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족들의 性 탐욕이여

오페라 쉽게 읽기 / ■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고층 빌딩인 트럼프 타워. 부동산 재벌이 세운 상징적인 건물이다.
그곳 꼭대기의 펜트하우스인 트럼프의 집에서 일은 시작된다. 회장님은 온 뉴욕이 다 알 만큼 떠들썩하고 열렬한 연애 끝에 지금의 아내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이내 식어서 지금은 하녀인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잔나는 회장님의 운전기사인 피가로와 약혼한 몸으로, 오늘이 바로 결혼식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칠 줄 모르는 회장님은 어떡하든지 수잔나를 자신의 품에 안아보기 위해서 온갖 궁리를 다 한다. 그리고 그런 회장님의 속셈을 안 사모님과 하인들은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공동 전선을 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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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 모차르트의 음악과 로렌초 디 폰테의 대본이 절묘하게 만나 세기 최고의 오페라로 꼽힌다. / 블룸버그

 

짐작하겠지만 이 이야기는 '피가로의 결혼'을 현대 뉴욕의 부유층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로 패러디한 것으로, 현대 오페라 연출의 거장인 피터 셀라스의 작품이다. 이렇게 바꾸어도 스토리 전개에 전혀 문제가 없고 도리어 관객들의 공감은 더 높아진다. 아마도 오페라가 만들어진 당시나 지금이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성적인 요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에게는 새삼 천재란 표현을 쓰는 것이 진부하지만, 그는 정말 음악의 모든 장르에서 천재다운 업적들을 이루었다. 그의 천재성은 오페라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그의 오페라들은 작품성과 인기에서 모두 지금도 최고의 위치에 있다. 그는 빈의 궁정에서 이탈리아의 대본 작가 로렌초 다 폰테(1749~1838)를 만나는데,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의 천재성을 알아본다. 둘은 7년이나 나이 차이가 있지만 그 후 오페라의 명콤비로서 예술적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두 사람은 특히 '오페라 부파(opera buffa·이탈리아식 희가극 형태)' 분야에서 예술적 향취가 높으면서도 해학성이 뛰어난 명작들을 만들었다. 그들이 4년 사이에 만든 '피가로의 결혼'(1786), '돈 조반니'(1787), '코지 판 투테'(1790)의 세 작품을 흔히 '다 폰테 3부작'이라고 부르는데, 음악과 대본 모두 대단히 뛰어나다. 흥미로운 것은 세 오페라의 소재가 모두 성(性)이라는 점이다. 세 작품은 모두 당시 유럽 귀족들의 진실되지 못한 성 모럴을 신랄하게 공격, 사회 비판적인 성격이 짙다. 이런 점은 오페라가 귀족적인 내용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분들에게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였던 반(反)귀족성을 잘 보여줄 것이다.

다 폰테가 모차르트와의 작업에서 처음으로 선택했던 것이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의 '3부작' 연극이었다.
그 1부가 로시니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유명한 '세비야의 이발사'이고 2부가 '피가로의 결혼'이다. 3부는 오페라로 만들어지지 않아 지금은 완전히 잊혀졌다.

'피가로의 결혼' 줄거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세비야의 이발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젊은 처녀 로지나는 후견인인 의사 바르톨로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될 처지였다. 그러나 로지나를 본 젊은 백작 알마비바는 그녀에게 반하고 결혼을 원한다. 결국 백작과 로지나는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제2부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피가로가 백작의 결혼에 대한 공로로 백작의 저택에 들어와 하인이 되어 있다. 피가로는 백작 부인이 된 로지나의 하녀인 수잔나와 사귀고 둘은 결혼하려고 한다. 그러나 수잔나를 탐내는 백작은 둘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게다가 수잔나를 원한다.

보마르셰의 3부작 연극은 유럽 전체에서 화제작이었는데, 특히 파리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비록 무대가 피레네 산맥 너머의 세비야였지만, 파리의 귀족들 중 그것이 바로 자신들을 비꼬는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보마르셰의 희곡이 처음 나왔을 때는 궁정에 의해 출판이 금지되었으며, 무대에 올려지기까지는 6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빈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런 문제의 작품을 고른 다 폰테나 모차르트나 사회에 끼칠 파문을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며, 역으로 성공 또한 이미 예견되었었다. "프랑스 혁명은 이미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작되었다"는 나폴레옹의 날카로운 발언은 이 작품의 사회성과 정치성을 한마디로 대변한다.

'피가로의 결혼'의 여러 특징들 중 눈에 띄는 것은 무려 11명에 달하는 솔리스트(군무가 아니라 혼자 연주·노래·무용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이 오페라의 특성을 받쳐주는 기간(基幹)이기도 한데, 또한 복잡한 인간 관계와 많은 복선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11명의 배역들은 서로 쉬지 않고 입장과 퇴장을 되풀이하며 짧은 노래들을 수없이 불러, 미리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배역과 많은 노래들로 연주 시간도 긴 편이고, 레치타티보(음을 붙인 대사)도 많고, 속도도 빨라서, 더욱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내용을 일단 이해하고 나면, 참으로 희가극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으며 음악들이 모두 아름다운 작품이 '피가로의 결혼'이다.

이 오페라는 특별한 한두 명 주역의 실력보다도 11명의 팀워크가 더욱 강조된다. 이런 것을 '앙상블 오페라'라고 부른다. 앙상블 오페라는 배역 간의 긴밀한 호흡이 아주 중요하고, 아리아뿐 아니라 그들 사이의 많은 중창들이 큰 매력이다. 그래도 굳이 주역을 꼽으라면 네 명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의 소프라노(수잔나와 백작부인)와 두 사람의 베이스바리톤(피가로와 백작)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성부(聲部)라도 수잔나와 백작부인, 그리고 피가로와 백작은 각기 성격과 스타일이 판이하니 이 역시 흥미거리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보여주는 음악적인 아름다움과 연극적인 재미는 실로 대단하다. 심리 묘사도 뛰어난데, 특히 남성들의 성 심리(性心理)를 이토록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은 지금도 흔치 않다. 게다가 귀족들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는 하인들의 행동은 계급 투쟁의 불씨를 보여준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는 심오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아름다움과 재미로 멋지게 포장해낸 것이다. 


▲ 피가로의 결혼 중 2막 피날레의 앙상블 장면. 클라우스 구트가 연출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장면이다. / 박종호 제공

 


■ 추천 음반

CD 뵘 판 (1968년, DG) / 군돌라 야노비츠(부인), 에디트 마티스(수잔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백작), 헤르만 프라이(피가로) /지휘: 칼 뵘/베를린 도이치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단

추천 이유: 당대 최고의 캐스팅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히 야노비츠와 마티스 두 소프라노의 미성은 빼어나며, 피셔 디스카우와 프라이의 진용도 대단하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대가인 뵘의 대표적인 음반이다.


DVD 잘츠부르크 신판 (2006년, DG)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도로테아 뢰슈만(부인), 안나 네트렙코(수잔나), 보 스코부스(백작),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피가로) /지휘: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극장 합창단/연출:클라우스 구트

추천 이유: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때 잘츠부르크에서 올려진 모차르트의 전작 오페라 중 최대 히트작이다. 뛰어난 음질과 화질은 오페라 DVD의 새로운 전기를 세웠다. 현대의 초호화 진용에 구트의 혁신적인 연출이 신선하다.


입력 : 2008.05.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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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넘어서 - 박보희강연문집 1
박보희 / 성화출판사 / 1997년 4월
평점 :
품절


2008. 4. 9 ~ 10 까지 읽음.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이 아니라, '死線을 넘어서 (김인호)' 임

70년대 후반에 비매품 발간된 책이며, 실제 경험한 광복과 6.25 전쟁 속 자신의 상황을 정말 생생하게 묘사했다.

지휘실습(4.17~24) 가기 전에 읽은 책이라 지휘실습에 가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와 교훈이 된 좋은 책이다.

책장을 덮고 느낀점 한 문장 요약 -

 전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공산당은 악질 중의 악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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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에버그린북스 1
리처드 바크 지음, 이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2008. 4. 8. 읽음

일상생활을 살아가다 삶과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또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쉽게 읽혀 현재 내 상황에 비추어 많은 것들을 곱씹어 볼 수 있으며,

짧은 글에 비해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이 책 최고의 매력이다.

따라서 아직도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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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in 2008 - 이코노미스트 세계대전망
The Economist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2008. 3. 2 ~ 4. XX )

현재진행형인 세계에서 사회과학적인 시각을 가지고 조금이나마 전체적인 흐름과 식견을 원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적당한 책이다.

통계, 현상 등의 사실과 예상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주관이 같이 담겨 있다.

짬짬히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조금씩은 지루해져서 별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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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 2008. 3. 10 ~ 3. 22 ) 

중요한 것은 모두 여기에 있다

비록 예문은 오래되었고 낯설지언정 내용은 생생하게 다가와 모든 내용이

뇌리 속에 깊이 남는다 

 

재독 삼독이상 내곁에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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