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도럼 - Pand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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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의 방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자급자족을 못하며 수입으로 연명하던 식량난의 조짐도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범세계적으로 찾아보지 않고 국지적으로 우리나라만 찾아봐도 무분별한 삽질로 점점 환경이 오염되기고 있는 건 누가 봐도 뻔한 현실이다. 아마도 이렇게 개선이 안 되고 자중하지 않는다면 어느 영화마냥 2012년이 꼭 아니더라도 인류의 멸망은 불을 보듯 뻔할 뻔자로 보인다. 인류만 멸망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지구별이라는 자체가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암흑의 행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영화판에서 찾는 소재는 무궁무진하지만 우리가 현실에 직면한 일상다반사적인 사항을 주제로 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앞에서 언급한 지구의 황폐화와 망조가 들은 현실은 더없이 좋은 소재 중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소재를 기점으로 영화 팬도럼은 만들어진다.

더 이상 인류가 살기 힘든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발견과 동시에 그 행성을 향한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여정 중 발생하는 거대한 사고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SF영화에서 자주 접했던 장기수면의 표현을 사용했고 이런 수면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오는 후유증으로 명명한 이 영화의 제목과도 같은 '팬도럼'이 포인트로 작용한다. 심한 손 떨림, 극심한 기억상실증이 동반되는 장기수면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식표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수면에 돌입한 엔지니어 바우어 상병의 기상(?)과 더불어 영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인류의 희망을 싣고 출항한 엘리시움호는 그 기능이 정지되어 있고 수면실에 고립된 바우어 상병과 더불어 비슷한 시각에 깨어난 페이튼 함장은 함교로 진입하기 위해 고분 분투한다. 그들이 수면실의 범위를 벗어나 점차 엘리시움 호 전체로 범위를 넓혀가며 마주치는 상황은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미래 모습인지 외계에서 유입되었을지도 모를 괴 생명체의 사냥감으로 인간은 전락하고, 그나마 우주선의 남아있는 극소수의 생존자들 역시 살기 위해 동물 본연의 모습으로 돌변해 있는 상태.

이 과정에서 윤곽을 더해가는 진실과 음모를 조금씩 벗겨내며 영화는 고조된다.

결말은 어느 정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진행과정이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인 방식에 충실했다면 그 반대되는 유토피아적인 모습을 막판 20여분 동안 한 방에 확실히 만회하는 성격을 보여준다. 이 극적인 반전은 진행과정에서 수도 없이 복선으로 깔아주는 바람에 강력함이 떨어져 영화 속 큰 장점을 놓친 부분만큼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현실을 생각하면 습기 가득 머금은 어둑어둑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 이외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은 모험을 시도하지 않은 무난함이 바탕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허구라고 생각하고 싶은 영화 속 이야기가 전혀 허구로 받아들이기 힘든 암울한 현실이 자꾸 거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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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12-01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가 동하는데요? 찾아봐야겠어요.. +_+

Mephistopheles 2009-12-01 12:51   좋아요 0 | URL
그냥저냥 흥미롭게 보기에는 좋긴 하지만서도...명작...이라고 말하긴 좀 주저스런 영화랍니다.
 
더 문 - Mo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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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는 시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순식간에 지나가는 세월의 잔상이겠지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따라 체감 적으로 30년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존재할지도 모른다.

공기도 없고 어떠한 생명체도 없이 오로지 인공지능 컴퓨터 거티와 함께 3년의 근무를 채워야 지구로 송환이 가능한 어느 노무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전혀 참신하지도 재미를 주기에도 벅찬 소재라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리 배경이 근 미래 달 표면이라고 해도 말이다.

영화의 선택 역시 샘 락웰이라는 배우의 이름만을 보고 선택했을 뿐 어떤 기대나 가치를 두기엔 무리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티 목소리 역으로 케빈 스페이시) 그냥 그렇게 황량하고 척박한 달 표면에서 3년을 보내는 노무자가 외계의 괴 생명체를 만나거나 지구로 향하는 운석을 막기 위해 몸 바쳐 지구를 구한다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영화는 이런 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외부적 요인의 변화라기 보단 영화 속 주인공  "샘 벨'의 내면적 변화가 영화를 이끌어 간다. 단지 우리가 기타 영화를 보며 마주쳤던 기억조작, 패쇄적 환경과 거대기업의 음모 따위의 통속적인 양념을 동원하는 모양을 갖추면서 말이다. 단지 이 영화의 맛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맵거나 달작지근하고 시큼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맛이 아닌 쌉싸래한 쓴맛을 베이스로 깔고 있다는 것만큼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감지된다.  

이런 기본 느낌과 샘의 모습에서 몇 년 전 어떤 사격장에서 실탄 사격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자동권총 탄창에 차곡차곡 9밀리 파라블럼 탄을 13개를 끼워 넣고 20여 미터 떨어진 과녁판을 향해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겼던 기억이 난다. 방아쇠를 당길 때 마다 탄창 속에 있던 총알은 차례차례 총신의 실린더를 거쳐 총구를 거쳐 불꽃과 굉음을 내며 과녁판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그것으로 어딘가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 총알의 운명은 끝이 나게 된다. 내가 소모한 총알은 종이로 만들어진 과녁판을 꿰뚫었겠지만 경우에 따라 인간의 신체를 관통하며 그들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평생 탄창에 끼워 넣어진 채 혹은 창고에 처박힌 채 수년의 세월을 만들어진 본래의 취지를 망각한 듯 조용히 지낼지도 모른다. 샘 벨의 인생 또한 탄창 속에 들어찬 총알과 같은 처연함을 느낀다.

몇 십 개의 회로와 전기부품과 금속몸체로 만들어진 거티라는 컴퓨터가 샘을 위해 ‘난 당신이 행복하기 바래요’란 전혀 기계적이지 않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존재하고,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이 코코넛 꾸러미를 타고 탈출에 성공하는 것과 같은 샘의 마지막 모습이 해피엔딩을 보여준다고 해도 영화 자체의 고독감을 희석시켜주진 못한다.

같은 양념을 똑같이 써도 조미료 냄새 듬뿍 나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존재하듯 이 영화 자체만을 따진다면 후자 쪽에 가깝다. 익히 알고 있는 소재와 내용을 가지고 감독과 배우는 주제에 몰입하게 해주는 솜씨만큼은 뛰어나다. 단지 SF는 고도의 스릴러 혹은 스펙터클한 액션성이 가미되어야만 볼 맛이 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겐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이 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분들은 알아서 이 영화를 피하면 될 뿐이다.

뱀꼬리 : 영화 속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매개체를 만날 수 있다. “SARANG(사랑)” 이라는 한글과 태극기,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한국어 음성. 설왕설래가 많나 보다. 착취와 악덕기업 이미지와 비인간성의 상징으로 쓰였다느니, 혹자는 유전자 변이 생명체를 주도했던 과학을 비판했다느니 등등.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건데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기에 우리나라 말 ‘사랑’은 어느 누가 들어도 너무나 아름답고 예쁜 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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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3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당시 감독이 한국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서 그랬다고 하는군요^^

Mephistopheles 2009-12-01 00:34   좋아요 0 | URL
그것도 그거지만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감명깊게 봤다고 하더군요.
(감독은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라더군요.)
 
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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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보며 아슬아슬한 균형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독과 배우가 한정된 시간 내에 얼마나 영화의 내용을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가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 러닝타입의 수십 배 혹은 수천 배에 달하는 시간을 소비하며 찍어낸 영화는 결국 최종 편집과정을 거치며 거의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되고 요약된다. 간혹,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대가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 상영시간의 한계성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소수의 팬들을 위해 '디렉터스컷'이라는 감독재편집판과 같은 동일한 내용의 다른 버전의 영화가 재 상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근래 봤던 영화 중 시간대비 효율적인 압축성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몰입도를 보여준 영화가 하나 존재한다. 앞에서 말한 한정된 시간에 관객들에게 영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스크린을 통해 투영시켜 준다. 더군다나 늘어지기 쉽고 장황한 설명이 전제되지 않은 한 몰입하기 힘든 SF의 장르적 핸디캡까지 거의 완벽하게 커버시켜 주는 맵시까지 선사한다. 속칭 검증된 배우들인 '스타'의 기용은 전무하니, 이 모든 걸 감독의 내공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더군다나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라고 하니 경탄과 더불어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 영화를 정의 내리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스필버그의 대표작이며 그의 이름을 만방에 떨쳤던 80년대 영화 'ET'에서 동심과 순수를 걷어내고 지독한 현실과 풍자, 비판을 가득 담아 놓은 '미성년자 관란불가 외계인 지구 탈출기'로 보면 간단하게 영화 내용이 정립된다.

그 동안 스크린 속에서 가지가지 방법으로 지구를 유린하고 인류를 괴롭히던 외계인(결론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지만)들은 발달된 문명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환경적응의 실패로 인해 난민화 된 모습을 보여주며 그 대척점에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류를 악역의 위치에 심어둠으로써 기존의 인베이더 스타일의 영화들과 발상의 전환의 성공을 이룬다.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학대와 고통의 상징인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와 엑서더스까지 표현방법으로 비유시키고, 인종차별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했던 요하네스버그의 배경적 특수성까지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켜 준다.  



분명 이 영화는 아마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이야기가 될 정도로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극장가서 내가 대체 뭔 영화를 봤는지 팝콘과 오징어만 씹은 기억만 나는 가벼운 영화는 절대 아니다. 8000원이라는 표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쓰린 속내는 어쩔 수 없이 찾아온다.  

강제 철거와 집단 이주, 이를 거부하고 반항할 시 철저한 탄압과 규제. 영화 속 외계인에게 행하였던 인간의 악행은 현실에서 같은 인류에게 끊임없이 반복되어지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 바로 코앞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까.  



이젠 영화를 영화로만 가볍게 보고 마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개입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만 잔뜩 늘어버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웃기고 재미있다고 하기엔 묵직한 속내만큼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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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워즈 - Summer War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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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틈을 내서 주변사람들을 살펴보자. 내비게이션을 보고 길을 찾아 운전하는 사람이나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에 붙어 있는 사람, 핸드폰을 이용하여 현란한 엄지 손놀림을 보이는 여고생들, 게임 속의 아바타나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들. 결국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위대한 과학 발전의 현재 진행형의 모습을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라 보고 싶다. 팡파르를 울려도 모자람이 없는 현대 인류 역사상 눈부신 업적이라 해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이왕 짬을 낸 것 조금만 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인 ‘가족’의 범위에서 위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팡파르를 울리고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무언가 뻘쭘해진다.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준 어쩌면 새로운 산업혁명인 인터넷은 인간사회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과의 관계를 대비시켜 보면 글쎄? 라며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것들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자신의 형제와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의 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건 우리들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다반사가 되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까지 도달한 걸지도 모른다.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내 마음 속에 단발머리 여고생이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올 여름 ‘썸머 워즈’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 것이 아니다. 앞에 장황하게 늘어 논 저 뻔 한 이야기를 감독의 색깔과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다분히 천재적인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겐지는 짝사랑하는 얼짱 선배 나츠키의 황당한 아르바이트를 여름방학시기와 맞물려 부탁받게 된다. 바글바글 대가족의 일원인 나츠키의 가짜 애인 역할을 맡아 달라는 것. 상대적으로 단출한 핵가족의 일원인 겐지가 나츠키의 가족 속으로 흡수되며 러브러브 라인을 부각시켜준다면 맹맹한 스토리로 전락해버렸을지 모르겠지만 이 아날로그적인 인간과 가족의 테두리에 강력한 전 세계적인 넷망을 구축한 ‘오즈’라는 발전된 디지털적인 시스템의 폭주를 접목시키며 영화의 주제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전개를 거치는 영화를 보며 주연이라 보여주는 청춘남녀의 모습보다 부각되는 인물 하나를 찾게 된다. 어쩌면 극단적 위기의 순간 나츠키네 가족의 수장격인 할머니 사카에의 행동과 모습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에 대해 많은 부분을 표현해주고 있다.

옛날 사람, 구식의 표본이라 해도 무방한 90살의 할머니는 살아온 세월만큼 현명한 안목과 더불어 넓은 포용심과 강력한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에서 잊었거나 마주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다 호들갑을 떨며 흥분할 때 결단력 있게 가족들을 규합하는 모습과 낡은 전화기를 이용해 본인 스스로 사태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만화영화 속 작위적 표현의 극치를 보여줄지언정 사람끼리의 소통방법의 정답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는 이렇게 단순한 고교 남녀생의 로맨스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그들과 속한 인간관계를 조금씩 확대해가며 영화 속에서 많이도 써먹어 이제는 익숙해진 ‘가족애’라는 주제를 재미있고 부담 없이 담백한 맛을 보여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자. 광통신을 들먹이며 초당 몇 백 메가의 전송량을 자랑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선전이 넘실대고 있다. 어마어마한 기능과 더불어 고가의 핸드폰은 출시됨과 동시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저인망 그물처럼 촘촘하게 얽혀진 전선 몇 가닥과 대기에 넘실대는 전파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는 분명 인류 최고의 자원이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축소시켜 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보다 더 위대하며 강력한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면면의 특징을 잘도 살린 영화가 내가 오늘 보고 온 영화 ‘섬머위즈’라 말하고 싶다. 

뱀꼬리:
혹자는 자위대 운운 일본의 우익적 발상의 극치, 감독의 전작인 디지몬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스토리. 원작이 뛰어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능가하진 못한다. 라는 악평으로 분명 호불호로 양분될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을 봄에 있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지라도 지나친 분석과 심각한 잣대의 제시는 결국 재미를 위해 보는 영화 자체의 의미를 망각하는 경우로 전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영화는 영화 자체를 가지고 즐기는 것.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전부라고 보고 싶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근본적 이유가 무언가 생각해 보자. 공부하려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일의 연장은 더더욱 아니다.(물론 업종 관계자는 예외) 영화를 보는 근본적인 이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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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1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의 다음 영화도, 코이!

Mephistopheles 2009-08-18 22:35   좋아요 0 | URL
이왕이면 모두 합창하며 코이코이코이!(쓰리고)

레와 2009-08-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참에 고스톱을 한번 배워볼려구요. 큿~

Mephistopheles 2009-08-18 22:36   좋아요 0 | URL
극적인죠..우리가 흔히 심심풀이로 즐기는 인터넷 맞고가 인류를 구원할 줄이야..거기다가 레어템까지 넘겨주고 막판 스릴있는 코이코이코이!

paviana 2009-08-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이 영화보라고 하시는 거지요? ㅋㅋ
이건 또 누구랑 보나 ? 흑흑

Mephistopheles 2009-08-18 22:36   좋아요 0 | URL
^^ 아마 파비님으 보셔도 절대 극장표값이 가깝진 않을 껍니다..^^

비로그인 2009-08-1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이글루스에선 참 시끄럽더군요. 가족이란 주제로 작성된 리뷰는 여기서 처음 보네요 ㅅㅅ

이글루스는 좀 소모적이라 그 논쟁들을 보다보면 질려버려서 영화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만들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8-18 22:4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영화를 보고 포탈에 걸린 리뷰들을 봤는데......
영화 한 편에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목숨거는 듯한 내용을 남긴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8000원이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큰 돈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기준으론 아깝진 않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지요. 그걸 기다, 아니다 잣대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은데..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넷엔 꽤 많더라고요..

카스피 2009-08-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애니는 애니일뿐 오버하지 말자^^
 
옥토버 스카이 - October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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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성공신화는 주변에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특정 인물의 성공을 책으로 혹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아니면 다분히 속내가 보이는 강연회를 통해 질리도록 접하고 있는 게 요즘 실정이다. 30살이 채 되기도 전에 소녀들의 추앙을 받는 아이돌 그룹이 자서전을 쓰고 불타나게 팔리는 세상인데 이런 조금은 지나친 자기 PR은 이제 거부감을 넘어서 그다지 예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옥토버 스카이는 앞에서 밝혔던 내용들과 큰 차이점을 가지진 않는다. 탄광촌이라는 지역성 특성상 별다른 선택이 없는 고등학생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나가는 과정을 그려주는 다른 성장영화와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가족과의 갈등도 평범하고 배경적인 핸디캡 또한 특별하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접해 봐서 익히 알고 있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위기를 넘긴 후 꿈에 접근하는 모습 또한 전혀 새롭지 않다.

이런 상투적인 소년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뻔한 영화일지라도 영화를 세세하게 다양한 시각으로 보면 다른 성장영화들과는 다른 관점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아마 이런 요소들 덕분에 이 옥토버 스카이라는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질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주관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 영화의 매력은 시대적인 배경을 꼽고 싶다. 냉정이 한창인 1957년의 배경과 소련과 미국의 경쟁적인 우주개발이 주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과 탄광촌이라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노조의 태동과 혼란기를 소년들의 아버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호머 히컴의 아버지 역시 노조를 거부하는 완고하며 보수적인 전형적인 광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자식의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광부 일을 완고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들의 시선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아버지 세대와 대립적인 호머와 그의 친구들인 로켓보이들의 패턴은 급진이라는 모습 보단 사회의 테두리와 환경 속에 조심스런 행보를 거듭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이들의 정신적 맨탈인 불치병에 걸린  과학 선생님 라일라선생과 대립각을 세우는 완고한 보수인물 교장의 모습과 행동 또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을 주변 산불이 소년들의 로켓실험이 원인이라는 상황적인 증거에 그들을 제재하면서도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공권력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모습과 결국 결백한 학생들의 주장을 들어 줄 수 있는 소통의 모습, 더불어 그들이 진출한 과학 박람회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어쩌면 나는 소통이 가능한 진정한 보수를 영화에서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특정인물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다. 호모 히컴이라는 주인공 소년을 축으로 그를 도와 로켓을 쏘아 올리는 3명의 소년들의 상황 역시 조연의 모습으로 치부하기엔 짧지만 집중적으로 조명해 준다. 공부벌레 쿠엔틴의 숨기고 싶은 열악한 가정환경, 새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언젠가 나아지겠지를 읊조리는 로이의 환경을 짧게 보여주며 그 당시 사회적인 문제점 또한 간결하게 표현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이런 짤막한 재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집중된다. 그들의 성공과 더불어 이 영화의 실제 인물들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짧게 보여준다. 배경인 탄광촌은 지구상 다른 탄광촌과 마찬가지로 폐광의 길을 걸었고 호모의 아버지 역시 폐병으로 운명했다는 설명, 다른 로켓보이들의 성장한 모습,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호모 히컴은 여전히 NASA에서 자신의 소년시절 꿈을 진행시키는 모습(영화가 1999년 작이고 지금은 그 역시 은퇴해 작가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함)까지 보여주며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근거와 더불어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널리고 널린 성공적인 성장영화들의 어떤 장점이나 특징 없이 이 영화는 정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맑고 푸르른 10월의 하늘을 가르고 기상하는 로켓의 모습은 그들이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들의 10월의 하늘과 내 자식들의 10월의 하늘이 그들처럼 맑고 높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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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7-2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지요. 모르는 영화를 님 덕분에 많이 알게 됩니다

Mephistopheles 2009-07-30 10:52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져있지만 진짜 실제와는 약간은 차이점이 있다고 하네요. 영화 속 로켓보이가 5명인데 실제로는 7명이라는 사실. 주인공이 과학경진대회에서 폰 브라운 박사의 싸인이 들은 사진을 도난당했다는데 실제는 도난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과학교사 라이라 선생은 병원에서 로켓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것이 아닌 그 현장에 직접 있었다는 사실. 이런 부분 설정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직하게 전달되는 꽤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이매지 2009-07-2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정말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새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Mephistopheles 2009-07-30 10:52   좋아요 0 | URL
저번 일요일날 EBS에서 했답니다..^^

비로그인 2009-07-3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성노조원이면서 남자는 복싱을 해야한다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오는 아버지랑 비교 되네요.
역시 보수는 원칙이 있어야해요. 어느나라 보수 처럼 원칙도 신념도 없이 약자를 짓밟고 강자의 똥꼬뇽을 한 없이 사랑하는 것들은 그냥 수꼴이죠.

Mephistopheles 2009-07-30 10:56   좋아요 0 | URL
빌리의 아버지처럼 적극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진 않지만,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훌륭한 사람으로 보여줍니다. 노조에 반대하는 보수색채가 짙긴 하지만 모든 광부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죠. 사고땐 자기 몸을 희생해 여러 동료들을 살려내는 모습과 아들의 친구를 폭행하는 새아버지를 응징하는 장면등은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리플리님이 말씀하신 보수는 보수가 아닙니다. 단지 이익만을 위해 이리저러 들러붙은 기회주의자에 잉여인간일 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간들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 어느나라가 문제는 참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