싸워야했고 비행기에서의 혼절도 여러 번. 정말 쉬운 길이 아니었을 텐데 열정 하나만으로 헌신해 온 시간들에 숙연해진다.

 

25살의 젊은 그녀는 가슴이 뛰는 일이 하고 싶어 프랑스로 떠났다. 25년이 흐른 지금은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스위스 알프스 산 아래의 작은 마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모든 일을 내려놓지 못해 아직도 출장길에 자주 오르는 그녀.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한 그녀가 참 부러워진다.

 

아직도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일어날 비극을 멈출 수 있을까. 완전히 그만두게 할 수는 없어도 고통받는 이들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책에서는 그녀의 업적이나 지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로렌스 곽, 그녀처럼 같이 아파하고 다른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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