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풍전야일까나 매일매일 칼퇴근을 하는 일상에서 집안 식구들의 종용으로 인해 외식을 하게 되었다. 내일이 겸사겸사 마님 생일이고 어머님은 여행을 떠나시기에 그러자 하고 찾아간 집이 어머님이 일전에 한 번 가셨던 적이 있던 명태(?)냉면집 이였다.

그러니까 회냉면 고명으로 홍어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 꾸득꾸득 반건조로 말린 쫄깃한 명태살이 고명으로 올라오는 냉면집 이였다. 먼저 말하자면 갈비찜과 갈비탕과 더불어 음식 맛은 흡족하고 만족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위치상 샐러리맨들이 많다 보니 저녁시간 제법 손님들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맛과 비례하여 장사도 제법 잘되는 가게처럼 보였다.

하지만 술파는 음식점이 거의 다 그렇듯 술 몇 잔 들어가면 목소리 볼륨이 오토매틱으로 커지는 인간형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무지하게 시끄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음식점 문을 넘어서자마자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듯한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는 무슨 여기가 사각의 링인지 착각 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링 아나운서 흉내를 내고 있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홍코너, 청코너를 시끄럽게 떠들던 그들 무리를 무시하고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켰다. 기다리는 사이 마님은 잠깐 화장실을 찾아 나섰고, 제법 추운 날씨에 몸이나 녹이고자 뜨거운 육수를 위장에 들이붓고 있을 때 마님이 돌아왔다.

고래고래 떠드는 무리와는 가게의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기둥으로 가려져 그들의 소리는 들려도 모습이 보이진 않았는데 마님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그들의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꽤나 놀랬나보다.

마님의 설명에 의하면 그 홍코너 어쩌구 청코너 저쩌구가 그냥 술이 오른 취객의 농담 따먹기 소리가 아닌 일행 중 두 명이 냉면 먹기 대회를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르지 않은 냉면을 누가 더 빨리 냉면사발에서 입을 띄지 않고 먹느냐..라는 내기가 진행 중인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살벌하고 무지막지하게 보였는지 어지간한 것에 놀라지 않는 마님이 꽤나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어쩐지 오오..와와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오는가 싶었더니 그리도 미련한 내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는가 보다. 행여나 둘 중 누구 하나 원샷으로 냉면 한 사발을 위장 속에 털어놓고 승자가 되었다 손 치더라도 이건 누가 봐도 자명한 미련한 짓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비록 냉면의 참맛이 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고 1/3은 위장에 1/3은 입 속에 1/3은 냉면사발에 연결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있어도 그게 내기로 결정되어 맛을 무시한 저런 미련한 행동은 왠지 모르게 음식을 모독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이왕이면 뜨거운 육수 한주전자 누가 빨리 원샷하나 내기를 하시지들...
그거 볼만했을 텐데...?..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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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1-3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육수를 원샷? 크아~
근데 이북이 고향인 울아부진 냉면을 안 자르고 잘 드시대요.
근데 여기선 안 자르곤 어려워요. 목에 퀙~

춤추는인생. 2008-01-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이야기인가요? 저는 식당에서 남자들끼리 앉으신 테이블에서 옆좌석 힐끗거리며 약간은 19금 스러운 이야들 하시는분보면 아무하이힐이나 들어서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ㅋㅋ 식당이 너무 조용한것도 싫지만, 자기네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너무 미워요.흥~

웽스북스 2008-01-3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두 2주일 전에 냉면 맛있게 맛있게 먹었었는데 ㅋㅋㅋ

전 먹는 내기는 안해요- 대신...시키죠 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1-3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전..한 번 도전해봤다고....좀 곤란했었죠...숨은 쉴 수 있었고 이젠 끊어야지 했는데...그게 잘 안끊기더군요...뻘쭘하게시리..
춤추는인생님 // 옆자리 힐긋이란 춤추는 인생님 혹은 다른 이성분을 도마에 올린 19금스러운 내용의 잡담일까요..흠...그런 남자들이 있습니다. 꼬실능력도 안되면서 말로만 입방아 찧는 인간들..힐이 아까우니 그냥 그렇게 살라 하세요..^^
웬디양님 // 그러니까 웬디양님은 더 나쁜 배후 조종자 되시겠습니다...ㅋㅋ

세실 2008-01-3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면을 안 자르고 먹어야 참맛을 느낀다구요? 음 당장 시도해봐야쥐.
그나저나 별 할일없는 잉간들 참 많아요.

깐따삐야 2008-01-3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재밌어 보이죠? ㅋㅋㅋㅋ

토토랑 2008-01-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전 냉면을 안끊고 먹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 할수 없어요...

평양식인지 함흥식인지에 따라 다르고
전통식처럼 메밀로만 뽑은 면인지
요즘 유행처럼 고구마 전분으로 쫄깃하게 만든면인지에 따라 다르고

을밀대의 냉면처럼 메밀을 위주로 뽑아낸거면 자르지 않고 먹는다에 동의~
하지만 함흥면옥이나 산봉 냉면, 모백화점 냉면같은 전분 많이 넣어서 얇게 얇게 뽑아낸 면은
자르지 않고 후루룩 먹어가면 -_- 결국엔 이빨로 먹던걸 뭉텅 끊어내야 하는데
잘 끊어지지고 않고, 앞니로 으으윽 하다가 뭉텅 뱉어내게 되면
먹으면서도 디게 민망해요 >.<
그리고 서로 뭉쳐서 잘 풀어지지도 않아, 조금씩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젓가락으로 잡기도 힘들고..

그치만 원래 식으로 메밀을 위주로 해서 뽑은 면은 약간 굵직하면서
포들포들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건 가위질 해주시면 안되죠

결국.. 제가 보기에는 가위질을 무조건 안하는게 아니라
어느집에서 어떤걸 먹느냐에 따른 차이랄까요.ㅋㅋ

맛있게 먹어야할 음식을 가지고 내기라니 -_-;;;어우 아까워라

Mephistopheles 2008-01-3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흐흐...숨 막혀도 전 책임 안져도..^^ 무모하게 도전마시고 그냥 살짝 잘라서 드세용..^^
정아무개님 // 정아무개님도 해외에 나가시면 마태님과에 속하시나 봅니다.^^ 왠 마태님과?라고 의아해하신다면 그분의 서재 스페인여행기를 잘 살펴보세용..^^(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다는..)
깐따삐야님 // 그건 깐따삐야님이 저와 마찬가지로 사도의 길에 접어드셨기 때문입니다. 므흐흐흐흐흐
토토랑님 // 사무실 부근 불고기집에 순메밀면이라는 냉면이 있는데 그 집 냉면면발은 참 거칠거칠해요.그리고 잘 끊어지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원조냉면에서 지금 먹는 냉면은 많은 변화를 거쳐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그것에 입맛을 들이다 보니 그 원조 냉면발에는 오히려 입맛이 붙지 않는 경향도 있고요..^^ 그런데..토토랑님..혹시 집이 냉면...집.? 너무나 빠삭하시잖아요??
 
이명박 정권의 '37번째 쇼'(강준만)

하는 짓이 벌써부터 X을 싸는 듯 합니다..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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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1-3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 자체가 싫어집니다.
그냥 똥싸는 것만 보고 갑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08-01-30 18:29   좋아요 0 | URL
인수위원회의 망발과 발표한 정책등과 공약이랍시고 내놓은 걸 허겁지겁 하는 모양새가..쑈로 보기 민방한 배변의 과정으로 밖에 안보이더군요..아주 X을 싸요 X을....

가넷 2008-01-3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지금 장난치는 건가... 제가 기억하기에(예전에는 어렸다 보니 잘 기억은 안나는 편이지만.;;;)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렇게 잡음 많기로는 지금이 제일인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8-01-31 00:4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어느 신문인가 칼럼에 "역사상 가장 오만방자한 인수위원회"라고 하겠습니까. 근데 그걸 알라나모르겠어요. 판을 크게 벌인만큼 시원치 않으면 돌팔매는 배로 날라온다는 것을...

웽스북스 2008-01-3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플레이 안누르고 가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속터지지 말아야지

Mephistopheles 2008-01-31 00:48   좋아요 0 | URL
크크크 플레이를 눌렀다.에 100원 겁니다. 사실 저 플래시 동영상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망령들은 "인수위원회"랍죠.
 

내 주변을 어떤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한번씩 마주쳤던 사람들이 더 이상 나의 시야에 보이지 않더라도 걱정따윈 하지 않는다. 그냥 개인적인 이유가 있겠거니, 뭔가 사정이 있겠거니 부덤덤하게 그렇고 그려려니라며 판단해버리곤 한다.

아마도 어디선가 열심히 또 다른 삽질을 하실 작게작게님도 마찬가지이며, 급작스럽게 흔적의 폭이 좁아진 마태님도 좋은 소식이 들렸고, 뜸하신 실론티님은 무럭무럭 자라는 지현이를 바라보며 행복해하실꺼라 생각할 뿐이다.

지구촌 외계인 엘신님이 서재를 닫는다 손 치더라도 잘 지내실꺼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갑작스럽게 페이퍼의 수가 월등하게 적어진 하이드님도 말로와 레오랑 아웅다웅하며 잘 지내실 꺼라 생각할 뿐... 따우님 역시 댄스면 댄스 일이면 일.. 바쁘게 살기 때문에 두문불출하는 거라 생각하련다.

오늘 갑작스럽게 서재를 폐쇄하신 "새초롬 너구리"님 역시 별반 다를 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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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2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메피님이 이렇게 '유심'하신 분인줄 몰랐어요.

Mephistopheles 2008-01-26 01:46   좋아요 0 | URL
뒤끝은 징하게 있습니다..^^

다락방 2008-01-2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Mephistopheles 2008-01-26 01:46   좋아요 0 | URL
왠 어휴...그냥 무심해지시면 됩니다..^^

2008-01-26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1-26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제가 즐찾하고 있는 분이 안보이시면 혼자서 궁금해하고, 또 그분이 서재를 닫거나 하시면 오랜 지기를 잃은듯 섭섭하고 해요. 하지만 왠지 그런 마음들이 또 그렇게 표현은 잘 안되더라구요. 뭐 그분들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사정이 있을텐데 싶어서요. 요즘은 알라딘에 그런 일이 좀 자주 있는 것 같아 섭섭한 날도 자꾸 많아지네요.

Mephistopheles 2008-01-26 03:02   좋아요 0 | URL
저처럼 발목만 담구는 것도 어쩌면 바람돌이님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쩔 수 없죠 섭섭한 건 남아있는 자들의 감정이고 떠나신 분들이야 각자의 사정이 더 중요하니까요.이해까지는 힘들더라도 존중은 해줘야 할 것 같아요.^^

2008-01-2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7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7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01-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이 너무 많아요. 만남만큼이나요.

Mephistopheles 2008-01-27 00:18   좋아요 0 | URL
그게...뭐 살다보면...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되지요..^^ 감정은 유지하되 익숙해져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야클 2008-01-2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순전히 일이 많아서 글 못남겨요. 1,2,3월은 나름 바쁜 시즌이걸랑요. 진짜로 색시랑 놀러다니느라 글 안쓰는거 아니예요. ^^

Mephistopheles 2008-01-27 00:19   좋아요 0 | URL
믿어드리고 싶어요 정말로....그런데..야클님은 신혼ing 이신지라 모든 면으로 면책의 혜택을 가지고 있으십니다..으흐흐..

세실 2008-01-2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다가도 님같이 유심한 분의 글을 읽으면 소록소록 생각납니다. 그분들 잘 지내시겠죠?

Mephistopheles 2008-01-27 00:20   좋아요 0 | URL
어머..전 유심하다기 보단..징하게 뒤끝이 많은 사람이에요..사소한 것 기억 잘하고 여간해선 잊어먹지 않고...예를 들면...한 20년이 지나도 세실님이 올리브팜스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드셨나....하며 기억할지도.=3=3=3=3

웽스북스 2008-01-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한테는 조금 더 유심해주세요 교주님 ^_^

Mephistopheles 2008-01-27 00:21   좋아요 0 | URL
지금 상태에서 더 유심해지면 스토커에요 스토커.ㅋㅋㅋㅋ

chika 2008-01-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메피스토님의 관심을 받으려면 한 두어달 사라져야하지 않을까...생각도 합니다...만, 그랬는데도 안찾으시면 '대략난감'일까요? =3=3=3

chika 2008-01-26 22:24   좋아요 0 | URL
댓글이 길땐, 무조건 추천먼저 하고 댓글을 써야하는거였군요. ㅡ,.ㅡ

Mephistopheles 2008-01-27 00:22   좋아요 0 | URL
대략난감까지는 아니더라도..뻘쭘...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ㅋㅋㅋ
에이 전 엄청나게 무심한 인간형이라니까요..^^ 근디 댓글이 길다고 무조건 추천 먼저 하진 않아도 되는 걸요..암튼 일상으로 돌아오신 치카님..반갑습니다.^^

chika 2008-01-27 01:3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댓글이 길어서 추천하려면 스크롤을 쓰윽, 정도가 아니라 쭈~욱 올려야해서 말이지요... 추천할만한 글을 우선 추천부터 하고 댓글을 달자,,,라는 게으른자의 얍실한 대응책 이야기였슴다;;;;;

비로그인 2008-01-2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말쟁이 메피님~
나한텐 '가기만 해봐라' 라고 무섭게 말했으면서. ㅡ.,ㅡ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7 23:01   좋아요 0 | URL
그것이 바로 공갈협박 혹은 공갈자해라고 한다죠..ㅋㅋ
 
지청구꾸러기

태어남과 동시에 잠시 정신적인 성숙을 거치면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직계가족 특히 부모에게 듣는 소리가 잔소리라 생각된다. 각 집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관적 객관적으로 우리 집안 아버지의 잔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왜 객관적이라는 단서를 붙였냐 하면 작은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

대학교 방학 때 널널한 시간을 틈타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한 친구 녀석이 우리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워낙에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비디오(빨간딱지 아님)나 보고 만화책이나 뒤적이는 걸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그냥저냥 오전 일찍부터 와서 뒹굴 거리면 비디오 보고 만화책 보다가 점심 땐 자장면 시켜 먹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외출하셨던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참고로 아버지는 학생이 방학이면 같이 방학인 직종에 종사하신다. 물론 그때 90년대 초 이야기.)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심과 동시에 난 슬슬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내 친구 녀석은 이 추운 날 어딜 싸돌아다니냐며 그냥 집에서 뭉개자고 제안을 했지만 난 그냥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었을 뿐. 투덜거리며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기 직전 거실에서 마주친 아버지께 졸지에 300연발 6열 발칸에 버금가는 발사속도를 가진 잔소리 집중포화를 평소와는 다르게 친구 녀석도 덩달아 듣게 돼 버렸다. (참고로 이 녀석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심심하면 우리 집에서 뒹굴 거리던 녀석인지라 아버지 어머니도 무지무지 잘 안다.) 평소 익숙한 나는 그냥 네..네..로 일관한 후 집을 나섰으나 그날 처음 아버지의 잔소리에 직접타격을 받은 녀석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나에게 이리 말한다.

"웬만하면 일찍 독립해라..나라면 그럴 것 같다..아울러..너의 정신력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버지의 잔소리. 객관적 주관적으로 그 정도의 차이는 검증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시간이 흘러 무덤덤한 중년이 돼 버린 난 무심해져버렸고 아버지는 연세가 많이 들어버리셨다. 잔소리가 그립진 않으나, 그때처럼 괄괄하지 않으시다는 건 세월의 탓만으로 돌리기엔 내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페이퍼에는 이리 써재껴놓고도 그때의 10분의 1의 화력밖에 안 되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을라치면 아마도 난 여전히 무심한 척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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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읽고나니 어쩐지 쓸쓸해지고 짠해지는 글이에요.
왜 늙어가는 아버지들은 함께 늙어가는 어머니들에 비해 더 안쓰러운 걸까요.
(메피님처럼 네.. 네.. 하면 좋은데 저는 꼭 왜.. 왜.. 해서 더 혼난다는. 이런 미련퉁이 같으니라구. -_-)

Mephistopheles 2008-01-23 22:1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네..네..만 하진 않았습니다. 저 역시 왜..왜..쪽이였다죠..단지 저도 늙어감에 따라 왜가 네로 바뀌었을 뿐이라죠..^^

웽스북스 2008-01-23 23:26   좋아요 0 | URL
왜왜는 착하네요 나는 노노 해서 문제이지요
내가 엄마말은 잘 듣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좀 심하게 따박따박 따지고 들어서 엄마를 여러번 속상하게 했지요 ㅠㅠ

깐따삐야 2008-01-23 23:34   좋아요 0 | URL
노노~ ㅋㅋ
전 따지기 시작하면 더더 불리해져요. 우리 엄만 따지기 대마녀라는. -_-
그냥 빨리 고개 숙이고 자아비판 들어가는 게 신상에 이로워요. ㅠㅠ

웽스북스 2008-01-2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에 대학생이셨으면 뭐 아직 중년은 ㅎㅎ
음, 장년쯤? ㅎㅎ

Mephistopheles 2008-01-24 01:32   좋아요 0 | URL
에이...웬디양님도 참..조만간 3으로 시작하실텐데..너무 기러지 마요.

웽스북스 2008-01-24 01:50   좋아요 0 | URL
조만간이라뇨 340일쯤 남았다구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4 02:12   좋아요 0 | URL
금방이죠 뭐...갑자기 30에 진입할때가 생각나기 시작.....울컥.

순오기 2008-01-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도 어제 아들녀석한테 갈궈대는데...옆에 있던 큰딸년(?)이 대신 따져대서...엄청 험한 분위기로 갈뻔했다. 막내가 컴하면서 '왠만하면 그만하지? 그러다 진짜 싸우겠다!'그래서 표면상 휴전~ '에구, 막내딸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어?' 속으로 이랬다는 ㅠㅠ

웽스북스 2008-01-24 00:45   좋아요 0 | URL
막내가 최강이네요~ ^_^

Mephistopheles 2008-01-24 01:3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댓글로 판단하건데 순오기님댁의 서열이 확실히 보이는군요..

전호인 2008-01-2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부모님을 업어보았더니 너무 가벼워서 놀랐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주녀석들을 마냥 그리워하고 만나면 업어주려하시는 것을 접하면서 옛날의 꼬장꼬장하셨던 기력이 쇠하고 계시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곤 합니다.
아~~!
이제 부모님도 늙으시고 있구나를 느끼지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거ㅗㅅ이겠지요?

Mephistopheles 2008-01-24 01:34   좋아요 0 | URL
어쩌겠어요..제아무리 잘나가도 세월 앞에서야 스쳐지나가는 주마등이겠죠

보석 2008-01-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소리에는 그냥 네네 하고 수긍하는 것이(속으로야 어떻든)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8-01-2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의 잔소리의 화력 >>.. 으음.
분명 잘못했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면 더 어렵답니다. 메피스토님


이게다예요 2008-01-2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의 잔소리는 엄마의 잔소리완 또 다르겠죠?
워낙 착실해서 잔소리를 안 듣고 자랐는데 ㅋㅋ 농담이고 서로 좀 무뚝뚝하고 무관심해서 부모에게 잔소리를 별로 안 듣고 자랐는데, 메피님 아버지의 잔소리 화력이 이제 떨어진다니... 조금 씁쓸하네요. 그러게요, 잔소리가 영원하지 않죠...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

Mephistopheles 2008-01-2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 전 그랬다간.."대답은 잘한다..엉" 이런 잔소리가 날라온다죠..ㅋㅋㅋ
한사님 // 사실...침묵이..제일 무섭죠...차라리 매를 맞는게 속 편할때가 있어요..^^
이게다에요님 // 제 아버지 역시 무뚝뚝하시긴 하지만 왠지모를 직업의 특징이였을까요..엄청난 잔소리꾼이셨죠..^^ 그나마 많이 줄긴 하셨다지만 아직도 잔소리는 ing 십니다.^^ 오죽하면 미국사는 누나에게도 국제전화로 잔소리를 하시니까요..ㅋㅋ 저 역시 오랫만에 반갑습니다 이게다에요님...^^
 


 

빅브라더(Bigbrother)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
사회학적 통찰과 풍자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긍정적 의미로는 선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 부정적 의미로는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의 수단을 말한다.

사회적 환난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도 있는 이 빅브라더는 사실 엄청난 사회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 《1984년》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소설 속의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이는 사회 곳곳에, 심지어는 화장실에까지 설치되어 있어 실로 가공할 만한 사생활 침해를 보여준다. 음모론에 입각하여 재해석하자면, 사회의 희망적 권력체제가 아닌 독점 권력의 관리자들이 민중을 유혹하고 정보를 왜곡하여 얻는 강력한 권력의 주체가 바로 빅 브라더의 정보수집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도 있다.

과거 빅 브라더의 실체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소설 속의 그것과 흡사한 감시체제가 현대에 이르러 실제 사회에서도 실현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의 규모와 맞먹는 국토안보부가 설치되고, 이들의 감시행동을 법적으로 보호해 줄 애국법이 통과된 상태이다.

<출처:네이버백과사전>


직장인들이 연말, 연초가 되면 으레 치루는 연중행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바로 "연말정산"이다. 일단 허울은 좋다. 나라님께서 좀 과하게 불초중생들이 내신 세금을 좀 많이 걷었다 싶어서 하늘같은 맘으로 어느 정도 돈을 돌려준다. 라는 명목과 혹은 좀 덜 걷었다 싶은 중생에겐 더 짜서 받아낼 건 받아낸다라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리라 보인다.

일단 연말정산 기본서류에 신상명제와 부양가족을 수순대로 작성을 하고, 1년 동안 소비한 현금과 신용카드의 내역을 서류화 시켜 첨부시킨다. 혹은 의료비나 보험료 각종 비과세 대상이 되는 적금이나 예금의 근거서류도 추가시켜주면 그만큼 환급을 받을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 수순이라면 수순이다.

사무실도 역시 이때가 되면 연말정산을 하느라 약간이나마 소란스러워진다. 조금 더 환급 받아보겠다고 이리저리 연락하여 서류를 팩스로 받고 복사를 하고 난리 아닌 난리를 치루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조금은 수월하게 준비하게 돼 버렸다. 우연히 발견한 국세청 연말정산관련 인터넷 페이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 이미지의 두 번째 항목을 클릭하면 자신의 간단한 신상명세(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인터넷뱅킹등을 사용한다면 공인인증서를 적용시키면 놀랍게도 내가 일 년 동안 써재낀 카드와 현금의 내역이 총합계 금액으로 좌라락 떠버린다. 아울러 보험이라던지 비과세 적금 등등, 흔히 이리저리 해당기관이나 단체에서 받아내야 했던 내용들이 이곳에 한꺼번에 기록되어 보여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야~ 편하다. 라고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이거 왠지 일거수일투족 감사당하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나날이 발달하는 과학기술덕분에 이젠 과거의 어느 천재가 주장했던 조금은 환상적인 정의가 점점 현실화 되가는 듯하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이야기는 어쩌면 더 이상 영화 속 허구의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뱀꼬리 : 앞으로 5년간 왠지 빅브리더화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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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2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것 같습니다. 메피스토님.
정부가 개인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꼼꼼히 수집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 소름끼치는 일이지요...

바람돌이 2008-01-2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이것저것 안챙기고 저렇게 해주니까 그냥 편하던데요. 연말정산 진짜 어렵단 말예요. ^^;;(하여튼 전 게을러서 말입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8-01-2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브라더가 그런 뜻이었군요.
저는 새로 나온 코미디영화 제목인줄 알았어요.

토토랑 2008-0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언니 중에는 그게 싫어서
카드도 안쓰고, 교통카드도 후불식 안쓰고..
최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더군요.

그렇지만, 핸드폰 벨 3번만 울리면 (아니 사실, 계속 핸드폰이 켜져 있는 동안은 그 사람의 위치 정보가 남고..) 도심의 경우 조금의 오차내에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주민등록 번호로 쉽게 접근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지만
대법원가면 호적, 연금공단에 가면 의료기록에, 주소만 알면 등기부 등본 통해서 토지와 주소 이력을 다 볼 수 있고.
점점 더 어마어마 해져 가서.

연말 정산 뿐만이 아니구요.
정부 만이 아니라, 누구든..-_- 이라는게 무섭죠..

아영엄마 2008-01-2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남편도 저 사이트 발견하고는 저더러 이런 저런 서류 준비해놓으라는 말 안하더만요.

Mephistopheles 2008-01-23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 이제 조만간 모든 신분증은 바코드화 되버릴 것 같더군요..그냥 마트의 물건마냥 계산대에 한번 쫙 긁으면 모든 신상명세가 나오는...^^
바람돌이님 // 이리저리 알차게 챙기면 제법 쏠쏠하게 환급을 받긴 하지만....좀 수고스럽긴하죠.^^
승연님 // 저게..생각을 곰곰히 해보면 참 무서운 단어에요..사생활 침해가 곧 완전통제를 뜻하기도 하니까요.^^
토토랑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위에 얼마나 많은 위성이 떠 있으며,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감청주파수가 대기를 날라다니고 있다죠..^^
아영엄마님 // 그래도 저런 기본적인 것 이외에 다른 서류는 준비는 해둬야 해요..^^ 이왕 준비하는 것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