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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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전을 제외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책은 잘 안 읽는다. 더군다나 시리즈의 경우에는 앞으로 더 출간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저자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순전히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귀여운 표지 때문이다. (책 고를 때 누구나 그렇듯이 표지 디자인에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표지만큼 기대에 충족되는 작품은 아니다. 1966년에 출간된 작품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뻔한 내용에 심지어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폴리팩스라는 이름을 가진 한 할머니의 느닷없는 CIA에 가담하여 스파이를 해보겠다는 의욕 충만이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멕시코에서 여행자인척 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입수해서 CIA에 줘야 되는 미션을 부여받았는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게 된다. 뜻하지 않게 길고도 먼 여행을 하게 된다. 몇 번씩이나 목숨에 위협을 받게 되면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는다. 슈퍼 노인인가... 아주 옛날 책이다보니 미션으로 다루어진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의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목적인 내용부터 정치적인 민감성을 충분히 건드린다. 당시 얼마나 반공이 심한지를 이 작품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무조건 공산주의는 멸망시켜야 한다는 존재라는 의미가 저자에게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개 자체가 지겨운 편이다. 당시에는 꽤 독자들이 좋아하고 완성도 있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매우 부족하다.  왜 국내에 번역되어서 출간되었는지 의아하다. 그 후의 시리즈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필한만큼 좀 더 탄탄하고 완성도 높아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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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5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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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왔다. 1편부터 5편까지 그 어떤 작품들도 실망스러운게 없었다. 중세독일이라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배경 자체가 매력적이었으며, 실존했던 사형집행인과 그 주변 인물들이 에피소드마다 활약하는 이야기들이 더 없이 재미나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 1편과 지금까지 나와있는 5편과의 출간된 시간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6편이 나오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견뎌야 하는걸까...

 

이번편은 사실 내가 1편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흥미로우며 또한 박진감 넘친 이야기이다. 사형집행인인 야콥의 동생이 야콥 일가족을 밤베르크로 초대한다. 바로 그의 재혼 결혼식에 초대하기 위해서이다. 밤베르크로 향하는 과정에서 조각난 시체를 발견하게 되며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린다. 이 과정에서 야콥과 동생과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야콥이 부쩍 늙었음을 묘사한 장면이 많은데, 등장인물 또한 독자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되어 감을 알 수 있는 것 또한 시리즈의 매력인 것 같다.

 

촘촘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조상을 주인공으로 둔 작품을 집필한다는 게 저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부끄러운 조상이 아니라 오히려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오히려 더 뻔뻔하게 미화시킨 것이라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를 접하다보면 그 당시 사람의 목숨은 마녀사냥을 보여주듯, 지금과 다르게 너무나도 가볍게 취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득 책을 읽으며 사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늘 확고하게 여겨왔던 것은 누군가를 살해한 사람은 똑같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권을 떠나서 합리성이 기반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형집행인은 어쩌면 현 시대가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직업은 아닐까싶다... 물론 기계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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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2 고독한 미식가 2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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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왜 작품 속 이 남자는 늘 혼자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말 재미있는건 1편에서도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이번 편에서도 또한 그에 대한 마땅한 이유들이 안 나와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주인공에 대해서 소개가 전혀 안 나와있다. 그저 한 때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으나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정도... 말하자면 그저 일만 하는 노총각의 미식 라이프이다. 

 

이제 나도 노처녀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는 듯 한데, 부모님의 성화에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결혼에 대한 환상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때려부수는 부부싸움과 시댁과의 갈등을 30년간 적나라하게 보고 자란 탓에 일단 결혼이라는 것은 즉 지옥임을 간접체험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혼자 늙어가기에는 바로 이런 고독한 미식가의 삶처럼 외롭게 살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안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자의 경우는 더 심하다. 어디가 모자라서 결혼을 못하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40대가 넘어가는 싱글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또한 그 눈총을 견디며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그 때 결혼한다는 것은 많은 걸 포기하고 하거나 아예 독한 마음으로 여생을 혼자 살아가거나 둘 중 하나다. 내 생각엔 둘 다 장밋빛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내 상황에 이 고독한 주인공에 감정이 이입되다보니 너무 결혼 이야기로 빠져버린 것 같다. 내가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특함 때문이다. 작품이 주인공 만큼이나 담백하다. 담담하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맛있게 표현하고 그렇지 못한 곳도 그저 꾸밈없이 그대로를 표현해준다. 기승전결이 없다. 한국에서는 곧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다는데, 이렇게 스토리가 없는 원작이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어질까? 다큐멘터리가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정도이다.

 

음식 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특정한 음식에 대한 소재를 다룬 것도 아니고 음식을 만들고 대회에 참여하는 내용도 아닌 그저 여러 식당을 가보는 내용의 이 작품은 2편을 읽고 나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음식에 대한 사진이 아닌 그림마으로 이렇게 군침이 돌 수 있을까....  디테일한 묘사가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로 놀랍다.

 

어쩌면 주인공이 고독하기에 작품이 더 잘 표현될 수 있는건 아닐까..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인데, 여럿이 이 욕구를 함께 채운다는 것은 재미있고 외롭지 않을 수 있지만, 맛을 오롯이 느끼고 자유롭게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고독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에서 혼밥하는 사람들이 고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임을 어필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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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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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다. 이번 이야기는 퀴슬의 딸 막달레나와 지몬이 결혼한 후 두 어린 아들을 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리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마치 시즌제로 방영하는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와 등장인물들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것과 같이 시리즈 책 또한 책 속의 인물들의 삶이 함께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번 편은 안덱스에 순례길을 오른 막달레나와 지몬이 한 살인사건에 얽히게 되고, 바로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이가 퀴슬의 아주 오래된 친구임을 알게 된다. 딸의 편지를 받은 퀴슬이 곧 안덱스로 온 후 친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전편들과 비슷한 구성으로 영웅적인 활약상을 보여준다.

 

네 번째 편이 되니 대충 이 시리즈의 구성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있게 된다. 어쩌면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액션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마지막 부분에는 퀴슬과 적들과의 싸움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다. 이번 편에는 막달레나와 지몬의 아이들까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전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퀴슬의 손자들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가 재미있는 이유는 시리즈의 작품들 모두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작품성이 대단하며, 배경 또한 작가가 충분히 조사를 한 후에 묘사했다는 점이다. 비록 시리즈의 출간이 더디긴 하지만,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집필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항상 묘사한 지역에 대한 소개를 해준다. 무척 유익하고 흥미롭다. 시리즈를 접할 수록 묘사한 장소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여 구글 맵으로 찾아보기만 하고 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시리즈. 중세의 독일을 이렇게 재미있게 묘사할 수 있는 책은 찾기 힘들 것 같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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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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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좋아하지만 늘 소장하게 되는 종류는 바로 음식에 대한 만화이다. <맛의달인>과 <심야식당> 등 맛과 관련된 만화책은 늘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아쉬운 점은 한국의 만화 시장에서 '앗'에 대한 소재는 <식객>말고는 그닥 없다는 점이다. 추리소설만큼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제목 그대로 책은 언제나 혼자로서 고독하지만 고독함을 괴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있는 남자가 여러 식당에서 여러 음식을 먹는 아주 단순한 구성이다. 에피소드를 이어서 연결할만한 스토리가 없다 .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모든 식당을 맛있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어쩜 이리도 담백한 만화가 있을 수 있을까?

 

만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나는 모든 음식을 잘 먹는다. 흔히들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이 나이의 여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운동은 전혀 관심 없지만 삼시세끼 먹는 것에는 늘 관심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회사에서 간단히 아침으로 먹을 빵이나 과일을 챙기는 것부터 내 일상은 음식과 함께한다. 고독하게 음식을 먹는 주인공과는 달리 생각해보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심을 혼자 먹었던 적 보다는 늘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 사실 늘 함께 먹는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따로 살고 있는 부모님보다도 더 가깝다. 그러나 가끔은 나도 고독하게 점심을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엄청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데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거나 그 둘다 이거나.식당에서 혼자 먹는 것은 사실 아직도 어색하다. 그래서 어색하지 않은 곳 위주를 찾게 된다. 일본의 식당 문화가 부러운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혼자 먹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주변 사람들 또한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두둑해진 뱃살이 싫지만 음식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 없는 딜레마의 삶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살고 있다. 책의 한 구절처럼 산다는 것은 입에 음식을 집어넣는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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