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어쩌면 중학교)에 다보탑과 석가탑을 비교한 글이 국어 책에 실렸습니다. (현진건님의 불국사 기행)

 다보탑을 능라와 주옥으로 꾸밀대로 꾸민 성장미인에 견준다면

 석가탑은 수수하게 차린 담장미인이라 할까.

 

 

 

 당시 저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실제로 보지 못했고, 그림으로만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으로 볼 때는 석가탑보다 다보탑이 훨씬 멋있게 보였습니다. 담장미인보다야 성장미인이 낫지. 어떻게 촌색시가 대감집 따님과 견주겠어.  그러나 고등학교때 실제로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고 나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겼습니다. (감동 받은 이야기를 마이페이퍼에 올리지만 실제로 저는 목석같은 사람입니다.) 석가탑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다보탑은 실망을 주었습니다. 다보탑은 돌사자도 깨져 있고 화려한 외양때문이지 풍화작용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당연스럽게 다보탑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니 석가탑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모두 아름다운 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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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08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마립간님은 신라의 왕 다우십니다.섬세함만 보는분은 여성적인 다보탑을 좋아하지만...신라 석탑의 정형인 석가탑은 점과 면과 선이 절묘하게 조화된 알맞은 비례를 가진 석탑으로 힐끗 보면 가벼워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조금만 살펴봐도 빈틈 하나없는 완벽한 석탑일겁니다. 妙相莊嚴......無影塔이라...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부처를 찾는 眞空妙有를 담은 한송이 석조미술의 상좌가 바로 석가탑이 아닐까요?? 문화재적 심미안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군요..
 

 내가 좋아하는 여인 - 나혜석羅蕙錫

 정월晶月 나혜석이란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최초의 서양 여류화가입니다. 무엇이든지 최초는 매력이 있지요. 선구자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문필가로 소설 ‘경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혜석씨는 서양화가로서보다 여권운동자로서의 이미지가 훨씬 더 강렬하였습니다. 요즘에도 공개하기 쉽지 않은 이혼고백서라는 글을 썼다는 것은 그의 저항정신을 느끼게 합니다. 나혜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불합리에 대한 저항정신입니다.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오히려 그 저항의 대상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년이 불행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에 사회와 타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혜석의 변 ‘현모양처란 교육가들이 자성없이 상업적으로 내세우는 주의에 불과하며, 온양유순을 가르치는 것도 여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정조는 취미와 같은 것이어서 도덕이나 제도로 강제할 일이 아니다.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 배우자 이외 다른 이성을 만나 사교를 하는 것이 쉽사리 권태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 지금 들어도 너무 파격적입니다. 불꽃같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매우 잘 어울리죠. 최근에 나혜석 평전이라는 책이 새로 나왔는데 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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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혜석 좋아합니다.
 

알라딘 서재가 생기기전 제가 자주 방문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궁리(www.kungree.com) 이었습니다. 궁리의 눈이라는 곳에 실린 글입니다.

 수맹의 비애

 '국민학교'('국민학교'를 입력하니 아래아 한글이 친절하게도(?) '초등학교'로 자동 교정해준다.) 시절에 산수 과목을 배웠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으로 과목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던가. 산수는 셈하기이니 수학이 과목이름으로 적합하다 하겠다. 셈하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국민학교' 시절에 산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정말 지지리도 못했었다. 고3 시절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같은 반 친구들과 '수포클럽' 그러니까 수학 포기자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 정도였다. 당시 '수포클럽' 가입 자격은 국어 및 영어 과목 성적과 수학 성적의 수준 차이가 극심한 사람, 요컨대 수학 잘하는 급우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람들이었다.

 대학 시절 은사 한 분은 당신이 만일 대입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철학과가 아닌 수학과를 지망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방식이 수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자신이 수학 과목을 사실상 포기하고 고전학에만 몰두한 것을 무척 후회했다. 토인비 역시 세계를 바라보는 무척 중요한 눈 하나를 일찍 포기한 것이 한스럽다는 투로 말한다.

 버트란드 러셀은 자신의 조모로부터 어린 시절에 영국헌정사를 비롯한 인문 교육을 받기도 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10살이 되기도 전에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철저하게 공부한 셈이다.) 그런 그는 조모가 수문(水門)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러셀의 조모는 고전학과 역사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지만, 기본적인 셈하기 이외의 논리적, 수리(數理)적인 분야의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양적인(quantitative) 사고나 공간적인 사고, 기하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두웠던 것이다.

 여하튼, 대입 수학에 관한 한 본래부터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는 핑계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정확히 말하면 대입 수학이라는 것이 수학 영재나 수학자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 과정이 아님은 물론, 기초부터 꾸준히 다지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입 수학은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관건이지 타고난 수학 재능이 관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확히 말하면 나는 수학 과목에서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발휘하지 못한 게으른 학생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학 시절 은사나 토인비처럼, 나도 수학 실력을 쌓지 못한 것을 어느 정도까지는 아쉬워한다. 비교적 복잡한 수식이 자주 등장하는 책을 읽거나, 수학의 주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이해가 훨씬 빨라지는 책을 읽거나 할 때 더욱 그렇다. 천문학 관련 책을 읽다가 하도 답답한 나머지 고등학교 지구과학 참고서를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공부한 적도 있다. 통계학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는 책을 읽다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역시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공부한 적도 있다.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언어, 수학이라는 언어를 일찌감치 포기한 수맹(數盲)의 비애!

 수학 공부에서 유달리 게으름을 피운 나이기에 남의 탓을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유구무언은 아니다. 문제 풀이 요령이 아니라 기본 원리나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수학 선생님이 계셨던가? 우리가 배우는 수학의 여러 분야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준 선생님이 계셨던가? 원리, 공식, 기본 개념 등은 주마간산으로 대충 넘어가고, 실전(實戰) 그러니까 입시에 나올만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푸는 테크닉을 습득하도록 내몰렸던 것은 아닐까? 미적분이 왜 중요한지, 집합론이 수학의 기초론으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률과 통계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왜 중요한지.....이런 저런 중요성과 의미를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혹은 그런 것들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학 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남의 탓도 해보게 된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역설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생각하기로는 '수학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책이 나오면 어떨지 싶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중고교 수학 교과 내용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책.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수학의 기초 개념과 원리, 공식 등을 가능한 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만화, 우화, 일화, 은유, 비유.....)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 나로 하여금 '이런 책이 나의 고교 시절에 나왔더라면 수포클럽을 결성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자신의 게으름 탓에 구제불능에 가까운 수맹이 되어버린 사람도 심심풀이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 . (2002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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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ist 2004-01-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학 공부 절대로 많이 하지 마라"라는 책이 "영절하"를 펴낸 사회평론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00년 12월 27일이네요. 평을 하자면... "사회평론사 영절하로 돈 벌더니 이 무슨 오버냐"입니다. ^^;
 

 국군 장병들에게 고함

 수수께끼님의 ‘눈이 안보여요.’를 읽고 - 훈령 217호가 아님


 군복무 시절에 제 휘하 장병들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군에서 장교들이 제일 대접을 받고(?), 그 외 부사관이 있고, 그 다음에 병사들이 있습니다. 군을 유지하기 위해 지휘체계가 필요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교와 상급 부사관들은 직업군인이고 병역은 그 사람의 직업입니다. 초급간부(초급장교 및 하급 부사관)들은 의무복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역시 3년 전후의 병역에 종사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 합니다. 그리고 생활이 비교적 자유로와 병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가장 수고하는 이들은 일반 병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병역의 의무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같은 병역도 여군의 경우는 100% 지원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국가의 봉사는 하는 것으로 따지면, 일반 병사들이 제 일등이요, 그 다음이 의무 복무하는 초급간부들이 제 이등이고, 마지막이 직업 군인들입니다. 가장 자부심을 가져할 이들은 일반 병사들입니다.

 

 제가 군복무하던 때에 그 지역에 물난리가 나서 대민 지원을 하는데, 수해 복구 작업을 하루 종일하고, 기간이 한 달 가량 되었습니다. 복구 작업 마무리에 한달월급이 지급되었는데 병장 월급이 만오천정도로 기억합니다. 한달내내 수고한 것에 비해 형편없는 액수라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일반 사회에서는 한 시간 노동 삯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봉사를 금전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지만.

사회지도층은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반 병사들을 ‘군바리’라고 백안시하고. 이런 풍조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모든 국민이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시대, 특히 사회지도층이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시대오길 기도합니다.

 

 그나저나 그 병사 실명의 위험이 있다니 걱정되는군요. 오히려 일찍 전역이 되면, 사회에 나와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까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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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님의 추천

 수월관음도라......

 음 괜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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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마립간님...이렇게 빨리 올리시다니요...수월관음도의 종류도 많은데...기왕 보신다면 더 많은 수월관음도를 보시고, 특히 관음도 중요하지만 해맑은 얼굴의 선재동자도 눈여겨 보시면 좋을것 같군요....고맙습니다..