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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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모 헤이더 작가의 난징의 악마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난징대학살의 숨겨진 진실을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었다. 허구와 실제가 섞인 이야기였지만 악마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행태에 화를 참기 힘들었다. 이렇게 비극적인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안타까워 난징대학살에 대한 책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마침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야기의 시작은 비극적인 현장을 담은 몇 십장의 사진이었다. 선명하지도 않은 흐릿한 흑백의 사진들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으로 전해져오는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찌그러진 미간은 내내 펴질 줄 몰랐고 에서 느껴지는 분노 또한 고스란히 전해져 눈앞이 흐려졌다.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말로 전부를 표현할 수 없는 이 기록 앞에 이가 바득 갈린다.

 

작가는 학살이라는 단어 대신 난징의 강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학살이든 강간이든 치욕적이고 끔찍한 사건인 건 분명한데 단어 하나에 따라 전해져 오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 오랜 세월 번영을 누리던 하나의 도시가 무참히 짓밟히기까지의 시간은 단 몇 주의 시간에 불과했다. 정신줄 놓아버린 중국군의 안일한 태도와 미미한 생명에게조차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그럴듯한 명분 아래 총칼로 이루어낸 일본군의 행태에는 책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기적인 욕심으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할 만한 미국의 비겁한 태도에는 반미감정도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동아시아의 홀로코스트라 이름 붙여진 이 끔찍한 기록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숨기기에 급급한 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 잔인한 일들을 과감히 인정하고 깨끗하게 청산해야만 하는 일인데 그들은 왜 자꾸 아니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그들이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와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극적인 역사 아래 복잡한 이해관계들은 차치하더라도 이건 결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 될 역사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일본은 과거 자신들의 행태에 비겁한 변명이나 둘러대고 방관하고,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피해자는 분명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 숨겨진 역사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으로 그들이 올바른 역사를 인지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아무리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잊고 지낸다면 미래를 위한 단단한 초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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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 - 꽃을 사르는 불
이경민 지음 / 노블마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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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종대왕 때의 한성대화재 사건은 어디선가 접해본 기억이 있다. 실록에 적힌 단 몇 줄의 기록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소재로 소설을 썼단다. 역사 팩션 소설과 친하지는 못해도 관심은 많으니 얇은 귀는 팔랑팔랑. 패기로 똘똘 뭉친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소리에 얼마 전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내심 걱정도 했는데 풍부한 상상력을 무기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에 빠지게 되었다.

 

도성 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답교놀이가 시작되었다. 시전에서 일어나는 화재들은 방화범 빠른 발의 소행임을 알지만 범인을 색출하지 못하고 있다. 답교놀이 때문에 시전으로 모여든 사람들 틈에 껴있던 호림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고, 수성금화사 별제 의준에 의해 멸화군 두령으로 임명된다. ‘빠른 발에 의한 방화 사건과 별개로 입이 인두로 지져진 사체들이 발견된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연관성을 알게 된 호림과 의준은 사건의 중심으로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숨겨진 음모는 과연 무엇일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호림과 음흉한(?) 아군 의준. 남자 캐릭터들은 꼭 필요한 존재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 캐릭터들이 상당한 매력을 발산한다. 통통 튀는 색장나인 채령과 마성의 기생인 자란까지... 그 외에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은데 각개전투로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 맞게끔 배치해서 산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등장인물이 조금 많아 산만해질까봐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조선시대에 소방관청을 대신할 기관이나 사람이 있었을까. 지금이야 전화 한통으로 신고부터 화재 진압까지 가능한 시대지만 그 시대에 그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 속에는 화재 진압에 필요한 도구들이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과학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처럼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걸로 보인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아니니 그럴듯한 사실처럼 느껴져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정말 한숨이 푹푹 쉬어질 정도로 무참히 무너져 내렸던 국내 장르소설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회복되었다. ‘멸화덕분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멀리 달아난 애정을 원상 복귀 시켜준 아주 고마운 작품이다. 아직은 좀 더 친해져야할 역사 팩션 장르이지만 이만하면 성공적인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흔한 궁중사를 다룬 역사 팩션이 아니라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소방관인 멸화군이라는 소재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단단해진 역사 팩션 소설의 다른 깊이를 두루두루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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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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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도 있고,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편견이든, 선입견이든 개인적으로 독일 스릴러에 좋지 못한 감정이 있다. 동서남북 유럽 어디라도 나와 이렇게 맞지 않는 나라의 소설은 없었는데 유독 독일만 그런다. 나와 맞지 않아,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해 이쪽 나라 스릴러 소설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게 정답일 거다.

 

사실 <눈알사냥꾼>의 전작인 <눈알수집가>를 읽었다. ‘사이코스릴러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홀려 읽었지만 생각보다, 기대보다는 별로였나 보다. 강렬했던 표지 이미지만 기억 속에 남은걸 보면. 기대치가 한참이나 내려간 상태에서 시작해보니.... 웬걸. 전작을 띄엄띄엄 읽은 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친절한 출판사의 배려로 시작 부분에 <눈알수집가>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어서 금방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는 것조차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전작에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초르바흐. 미래를 볼 줄 아는 시각장애인 알리나. 그리고 안과의사 차린 주커 박사. 신뢰하기 힘든 이들의 관계로 점점 악의 그늘은 드리워진다.

 

쉴 틈 없이 독자를 들었다 놨다, 정신없게 만든다. 계속되는 반전으로 머리가 멍할 정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의도처럼 보이기도 하는 조금 산만한 편집은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대단하다. 자극적인 사이코스릴러라는 문구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잔인하지만 눈 감고도 보게 만드는 공포영화처럼 뒤가 궁금하게 만든다. 애초에 동기 없는 살인이 목적인 사이코패스 소설이니 그럴 만도하다.

 

아무리 잔인한 장면에 면역이 되었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눈을 범죄에 이용하는 것들인데 이건 아무리 봐도 오소소 돋는 소름은 피할 수 없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가급적이면 서평이나 출판사 보도 자료는 보지 말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반감될 것 같으니까. 독일 스릴러에 대한 편견을 조금 옅어지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 앞으로 출간될 작가의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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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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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고 다니는 차에 욕심이 없다 하면 누가 믿을까. 도로 주행중 눈에 띄는 작고 귀여운 미니에 대한 로망은 차고 넘친다. 가지고 싶지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다 보면 로망은 로망일 뿐 내 차가 될 운명은 아닌가보다 하고 포기하게 된다. 어쨌든!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덥썩!!

 

미니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작고 깜찍한 겉모습일 거다. 겉모습만큼이나 독특한 광고들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책 속에는 광고 이야기가 없네. 하지만 광고 빼고 다 있다. ‘미니의 역사를 시작으로 종류, ‘미니의 커뮤니티 등, ‘미니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미니정비 방법까지. 미니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탐날만한 책이다.

 

미니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미니들이 다 똑같은 종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컨트리맨이나 쿠페 사양은 타 본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니가 경주대회에서 활약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에 경주대회는 무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힘 쎈 녀석(?)이었다. 작고, 귀엽고, 힘도 쎄고! 남녀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로망이 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앞으로도 미니의 종류가 계속 추가된다고 하는데 어떠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1959년 처음 출시되고 미니는 참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자동차다. 특정 부류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매력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얼마 전에 폭스바겐 콤비 버스가 단종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추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는 사람이 편한 삶을 누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콤비 버스의 추모영상을 본 뒤에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종족, 연령, 국적, 세대, 모든 것을 초월하게 만드는 자동차는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미니도 충분히 그럴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랑 받아왔고, 앞으로도 우리들 곁에 어떤 모습으로라도 있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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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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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장르가 바로 SF. 국내 작가들이 쓴 책은 찾기 힘들고 외국의 작가들 것만 여러 권 읽어 봤는데 생각처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전작들에서 보았던 화려한 액션들이 보고파서 작가의 이름에 끌렸던 게 하나, 국내 SF 장르라는 점에 반가운 마음이 둘. 이리저리 관심 끌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멀지만은 않은 미래.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가 되었다. 일명 ‘ONS’(장기 괴사 증후군)라는 심각한 질병이 발병하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장기 이식이 활성화 된다. 그로 인해 주된 재료인 난자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주인공 레이는 난생 처음으로 난자 채취를 하기로 결심하고 센터를 방문한다. 난자 채취 후 레이는 친하게 지내던 아노미아에게 난자 거래를 위한 경매를 일임한다. 평소 거래되는 가격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레이의 난자. 이에 레이는 불안함을 느끼고 파워슈트를 구입하기에 이른다.

 

제일 기본적인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SF소설이 다 그렇듯 처음엔 낯선 환경이 주는 생소함은 어리둥절하다. 생활의 편리를 위한 도구들은 낯설어도 어디선가 한 번씩은 본 듯해서 익숙해지기에는 수월했다. 생소한 미래적 설정과 적당한 현재의 설정들이 맞물려 생각보다 몰입하기는 쉬웠다. SF 장르의 진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데 다른 SF 소설들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건 장점처럼 보인다.

 

난자 채취 후 레이의 행보가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은 난자를 둘러싼 비밀 들추기가 주된 내용일 거다. 기본 설정이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만 결국엔 출생의 비밀로 귀결되는 급한 마무리는 많이 아쉽다. 난자의 숨겨진 비밀이 기대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좀 작은 것도 그렇고.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긴박하고 스릴 있는 액션은 여기서도 발휘되지만 별로 능력(?) 없는 주인공이라 매력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만한 세계관을 구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비톨의 충돌씬이나 전자기장인 펄스로 공격하는 등 고난이도의 액션이 즐비한 2권은 눈요기하기에 더없이 좋다. 조금 부족한 개연성을 차치할 수 있을 정도. SF에 깊이 발 담근 사람이 보면 코웃음 치겠지만 SF를 처음 만나거나, 머리 아픈 SF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시각적으로 충분히 즐기기엔 이만한 소설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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