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부분에서 자아와 상황의 상충이 너무 많다. 이때 소위 말해서 멘탈을 잘 붙잡지 않으면 바로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매일 하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 서른 넷. 많다면 많은 나이에 조직생활에 대해서 하루하루 배워가고 있다. 순진하고 웃음많고 정 많던 내 모습이 꽉 짜인 큐브안에서 찌그러져 버린 느낌이다. 메말라 버린 감정과 잃어버린 웃음, 가장 큰 변화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과 분노가 생겼다는 점이다. 내 앞에서 친절한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변하는 그 간사함에 이제는 질려버린 것 같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멘탈 붕괴가 나도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역시 나의 가장 친하고도 오랜 친구인 '책'을 통해서 멘탈에 대한 치유와 통찰력을 겸비하고자 든 책이 바로 이 책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이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책의 구성부터 내용까지 무얼 말하고자 함인지 기승전결이 모호했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차례를 다시 찾아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용이 너무 뒤죽박죽이고, 하나의 감정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사례와 영화 소개가 거의 책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너무 미흡하다. 그래서 내 감정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혼란스럽다. 물론 몇몇 구절을 읽으며 그저 '자연스러움'에 나를 맡기자로 스스로 결론을 내긴 했지만 정말 저자가 말하고자 함이 이런건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감정을 낱낱이 분해해보고 연구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한다는 건 그게 어떤 것이든 그럴 수 밖에 없다. 학부 때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그 후에는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무형의 어떤 것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내 성격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일주일에 주 5일을 전사로써 전쟁터에 나가다보니, 심리학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소양이라도 알아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본적인 성격은 매우 예민하고 소심하고 내성적인데 사실 밖에서는 이런 성격을 잘 표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서 끙끙 앓는 적이 더 많다. 이런 성격일 수록 공부는 필수인 것 같다.

 

공부의 일환으로 읽어 본 책이 바로 이 책인데 그닥 도움은 되지 않고 혼란스러움만 남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은 참 이상한 곳이다. 가기 전에는 엄청 설렌다. 설렌 마음으로 도착하면 그 날부터 후회스럽다. 그냥 편한 동남아나 가야 했었나싶다. 그만큼 싱경이 예민해지고 역사와 유물, 유적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재대로 즐기기 어렵다. 처음 유럽을 갔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딱 십 년 전, 영국이었다. 목표가 여행이 아니라 언어였다. 그때는 떠나기 전에 영국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었고, 기본적인 영어에 대한 공부 또한 많이 하고 갔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좋았다. 한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태어났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 이상 그 사회에 융화되기 힘든 한계를 느꼈다. 동양인으로서 유럽에서 살기가 얼마나 서러운지를 느꼈으며 영어를 1, 2년으로 마스터 한다는 것 조차 오만한 생각임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후에는 그닥 유럽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10년 후인 2019년 추석에는 얼떨결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순전히 여행으로 유럽을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십 년 전과 차이점이 있다.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떠난 것이다. 로마와 피렌체 여행을 했는데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속성으로 피렌체에 관한 책을 다 읽은 게 전부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근이 쓴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이다.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그렇다고 다시 이탈리아를 가고 싶지는 않다.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과는 너무다른 민족성이 느껴졌다. 미개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고, 국민들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늘 그 여행지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매우 별로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이 막 발간을 했었다.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는 여행 가기 전에는 책을 구할 루트가 없고 시간도 없어서 읽지 못했다. 아쉽다.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갔다면 좀 더 여행의 질이 좋았을 건데 말이다. 이 책은 로마 여행의 교과서라고 해도 충분하다. 로마 역사와 그 역사 속 유물, 유적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 한 권으로 로마를 마스터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로마 역사가 짧은게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로마사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책도 읽어야 완벽하게 숙지가 된다.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내가 밟았던 로마 곳곳의 기억들과 사진들을 되짚어 나갔다. 그 때에는 무심코 넘겼던 곳들이 모두 의미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또 가게 될 지는 모르겠다. 저자처럼 로마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가겠지만,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할 뿐이고 여행은 자고로 몸과 마음의 휴식과 즐거움이 우선이라고 생각되기에,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는 여행지로서는 별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탈리아는 천재들의 나라라는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의 본격 미스테리 소설. 트릭으로 독자의 허를 찌른다. 나는 사실 이런 미스테리보다는 스토리에 잔잔하게 배여있는 미스테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시공사에서 낸 책이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오호츠크 해 옆에 위치한 훗카이도의 대기업 회장의 저택에 회장 주변의 여러 지인들이 초대받게 된다. 다소 명탐정 코난과 같은 설정부터 역시 본격 미스테리구나 싶은 느낌이 든다. 연이어 초대받은 사람들이 한 둘 씩 죽게 된다.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점성술사 미타라이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경찰로부터 초대받는다. 이 책이 미타라이 시리즈의 두 번 째 이야기이다. 첫 번 째 이야기를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미타라이에 대한 캐릭터 파악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누구나 나처럼 시리즈의 두 번째인 이 책 먼저 읽어본다고 해도 미타라이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번 편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옮긴이 또한 그렇게 언급해주고 있어서 다소 아쉽다.

 

트릭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잘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덮고도 트릭에 대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떻게 집이 기울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책에 나와있는 그림만 봐도 이해가 안 된다. 바닥이 기울어진 집에 사람들이 살 수 있다는게 말이 될까? 이 책의 특징은 처음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사건 현장인 기울어진 저택에 대한 그림이 나와 있으며, 후반부에 트릭을 밝힐 때 또한 그림을 곁들여 준다는 것이다. 독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는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에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 발간되지 않는 것 같다. 뒤늦게 접하게 된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대표작을 접해본다면 작가와 그를 성공시켜준(?) 캐릭터인 미타라이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될 듯 하다. 아직 이 책 한 권으로는 무엇 하나 작가에 대해서도 시리즈에 대해서도 갈피가 안 잡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아빠가 방송기자로서 약 30년 간을 한 직장에 몸담으셨었다. 어렸을 적 아빠 회사에 놀러갔던 기억과 아빠가 집에서 기사를 손으로 쓰시고, 전화 연결해서 그 기사를 읽어내려가셨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주6일 일하던 시절, 아빠는 정말 밤낮 없이 일하셨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정년퇴직하셨다. 아빠는 우리 삼남매 중 한 명이라도 아빠와 같은 방송일을 하시길 원하셨었다. 그래서 나는 꿈꾼 적도 없던 PD가 되기 위해서 대학 졸업 후 잠깐 방송 편집 일을 배웠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방송과 나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돌아다니는며 카메라를 찍는 것 또한 너무 싫었다. 루틴한 업무를 좋아하는데 방송일은 PD이던 기자이던 전혀 그런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후 미련 없이 나는 방송 관련 일은 접었다.

 

그러나 읽고 쓰는 걸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신문이나 사보에 글을 싣는 일은 나와 잘 맞는 듯 하여 그 후 몇 군데 면접 본 기억은 난다. 그 당시에는 나는 이렇게 많은 잡지사와 신문사가 한국에 많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주로 그런 곳에 면접을 볼 때면 늘 느꼈지만 어찌나 꼰대같은 인간들이 많던지, 기자정신은 모르겠지만 면접관으로서는 꽝이었다. 그들도 그저 밥벌이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요즘엔 그 당시 내가 면접 본 곳은 아마도 사양산업으로 몰락해가지 않을까 싶은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종이신문 보는 광경 자체를 볼 수가 없고, 새로운 소식은 바로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워낙 기자 아닌 기자들이 많아서 웃기지도 않은 틀린 맞춤법을 기사에서 보게 된다. 오보는 기본이다. 이게 바로 바른 미디어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보다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와 서열이 존재함을 느낀다. 특히 이런 신문사는 더욱 정치적인 느낌이 든다. 비록 소설이지만 어느정도 업무환경은 팩트에 기반한다고 생각된다.

 

7년 전 여자 아이가 유괴되고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 당시 잡힌 범인은 사형 판결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당시 주오신문의 사회부 기자들은 공범이 있다고 판단을 했고 범인이 마지막으로 유괴를 하려고 했던 여자아이가 죽었다고 기사를 낸다. 그 후 피해자의 부모들로부터 강력 항의를 받게 되고, 관련자들은 지방 발령 및 보직 변경을 하게 된다. 그러나 7년 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사건이 7년 전 사건과 유사함을 발견하게 되고 파헤치게 된다.

 

형사 소설을 워낙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서술은 거의 모두 형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을 많이 접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자의 시각에서 쓰인 소설은 처음 읽어보게 된다. 그들의 사명감이 오롯이 느껴지며 매일매일 발행되는 신문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서 경쟁사를 따돌리고 독점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진다. 사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이렇게 일하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일이 거의 없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MBC 시사프로그램 부서에서 3개월 가량 인턴으로 자리만 지켰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때 느꼈던 회사 분위기가 떠올랐다. 그 당시 기자들도 자기들은 보도국에 비하면 바쁜게 아니라고 했었는데, 정말 밤낮 없이 일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곳임을 깨닫고 과감히 언론쪽은 나와 맞지 않음을 느꼈다. (워낙 워라벨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누군가 기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일에 미치지 않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몇몇 업종 중 하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재미나게 체험해볼 수 있기 떄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지음 / 윌컴퍼니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여러모로 이번 추석에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은 내게 큰 수확을 안겨준 듯 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곳에 가기 때문에 적어도 서양 미술사에 대한 공부는 해야 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임박해서 일단 출국을 하게 되고 가는 비행기에서 급하게 읽은 이탈리아 관련 책 한 권으로 대충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거꾸로 된 순서로 갔다 온 후에 서양 미술사에 대한 책을 탐독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다녀온지 얼마 안 된 터라 여러 작품들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마치 복습과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었다.

 

어쨌든, 서양 미술사에 대한 책만 읽다가 좀 더 응용(?)된 소재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예상대로 그림끼리 비교하는 내용이다. 비슷한 작품 두 개를 먼저 보여준 후, 작품 설명과 함께 각 작품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도 소개해주는 구성이다.

 

미술사에 대한 깊이보다는 화가에 대한 단편적이고 간략한 소개 위주라고 하면 되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내게 이 책은 앞장의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인간이 이렇게도 살았구나'라거나 '사람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의 깊은 맛을 주기로는 책을 따라갈 것이 없지만, 책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또한 얼마든지 있다. 그 대표적인 예인 미술 작품은 그 맛을 모르고 죽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간접적 인간관계의 매개다. 미술 작품들은 자주 '사람이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라거나 '삶의 실감을 주는 세목이 이렇게도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감상자의 몸과 삶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 p.8-

 

바로 위의 메세지가 미술을 책만큼이나 흥미롭게 접할만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관점으로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글은 본 적이 없다. 간접적인 인간관계는 내게 직접적인 인간관계가 주는 피곤함을 대신해주었고 늘 그것은 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림 또한 그것과 맥을 같이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그림이 점점 매력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