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디의 독일의 발견 - 독일 여행 전문가 유피디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독일 이야기
유상현 글.사진 / 꿈의지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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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한 살씩 많아지면서 점점 숨통이 막혀온다. 특히 부모님의 결혼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우울해진다. 자연스럽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다. 결혼에 대해서 별로 생각이 없는 내가 비정상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아진다. 남들과 비슷해지지 못하는 별종들은 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되어간다. 왠만큼 이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사람을 만나서 억지로 결혼해서 대세에 묻혀 그렇게 살게 되는 미래가 그려진다. 요즘은 눈만 뜨면 이런 생각 투성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그런 나라들은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이런 나라에 가서 살자니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영국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느꼈던 외로움과 언어의 장벽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임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이 나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게 되고, 내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유튜브로 검색을 해본다. 얼마전에 독일에 살고 있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선진국 답지 않은 저렴한 물가가 가장 놀라웠고, 잘 갖추어진 복지제도는 역시 선진국 다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독일의 여러 소도시에 대해서 탐방해보니 독일이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꽤 매력적이고 사람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는 독일에 매료되어 일 년에도 꽤 자주 방문을 한다고 하는데 아주 작은 도시에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축물들이 많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을 비롯하여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 매력에 금방 빠져버렸다.

 

"비슷하지만 다른 얼굴들, 그것도 커다란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세부터 오늘날까지 수백 년 세월을 간직한 그 속살을, 선진국의 깨끗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이용하면서도, 심지어 합리적인 물가로 만날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의 언어를 한 마디도 못해도 문제가 없다. 이것은 아마도 유럽의 여러 나라 중 오직 독일만이 가지고 있는 기막힌 장점일 것이다."

-p.364-

 

위의 저 한 구절에 독일의 모든 게 담겨져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곳이었다니.... 영국에 살면서 느꼈던 점은 영국사람과 영국이라는 나라의 여러가지 정서가 나와 정말 잘 맞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처럼 옷을 잘 입고 메이크업을 잘 하고 다녀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그저 실용적인게 우선이라는 것이 그러했으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독서에 대한 열정은 한국보다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그 환경적인 기틀이 잘 마련되어 있음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이 지옥에서 그저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자 분투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기에는 이 곳은 너무나도 나와 맞지 않음을 매일같이 느낀다.

 

유튜브만 보면서 가고싶다, 살고싶다라고 느끼기보다는 이제는 독일에 직접 가보고 그 매력을 몸소 느껴야 될 때가 아닐까 싶다. 지루한 지옥이 내게는 익사이팅한 지옥보다는 더 천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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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다닐 만하니? - 2천 만 직장살이들을 위한 원기 보양 바이블
페이샤오마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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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남들 회사 다닐 때 대부분의 시간을 놀았다. 대학 다닐 때도 책만 읽고 아무 짝에 쓸모도 없어진 인간관계나 구축했지 전혀 취업활동은 하지도 않았다. 사실 나는 내가 회사원으로 살아가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전문직을 갖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었다. 결국 잘 안 되어서 이 지경이 되었지만....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졸업한 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나의 첫 직장생활이다. 꽤 유명한 회사인데 그때 수많은 더러움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외국계라고 무조건 좋은 회사는 아니며, 정직원이 되게 해 준다는 사탕발림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나중에는 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여자가 회사에 많으면 여자 특유의 나불거림과 이간질,  뒷담화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메말라갈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 곳을 과감히 박차고 나온 후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가족경영을 옆에서 보게된다. 꼰대들의 중소기업 특유의 아부로 살아남기를 목격한다. 그런 성격이 아닌터라 그 비합리적인 것에 울분을 참지 못하다가 그냥 나와버린다. 그 후 지금 이 회사 일년 반 전에 입사한다. 일년이 십년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 왜 내 인생은 이토록 버티는 인생이 되어버린걸까...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죄인가, 한국에서 태어난 죄인가.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걸까. 하긴 여섯 시만 되면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칼퇴가 보장된터라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데, 그조차도 안 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 누구보다도 나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비해 혼자만의 시간 또한 꼭 있어야 하는 나는 누군가를 위한 노동으로 내 하루를 온전히 쓰고 싶지 않다. 물론 누구도 그러고 싶지는 않겠지. 회사원으로 살아간다는건 아주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을 꾹 누른채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 책은 뭐라고 평해야 좋을까. 직장인들에게 마치 위로가 될 만한 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저 쓰레기에 가까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러스트가 볼만한 아주 아주 가벼운.. 내용이라고는 별로 없는 책이다. 실제로 대만을 두 번 가 보고 느낀 것이지만 대만의 여러 문화와 환경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대만 사람인데, 그가 보고 느낀 직장생활은 우리랑 거의 흡사하다. 말하자면 아시아 대륙의 문화가 (싱가포르는 잘 모르겠지만) 내 직장생활과 그닥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서 호주에서 일을 한 후 대만에서 느꼈던 스트레스가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하니... 이것은 대륙의 문화차이인 것인가.

 

어제도 버티고 오늘도 버티고 내일도 버틸 것이고.... 그럼에도 나는 이 조차도 행복한 삶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살고 있다. 그나마 나는 젊고 건강하지 않나. 또 사실 회사를 박차고 나와도 경제적으로 문제 없는 집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게 회사는 생계형이라기 보다는 엄마의 잔소리 방어대책이자 여행 다니고 쇼핑하기 위한 머니 벌이(?)에 가깝다.

 

어쨌든 한 가닥의 기대를 안고 펼쳤으나, 조소를 머금고 빈약한 내용의 이 책을 읽는다면 사실 저녁시간조차 소중한 직장인에게는 오히려 폐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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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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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주인공인 책이나 영화는 보기가 싫다. 노인이 되어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될 테고, 젊음을 잃은 내가 아직까지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걸 굳이 미리 알고 싶어지지가 않아서이다. 젊음을 잃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저 우울할 따름이다.

 

책 제목인 '아서 페퍼'는 주인공이자 노인이다. 부인을 병으로 잃은 할아버지로, 몇 십년의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그는 부인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다. 그 후 슬픔을 간직한채 유품을 정리하다가 와이프의 팔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팔찌의 참들은 코끼리부터 책 그리고 하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구가 매달려 있다. 그는 그 각각의 참들과 와이프와의 연관성을 알고 싶은 마음에 히스토리를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노인이라면 혹은 내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오래했다면 조금이나마 공감은 되었을 것이지만, 지금의 내게 이 작품 속 스토리는 크게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너무 진부한 스토리에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유치함이 사실 실망스러웠다.

 

보통의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 이혼을 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을 배우자로 삼고 여생을 살게 된다. 배우자가 되기 전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는 아마 죽을 때까지도 속속들이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본인만이 간직하는 자유로웠던 젊은 날들의 추억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슬픈 일인지... 그 전에 스쳐 지나갔던 많은 사랑들.. 그 기억들은 성숙한 내가 되게 해 준 자양분과 같은 추억들이다. 이런 추억들을 배우자에게 물론 말은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공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십대 초반에 아주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있었다. 수많은 연인을 잠깐씩 만나고 가벼운 연애가 일상이었는데 어느 날 내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그 친구와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분명 그 친구는 남편에게 젊은 날의 그 화려했던 과거를 디테일하게 알려주지는 않았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도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부부는 함께 살아가는 남인 것이다.

 

책을 덮은 후, 요즘 나의 제일 큰 화두인 '결혼'에 대해서 또 다시 생각을 하게 되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과연 나는 결혼을 해서 아서 페퍼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아들과 딸을 키운 후 독립시킨 지극히 평범한 이 할아버지가 불현듯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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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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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더 큰 죄를 짓게 되기도 한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세상을 살아 간다는 것이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는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나 역시 어렸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잘못을 하고 상처를 많이 주었었다. 물론 내가 받은 것 또한 그만큼이지만 말이다. (남들보다 학창시절에 더욱 이런 과정을 많이 겪었음을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은 없다. 그저 자아가 완성되고 사회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씨앗이 새싹으로 움트는 것과 같은 인간사의 과정 정도였을 뿐...

 

<속죄>에서는 이런 가벼운 죄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의 큰 죄를 그려낸다. 어른이 되기 전, 누군가의 입장을 제대로 생각해볼 능력이 없는 어린 나이의 한 여자 아이가 저지른 죄. 이 아이는 언니가 좋아하는 남자가 사촌동생을 강간했다고 믿고 증언하게 된다. 무고한 그 청년은 억을하게 형을 살게 된 후 바로 전쟁에 참여한다. 의대생으로서 졸업하면 의사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의 일생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남자친구의 인생과 함께 언니 역시 가족과 인연을 끊는다. 여자 아이는 뒤늦게서야 잘못을 깨닫고 속죄한다.

 

인간 군상을 이렇게 유려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심리의 묘사가 마치 나 자신을 그려놓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어렸을 적부터 생각이 많고 내성적인 나는 늘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외로움에 사무칠 때는 더욱 그랬다. 그 때의 나 자신을 이 책을 통해서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진정한 문학은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인간 심리의 묘사가 놀라웠던 만큼 세상만사를 그려내는 스토리 또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나이에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한다. 선하게 사는 것이 꼭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보고 느낀다. 바로 이 책에서 그런 삶을 보여주고 있다. 상처주고 짓밟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었지만 화려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결국 어떻게 살아야 맞는걸까라는 질문을 계속 수면위에 떠오르게 해준다. 그럼에도 결국 잘못한 사람을 뒤늦게나마 응징하는 결말은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에 가까움을 의미하는 듯 하다.

 

놀라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경이로웠다. 심리 묘사가 이처럼 탁월한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덮은 후 세상과 인간 그리고 나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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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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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력은 대단하다. 독자를 휘어잡는 매력은 소설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것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아주 어딘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읽었던 B.A. 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와 매우 비슷한 내용이다. 내 말은 표절이라는 뜻은 아니고,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면 아주 재미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서구에는 이런 내용의 소설이 인기인가 싶을만큼 다소 진부했다는 의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한 여자... 자기와는 너무와도 다른 여자의 남자를 뺏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온갖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주고 끝내 남자를 빼앗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여자들의 복수혈전이라고나 할까... 내용은 영화로 만들기에는 부족하고 막장 단막극 정도로 만들면 딱일 것 같다.

 

처음 접해보는 출판사의 처음 접해보는 시리즈인데, 이 작품 하나만으로 대충 어떤 색깔을 담아내는지 알 것 같다. 독자의 손을 놓을 수 없을정도의 흡인력 있는 내용에 세련된 표지 디자인... 말하자면 한 번 읽고 말아버리는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 영화로 만들어도 그저 재미로 한 번 보고 마는 그런 헐리웃 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여자 각각의 시점으로 구성된 점은 매우 독특했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복수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다소 미적지근하고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한번은 꼭 보고 싶기는 하다. 어떤 배우를 캐스팅 하는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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