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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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제에 대해서는 미리 모른채 읽기 시작하였는데, 인간 행동과 역학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하다는 초입 내용에 무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미리 과학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인가? 여태껏 이런 과학적인 발전이 있었음에도 왜 우리는 전쟁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이며 질병 또한 예방하지 못하는 것일까.

 

읽어나가면서 느끼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를 아주 그럴듯하게 썼다는 생각이다. 물론 역자의 말에서도 나와있듯이 책을 읽고 한 가지 궁금증에 대해서 풀리는 듯 하지만 독자는 열 가지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평했는데 정확하다. 책을 읽은 후에도 개운함을 찾을 수가 없다. 찝찝함이 남는다. 즉 내 나름의 결론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 하나, 확고히 주장하는 건 바로 '멱합수 원칙'인데, 어떤 것이든 텀이 매우 긴 잠재기가 있다가 폭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상황을 언급해주고 있는데, 과거에 서신을 쓸 때나 이메일을 쓸 때, 회신을 할 때 매우 폭발적이고 열정적으로 하다가 오랜 시간 텀을 가진다. 이는 누구든 급하거나 중요한 메일에 우선적으로 회신을 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서 보면 우선순위로 기인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책의 내용과 연결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규칙적이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특별하게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요컨대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내용은 없었으며, 멱함수 법칙 외에는 여태껏 알고 있었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작 <링크>가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하지만 읽어보지는 못한 채, <버스트> 먼저 접하게 되었으나 여러 문헌을 참고로 하고 저자의 연구의 결실이라기에는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혹은 내 기대가 높았거나...

 

인간 개개인에 대한 심리를 미리 들여다보는 건 심리학이며, 군중 혹은 인류와 같은 거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건 내가 전공한 사회학이다. 지금의 심리학과 사회학의 발전과 별개로 또 다른 관점에서 인간 역학에 대해서 과학적 관점으로 해석한다는 건 아직까지 완벽한 성공이라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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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처방전 -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트래블 테라피
이화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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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휴가를 갈 때면 늘 그렇듯이 책을 한 두 권 챙긴다. 다소 아이러니한건 여행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도 또 다른 나라에 대한 여행서는 빠짐없이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처음으로 '사이판'을 가게 되었는데, 내가 챙겨간 책은 이 책인 <여행처방전>과 <버스트>. 좀 더 말랑말랑한 책에 더 손이 가는 이유로 해변가의 선베드에 누워서도 읽고, 심지어 바다 위 해먹튜브에 앉아서도 열독했다. (덕분에 햇볕에 너무 타서 다리가 바늘로 찌를듯 아프다.)

여행서는 가급적 최근에 출간된 책을 선호하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고르다보니 무려 5년 전에 출간된 걸 후에 알았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뻔한 나라들만 여행한 기록이 아니라 생소하고 가기 힘든 나라들까지도 우울하고 무료한 독자들에게 일종의 처방전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가장 부담없이 가기 좋은 곳은 역시 아시아의 곳곳 나라들. 아직 모두 가보지는 못했다. 나는 한 번 꽂힌 곳은 재방문하는 경향이 있어서 타이페이 두 번, 방콕 두 번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 별로 모험을 해 보는 성격은 아니다. 늘 말로만 싱가포르나 라오스를 가봐야겠다고만 할 뿐 정작 예약은 또 방콕으로 향하게 된다. (손은 자꾸 방콕 예약버튼으로 향한다.)

중동의 다른 나라 여행은 물론이고 사막투어도 강행하는 저자는 진정 여행마니아라고 칭해주고 싶다. 본업이 여행자가 아님에도 이토록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또한 진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비록 강력한 태풍이 찾아와서 제대로 하루를 망쳐버렸으나 점점 여행을 하면 할수록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과 아쉬움을 많이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저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옳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에. 정말 뭐 하나 한 것 없는 여행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마치 순례를 한 것 마냥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각각의 여행지에 대해서 적절한 처방을 해주지만 사실 굳이 여행이라는건 그럴 필요가 없다. 경험한 바, 어떤 감정과 어떤 상태이든 여행의 기준은 관광과 휴양으로 나뉘는게 가장 적절한 처방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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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생활자 - 크리에이티브한 일상을 위한 178가지 정원 이야기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글.그림 / 궁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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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나는 인간보다는 동물과 식물을 더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콘크리트 건물속에서 모니터앞에 앉아 똑딱거리며 8시간을 버티다가 집에 오면 나의 사랑하는 동물 가족인 '초코'가 반갑게 맞이해주고, 주말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율동공원으로 드라이브를 가곤 하니 말이다. 사람 사이의 피곤함은 이렇듯 동물과 식물이 위로가 되어준다.

 

얼마전에 화분에 꽃을 심고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본격적으로 꽃을 심어보았다. 다이소에서 영양흙을 사고 꽃씨를 사서 화분에 뿌린 후 매일 아침 출근 하기 전에 점검해본다. 싹이 하나 둘 트더니 아주 흐드러지게 핀다. 간격을 넓혀서 조금씩 심었어야 했었는데 그냥 씨를 마구 뿌려대서 나중에는 중기들이 엉킨다. 그런데도 용케 꽃이 핀다. 보랏빛 꽃이 잎이 닫히기도 하다가 다시 볼 때면 잎이 보여지기도 한다. 신기하고 아름답다. 이런 맛에 식물을 키운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저런 핑계로 아직도 베란다에는 마른 흙이 굳어있는 화분이 내동댕이쳐져 있다. 늘 다시 꽃을 키워야 되는데 싶다가도 행동이 잘 안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행동으로 돌입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식물들을 소개해주는 짧은 글들이 얼마나 내가 식물과 담을 쌓고 살아왔는지를 돌이켜보게 한다. 예전에는 힐링의 의미로 심고 키웠는데 이제는 힐링을 다른 활동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집안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하며 생동감 있게 하는 것들은 식물임을 알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친 많은 나무들과 꽃들을 한장씩 소개해주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인간이 얼마나 식물의 도움을 많이 받는지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책'의 재료가 되는 나무의 역할은 늘 생각하지만 항상 경이롭고 감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정복하려고 한다면 꼭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된다.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 화분에 아름다운 꽃을 심어볼 생각이다. 자연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한 나는 어쩌면 나이 답지 않게 시골소녀의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기질을 타고난게 참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언젠가 꼭 나만의 정원을 가진 집에서 사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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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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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선을 보았다. 내가 살다보니 이런것도 다 보는구나 싶은 아주 떨떠름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나보다 무려 9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만났다. 직업은 지방 중소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얼마나 잘나셨길래 42살이나 쳐먹도록 결혼을 못한건지, 나름 호기심 반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반으로 나갔다.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의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아주 피곤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엄마에게 그 아저씨를 소개해 준 결혼정보회사에서 하는 말이 '말을 잘 통한다. 사진을 봤을 때는 아주 단아해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살이 좀 쪘더라.' 라는 얼평.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그 아저씨가 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몰라도 눈치가 없어서인지 뒤로는 그렇게 신랄한 평을 해놓고 또 나에게 전화를 했다. 화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그 아저씨에게 '외모 많이 보시나봐요. 외모가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던데'라고 솔직히 말했고 그 아저씨 당황하여 얼버무리다가 서로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였다는 이야기.

 

선을 몇 번 보고 느낀건데 특히 결혼시장에서 여자는 철저히 약자였다. 대놓고 몸매와 얼굴에 대한 평가를 당해야 했으며, 삼십대 중반이 되면 나이 하나만으로도 이미 퇴물 취급을 당한다. 남자는 다르다. 위에서 언급했듯 능력만 좋으면 사십이 훨씬 넘어도 등급이 높다. 이 현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씁쓸함과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

 

<현남오빠에게>의 여러 단편들 중 가장 처음 나오는 작품인 <현남오빠에게>에서 나는 결코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여자는 순종적이고 남자의 사이드 역할을 해 주는 존재. 결혼을 하면 삼시세끼 맛있게 해주며 성욕의 대상이 되는 존재. 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경제적인 압박을 따진다면 물론 결혼한 남자도 불쌍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점은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사회는 어쩌면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로 나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부장은 죄다 남자들이다. 여자가 있다면 아마도 그 여자는 기가 세고 보통이 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이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멀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내조를 잘 하고 아이들의 양육을 잘 해야 하며 시부모님을 잘 모시면 된다는 사고방식. 옳고 그른 것은 없지만, 그런 여자들이 남성과의 평등한 역할에서 조금이라도 더 손해를 보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조선시대때의 여성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여성이 여성의 여권 신장을 방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답답하다. 이 사회의 현 세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씩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바뀌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되겠지만, 이미 나의 페미니스트적인 사고는 서구 선진국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다. 이 작품이 나의 답답함을 더욱 부채질한 더없이 훌륭하고도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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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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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했던 회사동료가 있었는데 허구헌날 지금의 현실이 가상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말도 안되는 말을 떠들어댔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대리님이 일이 너무 많아서 드디어 미쳐가는군요!'라고 받아쳤었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을 그저 가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그저 안쓰럽게 느껴질뿐.

 

분한 일이 있거나 걱정거리가 많거나 살고 싶지 않을 정도의 우울함이 닥쳐도 잠을 잔 후 깨면 그대로 이어진다. 현실로 돌아온다. 엿같은 현실로 말이다. 이 엿같은 현실 속에서 그나마 소소하게 행복을 쫓으며 시간을 꾸역꾸역 보내다보면 개똥밭이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을 씨부리며 좀 더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때가 오겠지.

 

이 책 한 권으로 지인의 가상현실 어쩌고 해대던 말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이 기묘한 이야기를 접하고나니 아주 어쩌면 정말 가상은 있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현재의 나는 여기에 존재해있지만, 또 다른 내가 있지는 않을까?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또 다른 내가 깨어나는 건 아닐까? 그때 또 다른 세상이 있는것은 아닐까? 어이없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저 소름끼치고 유치하다고만 치부하기보다는 아주 재미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라는 망상이 자꾸 떠오른다.

 

이 작품은 10년 전 한 축제에 영어학원 친구들과 참석하게 된 내가 그 중 한 여자 동료를 잃은 일로부터 시작된다.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해 이따금 생각하며 보낸 세월이 10년. 그녀를 제외하고 당시 축제에 참석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어떤 화랑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 대해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그 후, 나는 이내 행방불명되었던 친구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희한하고도 비현실적인 현실을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도대체 이 작품에서는 독자에게 무엇을 던져주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스토리가 쳐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그리고 덮은 후에는 더욱 작품의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서 흔히 다룰 수 있는 소재를 처음으로 책으로 접해 본 느낌이다. 대단한 필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잘 살려낼 수 없는 소재임은 확실하다. 사실 이 작품이 끝까지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만큼의 필력도 아니고 기묘함을 글로써 뚜렷이 보여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나쁘지 않게 집필했다고는 생각한다.

 

요컨대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인터스텔라>를 흡사하게 그렸다고 보면 된다. 즉, 좀 더 참신함이 돋보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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