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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조용한 농장의 절벽에서 떨어진 채 발견된 시체. 유일한 단서는 발바닥에 새겨진 문자조합의 문신이다. 문신이 어느 지점의 좌표라는 것을 알게 된 베아트리체는 그 좌표를 찾아가고 거기서 뜻밖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너이자 살인범의 문자 메시지에 위협을 느끼고 범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지오캐싱’이란 게임의 개념을 알고 가야한다.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과 비슷한데 좌표를 이용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이 어렵게 찾아낸 좌표에선 뜻밖의 물건들이 나오는데 그게 다른 살인사건과 연관되면서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의 면모를 띄게 된다. 범인 찾기에 몰두하지만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워킹맘이자 여형사인 베아트리체가 주인공이다. 모든 것에 만능인 다른 주인공들과 정말 다른 인간적인 모습의 주인공이다. 전남편과의 불화, 불만 많은 상사, 동료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등. 최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뽐내는 베아트리체는 형사로서의 직감도 뛰어난 편이다. 유럽쪽 스릴러 쪽에서 많이 보이는 여형사 캐릭터인 것 같아 조금은 식상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지오캐싱’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신선하지는 않아도 조금 새로워 보였다.
게임에 초대된 베아트리체를 통해 단서를 따라가게 되면 범인 찾기에만 급급한 스릴러 소설이 아님이 드러난다. 툭툭 던져놓은 단서들이 나중에 완전한 그림을 이룰 때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동기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도 생긴다. ‘지오캐싱’이란 게임을 이용해 범인 찾기에 다른 루트를 제시한 건 만족했으나 장르소설 특유의 긴박감은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뛰어난 몰입감과 흡입력은 모자란 긴박감을 상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일어권 나라의 소설과 유독 인연이 없어 외면 아닌 외면을 한지 오래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이건 뭐 거의 극도의 불신에서 오는 외면이라 하는 게 맞을 거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 덕분에 그 불신이 조금 옅어진 것 같아 흡족하다. 물론 다 이 소설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또 있을 것 같아 궁금하긴 하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의 애틋한(?) 감정도 다시 보고 싶고. 속편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온다면 기꺼이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