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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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다리는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이다. 이번 편인 <치과의사의 죽음>은 해미시가 엄청난 치통을 겪고 치과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스코틀랜드의 시골에서 사는터라 의료 인프라가 빈약하여, 제대로 된 치과를 찾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악명높고 실력 없는 치과의사를 알게 된다. 온갖 추잡한 소문에 휩싸인 의사가 이내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되고, 해미시는 또 다시 열렬하게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해미시 시리즈를 줄곧 읽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구성이 비슷해서 다소 진부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마을에 들어온 이방인이 갑자기 죽게 되고, 그 어떤 명예욕도 없는 해미시가 사건을 파헤치고 손사레를 쳐도 공은 해미시의 성과로 가는 것이다. 물론 뻔할 수 있지만, 이런 뻔함 속에서도 해미시의 로맨스가 이를 상쇄해주기 때문에 시리즈가 재미있어진다.

 

이번 편에는 프리실라의 친구와 해미시의 로맨스가 빛났다. 그런데 결국은 해미시가 그녀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다. 마음을 줬는데, 결국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해미시의 외로움과 배신감이 이번 편에서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프리실라와 이렇게 밀고당기기를 할 것인지. 그리고 프리실라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왠지 알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사람의 마음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해미시의 마음도, 프리실라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러브라인이다. 미묘하면서도 심리를 정확히 간파해내는 점에서 말이다.

 

역시! 다음 편이 어김없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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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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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은 일단 내 기준에서는 평균 이상은 한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삼십대 중반이 된 내게 선물과도 같은 이 책. 말그대로 냉큼 읽어버렸다. 흔하디 흔한 나라보다는 낯선 나라들을 무려 2년간 여행한 여자 둘. 어쩜 이리도 부러울수가... 또 하나 더욱 놀라웠던 건, 작가라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문장 실력이다. 재기발랄하면서도 독창적이며 흡인력 있는 문장들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둘이서 여행을 가면 항상 내게 싸움은 필수였던 것 같다. 어떤 곳을 가도 낯선 환경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괜히 더 성질을 냈고, 그 트러블이 고조 되면 다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럴 때면 항상 '왜 나는 즐겁기 위한 여행에서 이렇게 분위기를 망칠까'라는 후회를 하곤 했다. 그런 내가 십년지기 친구둘의 2년 간의 세계 여행이라는 주제에서 가장 궁금한건 바로 이런 점이다. 아무리 평소에 잘 맞는 친구라고 해도 낯선 환경에 떨어지게 되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저자들 역시 이런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둘의 끈끈한 우정은 변함이 없다.

 

책을 읽기 전에 바로 저자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했다. 책을 다 읽고 인스타그램을 보니 여전히 이 두 친구는 즐겁게 잘 살고 있으며, 더 없이 빛나보였다. 표정이 마치 내가 대학때 처음 영국을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에서 봤던 진정 행복한 표정, 바로 그것이었다.

 

누구나 여행은 갈 수 있지만, 녹록치 않다는 것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실행하면 할 수 있는데 괜히 겁먹고 있는건 아닌지... 어쩌면 그 종이 한장 차이의 용기가 왜 이리도 내기가 힘이 드는건지... 돌아보면 지금의 결단이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한 번 더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은 즐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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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말고 보통 - 일과 돈에 관한 생활철학
황진규 지음 / 카멜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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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다닌지 이제 3년차. 버티고 버티면서도 왜 버티고 있는걸까에 대한 답이 없다. 답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버틸만한데 한 달 벌어서 한 달 살아가는 이 느낌. 소모되는 느낌. 비단 나만 느끼는게 아니라는건 직장생활 15년이 넘는 직원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배우고 이 사회의 부르주아와 프롤레탈리아로 구분되어지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론만 머리에 넣은채 나는 그 후 십 년, 과연 지금의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를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을 활용하여 의심하고 분석하고 있는걸까?

 

그런 나의 갈증과 방황에 답을 제시할 책이라고 생각하여 펼쳐 든 책. 이런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대기업에서 7년 동안 일 하고 박차고 나와서, 철학을 가르치고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 저자. 얼마나 나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해왔었는지를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 매일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강제로 모니터를 보는 생활. 질린다. 이런 질리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생각이라는걸 해서는 안된다. 살아있는 좀비같은 마인드를 탑재할 수 밖에. 그러기에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자꾸 좀비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선물과도 같다.

 

바로 답은 '철학'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숨막힘을 견딜 수 없는 직장인에게 이 책은 철학에서 답을 찾은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당장 개인이 해낼 수 없는 답을 주고 있기 때문에 다소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답이 보이지 않고 표류하던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이 답을 찾자면, 먼저 '생산'과 '소비'의 관점을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미디어와 관습의 영향을 받아서 소비의 강제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일을 포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반떼를 타도 충분한데 굳이 벤츠를 타며 기호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인간 심리가 바로 현재의 삶을 주도적이 아니라 버티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한 가지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렇게사는 걸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는 일들을 찾자.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일들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삶에 뛰어들자. 즐거움과 자발성, 이 두가지 속성에 주목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아 나가다 보면 곧 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놀이를 놓지 않고 산다면 언젠가는 그 놀이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43-

 

숨막히고 막막하고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게 사느라 사실 숲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나는 내가 앞으로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취미를 갖고, 내가 진정 원하는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그럼 지금의 내가 이렇게 프롤레탈리아로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니라 좀 더 주도적으로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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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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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지칠 때가 타인을 대하고 상처주고 상처받는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때가 아닐까.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은 바로 이런 것이며, 이로인해 심신이 지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누군가와의 교류를 단절하게 되며 점점 벽을 쌓게 되고, 마음을 점점 닫게 되며 급기야는 적대시하게 된다.

 

나를 처음 보는 이들은 나의 쌀쌀맞음에 당황해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쌀쌀맞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상처'에 있다. 지금까지 삼십여 년을 살아오며 사람에게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 돌이켜보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다가 그 때의 나는 왜 그랬으며 그 때의 그들은 또한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매우 잘 읽힌다. 김영하의 소설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터라 김영하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오래전에 접했던 아주 재미있게 읽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스토리 덕분에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늘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흥미로운 제목과 흥미로운 내용, 과감하게 써내려간 필체 또한 담백함이 동반되었지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해설을 본 후, 다시 작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해설을 읽고 난 후,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격한 공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너무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물론 문학이기에 극단적이고 실험적인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만 관계에 대한 혐오가 지속되다보면 급기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무념이 시작되게 되고,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또한 결여될 수 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관계맺음에 대한 회의를 수없이 느껴왔지만 늘 정답은 없었다. 내가 문제인걸까 세상이 문제인걸까. 지쳐갈 때 쯤엔 아무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늘 반복과 악순환의 연속이다. 결국은 답 없이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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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정수
최보윤.박영준.황재오 지음 / 드림컴어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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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처음 입학할때 어찌나 좋았던지. 드디어 주어진 자유! 지금 떠올려봐도 그때의 쫄깃하고도 가슴 터질 것 같았던 그 기분이 생각이 난다. 1학년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점점 그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했었다. 물론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만, 자유는 커녕 하루하루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4인1실의 닭장을 벗어나 드디어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때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라면을 많이 먹었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딱히 혼자서 뭘 해먹기 귀찮을 때 가장 만만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니까. 그때부터 내 라면 취향은 지금까지도 한결같다. 신라면을 제일 좋아하고, 반드시 파와 계란을 넣고, 오랫동안 삶은 면을 좋아한다. 국물이 때로는 자작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늘 밥과 함께 먹었다. 일부로 국물을 적게 하고 밥을 함께 먹기 위해서 늘 라면을 반개씩 끓이곤 했다.

 

요즘은 라면이 종류도 많아지고 고르는 재미도 있는데, 아직도 나의 최애 라면은 신라면. 가끔 지겨워질 때면 짜파게티 혹은 진라면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마트를 가면 늘 쟁여두는 아이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라면들. 10년 전 영국에서 어학연수 했을 때는 한국에서 자취했을 때 못지 않게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중국인마트에 가서 신라면 컵라면 소 사이즈를 2,3개씩 사놓고 홈스테이 주인 할머니가 종교 집회를 갔을 때 몰래 끓여먹었던 라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맛도 안 나고 배만 채우는 영국음식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워낙 음식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많이 먹지는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는 나는, 음식 만화책과 유투브 먹방을 종종 본다. 왜냐는 질문에는 딱히 답할 말이 없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퍼져 있으면 수동적으로 할만한게 그런 것들 밖에 없으니까. 이 책도 감기때문에 골골거리면서 편히 누워서 후딱 읽어버렸다. 내용이 조금 유치한데, 처음에 기대했던 라면 레시피 혹은 여러가지 라면에 대한 썰이 아니라 세 친구의 우정을 유치하게 그려내면서 마지막에 압권을 보여준다. 이 도서가 삼양라면 재단에서 만들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뜬금없이 삼양라면의 역사를 보여주더니 마지막에는 삼양라면 창립자에 대한 소개도 해준다.

 

삼양라면은 솔직히 일년에 두 세 번 먹는 라면이다. 특유의 짭쪼롬한 맛이 가끔 땡길 때가 있지만 늘 먹기에는 맛이 너무 강하고 자극적이다. 이게 바로 삼양라면의 한계가 아닐까. 비록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라는 명예는 갖고 있지만 맛으로 보자면 아쉽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알게 된 삼양라면 창립자의 기업가 정신은 내가 좋아하는 라면을 만든 회사에서는 좀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은 유치찬란하고 라면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 소재는 참 좋은데 내용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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