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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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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지,
그나마 어렵게  꿈틀대는 것들은 남아 있는 생존자들에게 도살당하는 현실.
신이라는 절대자가 포기해버린 이 땅은 잔혹하면서 처참할 뿐.

성경에서 말하는 아마겟돈이 이러할 것이고 북구유럽의 신화에서 말하는 신들의 황혼(라그나뢰크)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종말의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원인규명이나 이야기의 발단이 된 사항에 대해 활자 몇 개의 조합으로 주절거리는 건 구차하고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거 바다라고 불렸던 곳으로의 여정을 밟는 한 걸음마다 끈적끈적한 절망만이 묻어날 뿐이다.

이런 처참하다 못해 막막한 인류문명 몰락 후 소수의 생존자의 여정은 현실감 있게 또는 진절머리 나게 코맥 매카시는 로드라는 소설을 통해 계속해서 되뇐다. 

자신의 핏덩이라고 인식하고 싶은 연약한 어린 짐승 같은 아이와 사내가 주고받는 단발적인 대사에선 희망 부스러기조차 감지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면모만을 갖춘 채 육식동물에게 쫒기는 초식동물마냥 위태위태한 그들의 여정엔 너무나 본능적이다 못해 과거 인간이라 불렸던 동물들의 추악한 흔적만이 남아있다. 예정된 마지막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들에겐 동정이나 애처로움보단 어떠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무생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혹자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줄기의 희망을 마주쳤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희망일진 미지수이다. 바퀴벌레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류라고 하지만 심해의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반동으로 튀어 올라 상승곡선을 그리기엔 이 책에 묘사된 처참한 상황전개의 몇 십 배의 쓴물을 삼키며 살아남아야 진정한 희망이 손톱만큼 감지되지 않을까.

작가의 극악적인 페이소스를 잔뜩 쳐 바른 책 한권 다 읽고 조금씩 올라오는 쓴물은 아마 이 책을 탈탈 털어내 떨어지는 잿가루를 들이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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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12-2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왠지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찜.

아니, 지구관찰을 하는 저로써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일지도.

Mephistopheles 2008-12-28 13:15   좋아요 0 | URL
코맥 매카시의 책은 이것까지 총 3권인데....다들 어찌나 건조하신지 책 읽으면서 물 꽤나 들이켰답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08-12-2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안읽힌다는 평이 있어서 망설여져요.

Mephistopheles 2008-12-29 13:33   좋아요 0 | URL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는 꽤 불친절해요..^^
단문으로 밷는 간결한 대사체가 꽤 건조하고 문자로 확실하게 결말을 보여주지 않거든요. 그런 영화들 있잖아요 보고 나서 한참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나게 만드는 영화..딱 그런 영화와 비슷한 책입니다.^^

가시장미(이미애) 2008-12-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서였는데, 리뷰보니 저도 끌리네요. 이번에 받은 상품권으로 질러볼까 하는데.. 만원이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ㅋㅋ ^^

가시장미(이미애) 2008-12-2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9천9백원이네요! 크크

Mephistopheles 2008-12-29 14:41   좋아요 0 | URL
음 그런데 말입니다..이 책이 과연 태교에 좋냐..라고 말을 하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시장미(이미애) 2008-12-29 19:46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음.. 그럼 두 달 후에 읽어야 겠네요. 뭐 사실 제가 태교를 잘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안 좋다는 것만 골라먹고 막 그래요. -_- 그래도 두 달 후에 읽어도 되는 거니깐.. 흉...
 
저스티스 JUSTICE 1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 외 그림,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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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높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치거나 귀한 생명을 잃게 되는 사건들.
요즘이야 이런 뉴스가 잘 보이질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빈번하게는 아니지만 뜨문뜨문 발생되었던 사건인데 말이다. 대게 사고가 난 아이들의 공통적인 복장은 “빨간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름대로 이름 붙이자면 "슈퍼맨 신드롬"이라고 해야 하나. 크립톤 행성인인 슈퍼맨, 포괄적 의미로 에일리언인 그의 초인적인 활약상에 매료되어 마치 자기도 그와 같은 신체구조가 아닐까 하는 어리고 미숙한 마음에서 혹은 객기에서 비롯된 사건 이였을 것이다.

하긴 나 역시도 태어나 처음 찍는 엑스레이가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기계부속품이 잔뜩 찍히는 사진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결론이야 당연하게도 허연 뼈가 나오는 지극히 정상적인 엑스레이가 나왔으니까..이렇게 내 유년시절에 알게 모르게 많이도 영향을 줬던 미국산 슈퍼히어로들의 인식은 머리가 커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입고 있는 복장에서 벌써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들에 대한 동경이 조금씩 희석되어져갔다.

세상에나 쫄 바지 위에 빤스를 걸쳐 입다니..이건 변태도 보통 변태가 아니다. 란 판단으로 시작된 그들을 생각하는 나의 판단기준은 종국에는 팍스 아메리카나로 점철된 다분히 정치적인 잣대로 거부되어지고 멀어져 갔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알게 모르게 지나갔을지도 모를 30대 중반. 나는 다시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허무맹랑한 그들의 초인적인 능력의 맹목적 동경이라기 보단 나이 듦과 함께 찾아온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더불어 빡빡하게 돌아가는 현실세계에서 아주 약간이나마 도피처를 마련하고자 싶은 닳고 닳은 사회인은 약아빠진 도주였을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할리우드 극장가에 걸리기 시작한 DC코믹스의 라이벌 격인 마블판 슈퍼히어로들의 영화들도 제법 성공을 거두고 있고 이에 부흥하여 국내에서도 속칭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이러한 DC코믹스들이 제법 근사한 퀼리티를 가지고 출판되어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캐릭터들과 함께 다양한 히어로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내가 택했던 책은 어쩌면 이들의 종합선물셋트적인 성격을 가진 저스티스란 3권짜리 단행본 이였다.

하나의 슈퍼히어로가 아닌 코믹스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패거리로 몰려나오는 저스티스는 등장인물들의 볼륨감을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출판된 이런 종류의 책들을 월등히 압도하는 모습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이 렉스 루터(슈퍼맨의 악당)를 집단린치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슈퍼히어로들의 패거리에 맞서서 그들의 숙적들도 역시 조직을 결성한다.)

하지만 이 저스티스란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단점으로 변이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정의를 부르짖는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의 화려한 멤버들로 인해 스토리가 집중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에 주연을 차지하고도 남을 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가 산으로 가는 듯 한 느낌처럼 말이다. 더불어 문화권이 다른 나라이기에 생전 처음 접하는 낯설고 새로운 슈퍼히어로들과의 만남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치더라도 한 장 한 장 혹은 한 컷씩 자리 잡고 있는 만화는 대사가 들어간 말풍선이 민망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일러스트로 꽉꽉 채워 조금은 산만해진 서사가 들뜨는 것을 가라앉혀주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서비스일지도 모를 그들의 새로운 코스튬을 마지막 권에서 보여주는 장면까지 따진다면 책 자체 구입을 후회할 여지는 없다고 보여진다.

단. 우락부락한 근육질(원더우먼도 굉장한 근육질로 묘사된다.)에 거부반응이 있거나, 야들야들하며 동적인 일본만화 캐릭터에 익숙해져 이와 반대적 성향을 가진 만화를 기피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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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2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블쪽 애들은 좀 마이너틱하잖아요. 함께 싸우라고 하면 싫어할지동^^ㅎㅎㅎ
메피님, 메리 크리스마스~(메피님께 이런 인사를 하자니 어쩐지 실례인 느낌이...;;)

Mephistopheles 2008-12-26 00:09   좋아요 0 | URL
마블쪽 애들은 지들까리 치고받고 하는 만화는 존재한다고 알고 있어요.어벤져스라고..한쪽 편은 캡틴 아메리카..그리고 또 다른 반대쪽은 아이언맨 토니스탁이 충돌을 하죠. 아이언맨이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을 규제해야 하는 법안을 놓고 그에 반대하는 집단이 치고받고 싸우는 내용..^^ 결국 법원 앞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피살로 한 챕터를 끊어내는데....

이게 말입니다.. 요즘 마블판 실사 영화들 만드는 모습을 보면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용..히히.. 아이언맨 나왔지 스파이더맨 나왔지 헐크 나왔지.
일예로 인크레더블 헐크 마지막에...아이언맨인 토니스타크(로버트다우니주니어)가 깜짝 출연하잖아요..^^

마노아 2008-12-2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고 보니까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몽땅 나오면? 이란 주제로 얘기하는 걸 들은 기억이 나네요. 이야, 진짜 볼만하겠군요!

Mephistopheles 2008-12-26 22:11   좋아요 0 | URL
엄청난 볼륨감이겠죠..헐크와 아이언맨이 치고받고 싸우고..다시 한편 되었다가 다시 싸우다가..^^ 사실 마이너틱한 마블쪽 애들보다 더 마이너틱하고 거기다가 심각하기까지 한 그래픽 노블을 같이 샀었죠."와치맨"이라고..이건 좀 심각한 내용을 가지고 있더군요.. 감시자인 슈퍼히어로들을 감시하는 자는 누구인가..를 전제로..^^
 
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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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영화나 드라마가 속편의 속편을 내거나 시즌 3이 되면 대부분 그러하듯 초심은 희미해지고 맥이 빠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런 힘이 빠진 전개는 결국 충분한 감동을 일으켰던 원작(시즌1)에게 반평균을 깎아 먹는 학급 꼴찌마냥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 돼 버린다.

영화나 드라마뿐이 아닌 특정 작가의 3번째 작품도 간혹 가다 이런 경우를 목격한다.
혹자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나, 아니면 두 번이나 써먹은 수법이 세 번째에는 통하지 않는다던지, 또는 "매너리즘"이란 잘도 써먹는 영어단어로 판단되어지고 슬럼프의 시작으로 퉁치곤 했다.

같은 이름으로 3번째 책이 나온 이번 지식채널 시즌 3은 위의 내용과 비슷한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노란 책과 빨간 책의 감동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면 어쩌나, 아니면 너무나 힘을 준 나머지 삑사리 나는 당구공마냥 과도한 기합으로 경색되고 굳어버리는 시즌 3이 되버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 절절히 묻어나는 걱정스런 생각으로 말이다.

위의 생각이 오지랖 넓고 쓰잘데기 없는 잡념이란 정의를 내리기엔 책을 잡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앞서 두 권의 전작과는 다르게 부연문구가 존재하지 않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앞문과 뒷문을 치장했고, 내용들 또한 2번째 책에 버금가게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득그득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존경받아 마땅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사람 두 분을 알게 해주는 다리 역할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책을 덮고 내가 사는 세상을 둘러본다. 분명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은 미래를 향해 어김없이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내면의 시계는 타임머신마냥 거꾸로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향수와 복고가 아닌 통제와 은폐의 시대로 말이다. 조금이라도 가슴 속에 있는 감정의 시계초침을 뒤로 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릿한 현실이 가득한 이 책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보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메마르지 않는 감정의 화수분은 5분짜리 짧은 영상과 더불어 한 권의 책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책 표지의 색채마냥 시퍼런 내면의 멍이 들어도 말이다.

뱀꼬리 : 몇몇 단락에 빠져있는 부연설명은 오히려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동양화의 여백마냥. 길거리 좌판에서 먹는 떡볶기 한 조각이 유난히 맵게 느껴질 것 같다.

뱀꼬리2: 서명 부탁드립니다. -치니님 서재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57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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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8-0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리뷰를 보니,
3권도 읽어야겠어요.....

Mephistopheles 2008-08-06 12:40   좋아요 0 | URL
설마 안읽으실려고 하셨을까나요..^^

치니 2008-08-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렇게 좀 강력하게 써야 했는데...게을러서리. ^-^;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8-08-07 17:36   좋아요 0 | URL
으흐...주례사 서평인걸요..근데 제가 출판사나 EBS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용..^^

sooninara 2008-08-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했습니다. 국민을 정말 발톱의 때로 여기는것 같아요.ㅠ.ㅠ

Mephistopheles 2008-08-07 18:52   좋아요 0 | URL
이명박도 이명박이지만 그 주변에 상주하며 한자리씩 차지한 사람들도 큰 문제입니다. 언론과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이명박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고 싶진 않습니다. 대변인 자리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인물과 함께 기타등등 인간들의 과거 이력을 보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나 알게 되버리더라구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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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뒷마당에선 아침부터 돌쇠의 장작 패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른 새벽 나무를 하러 간다던 돌쇠는 그 우람한 팔뚝으로 뒷산 줄기 굵은 나무들을 우악스럽게 낚아채 지게에 지고 내려왔으리라. 혈기왕성하며 우람한 그의 벗어재낀 상채. 질끈 동여맨 허리띠 아래 걷어붙인 바지저고리를 팽팽하게 부풀리는 흐벅진 허벅지까지. 정자 뒤에 몰래 숨어 돌쇠를 바라보는 안방마님의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구릿빛 피부에 동백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는 젊고 왕성한 그의 가슴에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략-

어디서 많이도 보고 들은 모습이다.
계급사회가 명확했던 조선시대 혈기왕성한 머슴과 부실한 서방 때문에 밤마다 욕구불만에 치를 떠는 사대부 안방마님의 끈쩍끈쩍하며 육덕진 스토리.. 이쯤에서 물레방아 나오고 갈대밭이 장면에 나오면 이 상투적인 조선시대 불륜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글로벌 스텐다드라고 배경을 좀 확대해 보자.
이왕이면 지금 한참 떠오르다 못해 방방 뛰어다니는 중국으로 건너가 보자. 그것도 지금의 중국이 있게 만든 죽의 장막이 서슬 퍼렇게 존재하던 마오쩌뚱 극찬양의 시대로 말이다.

조선시대 반상제도의 틀을 비꼬는 내용은 만민평등이라는 원대한 공산주의 사상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제도의 틀을 배배 꼬며 조롱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살색이 자주 나오는 본능에 충실한 묘사를 곁들여서 말이다.

마오쩌뚱의 위대한 어록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위풍당당 혁명의 푯말은 은밀한 합궁의 상징물로 표현되기에 이르게 된다. 처음이야 제갈량의 비장미 어린 출사표 같은 단발성 이벤트 해프닝은 고기 맛을 본 이 들이 고기를 즐겨 찾듯 류렌과 우다왕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기적인 일일행사로 발전하고 개량된다. 너무 발전해서 아예 합숙까지 한다. 이윽고 짐작하고 남을 두 남녀의 불붙는 사랑의 위기와 더불어 찾아온 이별. 그리고 막판 류렌의 중간정도의 강도를 가진 뒤통수 강타성 반전까지 경험하게 되면 이 책은 표면적인 스토리는 끝을 맺게 된다.

분명 남녀 간의 그것도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의 불륜적, 원초적 사랑이 대부분인 이 소설이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때 몰래몰래 암암리에 들춰봤던 빨간 표지의 소설이나 늘씬한 서구미녀들이 풀 컬러로 몸매의 자태를 뽐내던 P모나 H모 잡지와 구분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처음 언급한 반상제도를 뒤집는 마님과 머슴의 사랑이야기는 종국엔 누구 하나 생명줄 비참하게 끊기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 반면 이 책 속의 결말은 회색구름이 드리우긴 했지만 어정쩡한 헤피 엔딩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비록 우다왕은 바보 왕이 돼 버리고 최종 승자는 모든 남자를 치맛자락 안에 포박한 팜므파탈 성격 농후한 류렌의 자기방식으로의 혁명과업 완수로 최후의 승리자로 묘사된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주류에 저항하는 비주류는 신선하고 참신하다. 거기다가 원색적인 표현까지 버무리게 되면 키치적인 성격까지 장착한다. 분명 불과 4년 전 그런 존재가 되었을 법한 이 소설은 즐겁게 재미있다. 하지만 풀 파워로 개방일변도에 나선 지금의 중국이라는 현실의 밑그림에 이제야 국내에 출간된 시간적인 아쉬움만은 조금은 단점이라고 생각된다.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누엘 부인과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상영되고 출간되었을 때보다 미약하고 강도 낮은 표현의 파괴력으로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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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8-0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은 어디서 하신 거예요? *_*

무스탕 2008-08-02 11:11   좋아요 0 | URL
어째서 조형기 아자씨가 떠오를까요... =3=3=3

Mephistopheles 2008-08-02 12:54   좋아요 0 | URL
자.....자작인데요..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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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어떤 면으로 유명한 동네에 속한다. 물론 지금이 아닌 과거완료형으로 말이다. 흔히 달동네라고 불리는 서울의 변두리 지역인 이곳은 한 때 TV 드라마에서 빈민촌의 배경으로 언제나 활용되어 왔으며 동네 이름 또한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촌스러움을 표현해주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런 동네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초, 중, 고를 나온 나는 학교 급우들 역시 그다지 잘 살거나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드물었던 기억이 난다.

도시락을 못 싸왔던 급우,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입어 때가 꼬질꼬질 끼어 있었던 급우,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걸쭉한 육두문자를 유창하게 남발했던 급우 등등 산꼭대기 가파르게 촘촘히 들어 찬 판잣집 마냥 그 어린나이 그때에도 아이들의 동심이나 여유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했었다.

한 번은 멋모르게 친구 집에 놀러갔다 다 쓰러지는 판잣집에 당시 시골에나 있을 법한 초간단 푸세식 화장실과 골목길을 움푹 패고 흘러가는 구정물을 목격하고 어린 나이 극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가난"이란 현실을 접하기도 했었다. 비록 지금은 도화지에 그려 논 낙서를 지우개로 지우듯 깡그리 철거 후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촘촘함을 자랑하는 높디높은 아파트 군락을 형성하는 동네로 변신했지만 말이다.

머리가 커지고 이런 저런 내용의 과거사를 활자로 만나보며 내가 사는 지역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달동네의 형성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주과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과 현재를 알게 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민초였던 그들은 모질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았고, 그리고 다시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과정을 접하며 좁아터진 한반도에 잘잘하게 퍼져 살아가고 있었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며 그때 그 동네,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원주민이란 개념보다 이주민의 성격이 짙을지라도 책 속의 인물들처럼 그들도 마찬가지로 구구절절한 가족사를 품에 안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생력 강한 민초임에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비록 만화가처럼 원주민들의 구성원도 아니며, 지역적 차이가 존재하는 나라는 인간의 시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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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0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팬매량이 하강중이라는데 알라딘에서만 반응이 다르대요. 종합 1위와 이주의 마이리뷰에도 뽑히고... 역시 알라딘은 다르다니까요!(왠지 으쓱~ ^^)리뷰도 엄청 많이 올라와서 00공원의 두배더라고요. 모과님 사이트에서 주고받은 댓글이에요.

Mephistopheles 2008-07-20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모님께 선물로 받아 읽어봤어요. 사투리가 워낙 심하게 쓰여져 있기에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알기위해 몇번을 읽었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