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폭설의 조화가 낭만으로 느껴지지 않는 나이다. 그것도 급작스럽게 저 멀리 이틀에 걸친 목포 출장이 겹쳐진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의 2/3을 도로에서 보내는 23~24일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해상에 내린 폭설주의보를 실물로 마주친 건 일을 마치고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였다.

 

내가 지나가는 곳이 전라도인지 대관령이 헷갈린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상쾌할지 몰라도 트럭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섬뜩하다. 앞서가는 4륜구동 차가 10분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앞이 반파된 모습으로 비상등을 깜빡이는 모습을 봤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길에서 만난 사고는 총 7건 정도 되는 것 같다. 논두렁에 처박혀 꼬리를 한껏 치켜 든 화물차, 옆구리가 열려 있는 화물을 다 길바닥에 쏟아낸 택배차량, 미끄러진 이삿짐 트럭 등등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모습은 중부에서 만난 4중 추돌 사고 현장이었다. 엄청나게 막히기에 사고를 직감했으나 막상 그 현장을 지나칠 땐 꽤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승용차 3대와 화물차 한 대의 조합으로 일어난 사고였고 그 중 승용차 한 대는 차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앞, 뒤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이미 갓길로 경찰차 한 대와 구급차 3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달려갔을 때 직감했으나 그 실상은 더 처참했다. 더군다나 파손이 가장 심한 차의 차종은 차바퀴 휠에 새겨진 로고를 보고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독일의 수입차라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된다.

 

그 운전자는 아마도 부유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근사한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의 차가운 응급침대에 눕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건 중요치 않다.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대형 사고는 그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상당하다. 인생. 한방에 훅 가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뱀꼬리 : 내가 지나친 고속도로에서 두 시간 후 40중 추돌사고는 집에 와서야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다음 주는 부산과 군산을 가야 한다. 눈만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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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2-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도 큰사고 날뻔 했는데 아무튼 겨울철 빙판길 운전은 조심 또 조심해야 되지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37   좋아요 0 | URL
빙판길 사고는 한 번 된통 당한 적이 있다보니 조심 또 조심하게 되더군요.

마노아 2011-12-2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어디였더라? 안개랑 눈길에 100중 추돌 사고가 났더라구요. 무서버요. 메피님 길 조심하셔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37   좋아요 0 | URL
아마 제가 지나온 길일 껍니다. 논산가는 고속도로. 전 눈으로 만들어진 안개는 처음 봤다니까요.

조선인 2011-12-2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안전이 최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졸음운전! 또또 새해 복!!!

Mephistopheles 2012-01-02 22:38   좋아요 0 | URL
안전이 최고임에도 시간의 촉박함으로 인해 때론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지요. 안전운전...이런건 거래처에 따라 전혀 무관한 곳도 있곤 하다보니까요..ㅋㅋ

bookJourney 2011-12-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장 다니시라고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39   좋아요 0 | URL
좀전에도 부산 찍고 왔습니다. 헥헥. 아주 이젠 전국구입니다.ㅋㅋ

무스탕 2011-12-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부권보다 호남권이 눈이 더 많이 내리지요. 눈길은 조심 운전을 해도 나만 잘 다닌다고 사고 안나는게 아니라 옆에서 와서 들이 받는데 방법 없지요 ㅠㅠ 항상 서로 조심해야죠.
메피님도 조심조심 다니세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40   좋아요 0 | URL
옆에서 들이 받아도 대부분 쌍방과실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에요. 아니 냅다 들이 받는데 무슨 수로 피할 수 있다고 방어운전 안했다고 쌍방과실 처리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보험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긴 하지만...

마녀고양이 2011-12-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너무 섬뜩합니다.
겨울에는 특히 운전 조심하셔야죠,,, 조심조심 다니시고..

새해에는 즐거운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42   좋아요 0 | URL
고속도로는 분명 인간의 거리폭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서도. 이 도로에만 들어서면 영화찍는 인간들이 제법 많습니다. 허리우드 액션영화는 차라도 근사하지 이건 뭐 잘나가봐야 국산차 가지고 아주 레이싱을 합니다.

moonnight 2011-12-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ㅠ_ㅠ 메피님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진짜,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더 걱정이에요. 기도. 기도. ㅠ_ㅠ

Mephistopheles 2012-01-02 22:43   좋아요 0 | URL
딴거 다 필요없습니다 규정 속도와 차선만 지키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확실히 줄어드는데......그렇기에 한국사람들 성격이 매우매우매우 급하죠.

노이에자이트 2011-12-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와 호남지방 적설량이 거의 비슷합니다.일기예보에서 폭설 내린 곳으로 제일 많이 나오는 곳이 강원 산간지방과 호남서해안 및 내륙이지요.직접 호남의 폭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입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45   좋아요 0 | URL
옛날 대관령에서 한 번 폭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그에 버금가더군요. 도로에 쌓인 눈과 더불어 차량에 밀려 갓길에 수북히 올려진 눈덩이들을 보니 많이 오긴 많이 왔다는게 실감나더군요.
 

“커피 한 잔 하고 가요”

 

익숙한 종이컵에 미인 이나영이 화사하게 웃고 있는 길쭉한 비닐 막대의 상단이 뜯겨져 나가며 내용물이 투척된다. 정수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이 부어진 후 포장지는 커피를 저어주는 최후의 임무를 수행하고 쓰레기 통으로 직행한다.

 

날이 추워진 까닭에 이런 온기 나는 액체는 반갑다. 조금씩 나눠 마시며 담배를 한 대 피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어지럽고 복잡한 정치, 사회이야기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종이컵을 비우고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 준비를 한다. 그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충 이렇다.

 

“수고 했어요. 다음에 봐요.”

 

내가 요즘 많이 마주치는 분들의 모습이다. 이 분들의 근무처는 화사한 색채나 질감을 자랑하는 인테리어하곤 거리가 멀다. 겨우 빛을 밝히는 형광등 몇 개가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고 투박하고 둔탁한 금속제 앵글이 겹겹이 자리 잡고 그 위에 거대한 박스들을 역학적으로 쌓여 무너짐을 방지한 공간이다. 다시 말해 창고다. 종류와 형태가 다양한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분류별, 항목별로 자리 잡고 있는 장소이다.

 

하루에 엄청난 무게의 화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이를 관리하는 직업. 그들에게 화사한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묶은 넥타이, 광이 나는 구두는 어울리지 않은 패션이다. 두툼한 작업복에 안전화, 그리고 빨간 고무가 코팅된 목장갑이 가장 어울리는 패션일 것이다. 화사한 언변과 유창한 전문용어도 필요 없다. 오히려 식민지 문화의 잔재일 수밖에 없는 일본어가 섞인 변칙적인 외래어가 난무한다. 통로를 질주하는 지게차와 크레인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차화통 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오곤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부대낌이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화물이 들어오면 너나 할 것 없이 덤벼들어 조금이라도 손을 보탠다. 이런 낯선 부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 서로 땀을 흘리며 화물을 나르며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작은 인스턴트커피 한 잔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투박하지만 구수한 사람냄새는 꽤 오래갈 것 같다.

 

내 인생에 깊이보다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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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2-1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끈의 길이보다 두께. 그러게요 :)
갑자기 저도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어요!

Mephistopheles 2011-12-20 22:58   좋아요 0 | URL
설마 원효면옥에선 뜨거운 육수에 커피를 타주진 않겠죠?(쓰고 보니 그 맛이 궁금해진다는.......)

세실 2011-12-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그 말씀 참 좋으네요. 저도 그런 느낌 듭니다. 요즘^*^

하지만 전 저 다방 커피 안 마셔요. 살 찌니까요. 쿨럭~~~

Mephistopheles 2011-12-20 22:59   좋아요 0 | URL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허리의 폭이 넓어지지 않는 전업이라서요. ㅋㅋㅋㅋ

무스탕 2011-12-1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전에만 나영양 커피 세 잔을 해치운 사람, 여기 있습니다. 쿨럭~~~
팔딱팔딱 뛰는 생간의 모습을 접하고 계시군요 ^^

Mephistopheles 2011-12-20 23:01   좋아요 0 | URL
시끌시끌하고 분위기는 화사하지 않아도 에너지는 넘치는 공간이더군요.

BRINY 2011-12-1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생기면 너나없이 달려들어 손을 보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그래도 주위에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습니다.

Mephistopheles 2011-12-20 23:03   좋아요 0 | URL
저처럼 잠깐 들리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화물임에도 도와주더라고요. 저고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더군요. 근데 너무 고마워하시는 겁니다. 참 이 나이에 감사하는 마음이 무언지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잘잘라 2011-12-1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봉지커피만 마셔요. 그래서 살쪘어요. 흑흑

Mephistopheles 2011-12-20 23:05   좋아요 0 | URL
어쩝니까. 바람을 타고 우산을 펼치며 날아다니는 메리포핀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Joule 2011-12-19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왠 청승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건축가의 전업 페이퍼를 읽고 있자니 왜 눈물이 글썽, 하는지 모르겠어요. 생전에 그런 일이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제 바람 중 하나가 메피님께 집 한 채 지어달라고 부탁해야지,거든요.
메피님, 화!이!팅!

Mephistopheles 2011-12-20 23:05   좋아요 0 | URL
줄님. 성형만 야매가 있는 건 아닙니다. ㅋㅋㅋ

네꼬 2011-12-22 13:47   좋아요 0 | URL
어? 야매도 해주시는 거예요?

Mephistopheles 2011-12-25 23:14   좋아요 0 | URL
쉿! 네꼬님.. 야매는 여차하면 쇠고랑 차고 경찰 출동해요...ㅋㅋ

머큐리 2011-12-1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의 마음이...오늘 추위를 녹여주네요...^^

Mephistopheles 2011-12-20 23:0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뜨거운 남자(라고 쓰고 아저씨라고 읽는다.)랍니다. 뚜하하하하

nada 2011-12-1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의 도전, 변화, 감사하는 마음..
오늘 아침도 졸 추워하며 일어났는데,
이 글 읽고 한결 따뜻해진 기분이에요. :)

Mephistopheles 2011-12-20 23:07   좋아요 0 | URL
페이퍼 하나 쓰고 핫팩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moonnight 2011-12-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따뜻해요!!! ^^
읽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이 전해지는 글이에요. 처음 퇴직하시고 전업하셨단 얘기 들었을 땐 조금 걱정도 되었었는데(주제넘게도 말이죠. -_-;;;) 인생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을 느끼신다니, 저도 막 찡해지는 거 있죠. 메피님. 홧팅 ^^

Mephistopheles 2011-12-20 23:09   좋아요 0 | URL
새로운 분야, 전혀다른 세계를 접한다면 폭은 아마 당연히 넓어진다 보고 싶은데. 그 못지않게 파스도 참 많이 넓게 붙이고 다닙니다. ㅋㅋ

마녀고양이 2011-12-1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추운데, 고생하지 않으실까...
하지만 인생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문구에서 따스함을 느낍니다.
따스하게 입고 다니셔염..

Mephistopheles 2011-12-21 20:12   좋아요 0 | URL
워낙에 피하지방층이 두꺼워 남보다 추위는덜 타는 편인데........전업하고 살이 쪽쪽 빠진다지요. 그래서 그런지 추위를 더 타는 것 같다는.

진주 2011-12-2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는 메피님이 폭도 깊어지고 넓이도 넓어지신 것 같이 보여요^^

Mephistopheles 2011-12-22 00:07   좋아요 0 | URL
그 반대로 몸뚱이의 폭은 줄어들고 있다지요. (살 엄청 빠진다는 소리)

토토랑 2011-12-2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전 이런 감동적인 페퍼 읽구도
역시 커피는 맥심 노랑이가 최고!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지 ^^;;
(회사 후배가 한번은 맥심말고 다른 노랑이를 사왔다가 엄청 갈굼당했더라지요..)

글구 살 빠지면 추위타는거, 피부 밑에 입었던 내복을 벗는 셈이니 ^^;;
목도리하고 몸 따스하게 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Mephistopheles 2011-12-25 21:00   좋아요 0 | URL
원래 미각이 우선시 되는게 사람 사는 도리(?)입니다...ㅋㅋ
근데 목도리를 할 경황이 없어요. 좀 움직이다 보면 바로 열이 올라오다 보니까요..^^

네꼬 2011-12-2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봉지 커피 타 마실래요. 이 따뜻한 메피님.

Mephistopheles 2011-12-25 21:01   좋아요 0 | URL
커피 전문점 에소프레소 베이스 커피도 맛은 있지만 그래도 간편하게 한 잔하기엔 인스턴트 봉지 커피가 쵝오! 죠..ㅋㅋㅋ
 

전직으로 인해 하루 수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보내곤 한다. 출, 퇴근은 물론이고 어쩌다 땜빵으로 화물차를 끌고 다닐 땐 하루 종일 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평소 잘 가보지도 않았던 도시를 많이도 돌아다니고 있다. 부산, 전주, 대구, 청주, 대전 등등 강원도를 뺀 거의 전 지역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속도로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길 위를 달릴 때나 잠깐 휴게소에 들렸을 때 여러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친다. 피곤한 표정으로 묵묵히 밥숟가락을 움직이는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저씨, 화사하게 차려입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놀러가는 커플, 왠지 부적절한 관계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아저씨와 아줌마, 해가 떨어진 시간 어두운 도로 위를 양아틱한 튜닝을 뽐내며 고속 질주하는 짝퉁 스포츠카.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다른 인간 군상들을 계속해서 마주친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의 변화도 생겨났다. 의례 화물차 운전자는 난폭운전의 표본으로 생각하곤 했으나, 고속도로에선 화물차보다 일부 승용차의 운전습관은 마치 액션영화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과속은 기본, 지그재그 운전에 상습적인 경적과 레이저를 쏘는 건 일상다반사다. 이런 운전자들은 결과론적으로 사고차량의 목격의 수순으로 이어지곤 한다. 일반 도로에서의 사고가 아닌 시속 100Km 이상의 도로에서의 사고는 수준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달려온 엠블런스는 응급환자 수송의 개념보단 시체운반차량의 역할밖에 할 순 없어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로드 킬은 심각한 수준이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구역엔 어김없이 시커먼 아스팔트를 시뻘겋게 물들인 선혈과 더불어 점점이 흩어진 고깃덩어리들이 널려 있다. 어떤 동물인지 모를 정도로 형체를 알 수 없이 수도 없이 치이고 밟혀서 그런 최후를 맞았으리라.  푯말 하나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주의를 요하는 것으론 어떤 개선도 없으리라 보인다. 어제도 저녁 퇴근길에 시뻘건 피가 뿌려진 검은 아스팔트를 목격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 하나. 가로등도 거의 없는 어두운 고속도로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승용차 안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심야 한적한 휴게소 한쪽 구석에 조용히 주차되어 있는 차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흔들거리는 걸 보면 분명 사람이 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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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12-1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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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12-13 21:26   좋아요 0 | URL
모 통신사의 요즘 선전카피인 `성질 급한 한국인`을 도로에서 체험하고 있다고나할까요.

비로그인 2011-12-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아틱 ㅋㅋ 그대로 자동차 경주 영화에 갖다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시시각 상황은! 저는 운전면허시험 볼 때 하도 많이 떨어지고, 또 운전에 소질도 없어가지고 무서워서 그냥 대중교통 타고 다닌답니다. 차도 없지만...^^;;

Mephistopheles 2011-12-13 21:26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서울에서 생활할 땐 자가운전의 필요성을 거의 못느끼는 수준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젠 운전이 필수인 동네와 직장에 살다보니 여러 모습을 목격하곤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12-1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을 많이 하시게 되었네요. 첫째도 안전, 두째도 안전.
졸음 운전 반드시 조심하시구요, 목근육 풀어주면서 운전하시구요.

아침 방송에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라는 것을 하는데, 운전 너무 무섭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1-12-13 21:28   좋아요 0 | URL
얼마 전 중부 고속도로에서 정체된 길 끝에 거대한 화물트럭이 처참하게 논두렁에 처박혀 있는 모습을 목격했었더랬죠. 때마침 그 화물차를 견인하는데...운전석이 아주 작살이 나 있더군요. 생존 가능성 낮아 보이는 사고였습니다. 이런 저런 사건 목격하는데 그때마다 뒷덜미가 쭈삣해지곤 합니다.

다락방 2011-12-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알려주세요. 고속도로 갓길에 서 있는 승용차와 심야 한적한 휴게소 한쪽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차 안에서는...........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에요? 네? 네?

Mephistopheles 2011-12-15 21:40   좋아요 0 | URL
그건 말이죠. 다락방님이 이 댓글을 달으시면서 생각하셨던 '그' 생각이랍죠. 오호호호호

moonnight 2011-12-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고속도로 풍경이 너무 무서워요. ㅠ_ㅠ 운전 많이 하셔서 요즘 너무 피곤하시겠어요. (하루종일 고속도로라니,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 운전은 싫어욧. ㅠ_ㅠ) 그,근데 심야휴게소의 주차된 차는 왜 흔들거린단 말입니까!!!!!! (몰라요 몰라요. ㅠ_ㅠ)

Mephistopheles 2011-12-18 13:57   좋아요 0 | URL
다는 아니지만 좀 살벌하게 운전하는 차들이 많더라고요. 근데 고속버스들은 왜이리 달리는지. 사고 나면 지 혼자 죽는게 아닌데 말입니다. 글쎄요 왜 흔들거리나요. 차안에서 해드뱅이라도 하나 보죠.(오호호)
 

 

일신 상 근 두 달 동안은 생활의 변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시간을 보냈다.

일단.

직장은 결국 이직을 결심. 가타부타 여러 가지 말들을 덧붙이고 싶지만 그 쪽 분야의 사람들이 보기엔 루저의 변명으로 밖에 치부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기에 별 할 말은 없다는. 하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말하고 싶은 건 미련은 없다는 사실과 누군가 내 분야의 일을 선택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유학을 가서 그 곳에서 그 분야의 일에 종사하길 권유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문일지라도 특정 지역에 따라서는 발전 가능성이 전무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하여. 이직을 하긴 했는데... 이게 전에 했던 일과는 180도 다른 일이기에 아주 고단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일단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누우면 바로 잠이 들어버리는 숙면의 나날을 만끽하고 있다. 근 15년간 하루 4시간 수면으로 수명을 갉아 먹는 올빼미 인생에서 탈피. 평균 수면시간 6시간 이상. 그것도 아주 깊숙한 숙면을 취한다는 것.

각종 몸 쓰는 기술이 늘고 있다. 운전이라고는 오토매틱 승용차가 전부인 나에게 이젠 손토매틱 화물차를 끌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더불어 지게차까지 다룰 줄 아는 라이더(?)로 발전하고 있다. 그 외 다양한 스킬을 연마 중이다. ( 그중엔 사기 치는 법도 포함)

나쁜 점은 앞의 좋은 점에 비해 한도 끝도 없이 많다는 사실이 좀 괴롭긴 하다. 일단 수입이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 이건 이직을 결심하면서 각오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피부로 와 닿으니 모든 것이 힘에 부친다. 그래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30분 출근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늘어버렸다. 그것도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운전으로 고속도로만 1시간. 그러니까 길바닥에서만 2시간 이상을 잡아먹어 버리는...대중교통이 아니기에 이동 중 독서는 그림의 떡. (책 읽는 여자를 옆에 태운다면 모를까)

다시 보니 이직을 한 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듯 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어느 정도 출혈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당분간 한 눈 팔지 말라고 눈 옆에 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처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정.

일단 나이 40줄에 분가. 더불어 더 이상 서울시민이 아닌 경기도민으로 주 서식처를 옮기게 되었다. 이런 저런 경우를 따져 D시에 입성. 주니어 역시 전학은 필수. 다행인 것은 전에 다녔던 학교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학교이기에 교육적인 부분에 대해선 만족스럽다. 더불어 마님이 일하기 편한 상황이기에 그것 역시 대만족.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적으론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함이 따르는 건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등가교환의 법칙’의 성립이라고 에누리 치련다.

앞으로가 더더욱 중요한 날들이 다가올 것 같다. 박하사탕 처음에 나오는 설경구의 외마디 외침마냥 ‘나 돌아갈래!’ 따위 대사는 떠벌리고 싶진 않다.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기쁨만큼은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배트맨 비긴즈의 명대사 “It'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 같은 생활을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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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1-12-0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Mephistopheles 2011-12-03 13:58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다고 격투기를 하는 건....아닙니다..ㅋㅋ

LAYLA 2011-12-0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22

Mephistopheles 2011-12-03 13:58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고 제가 격투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로렌초의시종 2011-12-0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333

Mephistopheles 2011-12-03 13:58   좋아요 0 | URL
아니 정말이에요 저 정말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건 아니라니까요..

Joule 2011-12-02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멋져요. 과연.

Mephistopheles 2011-12-03 13:59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멋지게 나이 먹고 싶긴 합니다..^^

조선인 2011-12-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사형통!!! 대길대박!!!

Mephistopheles 2011-12-03 14:00   좋아요 0 | URL
아 대길이라고 말씀하시니...조선인님이 댓글이 작년 이맘때 했던 추노라는 드라마의 천지호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만사형통..대길대박..이히히히히)

비연 2011-12-0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화이팅!화이팅!화이팅!
메피님은 뭘 해도 멋져보이시니 우짭니까?^^

Mephistopheles 2011-12-03 14:01   좋아요 0 | URL
전문용어요...가오가 산다(엥?) 라고 하는데...
하지만 밤마다 아주 손발이 오그라들고 죽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방만하게 몸을 안 쓴 결과라고 밖에는..)

세실 2011-12-0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 용기에 박수 짝짝짝!
그 와중에 분가까지 하셨군요.
아자 아자 화이팅^*^

Mephistopheles 2011-12-03 14:02   좋아요 0 | URL
근데..이게 용기인지..객기인지...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나마 가족들 동의 하에 움직이는 거니 뒷감당만큼은 없을 듯 합니다.

무스탕 2011-12-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에 화이팅!! 입니다. 건강 잘 살피시구요 ^^

Mephistopheles 2011-12-03 14:02   좋아요 0 | URL
건강은...음...뭐 벌써 몸 여기저기에서 뼈닥구 부딪치는 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ㅋㅋ

마늘빵 2011-12-0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결정을 하셨군요! 그저 응원할 뿐입니다!!

Mephistopheles 2011-12-03 14:03   좋아요 0 | URL
휴..정말 힘들었어요. 잠도 안오고. 아마도 루비콘 강을 건너는 케이사르와 같은 심정(이건 좀 오바)

잘잘라 2011-12-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풍 박수 와다다다다다다!!! 힘내세요. 화이팅!!!

Mephistopheles 2011-12-03 14:03   좋아요 0 | URL
말랑말랑 섬섬옥수 같은 제 손이 이젠 상처투성이에 힘줄이 불끈불끈...
지금 제가 박수 치면 아마 쓰나미 소리가 날껍니다..

마노아 2011-12-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슬 불었고, 아직 에너지 만땅이죠? 격하게 응원합니다. 메피님 멋져요!!

Mephistopheles 2011-12-03 14:05   좋아요 0 | URL
에너지 만땅에 충전도 자주하는데 이게 영 고성능 밧데리가 아니고 연식이 된지라 팔팔한 20-30대엔 확실히 딸립니다..ㅋㅋ

건우와 연우 2011-12-0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휘슬 불었으면 이젠 화이팅!!!

Mephistopheles 2011-12-03 14:05   좋아요 0 | URL
휘슬과 동시에 폭풍 드리볼로 문전쇄도 해야 하는데...
슬로우 스타터인지라 아직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돌리고 있습니다..ㅋㅋ

토토랑 2011-12-0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 Mephi Go !!!

(독서는 오디오북 어떠세요? ^^;;)

Mephistopheles 2011-12-03 14:06   좋아요 0 | URL
고스톱은...귾었습니다. (도박 근절!)
오디오 북은...아무래도 네비 소리와 겹쳐지기 때문에...
좀 익숙해지면 틈틈히 책을 읽어야겠죠..(그런데 일하는 곳에서 책 읽으면 완전 별종 소리 들을지도..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2-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태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셨나요? 분가라고 해서...

Mephistopheles 2011-12-03 22:48   좋아요 0 | URL
가끔 장남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선 그리 흔하진 않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12-04 00:15   좋아요 0 | URL
장남도 고생이고 맏며느리도 고생이죠.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2011-12-07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갓집이 분당에 있었을 시기에 차를 끌고 지나가면 꼭 마주치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이 병원 건물의 입구에는 꽤 큰 글씨로 이 병원에서 투병 중인 연령층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이 병원’

지나칠 때마다 느끼지만 짠해진다. 아프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통의 시간인데 그걸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한다는 것. 뭐라 말로 표현하긴 어렵고 힘들지만 그 병원의 간판을 볼때 마다 그 안에서 본의 아니게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래도 선진국 대열(헉)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그나마 수준이나 환경은 나아 보일지는 몰라도 저 멀리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는 그 상황이 더 심각하고 열악하다고 한다. 비록 내 목구먹이 포도청이고 일촉즉발의 생활의 변환점에 와 있다지만 우연히 넷 서핑을 하다 알게 된 아름다운 행사 하나를 소개해보고 싶다.

http://happylog.naver.com/sc/post/PostView.nhn?bbsSeq=4328&artclNo=123461436638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달리기만 해도 어린 아이들이 저 멀리 피부색도 틀리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전할 수 있는 행사. 가족도 함께 뛸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토요일엔 학원을 다니며 보충공부를 해야지 무슨 달리기! 하며 정색하시는 학부모들에게도 “마라톤과 ‘클리닝 이벤트’까지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확인증(4시간)을 발급해드립니다.” 란 솔깃한 떡밥이 존재하니까 많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뱀꼬리1 : 이 행사로 마련된 기금이 제발 재테크니 투자니 하며 뻘짓으로 전락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뱀꼬리2 : 2000명 선착순 마감에 오늘까지(23일) 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기억해 뒀다 다음에라도 참여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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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지가 참 좋습니다^^ 이번엔 참가조건에는 합당하지 않지만 조만간 참가하도록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메르헨 2011-09-2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행사가 다 있었네요. 몰랐는데...^^
4킬로를 8세 아이가 달리는데는 무리가 좀 있을거 같은데 의외로 잘 할 수도 있을듯...^^

무해한모리군 2011-09-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달리는 매피님이 상상이 안되요. 불곰처럼 상상밖으로 빠를까?

L.SHIN 2011-09-23 19:11   좋아요 0 | URL
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라고 근거없이 댓글 달고 도망가기(후다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