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티 페미니스트(anti feminist)다. - 안티 페미니스트일 수 밖에 없는 이유

 * 네 명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A라는 친구 어제 부친상을 당해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B는 6개월 전에 부친상을 치렀습니다. C는 7년 전에 부친상을 당했던 사람입니다. D는 부모님이 모두 생존해 계십니다. A의 장례식에 세 명의 친구가 모여 A에게 조문을 하였습니다. D는 아버지가 돌아가셔 안 되었다고 위로를 전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D는 부모의 죽음을 사전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안다.) C는 7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생각했지만 감정이 북받쳐 오르지 않았습니다. C는 어렴풋하게 오래전에 있었던 본인의 아버지의 장례식의 되새기며 A를 위로하였습니다.(이해한다.) B는 6개월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렸습니다.(동감한다.) 네 명은 모두 친한 친구로서 조문을 하였지만 모두 같은 느낌을 갖지 않았습니다. - 앞에서 언급한 ‘안다’ ‘이해한다’ ‘동감한다’의 문맥상 의미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정의한 용어입니다. 과연 진실로 상대를 이해하고 동감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요. 제가 여성이 되어 본적이 없는데 여성을 진실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 중소기업사장의 생각 ; 노조와의 동감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공개하였습니다. 회사 실적이 좋았고, 노조가 성과급을 달라고 했다.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임금을 줄여야 할까요. ‘여유가 있을 때 회사에 투자하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텐데.’

 노동자의 생각 ; 기업이 이익이 늘어 회사에 생산을 위한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 회사가 성장하였습니다. 그 회사의 주인(owner)이자 경영인(CEO)인 사람의 월급에는 CEO로서의 급여, 회사의 주인으로의 급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회사를 키운다는 것은 사주를 배부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 당신이 여성입니까. 얼마나 남성을 이해합니까. 당신이 남성입니까. 얼마나 여성을 이해합니까. 당신이 고용주입니까. 노동자, 피고용인을 얼마나 이해합니까. (역으로도) 당신이 의사인가요. 환자를 얼마나 이해합니까. 당신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입니까. 의사를 얼마나 이해합니까.

 * 다시 페미니스트를 이야기하며 ; 추미애 의원은 여성스럽다는 면이 적다는 기자의 말에 ‘여성스럽다는 것은 남편에게만 여성스러우면 되지, 정치에서 여성스러운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라고 답변하였습니다.

 * 두 여성이 있습니다. 한 여성(A)은 가정적이어서 가사, 육아에 대해 취미가 있고, 매우 잘 합니다. 이 사람은 행복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여성이 대접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여성이 있습니다. 전문 교육을 받았고 전문직을 가졌습니다. 현대에는 이런 여성이 대접을 받습니다. 이 사람 역시 행복합니다.(?)

 * 아내의 직업에 대한 나의 생각 ; 아내가 직업을 가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나쁘지 않지요. 하지만 생계를 위해 아내가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조금은 섭섭하겠지요. 저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유교적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니까요. 저는 아내가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찬성하지만 국가 전체 여성이 커리어 우먼carrier women이고 아내가 직업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은 싫은 이중적 가치관을 갖습니다.

 미국의 경우 ; 남편의 직업이 몇 가지 전문직에 해당하는 경우 빼고는 대부분 아내가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보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나라이므로 굶어 죽는 경우 매우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상대적 빈곤 때문에 여성 모두가 가사일과 직장을 병행합니다. 저는 직장을 갖고 있지만 아내가 직업을 갖지 않을 정도로 위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직장 동료들은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제가 싫어하던 사회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데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진출이 한축을 이룹니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가정에서의 남성과의 동등함을 얻은 대신에 가사와 직장을 병행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 제가 사람은 평가하는 기준이 매우 남성적입니다. 진취적이냐, 일에 대한 성과가 얼마나 있었는가.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것 보다는 기계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 저 스스로  공정한 게임을 한다고 하지만 그 게임의 규칙은 저의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여성참정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지만.) 여성의 사회참여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여성성의 부각을 말하는 것인가?

 * 결론적으로 제가 남을 이해하는 수준도 제가 처한 입장의 상황을 많이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안티 페미니스트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남자이니까. 앞에 기술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저의 느낌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여성성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고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대접받아야 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우선순위가 아이, 여성, 애완동물, 남성 순이라고 하더군요.) 굳이 남녀 이야기를 한다면, 저의 생각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존중입니다. 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동역자로서.

 * 환자와 의사는 얼마만큼 상호 이해하는가요. 아마도 남녀의 차이만큼도 이해되지 못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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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는 '안티 페미니스트'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쓰셨지만, 그래도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해를 고민해오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는 '안티'라기보다는 '비(非)' 페미니스트에 더 가까우신 것 같습니다.
그간에 생각해오던 것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수고와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무엇이든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고,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없습니다.
여성운동도 말이나 구호보다는 여성 자신들의 각성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거라 생각합니다.

마립간 2003-12-1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남겨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사실 선정적인(?) 제목이나, 말려달라고 한 것, 여러편으로 나눈 것은 댓글이 있었으면 해서 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대립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쉽게 해결될 것들이 있습니다. 적대적 감정을 앞세운 저돌적 자세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회 현상을 보면서, 가장 이해관계가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주제로 남녀관계를 골라 빗대어 글을 썼습니다. - (별로 이해관계가 적은 주제가 아닌 것 같네요.)

연우주 2004-02-0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례 중심으로 쓰셔서 뭐라고 답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성이 남성으로서 받고 있는 차별로 있다고 생각하고 여성이 여성으로서 받고 있는 차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배려와 존중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여성이 원하는 건 이해가 아니라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이지요. 여성 운동이 적대적 감정을 앞세운 저돌적인 자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황과 때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운동의 방향성두요.
여성들이 원하는 건 여성이 더 대우받는 사회가 아닙니다. 마지막 님께서 쓰신 것처럼 같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하지요. 여성성이 현대 사회에 부각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말씀하신 여성부, 여총이 생기는 건 학교에서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학교 사회 내에서도 여성 문제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논쟁을 잘 하지 못해서 별반 논리적인 글을 쓴 것 같지는 않지만 님께서는 조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여성 운동과 페미니스트들에 대해서요...
 


 

 

 

 

 * 진경그림이 아니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 - 세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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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품에 관한 심미안이 너무도 대단하신 마립간님.....님의 혜안에 감복했습니다...

水巖 2004-03-2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사무실에도 추사의 세한도 복제품이있읍니다. 알라딘 제 서재에도 걸고 싶어 퍼갑니다. 제문의 해제도 써 놓았읍니다.
 

나는 안티 페미니스트(anti feminist)다. - 계속 말려주세요.

 # 현재 여성의 불평등이 있다면 어디에서 왔을 까요. 아마도 제 생각은 교육과 직업(경제력)이 아닐까요. 수렵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경제력이고 이 이유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여성이 가장 불평등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직장을 얻고 승진을 하는 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직장문화에 여자가 적합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업 기회에 있었어도 청년층을 기준으로 하면, 맞는 이야기이지만, 노년층을 이야기하면 또 달라집니다. 노인 여성은 식당에서 일을 하던, 파출부, 아기보기 등 직업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노인 남성은 아파트 경비원 이외에 특별히 떠 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 저의 집에서 저와 여동생은 똑같은 교육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저와 여동생 중 하나만 교육을 받아야 된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제게 기회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잠재적인 이런 불평등은 잠재적인 것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다른 가정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에는 경제적 여유가 아주 없지 않다면,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 여동생의 에피소드 : 동생이 ‘H여고’를 다닐 때였습니다. 교감선생님 방에서 전화를 대신 받게 되었는데, ‘H고’라고 말하니, 교감선생님이 다음부터는 ‘H여고’로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H 남자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동생표현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감은 어색했지만.

 * 제가 학생회 활동을 할 때에는 여성부가 있었습니다. 진짜 하는 일 없는 부서였습니다. 지금은 여성부가 없습니다. 지금 학과에 여학생이 절반 정도된 이유도 있겠지만, 여학생이 학생회 임원으로 참가하니까요. 그 당시 임원에 여학생이 적었던 이유가 학생수도 적었지만, 남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임원으로 참가하라고 권유해도 여학생들은 거절하던군요. 공부나 하겠다나. 어째든 여학생부 여자 임원 한명 뽑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 이것이 남자때문일까요. 여자때문일까요.

 *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물어봤지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시중들랴, 시집 눈치를 보랴, 뭐하러 결혼합니까. 여자의 답변이 남편 비위 조금만 맞춰주면, 평생 먹여 주잖아요. 그리고 얼마 후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여자와 선보는 자리에서 결혼해서 나는 아내 비위맞추면서 살고, 여자가 나를 평생 먹여 주는 그런 사람이 좋다고 농담했다가(절반은 진담임) 거절당했습니다.

 * 결혼에서 여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학벌, 체격, 수입)을 선택해서 남자에게 의지한고, 남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조금은 나쁜 여자와 결혼하여 여자를 지배하려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 제가 좋아하는 여성 중에 소피 제르맹(프랑스 여류 수학자)가 있습니다. 이 분은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이 분을 소개한 분은 독신으로 산 이유를 작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의 남자는 능력있는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만한 포용력 있은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모른 것이고, 저 같으면, 제르맹에게 구혼한 남자가 많았지만 자신에 걸맞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제르맹이 결혼을 거절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참고서적>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친구미디어

우리 부부는 너무 달라요/메이홀 부부/네비게이토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

성의 계약/헬렌 피셔 지음, 박매영 옮김/정신세계사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김영사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에스테 빌라 지음, 조선희 옮김/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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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구든 자기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선입관이 심어지고, 그런 선입관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억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저역시 저의 입장에서 선택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전 84학번인데, 저희 학년에서 여학생은 30명으로, 전체의 약 25%였습니다. 보통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딴짓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해서 공부를 잘한다고 불평하는데, 저희 동기들은 교내 행사 참가 비율이나, 동기들 챙기는 것, 동아리 활동에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저도 동아리 활동을 매주 토요일 나가던 노숙자 진료를 포함해서 5개 이상 했습니다. 학생회의 학보 편집국장도 여학생이었고, 과대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학생 혹은 여의사라서 '배려'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저희 동기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 직장과 관련된 부분에서, 여성으로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입니다. 결혼하고 임신, 출산, 육아가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남성의 경우, 물론 결혼이야 하지만, 직장에서는 가장 active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기이고, 가정에서도 이에 집중할 수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여자 수련의의 경우, 몇일씩 당직 서고 나서 집에 가면 먼지 쌓인 집과 빨래, 다림질, 상차림이라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은 몇일만에 돌아온 마누라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싶어하지요. 임신하고 출산 휴가 받고, (출산휴가가 실재로 미처 한달을 채울까말까 하는 것, 선생님도 아시지요? 산전휴가? 그림의 떡입니다. 제 친구는 진통이 시작될때까지 일하다가 과장님께 인사하고 산부인과로 직행했답니다. 저도 예정일 전날까지 근무했습니다.) '시댁의 가풍'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치스럽거나 거추장스러운, '여자니까 역시 activity 떨어진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것은 남자들이 군대 다녀오는 것 이상으로 handicap이 됩니다. 저도 출산으로 레지던트 지원을 1년 늦추어야 했습니다.

* 선생님께서 예로 든 노년의 취업의 경우, 선생님이 든 직종을 좀 보세요. 모두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입니다. 사무직이나 명예직의 경우 노년층에서 어느쪽의 취업 비중이 높을까요?

* 선생님께서 예를 드신 '비위맞추기를 통한 호구지책'에 대해서는 저도 거부감이 듭니다.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은 남편에게도 부담되고, 만약에 남편이 일찍 죽기라도 하면, 가장 대책이 없는 부류입니다. (이 분류는 저희보다 윗 세대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분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요.)

* 결혼에서 여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학벌, 체격, 수입)을 선택해서 남자에게 의지하고, 남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조금은 나쁜 여자와 결혼하여 여자를 지배하려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 심정적으로는 대단히 못마땅하지만, 진화심리학상으로는 옳은 말입니다.
인간은 임신, 출산, 육아에 다른 동물보다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여자는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남자에게 수입을 의존해야 했고, 따라서 여성의 배우자 선택에서 물질적인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편, 남자의 경우는 과연 이 아이가 나의 아이인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자의 경우, 남자가 외도를 할 때 남자가 상대방 여자에게 '마음'을 주었는가 하는 것에 촉각을 세운다고 합니다. 마음 가는 곳에 물질이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주었다는 것은 조강지처에게 있어서는 큰 위협이 된다는겁니다.
남자의 경우, 여자가 외도를 할 때 '몸을 주었는가'에 촉각을 세운다고 합니다. 여자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하지 않았는데, 물질적 support하는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진화한거라나요....

덧붙이고 싶은 점은, 우리 사회, 우리 인류가 어느정도라도 물질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불과 몇 세대가 되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옳다도 생각하는 것과, 진화에 의해 살아남은 우리의 성향 사이에는 큰 gap이 있습니다.
이를 '수천 수만년 내려온 우리의 성향이니 그대로 수용하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옳지 않고, 더이상 물질적, 물리적 제약이 문제되지 않으니 이런 관습을 개선하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각자의 선택 또한 자신의 입장에 따른 선호에 따라 좌우되겠지요.

저런, 쓰고나니 또 길어졌네요.

가을산 2003-12-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려달라니 말려드리고는 있지만, ^^;;
사회 활동에 있어서 약간의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이후로는 여의사라서 그다지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인의협은 물론이고 지역 의사회나 개원의 협의회, 노숙자 진료소, 자원봉사 동호회 등의 활동에도 문제 없었습니다. (-- 쓰면서 문득, 승진이나 경쟁, 돈벌이와 별로 관련 없는 분야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 한번 '난 동기 여학생을 친구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그저 동기일 뿐 '친구'는 절대로 될 수 없다.'라는 해괴망칙한 말을 하는 후배가 있기는 했습니다. 아마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의 문제는 가정 내에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구분의 벽은 상당히 높습니다. 게다가 그런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다름아닌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또하나의 여성입니다. 그 지극한 사랑의 결과, 당장의 불이익이 며느리나 여자 형제에게 가겠지만, 결국 그 부담이 아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退溪思想과 正義

 저자 : 김병규金秉圭     출판사 ; 박영사

 이 책은 제가 군복무 시절에 읽은 책입니다. 서양과학과 서양철학은 오히려 친숙함이 있지만 정작 우리의 사상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제가 한국 사상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은 아마도 ‘유교사상은 탁상공론이거나 당파싸움의 근거가 되었다.’라는 역사 비판이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 국민윤리 시간에 시험을 위해 단순하게 외웠지, 경敬이라든가 인仁이라던가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성리학性理學에 대해 한번 음미하는 기회였고, 성정性情에 대해 내 나름대로 정의 및 추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인데, 이 책 어디서 구할 수 있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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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전재규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과학자의 꿈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학문에 정진하다 목숨을 다한 젊은 학도를 생각하니 저의 눈에 눈물이 글썽입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 imagine님이 쓰신 추도시를 여기에 옮깁니다.

 <님은 달을 너무 사랑해 지구보다 달에 더 가까운 곳으로 조금 일찍 떠나셨군요.

 님은 지구를 너무 사랑해 더렵혀지지 않은 깨끗한 지구의 한 구석에서 숨을 거두셨군요.

 님은 학문을 너무 사랑해 돈 안되는 학문의 길에 더욱 매진하셨었군요.

 그랬었군요.

 달을 사랑해 달을 닮아버렸군요.

 누구하나 손해보려하지 않고, 편안하고 따뜻한 이기적인 삶을 추구할 때 님은 달 처럼 바다 처럼 따뜻하고 묵직하게 학문의 길을 걸으려 하셨군요.

 님의 못다한 꿈일랑 모두 잊으시고, 편히 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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