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있다면 식구들 밥 챙겨먹이기이다.
오히려 청소를 하라면 그건 하겠다.
그런데 끼니를 제대로 제때에 맞추어, 그것도 영양가있게 챙겨먹이는 일이 내겐 그리 힘들 수가 없다.
그냥 배고프면 대충 있는 거 가지고 먹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기에.
그러면서도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무지하게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참 이중인격...^^;;;
옆탱이가 집에서 밥을 거의 안 먹다 보니 우리집의 밥상은 늘 초라하기 그지 없다.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고서 배고프다는 두 녀석을 데리고 들어오는 날.
낮에 잠깐 시간이 있었을 때, 난 당연하다시피 컴터앞에 붙박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먹을 게 없다.
부랴부랴 밥을 하고 반찬은....걍 간장에 참기름 듬뿍 넣어서 비벼주기도 하고
야채가 좀 있으면 그거 대충 다져서 볶음밥을 만들어주면
우리집 차력형제, 아~~주 좋아한다.
이 녀석들도 엄마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반찬이 서너가지만 되도(당연 김치 포함)
"오늘 무슨 날이야? 반찬 디게 많다!!" 소리를 연신 한다.
ㅠㅠ...불쌍한 녀석들... 남들은 대부분 그리 먹고 살텐데.....
하여간.
오늘은 큰맘 먹고 불고기를 해주었다.
그나마....이왕 솔직하게 사는 인생, 아주 다 까발리자.
내가 잰 것도 아니고 마트에서 재놓은 거, 어젯밤에 늦이막하게 쇼핑을 갔더니 만칠원 붙은 것을 만원에 준다고 하길래 왠지 싼거 같아서 사온 것이다...
그랬는데 어이구? 이게 왠일?
수아가 넘넘 잘 먹는다.
우리 수아, 이제 39개월이다. 그런데 몸무게는 고작 11kg이다.
애가 없으신 분들을 위하여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보통 이제 막 태어난 아그들의 평균체중이 3.2kg이다. 수아의 출생시 몸무게는 3.25kg 아주 정상적이게 태어났다.
태어나서 한달에 1kg씩 늘어서 백일잔치 할 때 태어날 때보다 두배가량 몸무게가 느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돌잔치 할때는 12kg정도가 평균이다.
그러니 우리 수아가 얼마나 비쩍 말랐는지....상상이 가실 것이다.
돌쟁이 몸무게보다도 적게 나가는 녀석...ㅠㅠ
키는 78cm.
엄마를 잘못 만나서 그런 건가...반성을 많이 하면서도 잘 되지가 않는다.
또 녀석의 입도 워낙에 짧아서 가리는 음식은 없는데 먹는 양이 신통치가 않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성의있는 엄마는 하루 종일 씽크대에 붙어서서 이것도 해먹이고 저것도 해먹이고 하련만
나란 인간은 우찌 된것이 얼마전부터 고구마 타령을 하는데도 아직까지 알았어, 알았어만 연발하고 있다...ㅠㅠ
아..정말 엄청난 삼천포...ㅠㅠ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오늘 저녁 메뉴는 아욱된장국에 불고기 달랑 요거였는데 국에 말아서 불고기랑 같이 연신 맛있다를 해대며 먹어대는 것이다.
그동안은 불고기를 해주면 입에 넣기는 넣는데 그게 질긴지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곤죽이 된 상태로 입에 물고 있다가 뱉고 뱉고..그렇게 양념만 먹던 녀석이다.
그걸 보는데 너무너무 이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찌나 짠~~하던지.
코끝이 찡~~! 해지는 거다.
에구에구...정말...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안자는 것도 참으로 불량엄마짓이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