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런저런 책들이나 영화를 잡식처럼 읽고 보다보면 한순간 짜증이 확 몰려오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캐릭터 자체의 문제나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문제가 아닌 "설정"의 문제 때문이였다.

붉은 머리털을 가진 딱다구리라는 만화를 볼때 아주 가끔씩 출연을 했던 머리에
비구름을 달고 다니는 인디언추장이 그러했고, 비록 해적판이였지만, "여기는 그린
우드"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역시 "불행의 별 아래 태어난 가련한 인생"을 만화가 끝
나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아! 들장미 소녀 "캔디"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캐릭터를 마주칠 때마다 그 극한점의 장면에서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었다.

"비웅신....받아버려...!!"

분명 이런 설정은 뒤에 오는 그 한순간의 뒤집기 결말을 더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불쌍하다 못해 짜증과 부아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닥달을 하고 구석으로 몰아가는
이유때문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여태까지 별명이 "머피"였을 이 캐릭터들을 능가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 겪은 고초들을 연대기순으로
주욱 나열한 이야기라고 간단한 표현이 전부인 책일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야샤르"
라는 인물이 받은 고충은 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인물이나 단체..하다못해 국가까지
시종일관 "고진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이, 야샤르는 경우에 따라 살았다가, 죽었다가의 난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버리는 이런 어쩌구니 없는 상황을 왔다리 갔다리 접하다 보니 속에서는
부글부글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야샤르라는 영장류 최악의 멍청이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에게 고난을 하사하시는
위대하고 고명하신 "관"때문에....

책의 마지막 부분 폭발한 야샤르가 이 책이 쓰여져 있을 당시의 터키상황으로는
공무원과 관청을 모욕하는 행위는 국가모독죄로 성립되어 교도소에 들어온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나라는 인간의 경우와 비교되어져버린다.

야샤르의 재판이 결국 단독범죄에 의한 우발적인 범죄로 징역형으로 끝났다지만..
지금까지의 나라면 무기징역을 살고도 남을 짓을 해댔으니까....

상당히 불친절한 사협회 여직원에게 서류를 집어 던져 기어코 책임자 나오게 했던 일....
생트집 잡았던 은행 여직원 때문에 은행 본사에 전화 걸어 결국엔 다른지점으로 옮기게
만든 일...
협의 갔던 시청 공무원과 삿대실하면서 싸웠던 일...
구청 민원실 고압적인 공무원에게 말도 안되는 협박으로 으르렁거렸던 것....
(뒤가 구린게 많은지 이 말도 안되는 협박이 통했다.)..
800원 냈다고 차까지 세워놓고 박박 우기는 버스기사양반, 운수회사에 전화걸어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던 일...

풍자와 비판의식이 가득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읽는내내 짜증만땅이였던 것도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뱀꼬리 : 절제절명의 순간 도주를 하다 꼭 자빠지는 캐릭터....
난 이런 종류의 캐릭터가 제일 짜증난다..!!..이런 빌어먹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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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0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11-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차라리 죄를 지을 바에야 완전범죄를 저질러라편입니다 ㅡㅡ;;;

짱꿀라 2006-11-2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그렇게 재미있나봐요. 메피님. 많은사람을이 보던데요.

moonnight 2006-11-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덕분에 대리만족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당. ^^; 저역시 불운의 그림자를 항상 몰고 다녀야하는 주인공의 설정을 맘에 안 들어하거든요. 아아. 이 책 재밌다고 많이들 그러시던데 고민스럽습네다. -_-;

2006-11-20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6-11-2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그때 제 눈에는 분명히 800원 내는 걸로 보였는데... 그 일 때문에 감봉 3개월 처분 당했습니다. ㅠㅠ

마태우스 2006-11-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는 한가지 아쉬웠던 게요 첫 장면에 나온 사건이 흐지부지되었다는 거죠. 야사르가 정말 마약거래를 했는지 말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2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캐릭터가 싫었다고 속삭이신 분 // 하긴 대부분 그렇게 넘어지는 캐릭터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도 참 문제면 문제입니다..^^
난해하다고 속삭이신 분 // 헉...어디가 그리 난해하신지..^^ 글쎄요 말씀하신 책의 주인공과는 근본과 근성 자체가 틀릴껄요...^^
물만두님 // 혹시....지금까지 읽으신 추리소설을 생활화 하실 생각이신가요..??
한국의 모리어티 교수....?? =3=3=3=3
산타님 // 재미는 있지만...저는 개인적으로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달밤님 // 야샤르도 역시 그런 불운의 그림자를 몰고 다니는 사람중에 하나일껍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상황역전된다고나 할까요..아이러니하게도 교도서에서 인생을
손해 안보고 사는 법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부글부글 끓는다고 속삭이신 분 // 아..저도 마찬가지랍니다..보는내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느라고 책을 잠깐씩 놨었어요..^^
드루이드님 // 흥~! 전 분명 그때 900원 냈다고요..혹사나 해서 싹싹 주머니다 뒤져봐도 100원짜리 하나 없더군요..!!
마태님 // 했다고 뒤에 나오던걸요..^^ 뒤에 보면 야샤르가 돈을 버는 방법이 조각상 파는 것 식당에서 콩요리 파는것에서 점점 사업을 확장해 결국 헤로인 밀매로도
돈을 번다고 언급한 듯 하던데요..^^

2006-12-0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2-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그거야 저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좀 한가해지시면 스케줄표 공개해 주세요...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볼까 합니다.^^
 
검찰관 기소가와 5 - 완결
스즈키 아츠무 지음 / 세주문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상황1
얼마전 법조계 인사들의 불법사례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불법, 횡령, 탈세라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회부된 그들은
똑같은 불법행위를 한 일반인들에 비해 그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였다.

상황2
집사람 친구는 제법 윤택한 생활을 하는 상류층 집안이다.
그 친구를 시집보내겠다고 골라서 선택받은 남자는 이번에 시험에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예정인 남자란다. 그러나 그남자,그 친구집에 지나칠
정도로 물질적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별반 결혼 생각이 없는 그 친구는 일방적인
파혼을 결정하고 가출까지 해버렸다. 결국 그 결혼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이남자...
이미 건내준 패물과 현금은 돌려주지 않으면서 파혼의 위자료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한 그 남자..한달도 못살고 이혼당했다고 한다.

상황3
똑같은 변호사라도 레벨이 존재한다고 한다.
법원에서 검사나 판사를 거친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일반 변호사들보다 고액의
수임료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유는 과거 법원에서 형성된 인맥을 동원해 자신이 맡은
재판에 대해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판결방향을 좌지우지 할수 있기 때문이란다.

결론 : 정의구현, 엄중하고 공정할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할 사법부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실천해주고 있다. 일반국민들에게 준법정신을 강요할 수 있을까?
법이라는 존재 자체가 있어야 하는가?

가끔 법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느끼는 묘한 이질감은 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심판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애시당초 인간은 신과는 다르게 완전무결 그자체가 아닌 어딘가가
결핍이 된 인격체라는 생각까지 가게 되고 그리고 그런 걸 보완하기 위해 사법고시라는 어마
어마한 시험과정을 거쳐 그나마 완벽에 가까운 인격체를 심판자로 인정하고 법을 집행하고
행사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상황들을 보면 알수 있듯이 결코 바르다 혹은 공명정대하다는 이미지와
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부패한 법의 집행자들이 제법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이라고 보고 싶다.
그들이 저런 짓을 하는 건 시험에 바친 청춘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법이라는 것과 그 법에 붙어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좋게
보일리가 있겠는가..그런 생각이 내내 마음속에 쳐박혀 있는 상황에서 "검찰관 기소가와"를 만나게
되었다.

검찰관 기소가와는 다섯권으로 짤막하게 완결되는 만화책이지만 이 안에 들어있는 여러 사건들과
그걸 해결해나가는 주인공 기소가와의 행동은 전혀 검사답지 않은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법조인이 아닌 동물수의사였던 주인공이 검사인 아내가 피의자의 폭탄테러로 유명을 달리한
후, 그녀의 대의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검사의 길을 걷는다..라는 정도는 여타 다른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토리 구조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검사는 일반 검사와는 좀 틀리다. 보험외판원마냥 기소율을 실적으로 생각하고
더 높이 더 위로~ 를 외치는 검사들과는 다르게 피의자의 입장이 되어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
기소율을 최대한 낮추는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억울한 피의자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으로 만족 못하고, 진범또한 귀신같이 색출해나간다.
검사인지 CSI반장인지 도통 분간이 안간다..검사가 검사다워야 검사지~~ 라는 일반적인 명제를
하나하나 보란듯이 깨부셔가는 주인공 되시겠다.

사건별로 나누어진 에피소드 또한 범상치 않다.
현실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회문제를 다섯권 속에 하나하나 쟁여놨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생각하면서 읽어나가면 묘한 낭패감을 겪게 되버린다고 할까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앞에서 언급한 법조계의 비리와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예민한 현실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CCTV와 관련된 리베이트에 연루되버린 고위층 법조인들을
수사하고 기소하려는 주인공에게 윗선에서 내려온 압력이 행사되는 장면이 있다.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그 윗선이 주인공에게 던져주는 대사는 어쩌면 거짓없이 지금의 법조계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법률이란 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
가장 큰 목적은 정부존속을 위한 치안유지로.....
정의를 지킨다는건 이른바 보너스, 시민에게 서비스 하는 거에 지나지 않아."

결국 부패한 조직에 의해 좌천되는 그였지만, 마지막 장, 변호사 명함을 내밀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쿨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단맛나게 다섯권을 다 읽고 이 책을 덮었을 때 몰려오는 쓴맛은 무엇이다냐...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만화를 기쁘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지독한 괴리감 때문에 허탈한
담배연기를 날리게 해준다는 이 다섯권의 책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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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11-1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있을 것 같아요..

해적오리 2006-11-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뭐야요. 염장성 페파아닙니까.. 검색하니 절판이라는군요.
음 오늘 밤 꿈엔 제가 냄새나는 곰발 신고 등장합죠.. 기다리셔요.

마노아 2006-11-16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이네요. 아깝다...

날개 2006-11-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읽으면서 그랬잖아요.. "흥, 이런 사람이 있기나 해? ㅡ.ㅡ"

짱꿀라 2006-11-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재미겠네요. 그런데 절판이라니 마음이 또 아파올라고 그러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11-1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책 한권을 읽은것 같은 기분이드는 너무 뽀대나는 리뷰.... 잘 읽었슴당.

Mephistopheles 2006-11-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 그림체는 그다지 훌룡하거나 섬세하진 않지만 내용만큼은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더군요..
또 해적님 // 그러게요..저도 선물 받은 것인지라..절판인지도 몰랐답니다..^^ 리뷰쓰면서 알게 되었다는....(메렁)
마노아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별로 안찍었나 봐요..절판인 걸 보니...(또메렁)
날개님 // 그러니까요..제가 날개님 덕분에 이책을 보긴 했지만..5권 다보고..이건 현실상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야...라고 했답니다...이런 사람들이 법조계에 있다면 지금같은 법조계의 불신은 많이 없어질텐데 말입니다..
간만에 긴 댓글을 남기신 계속해서 속삭이시는 분 // 법조계사람들은 왜그럴까요?
일종의 우월의식일까요..아니면 직책상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의 외부표출일까요..?
제 생각엔...사람을 심판하는 일로 인해 오는 일종의 우월성스트레스증후군(?)같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산타님 // 그러게요..절판인 것이 저도 참 아쉽습니다.(접대성멘트)
하지만 저는 가지고 있다는 거~~~(또다른진심)
똘이맘님 // 뽀대까지야 나겠습니까..그냥 5권으로 짧게 끝나는 책이지만 안에 들은 내용만큼은 제법 심각한내용들이라서요..^^

페일레스 2006-11-1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소하니까 기소가와인가요?... 죄송합니다 -_-;;; 암튼 한 번 읽어보고 싶슴다. [검은사기]라는 만화도 꽤 재미있었는데요.

Mephistopheles 2006-11-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음...그러고 보니 이사람 이름에 그런 깊은 뜻이.....
검은사기...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그런데 이동네 책방엔 그런게 눈에 안띄어서
사서 봐야 할 듯 싶습니다..그런데 지뢰진 완전판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픽팍 2006-12-2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체가 상당히 딱딱하네요. 저는 만화책 볼 때 그림도 상당히 따지거든요. ㅋㅋ
내용은 재미있을 것 같네요, 일본은 이런 전문 만화도 수준급으로 그려내는 것 같네요. 절판이라니 아쉽긴 하지만...

Mephistopheles 2007-08-16 01:08   좋아요 0 | URL
그림체는 그리...권장할만큼은 아닙니다..대신 엄청난 글자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줍니다.^^

soniarose 2007-05-16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관련 영화, 소설, 만화, 드라마를 아주 좋아해서 아는 한 빠짐없이 다 보는데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완결됐을 때 아쉬웠었는데요. 한 가지 잘못 알고 있으신 게 있어서 말씀드리면 판검사를 거친 변호사가 수임료가 높은 건 그만큼 경력과 성적을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업으로 쳐도 좋은 대기업의 이사출신과 그냥 별볼일 없는 회사에서 계속 지낸 사람은 다음 직업을 가질 때도 전 직업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그냥 일반직장에서 일해온 사람능력이 아주 탁월하지 않은 경우라면 누구나 대기업 임원출신을 영입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능력뿐 만 아니라 인맥을 전혀 무시하진 못하겠죠. 그만큼 그 사람이 대기업 핵심관계 인물을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더 몸값이 많이 올라가는 거죠. 그게 잘못된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그 임원출신이 별 능력은 없는데 인맥만으로 일처리가 가능할까요? 한심한 회사라면 그런 인맥에 빌붙어 살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제대로 된 대라면 그 사람 인맥보다 능력에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하고 데려오는 겁니다. 그래서 비싼 몸값을 지불하는 거구요.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를 처음 시작하게 되는 상대도 이름도 못 들어본 곳에서 영업직원했다는 것보다 대기업 누구누구 출신이면 더 신뢰가 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자연히 거래처가 많아질 수 있는 잇점이 있고 그 모든 걸 감안해서 그런 대기업임원 출신을 고액에 스카웃하는 것이겠죠.

물론 변호사만 해온 입장에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이 배아플 겁니다. 원래 성적도 뒤쳐지는 데 판검사 하다 나오면 훨씬 좋은 사건과 금액을 받게 되니....그걸 전관예우다 어쩐다 라고 몰아가는 건 좀 잘못된 시각이라고 봅니다.

평생 그 중소회사에서 계속 일해온 사람이 부사장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위의 대기업임원출신이 부사장 자리를 앉았다고 그 사람의 능력치는 보지 않고 단순히 인맥때문에 저 자리 앉았다라고 하는 건 결례일 겁니다.

사법계 현실상 드문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등수 최상위권은 판사 그 다음순위는 검사, 혹은 다른 정부관계처나 (요즘은 정부기관도 사시출신을 뽑는 곳이 많습니다.) 공기업으로 갑니다. 거기에 못 가게 되는 경우 사기업 간부급사원으로 가고 그도 안 되면 변호사로 나가는데요. 로펌으로 간다면 좋겠지만 대형로펌은 상위권 성적만 갈 수 있습니다. 하위권 성적은 어떤 프리미엄(여기서도 전 직장이나 전공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이 없을 경우 아주 작은 법무법인이나 개인 사무실을 열어야 하는 데 이땐 당연히 사건이 많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보시다시피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지 않으니 누가 사건을 맡기려고 하겠습니까? 사건 당사자들에겐 생사가 걸린 일들인데.
그래서 시작하고 몇 년 간은 발벗고 나가서 자기 알리고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해야 겨우 자리 잡히게 되는데 그럴 때 임관했던 사람들이 나오면 또 영향을 받고 이러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기소가와 같은 법조인이 흔한 건 아닙니다만 없지도 않습니다. 만약 흔하다면 이런 만화 자체가 나오지도 않았겠지만요. 다른 일을 하다 판사로 가거나 법조인을 가까이서 알면 다른 곳이 판사만큼만 되면 이렇게 나라가 어지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하는 분도 봤습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평생 공부만 해오다 보니 머리가 꽉 막힌 사람도 있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서 돈 없는 사람 심정은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타인의 삶을 큰 영향을 키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함부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특히 법관의 경우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명과 삶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호사란 직업은 돈과 직결되고 수가 많다 보니 부패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눈에 드러나지 않게 인권변호를 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Mephistopheles 2007-08-16 01:17   좋아요 0 | URL
죄송하지만 이러한 장문의 댓글을 달으셨어도 제가 너무 이상론적으로 치우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법조인은 절대 제가 위에 달아논 부정적인 이미지의 인물들이 단 한명도 안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저런 인간들이 법조계에 출현했다면 스스로 그 단체에서 다시는 빌붙지 못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판결, 이권이 개입된 판결로 망쳐버린 타인의 인생은 제법 많습니다. 이건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에 비해 그러한 판결과 변호를 했던 법조인들은 겉모습으로는 아무런 죄책감없이 생활을 영위해나가던데요..?? 속으로는 썩고 있다..?? 이런 말씀은 마십시요 그들이 겉이 번지르르하면서 속이 썩고 있을진 모르지만 그들의 판단 미스 하나로 가족이 풍지박살나고 생명까지 끊고 막장인생으로 치달은 사람들은 더더욱 많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김승연씨는 구속적부심 통과 했더군요..똑같은 죄를 지은 조폭이 똑같은 병명으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그리고 투자한 시간에 따른 적법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렇지 않은 사람도 참 많다..라는 등의 상투적인 반박은 안하니만 못합니다..
 
팩토리 제트 1
마츠에다 네오츠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을 쓰고 보니 참 오묘하다..
그래도 제목이 저리 나온건 이 만화의 내용이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시판준비 중인 자동차 신모델을 스쿠프(파파라치)하는 카메라맨의 이야기이니까
도촬이라는 표현을 써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 싶다.

5권으로 가뿐하게 완결이 된 이 만화책은 일본만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어려울지도 모를 전문상식과 지식에 대해서 만화를 곁들인 글로 깔끔하게 설명하는
재치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부록마냥 들어가 있었으니까..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일본차 사랑에 입술이 씰룩거렸으나
작가와 스토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일본사람들이니 그럴수 있다라는 건방진 포용심
으로 용서해주면서 완결에 다가갔었나 보다.

결론은 자기나라 자동차 사랑은 일단 기본적인 양념으로 치부해도 무난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5권의 책에서 계속 강조하고 어필해 주는 건 현대산업의 총아, 엔지니어의
극한이라는 자동차공학의 간결한 치장과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펄펄 끓다 못해
화산속의 마그마 같은 예술혼이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간간히 살짝 비틀어주는 붕어빵수준의 현 자동차산업의 폐해와 문제점....
아울러 혼이 담겨있지 않은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비판...
그리고 이 산업에 기생하여 금전적인 잇권만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 금융가들까지...

과거 잠깐이나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체류했을 때, 한국기업 H사의 자동차 가격과
사양이 국내기준과 지나치게 판이하게 다르다는 배신감을 느꼈기에 100% 공감이 가는
부분이였다고 보고 싶다.

뱀꼬리 : 일본차 독일차, 영국차에 대한 장점은 비교적 많은 지면을 차지한 반면 의외로
미국차에 관련해서는 비판의 내용이 더 많더라는..이거 은근한 반미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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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미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미국에서 사는 H자동차는 내수용과 많이 다르다고 하대요.

건우와 연우 2006-11-1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만화의 소재와 작가의 소재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면 참 부러워요.
집요하다고 느껴질정도로 사소해보이는것까지 열심히 파고든다고 해야 하나요.
이 만화도 재밌겠군요.^^

moonnight 2006-11-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겠어요. 자동차매니아인 후배가 떠오르는군요. 선물용으로도 괜찮을까요? ^^

Mephistopheles 2006-11-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 예 저도 경험해봐서 아는데..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이나 사양이 국내에서 시판되는 것과 많이 차이가 나더라구요...
왠지 국민이 봉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건우와연우님 // 일본만화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어려운것을 만화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그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달밤님 // 아마도 자동차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마음에 드실 껍니다..^^

2006-11-15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11-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벅찼던 내용이지만, 메피님께는 괜찮았던 모양이라 다행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원래..자동차라는 물건이 남자들이 가지고 노는
비싼 장난감 중에 하나잖아요.^^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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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한 책은 확실히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빠르게 읽는만큼 남는 것 또한 극히 미미하기 나름이지만, "남쪽으로 튀어"는 책을 잡고
있는 내내 킥킥 거리면서 후다닥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뒤에 오는 그 쓴맛만큼은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였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주인공인 초등학교 6학년인 "우에하라 지로"의 환경을 살펴보면
무턱대고 웃어주기에는 미안한 구석이 여기저기 발견된다.

집안의 문제를 이야기 하자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과거 과격파 학생운동의 핵심멤버였고
어머니는 수그러들었을진 몰라도 아버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피붙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나이차가 많아나는 누나는 불륜의 연애에 빠져있다. 그나마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어린 막내여동생 모모코 만이 아무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집밖의 문제도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다.
평균적인 성적에 타학생들보다 약간은 발달한 운동신경, 그리고 또래 여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과 인기를 유지하는 평범한 초등학생 지로에게는 얽히고 물린 과정으로 중학교
불량배의 마수가 뻗어오고 있는 상황.

조금더 복잡하고 머리아픈 현실이라면 이러한 집안 내적인 문제점과 외적인 문제점이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라는 도화선에 의해 연쇄폭발의 수순을 밟은다면 어리고 심약할
초등학교 6학년생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현실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뿐인가. 평안할꺼라 예상했던 남쪽섬으로의 이주는 혁명과 투쟁을 몸소 실천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생이별(?)의 현실까지 경험하게 되버리니 말이다.

위의 이야기대로라면 주인공 지로의 인생방향은 이미 "제대로 삐뚤어 줄테다!"를 연상하기
에는 충분하였고 2권으로 이루어진 "남쪽으로 튀어"는 상당히 우울하고 어둠의 소설이라고
예상하기에는 충분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권의 책을 잡고 있으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모든 걸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바로 "오쿠다 히데오" 라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낄낄 거리면서 웃게 만드는 유쾌함은 더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이 지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겪었을 법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조목모목 따져가면서 한방필살의 풍자
까지 완벽하게 곁들이는 솜씨하고는.....

전작이 꽤 높은 곳에서 진자운동으로 흔들어주는 공중그네였다면 이번 작품은 360도 뺑뺑이를
돌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이였다.

다만. 결국 "선"과 "정의"라고 생각했던 사상과 생각이 "악"과"불의"라고 생각되는 사회문제와
권력에는 여전히 나약하다는 현실이 약간의 속쓰림으로 남게 되었다. 

이책은 지나치게 웃으면 안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 웃음을 참아가면서 작가가
교묘하면서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설치해 놓은 비판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웃지만 말고...심각한 상황을 약간은 절절하게 속쓰림을 느끼면서 잡아야 할 책이 아닐까..

그나라(일본)나 우리나라나 당면해 있는 사회문제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니아니..더 심각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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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내 머리를 쥐어박게 되는 책이죠.

moonnight 2006-11-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어떤 분위기일지 그려지네요. 반드시 읽고 말테다. 결심하게 됩니다. 담번 책 주문때 필히 넣어야겠어요. 당근추천! ^^

짱꿀라 2006-11-14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잙읽고 갑니다. 바로 추천들어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Mephistopheles 2006-11-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전 웃다가 제 목을 졸랐습니다...
눈웃음만 지으신 속삭이신 분 // ^^ 의 의미가 무엇인지 30자내로 서술해주시기 바랍니다..ㅋㅋ
달밤님 // 너무 웃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도 전 이 책보면서 혼자서 ㅋㅋ 많이 그랬습니다...^^
산타님 // 아이고 감사합니다 산타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설명필요하시다고 두번 속삭이신 분 // 접수했습니다..

2006-11-14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등록 속삭이신 분 // 재빨리 수정했습니다..아 차력도장 필독서였군요..
그런데 차력도장의 정체가 뭔가요..???

픽팍 2006-12-2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이 굉장히 좋네요. 살까 말까 굉장히 망설이고 있었는데요. 왜냐면 전작인 공중그네가 재미는 있었지만 저에겐 좀 가볍게 느껴져서요. 이 책은 어떨지 감도 안오다가 님의 글을 보니 확 필이 오네요.
친구랑 서점 갔다가 이 책을 두권에 한 권값에 팔길래 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만지작 거렸는데 살 걸 후회되네요 ㅠㅠ.

Mephistopheles 2006-12-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는 주제 자체가 가벼웠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공중그네의 경우도 환자 하나하나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점을 같이 안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익살스럽게 풀어주는 작가의 실력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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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보도사진작가와의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마우신 분께 사기(?)를 쳐서 오노가 된 심정으로 접하게 되었다. 리얼리즘을 극한까지 몰고가는 종류의 책을 사기쳐서 받은 심정때문에 약간의 양심에 찔렸으나 열심히 읽고 리뷰는 쓰는 걸로 그 미안함을 대신해볼까 한다.

책의 첫장을 펼쳤을 때 앞표지 뒤에는 작가의 약력이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1913년 10월 22일 헝거리 유태인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시작한 "로버트 카파"의 약력은 1954년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지뢰를 밟아 폭사하기까지 41년의 삶을 정리해주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이 사람 로버트 카파는 길지도 않은 41년의 흔적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약냄새에 절어있는 삶을 살아온 듯 했다.



1936년에는 스페인 내전, 1938년에는 중일전쟁, 1942년부터 1945년 2차세계대전 유럽전선 종군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중동전쟁 종군, 1954년 인도차이나 전쟁 종군 중 사망

이책은 그의 화려(?)한 약력 중 1942년부터 1945년까지의 유럽종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은 활자와 영화처럼 움직이는 시각영상이 아닌 정지화상의 사진으로 가득채워져 있었고 그 어느 책들보다 강도가 높은 현실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극히 "디아스포러"적인 삶을 살아왔었을 그가 찍었던 책속의 사진들 한장 한장을 그보다는 몇갑절 많은 활자와 함께 버무려 보면서 오히려 활자보다는 사진을 감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사진 속에는 활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피사체들의 순간적인 삶부터 사연많은 삶까지 모든것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싶었다. 물론 사진을 집중해서 들여다 본다고 그들의 인생을 파악한다는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방향이나 생각하는 각도에 따라서 시종일관 심각할 수밖에 없는 이책의 내용은 지독한 현실을 희석시킬려고 작정을 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카파와 주변인들의 여유와 유머가 함께 맞물려 있었다.

이탈리아 전선에서 진흙탕의 산 정상을 시체들을 뒤로하고 올라가면서 카파는 넉살좋게 이런말을 한다.

"캘리포니아 태양 아래서 흰 구두를 신고 흰 바지를 입고 걸어가고 싶어" 
종군기자의 전쟁 노이로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P 148)

지옥같은 노르망디 해변 상륙작전에서는 그 광기섞인 유머는 한마다의 촌철살인같은 의미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로 코 옆에 어젯밤 함께 포커를 쳤던 중위가 있었다. 그가 물었다.
"내가 방금 뭘 봤는지 알아?"
"내 머리가 자네 시야를 가리고 있어 아무것도 못 봤을 것 같은데."
그러자 그가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가 현관문에서 내 보험증권을 들고 흔드는 걸 봤어"   (P 194)

프랑스 수복 후에 목격한 독일군 고위 장교와의 만남은 이렇게 묘사한다.

한편, 에디 장군도 자신의 전리품을 챙겼다. 그것은 셀부르의 독일군 사령관인 칼 폰 슈리펜 장군으로,
그는 우리가 생포한 최초의 고위급 독일군 포로였다. 나는 그의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포즈를 취해주지 않았다. 그가 부관에게 말했다.
"언론의 자유랍시고 떠들어대는 미국신문이라면 지긋지긋해"
나도 독일어로 한마디 응수했다.
"나도 이제 싸움에 패한 독일군 장군을 찍는 일에는 넌덜머리가 납니다."
내 말에 격분한 그가 나를 향해 홱 돌아섰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았다.
아마도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나올 수 없으리라!    (P 208)



극한의 공포와 환경에 처해지면 사람이 저리도 여유스럽고 유머스러워지는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수없겠지만, 전쟁이라는 오만상이 찡그려지는 상황을 기록한 이야기 전개속에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가게 해주는 위선적인 양면성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그와 반대로 전쟁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 관한 비판을 던지기도 한다.

마지막 총을 쏘는 마지막 병사는 최초의 사격을 가하는 최초의 병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의 모습을 뉴욕 본사로 송고해봤자 그곳 사람들은 흔해빠진 병사 하나가 총을 쏘는
장면으로밖에 안 여길 것이다. (중략)



나는 마지막 전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쟁의 마지막 날에도 몇몇 용감한 병사들은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산자들은 너무도 빨리 그 모든것을 잊을 것이다. (P 287)

총알이 아닌 필름을 장전하고 무간도 지옥 한귀퉁이 같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그렇게 로버트
카파는 "러브엔피스"를 속으로 외치면서 방아쇠마냥 셔터를 당겼을지도 모르겠다.

구구절절 떠들어대는 장황한 말보다...
조목조목 한장의 종이를 가득 채우는 활자들 보다...
단 한컷으로 그 모든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사진은 거짓이 없다.

물론 포샵질 혹은 각도를 틀리게 하는 별별기교들이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 말이 통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로버트 카파 라는 파란만장하면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보도사진작가의 사진에는 거짓과 위선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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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1-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이리 심한 뽐뿌를......나빠요...

플레져 2006-11-0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 ^^

비로그인 2006-11-0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한숨이 나오도록 자극적이네요.

2006-11-0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1-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보고 나면 지를 거라고 알았죠^^;;;

기인 2006-11-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요즘 밴드오브 브라더스 다시 보고 있는데, 팩션이라 그런지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아.. 좀 있으면 또 출근해야 되서 죽을 맛입니다 =.=;

Mephistopheles 2006-11-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 메롱~! 이라고 밖에는 답글을 달수없는 제 심정을 이해해 주십시요=3=3=3
마지막에 느낌표 쓰신 속삭이신 분 // 별말씀들 다 덕분입니다..라고 말할려고 했는데...세상에 말이 씨가 되었는지 안톤 오노가 소리 소문없이 지금 국내에 들어와 있다고 하더군요..한국선수들과 말도 트고 연습도 같이하고 있답니다.(진짜루)
플레져님 // 헉...전 더 살고 싶어요..!!
속삭이신 빨간펜 선생님 // 아...마져요 그걸 세상에 또 틀리다니...재빨리 수정은
했지만 알밤은 달게 맞겠습니다..^^ 혹시 보관함에서 몇달 숙성되었나요.??
마노아님 // 책은 좋았습니다. 잔인한 사진이 있는 건 아니였지만..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는 전쟁이야기라 시체 이야기는 제법 나옵니다..쩝..^^
기인님 // 밴드오브브라더스의 경우 2차세계대전때 전설적인 활동을 했다고밖에 생각이 안되는 101공수여단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 씨리즈물은 95%는 논픽션이랍니다..^^ 참전하고 주변의 증언들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그나저나
언제 소집해제이신가요.?

Mephistopheles 2006-11-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 죄송합니다 답글을 빼먹었습니다.^^ 제가 책속의 그시대 그장소에 있다면...아마 제정신 아니였을 껍니다...^^
안톤오노 갸웃 속삭이신 분 // 설...마...요..전 턱수염은 안기른답니다..^^

sayonara 2006-11-0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생각났어요.
그 인터뷰 장면들에서 느꼈던 먹먹함이랄까... 음.. -_-;

Mephistopheles 2006-11-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 예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미국만세 냄새가 좀 짙게 베어나오는데 비해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그 옛날 그 전장에 있었던 실존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약간이나마 희석시켰다고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