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에 걸려 앞으로 자빠져도 쓰리큐션으로 갈비뼈까지 아작할 것들...
빗속을 둟고 달려온 오토바이 택배 아저씨의 내용물은 그 옛날 임금에게 사약대접을 받는
장희빈의 심정을 100번을 이해하고 남을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물론 어명이요~란 대사가
아닌 퀵입니다~라는 다분히 직업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사였고, 뒤 이어 착불이요~ 란 에
드립으로 인해 이미 이마에는 내 천(川)자로 깊은 고랑을 만들어주기까지 하였다.
아무생각없이 모서리가 약간 비에 젖은 이 내용물을 까 뒤집어 보니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A3 종이 뭉치가 뭉탱이로 튀어 나온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참으로 귀여워 보이는 곰이 묘한
표정을 하고 책을 붙잡고 있는 마크가 우측 상단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고 나서 "올게 왔군"
이란 자조 섞인 혼자말을 중얼거려 보았다.
석달 전에 한 프로젝트가 이.제.서.야. 검토를 마치고 하필이면 추석을 얼마 안남은 상황에
날라와 주신 거였다. 더더욱 경악할 사실은 해준 것 하나 없고 수금도 제대로 안해주는 건방
진 발주처 작자들이 무.조.건. 이번 달 내로 마무리 해달라는 생때를 쓰고 있는 상황까지
진전되고 있다. 이 내용물로 간단한 회의가 소집되었다. 아래는 회의 중 일부의 녹취록을 옮긴
것이다.
소장마마 : 메차장..저걸 이번 달 내로 끝내라고 한다. 일량이 얼마나 되냐.
메차장 : 크게 많지는 않지만 짜잘하게 이것저것 수정할 것은 제법 많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뭘 좀 볼 줄 아는 사람이 체크를 했는지 머리싸매고 생각하면서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하네요.
소장마마 : 그럼...(나를 지긋이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며)...아들이 미쿡에 갔다고 했지...그리고
집사람도 지금 해외공연 중이라고 했지...추석때 어디 안가겠네...그치....그럼 메차장이...
메차장 : (건방지게 말 확 끊으면서) 어..저 바쁜데요.. 그동안 빨간날 열심히 출근하는 바람에
그때 해야 할 일들이 느무느무 많이 밀려버려서요.. 이번 연휴때 몰아서 할라고요 (개뿔..방바닥
에서 빈대떡 뒤집기 놀이 하는 것도 밀린 일이라면 밀린 일이다.)
소장마마 : (약간 긴장된 표정을 보이며) 하지만 이걸 이번 달내로 달라고 하지 않냐..그니까 나도
나올꺼고 실장도 나올꺼고 왕언니도 나올꺼니까 빨간날 하루나 이틀정도 나와서 후다닥 해치워
버리자 응...
메차장 : 저..그럼 특근 수당 주세요...다른 날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름휴가도 못갔고 명색이 추석
인데...
실장마마 : 와 그럼 난 4일 내내 나올 수 있어 일당 3만원 어때요 소장마마.
왕언니 : 와 전 아주 4일 내내 사무실에서 살 수 있어요....!!
여직원 1 : 저 제주도행 비행기표 취소할래욧!
여직원 2 : 어머 전 강원도 안갈래요!!!
소장마마 : (입은 한일자 눈썹은 역팔자) 되았다 되았어..체체..!! 내가 집에 가서 하고 말지..!!
메차장 노트북이나 하나 주문해놔라 집에 컴이 느려 터졌으니 노트북으로 작업해야겠다..체..!
메차장 : 추석이 코앞이라 택배대란 중입니다.
소장마마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빨간날 며칠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물론...
추석연휴 전에 떡값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서 몸바쳐 충성할 각오는 되어 있단 전제가 깔리지만 말이다.
그리고 추석연휴 뻔히 알면서 연휴시작 코앞에 수정물 보내고 이번달 내로 해주세요~라고 왕찌질이 짓을 했던 담당자 놈은 연휴때 출근하게 되면 일 핑계로 30분마다 전화를 걸어 연휴동안 메차장과의 상콤한 전화통화만 기억하게 해주고 말리라.
오퐈~~ 후끈 달아올라 아잉~ (연결을 원하시면 메차장과의 1:1 독대를 선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