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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무는 종종 자다가 울곤 한다.

흐느끼듯 울면서 그때까지 자고 있지 않은 내게로 종종거리며 달려오는데 그럴 때 그 아이는 온전하게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이다.
이름을 부르면 "네~" 대답은 하는데 "왜 우느냐?" 는 질문에 답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계속 울기만 한다.
안아서 달래기도 하고 물을 먹이기도 하고 소변을 누이기도 해보지만 아이의 울음은 좀체 그치지 않는다.

성질 급한 옆탱이는 그런 아이에게 때때로 손찌검을 해서 잠을 깨운다....
잠에서 깬 아이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 뻥찐 얼굴에 눈물젖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그리곤 다시 들어가 잠이 들곤 한다.

담날 아침에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좀전에도 바무는 울면서 내게로 왔다.
큰소리도 아니고 그냥 "흑...흑...흑...." 흐느끼며 울어대는 아이를 엄마는 그저 속절없이 안아줄 수 밖에 없다.
제풀에 지쳐 다시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왜그러는 걸까?
저 녀석 마음 깊숙한 곳에 뭔가 달래지지 못한 상처가 있는 것일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이 저녀석을 저토록 울게 만드는가 싶으니.....마음이 무거워진다.....

원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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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11-0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거의 그렇지 않나요??

그러다가 괜찮아지던데요..많이 심한가요?



잠꼬대도 하고, 때로는 정말 펑펑 울기도 합니다.

가끔 물어보면 꿈을 꿨다고도 하고, 낮에 있었던 일의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상처 없이 클 수 없으니..지켜볼 밖에요.. 넘 심하면 한 번 소아정신과에 전화로 상담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긴 한데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1-0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도 그런 적이 종종 있는데 무서운 꿈을 꾸는 것 같더군요. 계속 잠자는 채로 흐느끼는 상태지요. 그게 주제가 오락가락할 때도 있어요. 어느 땐 다리 아프다며 흐느끼기도 하고, 어느 땐 이유 없이 그냥 흐느끼는데, 정말 대책 안 서더군요. 바무도 그냥 그런 흐느낌이길... 그런데 아이가 그렇게 흐느낄 때 마음이 막 타들어가요... 그죠?

아영엄마 2004-11-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둘째도 가끔 자다가 깨서 훌쩍거리는데 무서운 꿈을 꿔서 그렇기도 하고, 옆에 제가 없어서 울기도 하고 그러네요. 같이 자면 잘 자는 편인데...

밀키웨이 2004-11-1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아이가 많군요...

무서운 꿈을 꾸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다행이구요..

아유..

애 키우는 게 참 어렵네요...



아영어머님, 오랜만이여요 ^^


뚱글녀 2004-12-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돌릭신부님의 작은책에서는..태중과 어릴적 상처로 인한 무의식의 상처의 기억들로 인해..우리삶이 원인없이 힘든?거라네요.. 그럴‹š.. 우리가 해줄 수 있는것..아이의 상처의 치유를 위해 기도를 드리라고 하네요..바무가 태중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세요~~..이렇게요^^;;;...무서운 꿈을 꾸어서 그런거여도..바무는 너무오래우는 것 같아서..-__-;;마음이 안 좋네요..
 

얼마 전 드라마에서 "좋아할 수도 없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사람이 있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
정말로 좋아할 수는 없는데 끝끝내 싫어할 수도 없는 사람이 있더라....


그런데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싫어할 수도 없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사람"

'좋아할 수도 없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것''싫어할 수도 없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것' 은 그게 그거 같고 똑같은 거지...
무슨 말장난이냐...싶어 피식 웃고 말았는데
자꾸자꾸 되뇌이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좋아할 수도 없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것''싫어할 수도 없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것' 은 결코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져 간다.

둘은 서로 다르다.
확실히.

'좋아할 수도 없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사람' 이란 것은....내 입장에서 봤을 때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 사람의 매력이나 장점을 인정하게 되고 그 장점들이 다른 부분을 커버하는 것일 테지만
'싫어할 수도 없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사람' 이라는 것은...
그 사람과 나와의 맞지 않는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까?

이왕이면 말이다.
내 삶에 '싫어할 수도 없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사람' 보다는 '좋아할 수도 없지만 싫어할 수도 없는 사람' 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뒤집어서 내가 또 그랬으면 좋겠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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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글녀 2004-11-06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즉.좋싫^^은.. 매력이 있는 사람.자신의 세계가 있는 사람.

싫좋^^은.. 예의상의 당위성이 들어가는 관계^^;;;.실은 싫어하고싶은데.. 그럼 내가 유치해지니까..그냥 두고보자하며..자신의 그릇을 넓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ㅋㅋㅋ..

뭐........그런 걸까요?

밀키웨이 2004-11-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


반딧불,, 2004-11-0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뚱글녀님..^^;;

하얀마녀 2004-11-0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그냥 미묘한 느낌의 차이였는데 깊이 생각할 수록 확실히 다르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
 

          

사람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면서도....
더구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누군가를 알게 되고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상이고 위험천만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나는 늘 내 잣대로 판단하고 저울질한다.

내가 보여지는 부분들이 결코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가 보여주는 부분들은 진짜 그의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는 이 치명적인 오류.....

이 오류를 나 혼자 간직하고만 있다면 그래도 덜 문제가 될 것인데
경박하기 그지없게도 누군가와 공감을 나누고자 애를 쓴다.

그와 나의 삶이 전혀 얽히는 부분이 없고 괜히 마음심보만 고약해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러는 걸까....
누군가를 까대지 않고는 재미를 못 느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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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글녀 2004-11-06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네요...

밀키님께 악의없이 실례를 해서..참말로 죄송스럽다는...

진/우맘 2004-11-0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건강은 좀 좋아지셨나요? 푹 쉬고, 맛난 거 많이 드시고...그러고 있는거죠?

밀키웨이 2004-11-0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글녀님.

잠시 이게 무슨 소리인가...멍했다가....아, 아, 아....그거! 했어요

아녀요, 그냥 제 혼자 생각인데 왜 괜시리 님께 그런 생각이 들게 한 건지...^^;;;;



진우맘님, 이제 많이 좋아졌답니다, 고마와요 ^^
 

여자 나이 서른 중반.....

남편과는 이제 습관처럼..아무 의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집올 때 심사숙고 발품팔아 장만해 온 살림살이들이 하나하나 명을 달리하고 있고
차력형제는 이제 저들끼리 혼자서 나가 놀 정도가 되어
한가롭게 커피 한잔 홀짝일만한 시간이 다소 허락되고
드라마 속의 바람나는 남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뭐가 더 싸다고 하면 열심히 뛰어가 남보다 하나라도 더 집으면 그걸로 행복해하고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을 어찌 살 것인가....
불투명한 미래를 기대와 불안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어느새 늘어버린 눈가의 주름을 보며
탤런트 김희애가 속삭이는 "얼굴선 바꿀 수 있어!"를 외쳐보지만....하하하.........과연....

내년에는 게로가 유치원에 간다.
드디어 오전에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생긴다.
막상 무얼 할건지 생각해봐도 마땅한 것은 없으면서도
막연히 뭔가 해야지...
뭔가 배워야지....꿈을 꾼다.

그런데
몸둥아리가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고 신호를 보내온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습관처럼 편두통에 시달리고
조금만 무리해도 다리가 붓고
한달에 한번씩 시체처럼 드러눕게 하더니....

여성의 상징과 같은 그곳에 탈이 남으로써 드디어 내 몸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궁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각종 덩어리들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들어간 수술
그냥 그런가 보다....아, 그래서 그렇게 아팠구나...그러면서 덤덤하게 받은 수술이었다.
여자들, 다 그렇지 뭐...암이 아닌게 다행이네....하면서.

그런데 정말 심각한 지경이었다고.
자칫하면 자궁을 일부 들어낼 수도 있었다고
이렇게 하고 어떻게 살았냐고 나흘이 지난 어제에서야 말을 한다.
조직검사가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그전으로도 충분히 위험했다고.
이 말이야 의사들, 습관처럼 협박조처럼 하는 말이지....

옆탱이에게 내 자궁에서 빼낸 염증과 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눌, 이런 상태로 살았으니 앞으로 신경쓰시고 잘해주라고 했다나?
하하하, 그 의사선생님, 맘에 드네..
그래, 남자는 모르지.......
마눌이 달이면 달마다 하루이틀씩 고꾸라지고 자빠져도 그게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살아온 만큼은 더 살고 싶다.
바무와 게로가 건강하게 자라서 자기의 인생을 꾸리고
그들을 빼어닮은 아이들이 손 벌리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싶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구석구석 보고 싶고
지구에는 또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지도 보고 싶고

욕심일까?

죽을 병도 아닌데 왜이리 사람이 센치해지는 걸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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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10-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세상에 크게 아프셨군요... ㅠ_ㅠ
그러신 줄도 모르고.. 밀키님이 요즘 뜸하시네.. 하며 조금 서운해했던 것이 너무 죄송스럽고 후회됩니다. 밀키님, 어서어서 완전히 회복하시고,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의사선생님이 꽤 좋으신 분같네요. 낭군님이 앞으로는 밀키님께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고, 더 사랑해 주시기를. 밀키님, 화이팅!

마냐 2004-10-2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즘 뜸하시네...하고만 있었슴다. 어쩜 좋습니까...
몸이란 정직하게 신호를 보냅니다. 서른 중반, 너무 열심히 달려오신게 아닌지요.
다행히 좋은 의사선생님(음, 남편분께 그런 설명까지..^^) 만나셔서 좋게 해결하셨다 믿습니다.
저두 얼마전 혹이네 뭐네 하면서 암검사 받고 하다보니 퍽이나 센치하더이다.
그렇게 한번씩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나 봅니다.
몸조리 잘 하시구...힘 내시구...조금 더 센치함을 즐기시다가....그냥 보내버리세요.

비로그인 2004-10-2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밀키웨이님..많이 놀랐어요. 이럴쑤가..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많이 고생하셨죠? 왜 안 보이실까,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제부터 더욱 몸에 신경쓰세요. 그리고 밝고 건강한 생각들만 하시기 바랍니다.

진/우맘 2004-10-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여자들은 대체로 참을성이 너무 많은게 탈이예요. 생리통, 산고, 젖몸살....남자들은 모르는 고통을 일상처럼 겪고 나면 몸이 안 좋아 보내는 신호도 무심결에 넘기기 일쑤라니까요.
에이, 왜 그러셨어요. 괜히 눈물이 찔끔 납니다. 조직 검사 결과 깔끔하길 기원하며, 얼른 기운 차리세요. 맛난 거 사달라, 집안일 좀 해 달라 어리광도 피우면서....얼른, 회복하시길 바래요.

stella.K 2004-10-2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정말 왜 요즘 뜸하실까 궁금했었어요. 그냥 저는 저나름대로, 애들키우고 하다보면 바쁘니가 그렇겠지 싶었는데...저도 제 주위의 친구들이 이쯤돼서 한번씩 다 탈들이 나더라구요. 정말 가정 건사한다는 게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닌가 봐요.
님, 철없는 소리하죠. 저도 님과 같은 30대인데...
건강하십시오. 건강하셔서 손주도 보시고, 당장은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가을 햇빛 받으러 거리로 나가 보세요. 영화 한편도 보시고,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도 마셔보구요.
기운 내십시오. 행복하시길...^^

날개 2004-10-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글 읽으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서른 중반을 넘어선 나이인지라, 여기저기 삐걱거리는게 드러나더군요.. 뒤늦게서야 운동한답시고 설친다지요..ㅡ.ㅜ
빠른 쾌유 바랍니다.. 맛난거 많이 드시고, 푹 쉬세요..


미설 2004-10-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돌아오시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몸조리 열심히 하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지금은 좀 회복되셨나요? 얼른 벌떡 일어나셔서 님의 유쾌한 모습을 글로도 많이 볼 수 있음 좋겠어요. 올해 마무리 힘들게 하셨으니 좋은 일만 생기길!

sayonara 2004-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시죠. 기운. 아직 중년의 위기도 아니구.. 기운... ^_^

하얀마녀 2004-10-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는 저도 이렇게 놀랐는데 밀키웨이님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2004-11-04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은 다소 진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이라니... 이 얼마나 진부하고 그 내용이 뭔지 대충 짐작이 갈 만하다라고 판단되어지는 그런 제목입니까? 겉표지에 그려진 그림, 빨간 나무열매가 조롱조롱 열린 나뭇가지 사이로 당나귀를 탄 빨간 바지의 꼬마와 그의 아버지의 정겨운 모습...
거기에 첫내용 조차도 파구만 마을이 환한 꽃동산이 되었다는 봄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책을 접했다면 바바라 쿠니의 [달구지를 끌고]나 [바구니 달]과 같은 그런 그림책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분위기이지만 복선이 계속 깔려져 갑니다.
자두와 버찌, 살구열매를 늘 함께 거둬들이던 형이 이번 여름에는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 나갔다, 전쟁터에서 한쪽다리를 잃은 상이용사 아저씨, 남쪽지방에서는 전투가 꽤 심하다는 소식....등등
서정적이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 시골마을 장터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버찌를 다 팔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과일가게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 파구만 버찌가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자랑스러움, 아빠와 먹으려고 남겨두는 그런 사랑스러움...등 처음으로 장터에 나와 버찌를 파는 야모로 인해 그런 어두움은 금세 묻혀버리고 맙니다.

거기에 야모의 가족은 처음으로 새끼양을 가지게 됩니다. 예전에 우리네 시골에서 송아지 한마리 장만하는 것이 큰 기쁨이고 자랑거리이듯 야모에게 있어서 새끼양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새끼양의 이름을 '봄'이라는 뜻의 '바할'로 지어주면서 야모의 가족들은 온통 희망과 즐거움으로 벅차 오릅니다.

그. 러. 나.

전쟁은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리고 어제까지의 평온하고 일상적인 날들을 한순간 잿더미로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간단함과 명료함을 접하는 순간,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법처럼 일순 제 머리속이 하얗게 빛이 바래지는 그런 충격으로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전쟁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삶은 아름답고 평온하게 지속되고 있었건만....봄이 오면 더 행복해지고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은 전쟁 앞에서 이렇게 허물어지는구나....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목이 그랬기에....더 그랬겠지요.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그 제목이 이렇게 가슴아파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내년에는 큰애가 학교에 들어가니 방을 이렇게 좀 꾸며보고.... 몇년쯤 뒤엔 지금보다 좀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고..... 애들이 좀 컸으니 나도 이제 나만의 자기발전을 이루어보고......아주 소박하지....하하하' 이렇게 내일을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꿈꾸는데 이 모든 것들이 일순간 다 사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전쟁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 책은 전쟁으로 인한 모습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꿋꿋이 일어난 이야기류에 익숙해진 나머지 전쟁이 마치 고요한 연못에 풍덩 던져진 돌맹이와 같다고만 생각해 왔던 듯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그전처럼 고요해진 연못의 표면과 같아질 것이라구요. 그렇게 전쟁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왔었나 봅니다.

하지만 전쟁은 끝끝내 엄청난 흉터를 남기겠지요.
지금은 아무도 없는 파구만 마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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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1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저런 책은 언제쯤 의미가 있을런지 여쭤봅니다.

밀키웨이 2004-10-12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까지 마냐님의 궁시렁을 심각~~~ ^^ 하게 읽고 있었는데 하하하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않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림책이라는 한계(?)가 있다보니 엄마들이 연령대를 좀 낮게 잡으실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제 자신의 생각이 구체화되는 시기의 아이들....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 심각하게 전쟁에 대한 독서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싶어요.
근데..제가 뭐 압니까?
이제 겨우 삐약삐약거리는 7년차 엄마인걸요...
더구나 독서지도에 대해서는 깨갱~~~!! 이옵니다....^^;;;;;;

호랑녀 2004-10-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학교 아이 가지신 선생님께 이 책을 권했더랬습니다 ㅠㅠ
선생님은 이 책을 읽고 우셨다고 쪽지를 보내오셨네요.

마냐 2004-10-1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밀키님, 지나친 겸손 모드! ㅋㅋ 고마워요. 초딩 3년이면..음, 천천히 고민해도 되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