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묵은 가지에서 피네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12
윤민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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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황제에게 공녀로 받혀진 한 이선. 치욕같은 아픔에 이를 악물고 선덕제의 후궁으로 자금성에 입궁한다. 황제의 후궁이라는 가시밭길에서 사랑도 아닌 목숨 하나만을 간절히 원했던 그녀. 피 튀기는 전쟁과도 다를 바 없는 궁중암투 속에서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우겸을 만난다. '꽃묵'은 한 이선, 그녀의 불꽃같은 일생을 이야기한다.

 

'꽃묵'에서 소재로 쓰인 한계란, 규란 자매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명나라의 속국이라는 치욕적인 역사의 한 편이기도 하고. 몇 년 전 읽었던 역사소설이 '꽃묵'을 읽는데 걸림돌이 될 줄 알았다. 결말을 미리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니까. 하지만 읽는 내내 푹 빠져들었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이선과 우겸의 사랑에 응원을 해주고픈 마음도 생기더라.

 

양헌왕, 주첨선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선을 친여동생처럼 아꼈고, 그녀의 곁에서 항상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치열한 정치 싸움에서 이선을 지켰다. 아련아련 열매를 먹은 것 마냥 짠내 물씬 나는 캐릭터인 첨선. 첨선은 이선의 언니를 사랑했었다.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랑에 대한 미안함에서 시작된 이선을 향한 애틋함은 자금성에서 이선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그의 최후가 어떠하든 그게 아니었어도 눈물 나게 만드는 남자임은 분명하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과는 거리가 먼 자금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을 보니 그런 사랑이 없었다면 자금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생채기만 내는 사랑이라고 해도 그게 전부여서, 그것만을 바라 온 간절한 바램이 있어서 그들은 그 자리에서 빛을 잃지 않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읽다 덮은 블랙라벨클럽 시리즈의 책들이 많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사랑받지 못한 책들 때문에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다. 겁부터 집어 먹게 만드는 후덜덜한 두께와 느린 호흡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지만  '꽃묵' 덕분에 그 편견이 깨진 것 같다. 나에게는 편견을 깨 준 고마운 책이다. 공녀로 자금성에 들어갔지만 누구보다 찬란하게 살다간 한 이선,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좀 길어도 그만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본 서평은 '디앤씨-블랙라벨클럽'이 로사사에서 진행한 <꽃은 묵은 가지에서 피네>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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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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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어릴 때 돌아가신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무한한 사랑을 주던 아빠였는데 아무런 인사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작은 동네에서 쌀집을 운영하던 아빠의 평생 지기였던 떡집아저씨가 홀로 남겨진 태산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챙겨주기에 여념이 없다. 아빠가 떠나고 깊은 상실감에 젖어있는 태산에게 엄마의 오촌지간이라며 친척이 찾아온다.

 

평소 친한 친구인 기형의 강압적인 권유(?)로 집을 새 단장하기로 한 태산은 장판 밑에 깔려있던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어느 시골 동네의 건물을 찍은 사진 뒤에는 꼭 그곳을 찾아가라는 아빠의 유언 아닌 유언이 남겨져 있었다. 태산은 사진 속 해리미용실의 간판 밑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만 보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간다. 해리미용실의 주인인 남자와 마주한 태산은 아빠와의 관계를 캐묻는데 이 아저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태산을 따라 부산까지 내려 온 대책 없는 기형이 때문에 해리미용실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하는데...

 

누군가는 죽어도 일상은 계속 흘러간다. 그게 아빠의 죽음이라 해도. 해리미용실에서 일하던 아저씨와 아빠와의 관계를 추적해가는 태산이의 이야기다. 알고 보니 해리미용실의 아저씨도 태산이처럼 누군가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공유하게 된 감정이 치료제가 되어 태산을 위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종국에 밝혀지는 아저씨와 아빠와의 관계는 아빠가 태산이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 같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다룬 이야기라 생각보다 묵직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다.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산이와 아저씨도 아픈 상처는 잊고 꿋꿋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제목처럼 해리 미용실의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사뭇 기대되는 것도 태산이와 아저씨가 언젠가 기쁘게 웃을 날이 머지않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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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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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는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길을 나선다. 문단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할아버지는 문을 늘 열어두곤 하셨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 리노. 경찰이 강도에 의한 사건임을 경찰은 추정하는데 증거도 없고 범인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평소 꽃을 키우시던 할아버지의 화단에서 노란꽃이 피어있던 화분이 없어진 걸 깨달은 리노는 경찰에게 신고하지만 경찰은 의미 없는 신고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에 리노는 혼자서라도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하는데...

 

등장인물도 많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관계들에 머리가 살짝 아파와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관계도를 차근차근 그려가며 읽어가니 조금 수월해지더라. 인터넷서점 올라와있는 인물관계도가 왜 종이책에는 없는 것인지 아쉽다. 사건과 사건의 고리가 너무 꼬여 있어도, 결국엔 범인 찾기에 열중을 다 하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보여주긴 한다. 가독성은 좋았으나 집중하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라. 지금은 사라진 꽃, 몽환화를 추적해가는 사토와 리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사토의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던 몽환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나 싶다. 강렬했던 프롤로그는 어느새 훅 사라졌고, 의외의 범인은 놀라웠지만 살인동기가 생각보다 너무 가벼워(?) 더 놀랍더라.

 

10년을 공들여 썼다는 말에 쉽게 납득을 못하겠다. ‘공허한 십자가로 애써 끌어올린 애정이 몽환화로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질풍론도처럼 마냥 가벼운 소설도 아니건만 아무것도 남는 게 없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어쩌다 한 달에 한 권씩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근래 읽었던 게이고의 책 중에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었다. 모든 작품이 좋을 수 없다는 거 안다. 취향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많은 기대를 하려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만드는 작가였는데 이제는 나도 좀 변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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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식구들과 같이 탄 불편한 차 안에서도 책을 덮지 못했어요! 그만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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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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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십이국기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읽고 싶어도 절판으로 구하질 못해서 읽지 못했던 그 책. 외전격인 마성의 아이만 읽었다. 그것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튼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완전판 십이국기를 선보인다. 사전 서평단을 신청해 놓고 심장이 콩닥콩닥. 300부만 특별 제작된 한정판을 만날 수 있다는 소리에 발이 동동.

 

요코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로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을 이쪽 세계로 데려온 금발의 게이키를 찾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낯선 곳에 홀로 던져진 요코. 이곳으로 오기 전 게이키가 전해준 칼 한 자루와 자신의 몸에 빙의된 조유라는 괴물만 옆에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단순하다. 시공간을 초월해 낯선 곳에 체류하게 된 요코가 게이키를 찾아 여행(?)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 한마디로 요코의 험난한 로드무비로 보면 되겠다. 십이국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판타지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 되었다. 신화에서만 접하던 기린이나, 요마, 반인반수 등이 등장해 이야기의 흥미 요소는 더해진다. 험난한 여정을 하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요코의 모습도 흥미롭고.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반복적인 패턴은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으나 이것은 거대한 서막의 첫 시작일 뿐이다.

 

요코가 게이키와 함께 이 곳으로 오게 된 이유가 후반부 막바지에 가서야 밝혀진다. 게이키 본인의 입을 통해 들은 건 아니었지만 뜻밖의 이야기에 요코의 여정이 앞으로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울지 예상이 된다고 할까.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겠지. ‘십이국기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얼마나 넓은지 벌써 귀가 닳도록 들었으니까. 2부의 주인공인 흑기린 다이키도 아직 못 만났고.

 

워낙 유명했던 작품이라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판타지와 별로 친하지 못해서 걱정도 살짝 했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히더라. 소문만 무성하던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구할 수 없어서 애태우던 시간이 참 야속해진다. 방대한 세계관을 전부 이해하기엔 아직 무리가 따른다. 이제 전채요리를 한 숟갈 떴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메인 요리가 나오기까지 아직 멀었다. 길고 긴 여정을 시작했으니 완결까지 무탈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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