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내 자신이 참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제법 친하다고 하는 친구들에게도 못한 이야기를 나는 아주 태연자약하게, 그것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 사람들하고 나하고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익명이라는 아주 좋은 뒷심을 이용하여 나는 마음을 열어버리곤 한다.
그게 참 웃긴다...웃긴다..... 다 부질없는 짓인데 내가 왜 이럴꼬....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생각에 혼자 골똘해질 때가 참 많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까맣게 잊었던 것 같은 기억의 저 끄트머리에 있던 일들도 막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음...그래서 그랬던 건 아닐까..아하! 이래서 이런 것인가! 하는 연관성을 찾아내고 분석하고 그걸 또 정리하길 좋아한다.
문제는 내가 그런 분석을 다 마치고 그걸 입밖으로 꺼내놓으면 옆탱이는 거의 대부분...참나, 원...이런 황당한 얼굴로 쳐다본다.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다 기억해가면서 또 그걸 그렇게 갖다 붙이고 우기나? 그런 얼굴 말이다. 내 생각에는 충분히 타당하고 논리적인데 옆탱이는 아주 질색을 한다. 오버하지 말라고.. 제발 뜬금없는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나는 현실에 발을 놓고 살긴 하는데 정신의 대부분은 그렇게 허공을 붕붕 떠다니는가 보다. 오늘 하루 뭐했지? 돌아볼 때도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굉장히 소모적인 일...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일일 때가 무척 많으니까. 물론 그 복잡한 속사정이야 현실적으로는 티가 나지 않으니까 실제의 나는 굉장히 게으름을 부리는 한심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조그만 몸을 움직여도 지쳐서 헥헥대는 그런 아줌마. 나는 어제 외출했는데 오늘 또 외출하는 그런 생활이 아주 힘이 든다. 친구 중에 하나는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부지런히 잘도 쏘다닌다. 많이 보여주고 많이 들려주고. 그것이 그 친구의 교육목표인지라 지난 봄에는 나중에 애가 코피도 나더라! 그런 말을 들려주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왕체력도 부럽고 그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부럽다.
하여간 그렇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쏟아내는 나 자신의 이야기들이 스스로도 신기할 때가 많다. 내가 이 사람들을 어찌 알고 이러는 걸까? 이 사람들이 과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란 사람을 어찌 생각할까? 뭐 그런 생각이 들면 또 잠시 마음의 문을 여몄다가 또 슬며시 풀어내고 풀어내고.
그런 나를 돌아보니까 나는 관계맺기를 잘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와 정도 이상으로 가까와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는 그걸 부담스러워하고 슬쩍 한발을 빼버리는 것 같다. 상대방은 물론 굉장히 당황하고 이게 뭐지? 저 사람은 나랑 뭘 어쩌자는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는 듯 하다. 그래서 좀 관계가 이상해졌던 적이 숱하니깐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것은 내가 좋을 때는 치고 들어갔다가 부담스러우면 자연스럽게 발을 뺄 수 있는 그런 편리함이 있다. 나는 그래서 인터넷에서 쉽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가 그게 어느 정도 도가 지나치면 슬슬 뒤로 물러서고......그게 몸에 아주 배어버린 듯 하다.
이렇게 계속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 좀 진득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래서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려고 한다. 오래전에 맺은 인연들도 좀 다독다독 아끼고 가꾸면서 살고 싶어진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