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여행의 배경 - 작품의 무대를 찾아가는 어떤 여행
이무늬 지음 / 꿈의지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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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에 등장한 배경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내가 지금까지 꽤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아왔지만, 생각해보면 실제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그닥 궁금했던 적이 없었다. 영화 속 배경이 무척 아름다우면 '다음에 꼭 가봐야지' 싶다가도 이유없이 막상 찾아가서 보면 실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 다큐멘터리로 태국의 위험한 기찻길이라는 곳을 흥미롭게 보고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드론으로 찍었던 화면 속 굉장했던 샷이 실제로 가보고는 생각보다 작은 스케일임을 알게 되고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그 정도인데 연출이 필요한 드라마나 영화는 더 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앞서 있다.

 

어쨌든, 배경을 찾아 떠나는 소재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놀랍게도 저자가 소개해 준 마흔 편의 책과 영화 혹은 드라마들 중 내가 본 것은 한 두 편 뿐이다. 그 중 내가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인 핀란드 헬싱키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둔 곳이다. 비단 그 영화의 배경인 식당 뿐만이 아니라 북유럽의 낭만과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미리 저자가 방문해 본 여행기를 읽어보니 이미 카모메 식당의 배경인 식당은 영화를 찍은 시간이 많이 흘러 퇴색되어 버린 느낌이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다소 병적으로 책이나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찾아가보려는 경향이 느껴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스태프로 일하는 건 어떤지,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은 매우 좋아하는 편이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아주 가끔 챙겨보는 정도에 그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활자를 쫓으며 장소를 나만의 머릿속에 그리는 활동이다. 여행기처럼 사진이 많은 책을 제외하고는 순전히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는 독자마다 머릿속에서 제각각 묘사가 된다. 반면에 드라마나 영화는 장엄하고 화려하거나 때로는 비현실적일만큼 아름다운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해서 찍긴 하지만 사실 그 장소를 방문해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류 드라마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여행오지만 막상 여행하고 난 후에는 드라마에서의 배경과 너무 달라서 실망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작품 속 배경을 가보고 작품을 색다르게 느껴보기보다는 내 마음 속의 아름다움만으로 간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

 

담백하게 만들어낸 여행기는 재미있었다. 너무 디테일하지도 않고, 너무 성의없지도 않은 적당함이 좋았다. 저자가 소개해 준 몇몇 작품은 저자의 바람대로 접해보고픈 욕심이 생기기도 했으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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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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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된지가 생각보다 꽤 오래전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워낙 베스트셀러에 둔감하고, 내가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읽다보니 그럴 법 하긴 한데.... 어쨌거나 꼭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은 꼭 읽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나는 책을 그냥 닥치는 대로 읽는 애서가로서 나의 지적 성장에 욕심이 있다. 즉, 조금 아이러니하긴 한데 지적으로 매우 성장한 사람이 되고픔에도 소설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책 읽은 인생이 꽤나 오래 되었음에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부족한 사람이다. (계속 이 상태에 머무르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소설을 놓을 수 없다. 소설에도 배울 점이 한 가득이라고 하면 자기 합리화일까?) 저자는 나와는 조금 다르다. 나처럼 책을 무진장 좋아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섭렵하고 싶은 마음으로 비문학 위주의 (내 생각) 다 방면의 독서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인문학적 내공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편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소개해준다.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어떤 독자들은 '아하'라는 감탄사와 함께 무릎을 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을 전공한 나는 전공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 번 복습했다고 할 정도로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혹시 이 저자가 전공을 가르치던 강사가 아니었을까 싶은 정도이다. 당시에는 취업에 대한 생각도 없고, 그저 도서관에서 책이나 빌려 읽는 재미에 빠져 있던 내가 배웠던 저식들은 지금도 머릿 속 한 켠에 소중히 남아 있다. 고전 사회학 지식들이 그 중 하나인데,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소개해주고 있다. 나는 4년 간 배웠지만, 이 책은 속성으로 매우 이해하기 쉽고 매우 얄팍하게 알려준다. 그럼에도 포인트만 골라주어서 알맹이만 받아 먹을 수 있다.

 

정치는 역시나 민감한 주제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 노동자임에도 보수를 지향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지지하는 사람의 정치적 지식이 무지한 이유라고 본다. 이 부분이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물론 한국에서 이런 우매한 지지층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수층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우매하기 때문에 보수를 찍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롤레탈리아이지만 보수를 지지할 수도 있으며,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개개인의 정치적 취향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사회는 구조적으로 부르주아보다 프롤레탈리아의 수가 항상 많다. 그럼에도 보수가 정권을 잡은 이유는 그저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우매해서라고는 할 수 없다.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은 누구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공으로서의 인문학이 한국에서는 도태되어 가고 있는 이 마당에 인문학은 돈벌이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로 세상을 보는 가장 현명하고 바른 도구이자 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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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맥주가 있었다 - 역사를 빚은 유럽 맥주 이야기!
미카 리싸넨.유하 타흐바나이넨 지음, 이상원.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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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과 맥주의 연관성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닥 없다. 일단 맥주는 내게 너무 맛 없고 잘 취하지도 않는 술이다. 그런데 꼭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엔 왠지 땡긴다. 마셔야 될 것 같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다양한 수입 맥주를 훑어보다가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이 나름 합리적인 것 같으면 골라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나서 까맣게 잊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한 캔을 따서 마신다. 심지어 채 다 마시지도 못한다.

 

이런 내가 이상하게도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맥주를 찾는다. 맥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이런걸까. 지금까지 먹었던 맥주들이 맛이 없었기 때문에 왠지 굉장히 맛있는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비싸게 샀던 맥주가 그 나라에서는 저렴해서 사는 이유도 있다. (참고로 맥알못인 내가 지금까지 먹은 맥주 중 가장 맛있었던 맥주는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 

 

이 책은 유럽 역사 속 맥주와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아쉬운 점은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좀 더 상세히 담아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조방법과 관련 용어가 생소하다. 아무튼 그 점은 차치하고 유럽에서의 맥주는 꽤나 오래 전 부터 대중들이 마시던 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맥주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할 때 쯤,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을 차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포도주 못지 않은 대중성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 후 역사의 큰 획이 그어지는 순간 순간 감초같이 맥주가 존재했다. 유럽 곳곳에 매우 다양한 맥주가 존재한다는 점이 지금도 부럽다. 흔히 한국 맥주의 저질스러움에 맥주 마니아들이 혀를 내두르는 걸 볼 수 있다. 맥주를 잘 모르는 나 또한 한국 맥주는 손이 안 간다. 

 

여러 이야기들 중 무엇보다도 칼스버그 창립자의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아들과의 깊은 골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로웠으며, 유럽 축구와 맥주 회사의 마케팅에 대한 부분도 꽤 재미있었다. 결코 술은 좋은 게 아님에도 스포츠와 엮어서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어필한다는 점에 마케팅의 파워가 보여진다.

 

책을 읽는 동안 맥주 한 캔이 참 마시고 싶었다. 책을 덮고는 꿀떡꿀떡 맛을 음미하며 마셔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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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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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시작, 흥미진진한 전개......점점 지루해지는 내용............이건 뭘까 싶은 결말.......

 

가끔 더글라스 케네디 책을 읽으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일본 추리소설 광팬인 내가 미국의 서스펜스 소설을 읽어보면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무래도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크니까 미국인들의 감정 묘사와 디테일의 차이에 흥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배경은 영국으로 나오는 이 책 또한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형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길 노리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기에는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전개되어가는 구성이 독특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런 전개는 서스펜스에 어울리지 않다. 이미 현재의 상태를 노출한 후 과거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긴장감을 반감시킨다. 또한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기승전결의 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이코패스의 계획에 희생자가 끌려들어가고 이를 탈출하기 위한 시도뿐이다. 결말 또한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책 자체는 성공적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긴박함을 어쩜 이렇게도 잘 표현해내지 못했는지.......

 

뻔한 줄거리, 흥미를 반감시키는 구성, 흐지부지 되어 버린 결말 (책의 마지막을 두 번씩 읽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책이 끝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아서).....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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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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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동남아나 일본은 꼭 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 여행만을 위해서 일상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여행을 좋아했다. 아!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그런데 지난 긴 추석 연휴 동안 대만을 두 번째 갔다 온 후에는 여행이 점점 싫증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갔을 때 느꼈던 건, 아시아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하다는 느낌이랄까. 태국이나 대만이나 말레이시아나 마카오나.... 많이 다르지만 비슷하게도 느껴지기 시작했고, 태국 말고는 두 번 이상 가고 싶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자면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오히려 여행을 가면 더 피곤해지는 내 스타일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어쨌거나 늙어가는건 그런게 아닐까 싶다.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부모님은 한국이 제일 좋다고 어디를 가냐고 하신다. 이제는 나도 공감이 된다. 혹은 너무 피곤하고 무미건조한 삶에 이제는 아예 적응이 되어버려서일까... 마치 쳇바퀴 속의 다람쥐 같이 살아서 주어진 자유가 낯설게 느껴져서 그런건가... 올해 내 나이 서른 셋이 막 되었는데 내 정신은 이미 노인이 되어 버린 기분이다.

 

간만에 겁나 재미나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기어코 새벽 한 시까지 다 읽고 잠이 들었다. 애 둘 딸린 아줌마가 된 저자 또한 나처럼 이제는 좀 더 편한 여행, 혹은 아예 여행을 안 가는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 저자의 소싯적 맘껏 여행하고 다닐 때를 회상하며 끄적인 글은 놀라울만큼 시니컬하지만 또한 놀라울만큼 재미있다. 어쩌면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을까?

 

한 가지 뼈저리게 공감하는 건 바로 제목이다. 내가 이토록 여행에 싫증이 나도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를 가면 또 좋아진다. 짐을 싸들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서 발권을 하고.. 이 모든 과정들이 이제 조금 지겨워지고 옛날만큼 설렘이 없어진 배부른 투정을 했지만 잠깐이라는걸 안다. 여행이라는 건 그런것이다. 귀찮기도 하고 싫증이 나기도 하고 번거롭고 서러워도 다녀 오면 내가 그만큼 성장한 걸 느낀다.

 

여행에 대해서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고, 억지로 신파를 끌어내지도 않아서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억지로 치장한 아름다움은 추하게 느껴질 뿐이다. 요즘은 이런 책이 워낙 많아서 가끔은 환멸이 느껴지기도 한다. 혹은 내가 점점 차갑고 냉정하게 변해가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에세이는 이와 같은 약간의 조소가 겸비된 담백한 책이다.

 

맛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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