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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콘 근크리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만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눈에 뽀얀 피부, 설정상 나이는 16~18인데 몸은 왜이리 도발적인 건지..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그리고 탱글탱글한 엉덩이까지..하다못해 만화의 내용도 꽤나 노출적이고 폭력적이라서 몇 번 읽으면 저급하고 보기 싫어져.."
만화라는 매체 특히 일본이라는 국가에서 생산되는 만화라는 대중문화에 대해 고상한 삶을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가까운 지인의 평가였다. 그녀의 그 말이 부정하기 힘든 건 아마도 국내에 정식이건 비공식으로 출판되는 대부분의 만화는 그녀의 말하는 그 상투적인 공식을 따라가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발만 담가보고 일부를 전체로 판단하는 미스만큼은 지적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기에 미야자키의 애니와 오토모 가쓰히로의 애니를 연달아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어느 정도 껍질을 깨버린 그녀는 나 같이는 아니지만 꽤나 일본만화의 다양성에 눈을 뜨는 계가가 되었다.
과거 특정문화에 대해 단 방향 사고를 가지고 있던 지인의 시야를 넓게 해줬다는 자부심을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오면서도 근래에 출판된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 "철콘 근크리트"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만화문화의 7~8할 정도를 알고 있다는 내 자부심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3권짜리 이 만화를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팔딱거리며 뛰는 힘 좋은 생선 같았고, 그 내용 또한 깊고 밀도 있게 다져진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림체는 거칠고 등장인물들은 절대 미형이 아니지만 말이다.
범죄와 기아가 뒤덮고 있는 근 미래의 소돔 같은 도시에 안티히어로 같은 주인공 두 명을 내세운 이 만화는 초반 설정부터 다른 만화와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친사회적이거나 반동적인 인물묘사는 수차례 여러 만화에서 만나왔지만 이리도 어린 연령대의 주인공 두 명인 경우는 쉽게 만날 수 없다. 더불어 안티히어로적인 검정물이 잔뜩 물든 상태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서로 융합되는 두 명의 소년 쿠로(黑)와 시로(白)는 도시의 단점이란 단점은 죄다 온몸으로 부딪친다. 주동적인 쿠로와 뒤처지는 시로지만 결국 쿠로를 제어하는 유일한 안전핀이 시로라는 결론을 접하면서 만화라는 대중매체의 표현의 다양성에 감탄을 하게 된다.
처음 언급했던 자극적이며 원색적인 만화가 범람한다고 하지만 이런 만화 몇 권이 건축물의 든든한 기초처럼 버티고 있는 한 그들의 만화왕국은 역사상의 어떠한 제국보다 그 수명을 오래오래 유지해나가리라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