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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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품을 읽을 때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지만, 간혹 억지스런 내용에 코웃음 친 적이 많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어중간한 위치의 아주 재미있지만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다보니 억지스러움이 가미된 소설이라고나 할까..... 역자의 말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사랑'을 빼면 논할 거리가 없을 정도라고 표현하는데, 내가 모든 작품을 접해 본 게 아니라서 기욤 뮈소가 이토록 '사랑'이라는 소재를 좋아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사랑 뿐만이 아니라 '부성애'도 담겨있다.

 

나처럼 복잡한 세상사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 가스파르, 희곡 작가인 그는 작품을 집필 할 때면 그 누구도 쉽게 찾지 못하는 곳에 칩거하면서 고독을 즐기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프랑스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집에 기거하게 되지만 이내 서류상 하자로 그 집에 또 다른 동거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여자 매들린. 둘은 원래의 집주인이었던 화가 '숀 로렌츠'의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된다. 둘은 아들과 부인을 잃고 뉴욕에서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 숀 로렌츠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미스테리가 하나씩 풀리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된다.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는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한국의 같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표지 스타일로 출간되는 탓에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의 작품은 일단 흥미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다. 그러나  간혹 그 뿐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우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느껴지는 허무함과 같다고나 할까. 지나치게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문체나 서사에 유려함과 고급스러움 진중함보다는 너무 가벼움과 재미만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파리의 아파트>라는 제목이 사실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잘못 지었다고 느낄 정도로 어울리지 않아서 아쉽다. 내용면에서는 '이것이 사실일 수 있을까?' 싶은 억지스런 부분이 있었는데, 물론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 더 따지는 것이 웃길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사랑'과 '서스펜스'가 잘 머무려지고, 좀 더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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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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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 때 가장 사랑했던 작가들 중의 하나가 바로 '미야베 미유키'이다. 신간이 나오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부지런히 읽었었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바빠지고 직장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내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마치 내가 한때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듣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작품성은 따질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작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의 추억이다.

 

처음 마난 이후 약 십년이 흘렀을까.... 아주 오랜만에 접한다. <희망장>. 원래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추리소설은 또 다르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일본 추리소설은 단편이라도 주인공이 고정되어 있는 구성이라서 오히려 더 재미나다. 짧은 호흡과 다양한 사건으로 장면 전환이 쉬워서 오히려 더 흡인력이 느껴진다..

 

스기무라 사부로의 1인칭 시점으로 책은 진행된다. 40이 넘은 나이에 재벌가 딸과의 이혼으로 혼자 사는 남자. 낡은 건물에서 탐정사무실을 차려놓고 지나치게 열정적이지도, 너무 안이하지도 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꽤 담백하고 좋다. 늘 그렇듯이 조금 낯 간지럽긴 하지만 나름의 휴머니즘과 따뜻함을 겸비한 미야베 미유키 표 작품 답게 단편 곳곳에 이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역자의 말을 통해서 사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이 작품 이전에도 두 편이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리즈라고 해야 될까? 간혹 배경을 잘 모른채, 후에 나온 책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책에 상세히 시리즈의 번호가 안 나온탓도 하지만, 내가 작가의 책을 처음부터 부지런히 읽지 않은 탓도 한다.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찌만, 애서가의 사고방식은 바로 그런 것.

 

역시나 십 년이 지나도 흡인력은 여전하다. <모방범>과 같은 대작(?)부터 꾸준히 출간되는 여러 단편 소설들까지.. 나는 배우나 작가가 너무 다작을 해도 싫어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미야베 미유키는 예외가 된다.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만 그 어떤 작품 하나도 크게 실망한 적이 없어서일까? 이런 작가가 꾸준히 집필활동을 해 주어서 오히려 고마운 느낌이 든다. 내게 미야베 미유키는 추억과 더불어 믿고 읽게 되는 작가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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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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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지만, 정말 우연히도 그녀가 쓴 책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첫 번째 읽었던 책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인데,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쉽게 읽혔던 책은 아니었다. 책의 주제인 페미니즘에 대해서 다루기에는 저자의 시시콜콜한 잡담을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마구 혹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다소 혹평을 했으나 어쩌면 저자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그런 이유도 있었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고 하지만, 나는 나처럼 부정적이고 내성적이며 세상에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다소 삐딱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왠지 이 작가에게는 그런 부분이 느껴진다.  

 

일단 이처럼 책을 읽기 전까지 저자와 나는 잘 맞지 않는다는 밑밥(?)이 깔렸다. '여행'이라는 소재는 그런 걸 무시할 정도로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이번 에세이는 다소 기대를 해보며 읽었다.

 

여행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에세이보다는 확실히 동선을 따라가며 다양한 사진이 곁들여진 여행기가 재미나다. 에세이임에도 좀 더 여러 나라를 여행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다루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순전히 내 욕심인 듯 하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집은 여행했었던 기억보다는 여행 자체에 대한 단상을 풀어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이곳과 저곳에 대한 경험담보다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끄적인 것을 보고 공감하는 것도 그닥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해서 많이 소개해주지는 않았으나 스코틀랜드를 추천한 것은 인상적이다. 한 번도 가보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는 곳인데, 여러 번 가도 좋은 매력이 있다니..... 왠지 저자와 나는 비슷한 사람(?)이니 스코틀랜드에 가보면 나 또한 그 매력을 마음껏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저자와 달리 나는 한 번도 혼자서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비슷하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려나...)

 

정확히 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을 위해서 일상의 대부분인 일을 하며 행복을 포기했다면, 올해는 마음을 다르게 먹어야 겠다고 느꼈다. 지금 현재도 행복할 수 있으며, 어떻게든 그런 삶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함을 말이다. 정답은 없지만,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늦었지만 시간을 쪼개서 행복을 쫓는 여행을 하며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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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2018-08-1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돌아오는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다혜 작가님의 강연 신청하세요~ :)

http://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18080217162833344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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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누군가와 작정하고 지적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을 것 같으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 정도의 지식은 습득하는 게 마음의 양식으로서 매우 매우 좋을 것 같다. 1편이 현실편으로 사회학을 전공한 내가 비싼 돈 내고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의 엑게스를 다시 한 번 훑었다면, 이번 편은 '현실 너머 편'으로 대학에서도 배우기 힘들었던 철학, 예술, 과학, 종교, 신비 분야에 대한 지식이다.

 

현실 너머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손에 잡히지 않는 영역을 공부해보면 문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은 무엇이길래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했으며, 종교를 만들었을까 싶다.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한 없이 강하지만, 결국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되고 자연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는 신기한 종족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분야보다도 무엇보다도 종교 파트는 호기심이 많아서 두 번씩 읽었는데,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 그에 대응되는 다신교로 구분 후간략한 역사를 소개해주어서 무척 유익했다. 이 유익함은 심지어 기쁨으로 표현해도 될 정도인 이유는, 늘 궁굼해했던 분야이지만 쉽게 이 호기심에 대해서 갈증을 해소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주요 종교인 기독교, 천주교, 불교의 역사를 알게 되어서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다,.

 

신비 파트에서는 '죽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삶을 수동적이고 의미없이 살아가게 되는 이유가 어쩌면 '죽음'을 연결짓지 못해서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이상, 시간은 무한한 것만 같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하며 지루할 뿐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나를 연결짓는 순간부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며 내 인생의 끝에서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현명함을 지니게 됨을 알았다.. 책에서 다룬 여러 분야의 지식이 내게는 머릿속에 각인될만한 유용함을 선사했다면, 신비파트는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책은 '지식'을 다루고 있다. 감동을 지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 한 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이 기분은 충붅히 감동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감동적인 이야기는 인간이 지어내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지식의 향연이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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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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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그리고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그저 북유럽의 잘 사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만 인식하고 있던터라 엉뚱하게도 소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들의 삶 자체에 대해서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예상과는 달리 인맥을 이용한 승진이라던지 젊은이들의 도시 지향적 삶 등은 그닥 한국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소설 속 캐릭터들의 배경이 한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색다른 문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울만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 야심한 시간까지 읽었는데, 책을 통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경험을 했다. 그만큼 군더더기 없는 내용인데다 깔끔한 번역으로 술술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표지에는 저자가 천재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모르겠다. 천재라고 불릴 정도라면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을만큼의 반전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반전은 전혀 아니었다. 오리혀 김빠지고 너무나도 전형적인 결말이라서....

 

책의 표지에 이 작품이 영국에서 TV 드라마로 방영된다고 나와 있는데, 몇몇 책들은 접해보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길 노리고 쓰여졌다고 생각되는 책들이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색깔이 다분히 강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그러하며, 기욤 뮈소도 그렇다. 결코 그런 책들이 독자들을 모두 어필할 수 있을정도의 작품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면만 부각시켰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미진진한 트릭이나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는 접하기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작가들의 책은 그저 시간 때우기용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굉장한 트릭의 추리소설은 대부분 일본 추리소설에서 많이 접해보았으며, 시리즈물의 매력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형사 시리즈나 최근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MC 비턴의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등 주로 서구 시리즈물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다. 일본 작품들은 일단 개성이 강하고 때로는 트릭이 놀라울 때가 있는 반면, 후자의 시리즈물은 독자들이 캐릭터에 매료될 수 있을 정도로 추리보다는 스토리를 잘 만든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그 중간 쯤에 있다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오히려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즉, 천재 추리작가라고 하는 것은 출판사에서 갖다붙인 지나친 수식이라는 것이다.

 

비록 아이슬란드의 매력이 오롯이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낯선 나라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임에도 군더더기 없는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또 실제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사진이 작품의 이해와 몰입도에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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