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이설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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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시간이 흘러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게 입양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도 봤고, 친척 중 입양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도 계시고, 아직 계획은 없지만 능력이나 조건만 된다면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 내남자도 있고. 어쩌다 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입양에 대해 생각할 만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무조건 반대라며 손을 드는 편은 아니어도 마음이 살짝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여기 불임이 아닌데도 입양을 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이 있다. 첫 아이, 주하는 신생아일 때 데려와 크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 왔고, 미루는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주하의 누나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참 대단한 게 이들 부부의 용기라고 생각한다. 입양은 누구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질 사항이 절대 아니다. 부부간의 서로 오랜 시간 이해와 토론 끝에 이루어져도 참 대단하다 하겠는데 이들 부부의 가족들까지 따뜻하게 이해해준다.

 

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입양을 통해 만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이 틀릴까. 내 속으로 낳지 않았어도 똑같은 내 새끼인데. 입양은 가슴으로 낳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잘 못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말로 설명할 순 없어도 가슴으로는 백번, 천번 이해가 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개입양에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입양아를 키우며 생기는 문제를 마음 털어놓고 시원하게 풀 수 있는 곳도 없다. 주위의 냉담한 시선은 그들도 견디기 힘든 거다. 정말 큰 용기로 아이들을 입양했지만 씁쓸한 현실에 그들 스스로 담을 쌓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책 말미에 작가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은 말들에 짠해지는 마음도 든다. 열여덟 살에 강제로 어른이 되는 시설의 청소년들 이야기는 참 씁쓸하다. 씁쓸하다 못해 화가 슬며시 돋기도 하고.

 

주하와 미루를 통해 엄마로 성장해가는 미담에 흐뭇해진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본 시간은 한 없이 따뜻했다. 입양이 언젠가 이들 가족에게 아픔을 줄지 모른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이니까. 그래도 여태 해온 것처럼 현명하고 올바르게, 넓은 마음과 깊은 이해심으로 마주하면 그 통증은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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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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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중으로 전학과 전근을 온 학생과 선생님이 있다. 사건과 사고로 조용한 날이 없던 도범은 학교에서 퇴학 대신 전학을 권고 받는다. 아버지의 눈물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형설중으로 전학을 왔다. 도범에게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을 감추고 지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소문이 자자했던 이어서 그런지 선배고 친구고 자꾸 도범을 도발한다. 도범은 이를 악물고 버텨 보는데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수인은 남자친구 율과 상견례까지 했는데 결혼 얘기가 없어 불만이 차곡차곡 쌓인다.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커리어에만 관심이 많은 남자친구 율. 결국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그를 수인은 잡지 못한다. 문자 통보뿐인 이별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녕 율과는 이별인걸까.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 믿었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불안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에서 사서교사로서의 낯섦이 너무 불안하다.

 

이야기는 도범과 수인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이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도범과 익숙한 세상이지만 아직도 낯선 세상에서인 수인의 눈을 통해 전해진다. 이들에게는 아슬아슬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불안을 시원하게 긁어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인지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보니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읽는 내내 책 속의 글처럼 마음이 뭉글뭉글 뭉쳐지는 것 같다. 모난 모서리를 힘껏 내밀며 콕콕 찌르던 것들이 조금씩 다듬어져 둥글둥글해지니 내 마음도 뭉근해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고 사는 불안이 나라고 가벼울리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살짝 덜어내야겠다. 도범과 수인이 함께 하는 독서회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어질더질 더 이어질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짧게 끝나버려 아쉽다. 미치도록 가려운 우리에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서 잠시나마 그 가려움을 잊었나 보다.

 

p.216
"그애들이 지금 을매나 가렵겄냐. 너한테 투정 부리는 겨,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겄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안 알아주고 가려워서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몸부림 치는 놈들한티, 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전딜 수 있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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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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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머리를 다친 아빠는 쉰아홉의 나이에서 일곱 살 어린 아이가 되었다. 아빠의 사고 후 생계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엄마가 책임을 졌고, 하나뿐인 형은 엄마를 도와 가게에서 일한다. 일곱 살의 아빠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길동이의 몫이다. 어느 날 친구 희우를 통해 미령이 운영한다는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되고 가입을 한다. 카페의 이름은 더 빨강’.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도락 모임이라는데 길동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길동이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고, 아빠는 길동이를 작은 형이라고 부르며 틈만 나면 지붕위에 올라 말을 탄다. 그 스트레스를 야동 보는 것으로 풀어내는 길동.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느낄 법도 한데 어쩌지 못할 현실이기에 그냥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그런 길동이가 야동을 보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지도 모른다.

 

빨간색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책 속에서는 매운맛의 빨간색과 야동의 빨간색이 쓰였다.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빨간색은 길동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참 솔직하다. 빨간색처럼 뜨겁고 진하다. 그 나이의 청소년들이 보고 겪었을만한 야동 경험담이 무척 리얼하다. 그래서 진짜 청소년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왕따나 폭력, 학업 스트레스가 없는 청정무구 리얼 청소년 이야기. 그래서 더 좋다. 그들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게 해줘서.

 

두루뭉술하게 이어지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설픈 치유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삶은 여러 가지 맛의 변형이라는 책 속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항상 단맛만을 원하는 우리지만 인생살이가 어디 쉬운 일인가. 지독하도록 매운맛을 느꼈을 때 차분하게 기다리다 보면 얼얼했던 혓바닥도 개운해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었던 땀도 어느새 식는다.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한 템포 천천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의 단맛을 느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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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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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에만 전해지는 괴담이 있다. 그것이 있는 해인지, 없는 해인지 구분하는 것은 학년이 바뀌는 1학기 초, 3반의 학생 수에 비해 1개씩 모자라는 책걸상으로 알게 된다. 도쿄에서 살다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된 사카키바라 코이치.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교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의 이름은 마사키 메이였다. 같은 반 친구들은 메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내는데 그것을 본 사카키바라는 혼란에 휩싸인다.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조용한 소녀, 마사키 메이.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 사카키바라. 캐릭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초반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져도 이 둘이 만나 뿜어내는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는 꼭 넘어가야할 문턱이다. 중반 이후 슬며시 드러나는 괴담의 정체에 오소소 돋는 소름과 쭈뼛한 등줄기는 덤이다.

 

소설이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가 인기를 끌었던 어나더’. 애니에서 주인공인 메이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박혀있는 탓에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두꺼운 볼륨에 지레 겁도 먹었고, 호러 미스터리로서의 서늘한 기운을 마주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이 모든 걸 한 방에 해소시켜준 몰입감은 최고로 꼽을 만 하다.

 

장르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여러 가지 장르가 섞여 있어 하나를 꼭 집어내기 힘들 정도. 청춘이면 청춘, 호러면 호러, 반전이면 반전, 하나같이 섞이기 힘든 요소들임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뛰어난 몰입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도 쉽게 훅 읽혀서 놀랬다. 미리 집어먹은 겁이 우습기까지 했다. 최고라고 꼽을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락성 하나는 끝내주는 소설이니 즐기기엔 이만한 게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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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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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였을 거다. 퍼플로맨스 수상작이었던 싱글빌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게. 싱글빌에 입주한 그들의 화려하고 찬란한 색깔을 자랑하는 사랑에 내 마음도 노곤해져 흐뭇한 미소를 흘리게 만들었던 책 말이다. 그래서 유성의 연인도 기대를 많이 했다. 같은 퍼플로맨스 수상작이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책 제목과 헷갈려서 처음엔 좀 헤매어도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 무척 재미있게 본 드라마도 생각나게 하는 줄거리라 기대감은 높아지기만 하더라.

 

133억 광년 떨어진 트레나 은하에서 성년을 맞이하여 기념으로 2600년대의 지구로 여행을 떠난 미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오류로 1600년대의 조선에 불시착 한다. 산 속을 헤매던 휘지는 미르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생각한다. 낮에 만난 무당이 말하던 동쪽의 귀인이 바로 미르가 아닐까. 너무 곧고 바른 성품 때문에 유배를 온 휘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미르와 지내게 되는데 휘지는 이 처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엔 휘지와 미르의 로맨스를 생각했었다. ‘유성의 연인이라는 제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으니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로맨스 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더라. 에피소드가 살아있는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 말이다. 솔직히 애초에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같은 퍼플로맨스 수상작이던 싱글빌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만큼은 아니어서 재미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워낙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대화가 길게 느껴졌다. 곁가지를 좀 더 많이 쳐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매력이 살짝 덜한 휘지의 모습도 조금 아쉽고. 주인공의 매력이 덜하니 몰입도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저 취향에 맞지 않아 나에게는 아쉬운 소설이 되었지만 이만한 분량의 소설을 쓰기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충분히 짐작이 가기에 부디 건필해서 다음에는 더욱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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