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 Dri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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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결코 대중적일 수 없는 영화이지만, 라이언 고슬링의 살떨리는 살인연기만큼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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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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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밤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케이블 채널에선 낯익은 영화가 하나 진행 중이다. 소심하지만 심성착한 영국남자와 다분히 충동적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미국 여자의 사랑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별 볼일 없는 영국 남자와 최고의 영화배우인 미국 여자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누군가가 사랑의 달콤함을 새겨놓았던 공원 벤치에서 여자는 남자의 무릎에 기대어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노팅힐’은 이렇게 같은 언어권이지만 문화가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지만 소시 적 무협지를 읽었을 속도와 버금가는 몰입도를 보여주는 더글러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긴박한 배경을 바탕으로 두 남녀의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도입부분이 그나마 소설 속에서 평이해 보인다.

격정적인 사랑으로 인해 둘 사이엔 혼전 임신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이 마련된다. 자유분방한 특파원의 신분인 이 두 사람에게 제 2의 인생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현장을 누비던 그들이 이제 물가 비싸고 사람들이 득시글거리지만 비교적 평안한 런던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급작스런 배경의 변화 때문인지 그들은 적응에 힘겨워 한다. 총알이 날아다니던 현장의 긴박함이 사라진 대신 평화로운 일상은 무료해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외부적인 거친 환경에서 벗어났으나 그들에게 새로운 내부적 환경의 충돌이 시작된다.

셀리의 임신 중 토니의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본색을 드러내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한 심리는 결국 조산기에 거쳐 제왕절계로 이어지며 그녀에게 모성이라고 불리는 본능까지 거부하게 만드는 지독한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은 한차례의 커다란 고개를 넘어 살짝 내리막을 걷는다. 그런데. 이 작가, 백두산을 힘겹게 건너온 독자들에게 보란 듯이 에베레스트를 옮겨 놓는다. 참 고약하다.

냉소적이지만 유머러스하고 똑똑하고 잘생긴 영국인 토니를 순식간에 악마의 화신으로 돌변시켜버린다. 애당초 나쁜 남자라는 딱지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이 영국인은 억울한 느낌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제부터 저지르는 만행은 속칭 쳐 죽여도 성에 안찰 행동들뿐이다.

이렇게 더글러스 케네디의 새로운 소설 ‘위험한 관계’는 독자들에게 연이어 두 개의 산을 넘는 고단함을 선사한다. 주인공 셀리를 연민의 대상을 넘어서 그 이상 몰입하게 만들어 주며 반대급부로 사악한 토니를 배치시켜 결말에 이르러 효과가 넘쳐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까지 한다.

꽤 두꺼운 분량에 글자도 제법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이 책을 효과음이 난무하며 글자가 듬성듬성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무협지와 비슷한 속도로 읽어버렸다. 앞장을 읽으며 다음 장은 어떡케 전개되는 것인가. 불쌍한 셀리..어쩌나....이런 런던 2층 버스에 삼중으로 끼워 죽여도 성이 안찰 토니 XX !!하며 제대로 감정이입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는 이미 장풍이 되었고, 글을 쫒아가는 눈동자는 광속이 돼 버린다. 덥고 습기 가득 찬 요즘 같은 날씨. 무협지가 취향이 아니라면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괜찮은 소설로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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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회사에서 다 읽은 제 남동생이 메신저로 제게 그랬어요.

"토니 이 개##" 라구요. ㅎㅎ

저는 여자가 영국에 혼자 남겨졌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아우, 너무 힘들더라구요. 이제 어쩌나, 하고 말이죠.

Mephistopheles 2011-07-08 00:30   좋아요 0 | URL
진짜진짜...토니..이 ##는 시베리아에서 귤 까먹다 얼아 죽어도 불쌍하지 않을 브라질에서 쌈바추다 5번 척추가 바스러져도 전혀 불쌍하지 않을 X이에요..씩씩..(근데...현실엔 이보다 더 못된 남자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

마녀고양이 2011-07-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픽쳐와 동일 작가 맞죠?
표지 그림도 굉장히 흡사하니 멋지네요.
빅픽쳐 때도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이었는데, 위험한 관계라는 작품도 휘몰아치나 보군요.
메피님이 별을 다섯개나 주시다니........ 고민해봅니다.

Mephistopheles 2011-07-08 00:32   좋아요 0 | URL
같은 작가 맞아요. 책 표지도 같은 컨셉이죠. 빅픽쳐가 롤러코스터라면 이 소설은 오만피트 상공에서 난기류 만나 급강하하는 세스나 경비행기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는 저 별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ㅋㅋ

moonnight 2011-07-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슬프고 무서웠어요. ㅠ_ㅠ

Mephistopheles 2011-07-08 00: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뻔하고 상투적이지만 권선징악적인 결말은 깔끔했습니다...아우 토니..이 XX....

아영엄마 2011-07-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고양이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빅 픽쳐>와 표지 그림이 유사하지요.
<빅 픽쳐>를 읽고(덜달아 큰 딸내미도.. -.-;;) 다른 작품도 읽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남자가 험한 욕을 들을만한 인물인가 보군요.

Mephistopheles 2011-07-08 00:35   좋아요 0 | URL
빅 픽쳐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이번 소설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아요. 여기 나오는 남자는 험한 욕으로 끝나면 절대 안되는 인물이에요. 아주 그냥..!@#$%^&( 해버려도 모자랄 정도로 나쁜 놈입니다. 그나저나 참으로 오랫만이에요 아영엄마님..^^

paviana 2011-07-08 13:38   좋아요 0 | URL
앗 아염엄마님이시다.

비뢰도19권을 읽고 있는 저로서는 아직 여력이 없네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7-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빅픽쳐부터 읽어봐야겠네요..
인어의 노래가 너무 끔찍해서 자극적인걸 좀 귀었다가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1-07-11 12:28   좋아요 0 | URL
얼마나 끔찍하길래...'고스'보다 더한가요..?

무해한모리군 2011-07-11 16:16   좋아요 0 | URL
고스는 안읽어봤지만 왠지 고스가 더 끔찍할거 같아요 ㅎㅎㅎ

머큐리 2011-07-0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지를 읽엇을 속도와 버금가는 몰입도'에서 언젠가 이 책을 읽고야 말겠구나 하는 운명적 예감을 느낍니다...ㅎㅎ

다락방 2011-07-08 09:53   좋아요 0 | URL
아 머큐리님. 뿜었어요.
운명적 예감.... ㅎㅎ

Mephistopheles 2011-07-11 12:29   좋아요 0 | URL
그럼요..머큐리님..운명은 때론 받아들여야 합니다...ㅋㅋ

루쉰P 2011-07-1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근데 어떤 소설인지는 모르지만 토니는 아주 쓰레기이구나란 것은 확실하게 뇌리에 박히네요. 특히나 여성분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인 것 같아요. ^^

무협지와 버금가는 몰입도라..무협지 전 엄청 읽었는데 ^^ 그 정도의 소설이라면 흠..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 프로야구는 인기 스포츠이다 보니 관중들도 많이 늘어나고 각자 응원하는 팀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문구들을 커다란 종이에 형형색색 펜으로 치장하여 응원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얼마 전 프로야구 중계 중 카메라가 관중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눈에 띄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디 사시는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표지와 똑같은 일러스트를 책 제목과 더불어 크게 만들어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혔고 이어서 해설가의 해설이 이어진다.

‘피터 드러커가 누구죠?’

사실 누구죠? 라고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의문으로 보인다. 야구 해설가들 역시 청춘의 대부분을 야구에 바치며 인생을 살아왔을 테니 어찌 보면 야구와는 동떨어진 학문인 경영학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피터 드러커’에 대한 존재감은 베이브 루스 보다 한참 떨어져도 떨어질 것이다. 곧이어 궁금증을 못 참았는지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검색을 하였나 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는 군요. 허허’

아마 해설가는 그 응원문구가 출간된 책을 지칭하는 뜻이며 어쩌면 그걸 흔들고 있었던 관객이 이 책의 출판사 관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야구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경영학이라는 동전의 반대면 같은 학문을 교묘하게 접합시켜 하이틴 청춘 소설은 야구장 마케팅과 더불어 출간되었다.

화제가 되기에 더불어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쉽게 접하고 쉽게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내가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단 한 줄도 읽지 않았기에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이 배제되었다는 핸디캡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어마어마한 인물인 드러커가 카메오로 출연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단지 사건의 발단과 동기, 이야기의 중간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출연빈도가 높은 카메오긴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흔한 하이틴 청춘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아다치의 야구만화에서 느꼈던 그 감정에서 덜도 더도 아닌 그 느낌을 그림이 아닌 활자로 만났다고 보면 간단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소문처럼 대단하진 않아 보인다. 오히려 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와는 동떨어진 분야에 존재하는 인물인 드라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느낀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보고 싶다.

국내 B급 에로영화의 패러디 마냥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카마수트라를 읽었다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었다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상만큼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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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핫! <고교야구 매니저가 카마수트라를 읽었다면> 이 문장을 읽다가 코피 터질 뻔 했어요. 오늘의 대박 문구입니다. ^^
야구를 경영학과 접목시킨 다는 발상은 참신한 것 같아요. 일본 문학가들을 보면 상상력이 꽤나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참 대단하거죠. ㅋ

Mephistopheles 2011-07-01 12:48   좋아요 0 | URL
그게.....아무래도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나라에 배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이라는 부분이 많이 자유롭다 보니 이런 책들도 나오는 거겠죠. 우리나라 금지곡된 노래들 사유를 들어보면 무슨 코미디같기도 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6-2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제작을 읽으셨네요. 궁금하긴했는데, 저는 야구란 무엇인가를 읽고나서 야구관련 책은 절대 읽지 않고 있어요.. 그걸 들고 회사를 다녔더니 야구광들인 제 주변 남자들이 제게 조금 친절해진 부수적 효과가 있긴했지만, 타자장에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란 첫문장 빼곤 생각나는 것도 없어요 ㅠ.ㅠ

Mephistopheles 2011-07-01 12:5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야구관련도서이다 보니 모든 도서가 그렇듯 그 대상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부분이 없잖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휘모리님 그 부분에서 살짝 빈정상했을지도 모르고요..^^

그냥 경기로 즐기면 되고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이런저런걸 좀 과하게 갖다 붙이면 본질이 훼손되기도 하겠고요. 근데 이책은 그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하이틴 로맨스 열혈 야구 이야기에 피터 드라커가 목욕한 물을을 첨가한 정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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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고 보기에도 둔탁해 보이는 링컨 콘티넨탈 한 대가 법원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흑인 기사에 링컨 차까지 대동한 변호사 믹은 오늘도 이 아바돈 같은 직장(?)에 출근하여 한 건 올리기 위해 입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그에게 수감자의 결백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하면 검사와 거례를 성사시켜 변호인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몰고 가 두둑한 수임료를 챙기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속칭 악덕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속물 변호사가 그의 지금 위치다.

어느 날 브로커는 근사한 왕건이를 물어다 준다. 수임료를 두둑하게 뽑아낼 수 있는 부동산 재벌의 아들이 길거리 여자와의 강간 폭행미수에 연루된 끈적끈적한 사건이었다. 의당 변호사가 그렇듯 그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변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기 시작한다. 검찰 측 증인에게 모욕을 주며, 무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검사를 박살내는 순서로 재판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인공 믹은 수상한 냄새를 감자하고 조금 더 깊게 자신이 변호하는 변호인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사건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조사원은 살해되고 지난 사건에서 일으킨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변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법적 강제 조항 때문에 그는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린다.

선택은 두 가지가 가능해 보인다. 사악한 피고의 뜻대로 조종되어 무죄방면 시킬 것인가.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부러트리는 강수를 둘 것인가. 그런데 이 느물느물하고 꽤 똘똘한 변호사 믹은 가장 위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이용해 상황을 일시에 반전시킨다.

이렇게 법정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흥미진진하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총탄을 날리며 칼을 휘두르며 거대한 화염과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도 사람의 세치 혀에서 나오는 언어들의 조합은 액션 영화들을 능가하곤 한다. 증거의 공방이 이루어지고 설전이 오고가는 중 결정적 요소 하나로 상황은 역전되며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쓴 사람은 광명을 찾았다. 정도로 요약되는 기타 법정영화들은 이렇게 정의를 강조하고 사법체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대로 삐딱하다. 주인공은 속물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데블스 에드버킷’에 나오는 뼛속까지 사악한 악마 같은 변호사는 아니다. 물질을 탐닉하고 부를 추구하나 마음 한구석엔 자신의 변호로 인해 혹시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판결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나약함까지 내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 비겁하고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그가 지능적인 범죄자의 위협 속에 한마디로 뚜껑이 열리면서 대반전의 역전을 선사하는 내용을 가득 담아주고 있다. 기존의 법정 영화들이 보여줬던 법원이라는 한정적 무대에서 확정적인 증거와 화려한 언변으로 상황을 뒤집는 모습이 아닌 속칭 물밑 작업으로 피고이자 살인범인 변호인을 확실히 보내버린다. 이런 특별한 차별성만을 본다면 이 영화는 꽤 즐겁다. 하지만 더불어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괴리감은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유전무죄라는 극악의 상황에 몰린 인질범이 외치던 외마디 비명이 아닌 독보적인 사실 그 자체로 인정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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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네개 주셨네요. 안 그래도 이 영화 보러 갈까 고민 중인데.
평이 좀 갈리더라구요.

음, 요즘 TV의 시티 헌터 보니 시원하더만요~
본방 사수 최고의 사랑 때문에 재방 찾느라 힘빼지만 말이죠.

Mephistopheles 2011-06-21 09:22   좋아요 0 | URL
별..평점은...그다지...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저 별점 주는 건 이해가 안가는 1人)

배우들은 분명 좋은데 말입니다. 내용도 좋고....뭔가 시간을
압축한 티는 납니다..

프레이야 2011-06-2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면에서 확실히 비현실적이네요.
저도 내일 보러 갑니다~^^

Mephistopheles 2011-06-21 09:23   좋아요 0 | URL
요즘 우리나라 시국에 법을 집행하시는다는 분들 보면..
이 영화는 장르상 거의 판타지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ㅋㅋ

루쉰P 2011-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원래 잘 안봐서...하지만 세치의 혀에서 나오는 언어의 조합이라는 문장은 너무 좋아요. ^^ 소름 돋아요. ㅋ

Mephistopheles 2011-06-24 09:36   좋아요 0 | URL
전 소름 돋는다는 루쉰님의 댓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ㅋㅋ

루쉰P 2011-06-27 12:59   좋아요 0 | URL
흐흐흐 감사합니다. 뭔가 해낸 이 느낌!!!

2011-07-03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국지: 명장 관우 - The Lost Bladesm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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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초반부에 원소와 조조의 대립했던 시기. 아직 세를 넓히지 못한 유비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정착을 못했을 때, 유비 휘하 걸출한 영웅이라 칭송을 받는 관운장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앙숙과도 같은 조조의 휘하에 기거했었나 보다. 그의 인품에 반한 조조는 계속해서 회유를 거듭했으나, 이(利보)다 의(義)를 따지는 관운장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의형이며 군주인 유비의 거취를 확인함과 더불어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관운장을 아쉽게 보내주는 조조와는 달리 그의 휘하 장수들은 생각이 달랐나 보다. 살려서 보내놓으면 뒤탈이 일어날 것이 뻔할 뻔자. 그리하여 관운장이 지나치는 다섯 군데의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을 시켜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의 관운장 에피소드 중 유명한 오관 돌파의 이야기이다. 무예가 출중한 그는 결국 막강한 조조의 장수(공수, 맹탄, 한복, 변희, 왕식, 진기)를 차례차례 격파하고 유비의 품에 성공적으로 돌아간다.

역사적 사실성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삼국지를 비롯한 모든 고대 이야기나 신화는 어느 정도 부풀려 있는 것이다 보니. 남자들 군대 다녀온 이야기보단 덜하겠지만 어느 정도 속칭 ‘뻥’이 결부된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삼국지연의 오관문 돌파에 등장하는 조조 휘하 장수들 중에는 가상의 인물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조금은 부풀린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제대로 각색해버리는 무모함을 보여준다. 한 손엔 청룡 언월도를 꼬나 쥐고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춧빛 근엄한 얼굴을 한 기골이 장대한 무인 관우의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웠으나 또 다른 인물에 눈이 간다. 



 기란 이라는 여인을 등장시켜 지금까지의 관운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를 선보인다. 여인의 신분 역시 범상치 않다. 식을 올리지 않은 관계지만 자신의 의형이며 군주인 유비의 명목상 첩실이라는 설정. 그리고 그녀와 관운장은 같은 마을 동향 사람으로 관운장이 흠모해 왔던 여인이라는 배경과 이를 이용해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조조의 모략까지 .의례 삼국지를 배경으로 삼은 중국 영화는 정형화된 액션 무림 활극일 것이다. 란 예상을 살짝 빗겨나가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렇게 특화된 소소한 설정과 관운장을 열연한 견자단의 액션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찾게 된다.

오히려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계속 곱씹게 만들어주는 관운장을 회유하기 위해 보여주는 조조의 행동과 말.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독대는 시대가 다른 현 시기에 적용 시켜도 전혀 무리가 없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형식과 틀을 벗어나 실리로써 민생과 나라를 다스리려는 조조와 의와 예를 중시하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관우는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일으키며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칭 소인배를 칭하며 대인배의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는 조조의 모습이나 의와 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적인 나약함까지 감내하는 관우의 모습에선 어쩌면 이상적일지도 모를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를 살짝 엿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관우의 장례를 치르는 조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여운이 오래간다.

‘그는 양의 탈을 쓴 늑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의 죽음에 유비, 공명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 또한 그 수많은 양 중에 하나일 뿐.’

억지스런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양의 탈을 쓰고 관우 같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늑대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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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0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도 이 영화를 봤는데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은 못 했어요. 다만 견자단의 무술에 헉! 헉! 대며 액션만 보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말이에요.
제가 삼국지로 관운장의 모습과는 조금 흡사한 듯 한데 견자단의 키가 그리 크지를 못 해서 완벽한 재현은 못 했군이란 평가만 했던 찌질한 감상 뿐이었죠. 흠...

다만 조조 같은 인물이 현대에 재평가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 조금 불만이에요. 관우, 유비라고 하는 이상주의자가 조조라는 현실주의자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삼국지에 대한 저의 가장 큰 불만이거든요.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요. ^^

Mephistopheles 2011-06-11 21:49   좋아요 0 | URL
그런데 말이죠 루쉰님..만약.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고 패권을 차지한 후 자기 생각대로 정치를 펼쳤다면....후세에 그를 칭하길 이상주의자...라고 했을까요. 이상과 현실은 반어법 같은 느낌을 받지만 사실 크게 다르진 않을 껍니다.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조조와 관우가 생각은 틀려도 목적은 같으니까요..^^

루쉰P 2011-06-12 09:58   좋아요 0 | URL
흠..그렇군요. 하기사 조조와 관우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지를 못 했으니 말이죠. 유비가 삼국을 통일한다면 이란 생각은 못 해본 것 같아요. 역시나 권력을 잡으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아..정말 너무 어려운 인생살이...

moonnight 2011-06-1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운장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에 비해, 견자단은 실망스러워서 -_-; 영화 안 봤어요.
삼국지 등장인물 중에 관운장이 제일 멋진데. (라는 아주 얄팍한 감상;)

Mephistopheles 2011-06-11 17:45   좋아요 0 | URL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그 관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만. 견자단이라는 배우가 단순히 몸만 쓰는 액션배우라는 이미지는 사실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재미있지만 나름 관우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한 내면연기를 뛰어나게 했습니다..^^

BRINY 2011-06-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동의요~
조조 역의 배우도 좋았지만('송가황조''붉은 수수밭'등에 출연하신 유명배우시더군요. 그 배우가 구사하는 중국어의 울림이 멋졌습니다), 이 영화 보고 조조와 그 한나라 황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6-11 17:47   좋아요 0 | URL
이 양반 꽤 유명하여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조조라는 인물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가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 어쩌면 조조라는 인물의 극단적인 순기능에 대해서 많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덩 샤오핑이 주창했던 '흑묘백묘'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립간 2011-06-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지 못했으나 영화평이 영화를 압도할 것 같아 영화를 보기가 두렵군요. ; 정몽주와 이방원이 연상되기도

Mephistopheles 2011-06-11 17:49   좋아요 0 | URL
제 영화평은 사실 허접이고요. 그리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정몽주와 이방원. 비슷한 분위기에요. 하여가와 단심가. 근데 역사적인 인물을 액면 그대로 평가하긴 좀 뭐하지만 영화 속에서 조조는 꽤 대인배로 근사하게 나옵니다.

산사춘 2011-06-1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벽대전도 글코 요샌 유비보다 조조가 더 입체적이신가 보아요.
멋진 배우들만 맡네요.

Mephistopheles 2011-06-14 12:3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요즘 중국영화의 내용을 슬쩍 삐딱하게 보면 조금은 노골적인 '중화사상'이 짙게 깔려 있기도 해요. 억지일진 모르겠지만 항일적 이미지가 강한 영춘권 계승장 엽문이나 가공의 인물인 정무문의 진진 같은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모습,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절대 개봉할리 없는 중국 공산당 대놓고 선전한 영화 '건당위업' 같은 영화를 보면 그 성격이 좀 짙죠..^^

어저면 유비보다 조조가 그들 입맛에 맞는 인물일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