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먹은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빠 저 임신했어요"라고 폭탄선언을 해버리면 아마도 아버지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허옇게 뽀샤시해질 것이다. 곧이어 터지는 연쇄반응은 "어떤 놈이야 이놈을 그냥!", "아니 이놈의 지지배가 행실을 어떻게 했기에..!!", "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한거야 당신은..!!" 등으로 발전한다면 조금 지나친 비약 곁들여 가정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를 것이다.

 

주노 (Juno, 2007)

사회적인 문제라 해도 전혀 손색과 거리낌이 없는 미성년자의 임신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주제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가진 영화 "주노"에서 무게를 잃지 않는 가벼움을 선사해준다. 그것도 주연, 조연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서 말이다.

애늙은이 주노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는 영화 시작과 더불어 화려한 말빨과 특유의 시니컬을 주 무기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난 이 영화의 완벽한 주연이다."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거리의 부랑자처럼 오렌지주스 한 통을 벌컥벌컥 마시며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구멍가게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한 후 십자가를 저주하는 모습이나, 낙태를 결심하다 이미 손톱까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낙태반대론자 급우의 말에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움직이는 모습까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87년생 작달막한 여배우는 완벽 그 이상의 모습을 연기해준다.

그녀의 주변에 포진한 조연들 역시 주연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연기해준다.

몸이 아닌 말로 풀어주는 코미디가 출중한 연기자들과 어울려 진다면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 한 편으로써 관객의 입장에서 보상받는 기분까지 들곤 한다.



마지막 장면은 잔잔하게 감동을 주더라는....

 

 


또 다른 시선 :

마냥 웃기엔 영화에 처해진 모든 사회현실은 쉽게 넘겨봐선 안 될 것 같다.미성년자의 임신이라는 문제를 기둥으로 치자면 수많은 곁가지들이 영화 속 두루두루 포진하고 있다. 여성 기구에서 운영하는 단체에서는 낙태를 권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의 예방책이라고 미성년자에게 콘돔사용을 권유하는 모습도 그냥 쉽게 흘려버릴 순 없어 보인다. 또한 낙태를 반대하는 엣뙤 보이는 동양인 여학생의 입에선 " 나 약 끊었어"란 말이 쉽사리 나오고 완벽한 가정을 가졌지만 2세의 존재로 인해 다가올 자신의 모든 불이익을 감수 할 수 없는 여피스럽고 이기적인 남성상까지 영화 전반에 두루두루 깔려 있다.


뱀꼬리 : "제니주노"란 한국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소재의 동일성 때문에 이 영화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표절로 얻어맞았나 보다. 제니주노라는 영화를 안 봐서 표절여부를 판단할 순 없지만 제니주노의 감독이 스스로 표절이 아니다. 라고 밝혔다고 하니 그냥 항간의 해프닝으로 일축해도 별 지장은 없어 보인다. 단지 이런 시시비비 때문에 꽤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평가절하 되는 상황은 아쉽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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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3-2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이로 보면 중3 이네요. 아웅 생각만으로도 아찔~~
지난번 FM모닝쇼에서 소개하던데 재미있을듯^*^ 제니주노가 제작은 더 일찍 시작했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08-03-29 13:43   좋아요 0 | URL
애시당초 상영된 시기가 제니주노가 엄청 앞이긴해요. 근데 영화 제목도 "주노"인데다가 소재도 같고 하니..네티즌들 거품물고 표절이라고 주장하기는 하는데...글쎄요..

순오기 2008-03-2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지 못할 소재를 웃음으로 보여준다? 언제 하는지 보고 싶군요.

도넛공주 2008-03-2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갑자기..그 곰가족이 나오는 광고가 생각나네요.그래서 좀 웃었답니다.

무스탕 2008-03-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광고가 먼저 생각이 났어요. 딸곰이 아빠곰에게 말하는 선전있죠?
나중에 디브디로라도 꼭 봐야겠어요.

무스탕 2008-03-29 21:20   좋아요 0 | URL
옷-! 공주님. 찌찌뿡 ^^*

웽스북스 2008-03-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 디게 보고싶은데 ^_^

BRINY 2008-03-2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곰가족과 토끼 나오는 선전 생각했어요 ㅎㅎ

L.SHIN 2008-03-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제니주노'라는 한국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상영 시기로 봐도,
오히려 표절시비는 이 외국영화가 받아야 할 대상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어느 쪽이 표절을 했든간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같은 소재를 생각할 수도 있는거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쯧. 지구에 이렇게 많은 인간들이 사는데 비슷하거나 똑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한,두명도 아닐텐데.

산사춘 2008-03-3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에 뽀뽀뽀 보다가 텔레토비 보구 땅을 쳤어요.
(안봐서 함부로 말하는 건데) 두 영화 다 보면 그런 느낌 들 것 같아요.
한국적 엽기코드 가득 담겨 있어서 전 제니주노 보다가 차마 더 못봤시유.
적어도 일케 본론은 있어보여야 맛이지 않습니까?

마태우스 2008-03-30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케 잘만들었다죠? 전 두 주노 다 안보고 주노명 베이커리는 봤어요^^

Mephistopheles 2008-03-30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 찾아보시면 단 한군데가 존재할 껍니다...^^
리사님 // 소래와 히.미.츠..^^
다락방님 // 아마 거기에서만 하고 있을껄요???
도넛공주님 // ㅋㅋ 아 그 오리와 곰커플이요..전 X나라당 인터넷 선전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 당 선전에 나온 곰들은 좀 타락했더라구요..ㅋㅋ
무스탕님 // 영화 제법 재미있어요..특히 저 주연 여배우...와 대단합니다..^^
웬디양님 // 리사님과 다락방님과 무스탕님 손잡고 미로스페이스로 고고씽~~
브리니님 // ㅋㅋ 아무래도 페이퍼 앞머리가 그 선전 많이 생각나게 하죠..ㅋㅋ
에스님 // 죄송하게도 제가 쓴 내용은 이 주노라는 영화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제니주노는 2005년 주노는 2007년 영화니까요. 네티즌들이 표절이다 라고 몰아붙인 영화는 주노가 맞습니다..^^
산사춘님 // 그게 영화가 물론 메가쇼킹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도 미성년자들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보여주기도 한답니다..ㅋㅋ
마태님 // 재미있어요. 일단 배우들의 대사가 감칠맛 납니다..^^

프레이야 2008-03-30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노, 영화 소개 잘 보고 갑니다. 제니주노도 안 봤지만요.
근데 전 어디서 본대요? ㅎㅎ

비로그인 2008-03-3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에게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주노아빠처럼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답니다.

Mephistopheles 2008-03-3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한군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미로스페이스..^^ 4월9일까지 할까 모르겠습니다.
단테님 // 어쩜 이 영화는 일종의 등장인물들의 허구스러움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딸 아이의 일대 사건에 차분하게 대처하는 아버지나 성심성의껏 챙겨주는 계모나. 배가 남산만큼 불렀어도 계속 학교에 등교하는 주노나. 그래도 영화는 좋았습니다.
 

오늘 "춤추는 인생"님의 살짝 푸념 섞인 페이퍼를 읽고 음악이라는 예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당연하다는 듯 "가면 속의 아리아"
라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끼는 영화가 떠올랐다.

괴팍 혹은 독선적인 음악가의 모습이 아닌 후진 양성과 자신의 본분 그리고
떠날 때를 아는 "스승"이라는 참 모습을 너무나 근사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특히 이 장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조아킴(호세 반 담)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가르치는 남녀 제자의 하모니가 펼쳐지는 명장면 중에 하나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남녀가 어울리는 화음에는 따듯한 사랑이 감지된다.
선곡 또한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중에서
"Sempre Libera".

오페라에서 알프레도와 비욜레타의 사랑은 결국 비극으로 끝마치지만, 영화 속
장과 소피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된다.

이 영화 다음으로 감독은 유명한 "파리넬리"를 선보였으나, 난 파리넬리보다
가면속의 아리아가 존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 한 편엔 음악이라는 예술
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충실히 답변해 줄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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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3-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배우래요, 카수래요? @_@
말씀하신 영화 둘 다 안봤지만 정말 저 장면 소름이 쪽쪽 끼치네요. 특히 여가수가 노래 마무리 하는 부분에서요..
왜 저 남자가수는 숨어서 노래를 불렀을까요?

저 시대에도 번개머리가 있었네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08-03-27 14:37   좋아요 0 | URL
일단 스승인 조아킴으로 나오는 호세 반 담은 성악가입니다. 나머지 출연진은 잘 모르겠어요.

라트라비아타 라는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Sempre Libera 이 아리아가 나올 때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무대에서 혼자서 노래를 불러요..안토니오는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목소리만 흘러 나오죠. 오페라의 설정에 맞게 불러준거라고 보여집니다.^^

2008-03-27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7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8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3-2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와 멋져요~~
그런데 저 딱 보기에도 나쁜놈(?)처럼 생긴 아자씨들은 뭐라뭐라그러시는 거래요?

Mephistopheles 2008-03-28 02:07   좋아요 0 | URL
번개머리왈 : 대체 함정에 빠진 건 어느쪽인 것이죠?
수염난 선하게 생긴 아저씨 : 굉장해..공작은 옛일이 생각날꺼야.
수염난 선하게 생긴 아저씨 옆에 있는 원숭이 두상 남자 : 어째서죠?
수염난 선하게 생긴 아저씨 : 오래된 얘기지..

웽스북스 2008-03-28 15:03   좋아요 0 | URL
헉 나쁜놈들이 아니었던 거에요?
흉악해보이는데 -_-

Mephistopheles 2008-03-28 15:49   좋아요 0 | URL
처음 번개머리와 함께 있는 사람은 나쁜 놈(?)들이고 나중에 수염달린 사람은 아닙니다..ㅋㅋ

2008-03-28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8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타지 장르의 영화 한편을 마주하게 되었다.
스토리는 역시나 지극히 단순한 권선징악과 남을 위한 희생, 사랑,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담아내고 있었다. 와 뻔하디 뻔한 줄거리 아니야 특별할 것도
없네 라고 평가절하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단정해버리기엔 영화 자체는
잘 만들어진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간의 제약상 함축적인 이야기 전개가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과 주제만큼은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환타지 속 가상의 공간만을 배경으로 삼지 않으며 현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 시대의 사회문제를 발단으로 삼고 있다.

암울한 사회적인 문제점이 발단이 되었다 치더라도 영화 자체는 따뜻하고 감상
적이다. 검과 마법이 난무해도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문제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뜻한 봄날 아이들에게 충만한 공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이 영화만큼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더군다나 원작이 "미야베 미유키"라면 탁월하리라 보고 싶다.

카피문구에 써 있는 "평범한 소년"이 절대 아니다. 정말 많이도 착한 녀석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간만에 극장을 찾고 싶다면 "브레이브스토리"를 적극 추천한다.
다행스럽게도 개봉관은 그럭저럭 많이 잡은 듯 하다.

개봉관 정보

http://blog.naver.com/brave320/120049120317
 

운명에는 기쁨이나 즐거운 일만큼
슬픔이나 불행이 있어서
그것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때마다 여신님께 부탁해서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서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그것을 저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친구들과 이 세계에 미래를 주세요.


이 정도의 생각이 있다면 초등학교 5학년 와타루에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때묻지 않은 초등학생이기에 가능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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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3-20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요즘 미야베 씨한테 무척 관심. 이런 게 있었네요. (저 왔어요.)

Mephistopheles 2008-03-20 09:37   좋아요 0 | URL
으흐 이 애니에서도 고양이가 등장하죠~~ 서커스 줄타기를 예술적으로 하는.^^

순오기 2008-03-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지역에선 아직 안 하는군요. 오늘이 프로 바뀌는 날인데...
좋은 영화 알려줘서 감사^^우리 애들은 이미 다 컸지만, 그래도 같이 볼게요.^^

아영엄마 2008-03-2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 영화화 되었군요. 저는 책으로 읽었는데 아이들이 보면 재미있어할 것 같아요. ^^

하이드 2008-03-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미유키의 책은 고저가 다양하답니다~ 취향도 다양하고 -
자타칭 미야베미유키 팬인 제가 보기에, 이름만 보고 보면 안될껄요? ^^

Mephistopheles 2008-03-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 너무 큰애가 보기에는 좀 심드렁할지도 몰라요.^^
아영엄마님 // 딱 저 애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를 겨냥한 애니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이드님 // 빙고~ 그래도 초등 어린애들이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용가리도 블록버스터로 대접받는 영화판인데요..^^
 

가늘게 찢어진 눈매, 나름 오뚝한 콧날, 첫눈에 탁 봐도 성격 보통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아사노 타다노부" 라는 이름을 가진 이 배우를 나름대로 정한 소중한 배우의 한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혹자는 전형적인 니혼진 마스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지만 난 오히려 몽골스럽게 보인다.



개인적으로 질리지 않는 동양미남의 표준이라고 보고 싶다.

 
이 배우를 영화에서 처음 만난 건 외려 그의 외모가 결코 잘 드러나지 않는 영화에서 였다.
양아치 같은 금발머리 휘달리며 여기저기 피어싱을 하고 입은 옆으로 쫙 찢어진 폭력배로 등장한 "이치더킬러" 이었다. 더군다나 감독은 미이케 다카시였으니...

천연덕스럽게 새우튀김 해먹는 기름으로 고문을 해대고 아귀처럼 입을 쫙 벌려 상대의 주먹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그 살 떨리는 연기에다 거칠게 툭툭 내뱉는 심히 야쿠자스러운 그의 발음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말해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역시나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

거슬러 올라가보니 그를 "고하토"에서도 만났었고 셀 위 댄스의 저질 룸바의 주인공이던 다케나카 나오토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도쿄 맑음"에서도 마주쳤었다. 거기다가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에서 몰락한 사무라이 청부업자로까지 나타나 주신다. 그리고 여기저기 마이너적인 영화에 얼굴을 드밀며 배우생활을 해나가고 있어 보인다. 거기다 아시아권 영화에 자기 이름 은근히 많이 올리는 어쩌면 시장 활용도가 높은 배우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헤어스타일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배우 중에 하나..

분명 마스크나 지명도에선 메이저나 탑의 위치에 있어야 할 배우인데도 그는 어찌된 것이 그냥저냥 심심풀이 땅콩마냥 영화에 출연하며 맡은 바 역할을 묵묵하게 해대고 있는 아웃사이더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역이 개성 있고 강하면 강한대로 그냥저냥 흐느적거리는 역할이라면 또 완벽하게 흐느적거려주신다.  "녹차의 향기"에서 사랑에 상처받고 고향집에 와 하릴없이 방글라데쉬하며 배 벅벅 긁는 룸펜스러운 배역까지 어찌나 감칠맛 나게 연기해주시는지..

배우에 별 미련 없고 그냥저냥 맡은 바 배역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충실할 뿐이라는 이 매력 있는 배우가 앞으로 얼마나 영화를 찍을 진 모르겠다. 그래도 근근이 차기작이 나오는 상황이 감지덕지할 뿐이다.

주연이면 주연 조연이면 조연 단역이면 단역..언제나 그의 존재감은 영화에서 빛난다.  영화가 개떡 같아도 그가 나타나면 그것만으로도 건진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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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8-03-1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힛. 저도 느무 좋아하는 배우. 새드 베케이션도 보러 가야 되는데..

Mephistopheles 2008-03-18 17:22   좋아요 0 | URL
아 이번에 개봉되긴 하나 본데...얼마나 개봉관 잡을까요..^^

2008-03-18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8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03-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뭐야- 메피님이 언급한 영화, 나도 다 봤는데 왜 기억이...(털썩)
그나마 희미하게나마 기억나는 것은 '고하토'...=_= (아, 이런 미운 건망증)
쿠후훗, 내가 좋아하는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두 편에,(>_<)
내가 좋아하는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의 영화가 한 편.
저랑 은근 취향 맞으시네~ ㅎㅎㅎ
그런데, 저 남자, '도쿄맑음'에서 무슨 역할이었었죠? (긁적)

Mephistopheles 2008-03-18 23:05   좋아요 0 | URL
공원에서 책 읽는 청년이요..^^

L.SHIN 2008-03-19 09:15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핫!!!!!!!!!!! 아, 그랬구나.

Mephistopheles 2008-03-19 09:46   좋아요 0 | URL
왠지 저 웃음의 의미는 무안함을 가리기 위한...=3=3=3=3

L.SHIN 2008-03-19 13:38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알았지? 저 느낌표가 사실은 땀 흘리는 ; 라는 것을.=_=)

순오기 2008-03-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쿄 맑음 하나만 봤군요. 저 남자는 생각나지도 않지만... ^^

Mephistopheles 2008-03-19 02:24   좋아요 0 | URL
대사도 거의 없는 단역이였어요. 여자가 공원에서 노닥거릴 때 벤치에서 근사하게 폼잡고(사실 잡을려고 하는 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보여지는)책 읽는 청년이였어요.^^

플레져 2008-03-1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배우들 이름을 업뎃하지 않은지 퍽 오래되었어요.
늘 좋아하던 사람만 좋아하고, 듣던 노래만 듣고, 보던 영화만... 보는 건 아니지만 ^^;;
전 요새 다시 양조위가 좋아졌어요.
다시라니. 아. 이제 진짜 누가 물어보면 양조위 좋아한다 말할거에요.
근데.. 양조위는 왜 퍼뜩 떠오르지 않는건지.
커피 한 잔을 다 마신후에 옆에 케잌 한 입이 남아있는 걸 본 것처럼 말이죠...흑.

Mephistopheles 2008-03-19 20:44   좋아요 0 | URL
양조위 분위기 있잖아요. 그 무뚝뚝한 표정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그게 원래 그래도 조금 지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찾게 되는 것..^^
 

가끔씩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면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이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고 충동일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실행에 옮겨 초야를 누비고 돌아다니고 아닌 이들은 그냥저냥 현실의 한 켠에 응어리를 묵히거나 나름 해소하며 악착같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비교적 여유로운 형편에 재충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어딘가의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단지 이 모든 행위는 돌아온다는 전제조건이 꼭 따라 붙는다. 초야를 누비건 아님 가까운 술집에서 상사를 안주삼아 만취가 되건 아니면 비싼 비행기 표에 비싼 호텔 비를 지불하면서도 결국은 현실로 리턴하게 되어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겐 김삿갓이나 생육신들의 유전자가 한 자락도 섞이지 않아서인지 어디론가 불쑥 떠난다는 행동자체는 별 매력이나 감동이 될 순 없었다. 나와는 정 반대로 1990년도에 이런 생각으로 집을 떠난 미국의 젊은이가 있었다고 한다.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정에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하버드 법대진학까지 가능했던 “크리스토퍼 메켄들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었다.



동기부여는 평화로운 가정의 이면 속에 자리 잡은 위선적인 부모,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속적인 생활에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그가 대학졸업 후 택한 길은 자연으로의 회귀. 그리고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존 크리카우어”소설. 페이퍼의 주제라고 불릴 수 있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써의 “숀 펜”의 동명의 영화 “Into the wild"는 그의 마지막 생애 2년여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Into The Wild, 2007
감독 : 숀 펜

영화는 크리스토퍼가 거쳐 온 모든 여정을 담아주고 있다. 그의 가정, 그리고 그가 그토록 원하던 광활하고 압도적인 자연, 그리고 사람들. 강해지기 위해서 라기 보단 강한 것(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시작된 일탈행위는 개인적 성찰의 의미로 포장된다. 아름답다 못해 압도적인 자연풍경은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그가 스쳐 지나갔던 생면부지의 인간 군상들과의 만남이 가득하게 실려 있다. 

앞에서 언급된 돌아온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여정이 진행되며 결국 편도행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그것도 그 마지막 순간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라는 진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늦은 밤 영화를 보고 두 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풍족한 삶에 복이 겨워 겉멋 들은 무모한 일탈행위의 비참한 결말과 크리스토퍼가 모든 것을 버리고 얻었을지도 모를 찰나의 성찰과 진리로 구분하고 싶다. 분류가 절대 불가능하며 하나를 접하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관계가 성립하지만 말이다. 결국 영화 속 실제 주인공도 그의 부모를 용서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으로 돌아오진 못했으니 말이다.

뱀꼬리1 : 영화를 보고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에 자료를 뒤적여본 결과. 존 크리카우어의 소설은 다분히 미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친 인물들이 거의 허구라는 사실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그의 안식처에는 살고 싶다는 나약한 인간의 몸부림이 활자로 표현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모한 자연으로의 귀속이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되는지도 자세히 보여 준다. 그가 사전에 지도만 구비했다면 강이 아닌 반대방향 500미터에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어쩌면 그가 마지막에 인식한 진리를 가족들과 함께 누릴 수도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위험한 범위까지가 아닌 자연의 언저리에 잠시 상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보고 싶다.

뱀꼬리2 : 영화 속에서 배우 하나를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조디 포스터의 "패닉 룸"에서 그의 딸로 나왔다고 한다. 그때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모를 보이쉬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로 이쁘게도 성장했다. 기대되는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Kristen Stewart)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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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3-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젊음이란.. 아름답습니다. 메피스토님
맨아래 사진 보자면, 두 젊은이가 웃고 서있기만해도 그림이 됩니다. 하하


Mephistopheles 2008-03-18 17:20   좋아요 0 | URL
하긴..저 여배우가...1990년생이랍니다..무려! 1990년생이요...

ceylontea 2008-03-1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생... ㅠㅠ;
요즘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띠동갑이더라구요.. ㅠㅠ;

Mephistopheles 2008-03-18 23:07   좋아요 0 | URL
하핫...그러고 보니 우리 사무실 막내도 저와 11년 차...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